모든 단어에는 스토리가 있다 / 에세이와 소설의 우열관계, 에세이를 쓰는 법 - 언제 들어도 좋은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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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8/2016 Archive

단어는 맥락이다. 재밌다. 나는 늘 단어를 뜻으로만 외우면 와닿지 않아서 늘 예문으로 외웠던 게 좋은 접근이었던 것 같다.


 

모든 단어에는 스토리가 있다

단어의 뜻은 맥락이 결정한다

 

 

사전을 외웠느니, 하루에 단어를 몇 십 개를 외느니 하는 말들은 모두 필자가 보기에 무식한 학습 방법이다. 단어를 많이 알수록 도움이 되는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그렇게 왼 단어는 막상 문장을 해석하려고 하면 별 도움이 안 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 장영준

사진 | 출판사 제공

 

 

The meaning of a word is decided by its company.

(한 단어의 의미는 그것의 친구에 의해 정해진다.)

 

영국의 한 문학가가 한 말이다. 아닌 게 아니라 한 단어의 의미는 그 단어가 속한 문장에 의해 정해지고, 한 문장의 의미는 그 문장이 속해있는 단락에 의해 정해진다. 그러니까 맥락을 벗어난 채 고립된 단어는 그 의미를 정할 수 없는 것이다. 그런 단어의 의미는 가능한 의미들 중의 하나일 수는 있지만, 고정된 의미를 확정할 수는 없다.

 

필자는 영어 학습자들에게 종종 이런 질문을 한다. ‘book의 의미가 뭐냐?’고. 대부분의 학습자들은 마치 필자가 자신을 무시했거나 아니면 질문의 의도를 전혀 모르겠다는 표정을 짓기 일쑤이다. 설마 필자가 ‘책’이란 의미를 물어본 것은 아닐 테니까. 그렇다고 book의 의미로 ‘예약하다’를 물어본 것인지 어떤지도 알 수 없고. 더욱이 father의 뜻을 물어보면 일부는 ‘신부’라는 대답을 한다. 공부를 좀 한 학생이라고 할 수 있다. father가 ‘아이를 두다,’ ‘아버지가 되다’란 뜻이 있음을 아는 학습자는 그리 많지 않다.

 

물론 father의 의미가 ‘아버지’보다는 ‘아이를 가지게 되다’가 더 고급의 의미라고 할 수는 없다. 필자가 의도하는 것은 다만 가능한 의미들 중 의외의 의미들도 있다는 것이고, 그러한 가능한 의미들을 알아두는 것이 실제 문장을 해석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것일 뿐이다.

 

필자가 이렇게 말하면 이런 질문을 하는 사람도 있다. 그렇다면 사전의 기능은 무엇인가요? 사전은 말 그대로 가능한 의미들 중에서 예측 불가능한 정보들을 수록하고 있을 뿐이다. 예를 들면 어떤 단어는 사전에서 여러 쪽에 걸쳐서 그것의 가능한 의미들을 수록해두고 있다. 영어의 have, make, get, do 등과 같은 단어들은 정말 수십 가지의 의미가 있어서 웬만한 상황에서는 이들 중 하나를 쓰면 대략 통하기도 한다. 이러한 상황을 이해한다면, 보다 효과적인 영어 학습이 어떤 것일지 감이 잡힐 것이다. 맥락도 없이 단어들을 무대포로 암기하는 것은 별 효과가 없다는 것이다. 실제로 일부 학습자들은 이런 식으로 무식한 방법을 쓴다. 

사전을 외웠느니, 하루에 단어를 몇 십 개를 외느니 하는 말들은 모두 필자가 보기에 무식한 학습 방법이다. 이러한 무식한 방법이 도움이 전혀 되지 않는다고 말하는 것은 아니다. 단어를 많이 알수록 도움이 되는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그렇게 왼 단어는 막상 문장을 해석하려고 하면 별 도움이 안 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해석은 되는데 의미를 모르겠다고 말하는 학습자들 중 대다수는 바로 이런 방식으로 단어를 외는 사람들이다. 맥락을 벗어나서 단어의 의미를 외는 것은 병에 대한 진단도 없이 몸에 좋다는 약을 먹는 것과 비슷하다.

 

 

따라서 가장 효과적인 단어 학습 방법은 주어진 맥락을 먼저 파악해보고 거기에 맞을 것 같은 의미를 사전에서 찾아 확인하는 것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전혀 주어진 단어의 의미를 예측할 수 없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한 문장이 대략 10~20여 개의 어휘들로 구성되어 있고, 그 중 대부분의 단어들의 의미를 알고 다만 한두 개의 의미만을 모른다고 한다면, 전체적인 의미도 거의 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 모르는 단어들의 의미를 충분히 예측할 수 있다.

 

사전을 찾는 목적은 문장을 읽어가면서 예측해본 의미를 확인하는 정도이지, 주어진 문장의 의미를 전혀 모르기 때문에 사전을 찾아서 의미를 알아가는 것은 아니다. 어떤 극단적인 경우에는 주어진 글은 읽지도 않고 눈으로 훑어가면서 모르는 단어들을 모아 사전을 먼저 찾고 문장을 해석해가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렇게 해서는 정말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는다. 미리 찾아놓은 단어의 의미들 중 대다수는 결국 문장의 의미와 관계가 없는 것들이라는 사실을 알게 될 것이다.

필자도 중학교 때 이러한 시행착오를 여러 번 겪었었다. 헤밍웨이의 『노인과 바다』를 읽기 위해 먼저 모르는 단어들을 쭉 표시하고 그것들을 사전에서 찾아 의미들을 적은 후, 마침내 책을 읽으면서 모르는 단어가 나올 때마다 적어놓은 단어장을 참고했지만 대다수의 경우에 찾아놓은 의미들이 전혀 맞지 않아서 다시 사전을 찾아야 하는 경우가 많았다. 오죽하면 영국의 문학가가 단어의 의미는 그 친구들에 의해 정해진다고 했겠는가. pretty란 단어의 의미는 같이 쓰인 단어가 무엇인가에 따라 그 의미가 정해진다. 가령 pretty 옆에 girl이 오면 ‘예쁜’이란 의미지만 pretty 다음에 much가 쓰이면 ‘매우’란 의미가 된다. 그러니까 사실 pretty의 의미가 무엇이냐고 단어 시험을 보는 것은 정말 넌센스다.

 

주어진 문장에서 특정한 의미가 무엇이냐고 물어볼 수는 있지만, 서두에서 말한 대로 고립된 상태에서 특정한 단어의 의미를 물어보는 것은 마치 수많은 가능한 의미들 중 하나를 말해보라는 것과 같다. 그런 것도 물론 의미가 없는 것은 아닐 것이다. 무슨 의미든 알면 도움이 될 테니까. 『글쓰기의 요소』의 부록으로 실려 있는 철자를 틀리기 쉬운 단어들을 보면 모양만 비슷하지 의미는 아무런 상관이 없는 단어 쌍들이다.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 유용하다고 할 수 있다. 문장에 가장 잘 맞는 단어들을 사용하는 것이 글쓰기에서 중요하지만 사소한 실수로 엄청난 의미 차이를 초래하는 것은 치명적이기 때문이다. confirm(확인하다, 동의하다)이란 단어를 써야 할 곳에 conform(추종하다, 준수하다)이란 말을 쓰면 정반대의 의미가 될 수도 있다.

 

그런 의미에서 좋은 글쓰기는 좋은 글 읽기와도 비슷하다. 흔히 말하듯이 나무를 보고 숲을 보지 못하면 안 된다. 디코딩(해석)이든 인코딩(글쓰기)이든 단어의 의미는 결코 혼자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기억하자.

 

 

 

 

글쓰기의 요소

윌리엄 스트렁크 저/장영준 역 | 윌북(willbook)

 

정확한 문장을 쓰는 핵심 규칙을 명쾌하게 정리한 책이다. 영미권 사람들이 잘 쓴 영어와 잘못 쓴 영어를 판단하는 기준으로 삼는 책으로, 타임지 선정 ‘가장 영향력 있는 100대 도서’이며, 스티븐 킹, 댄 브라운 등 대작가들이 가장 좋아하는 책으로 꼽는 책이기도 하다.

 


 

이거 읽고 싶었던 책인데, <언제 들어도 좋은 말>, 이석원


 

에세이를 쓰는 법

에세이와 소설의 우열관계

솔직한 글이 지루하기란 거의 불가능하고 솔직하지 못한 글에 감정이입할 독자들은 별로 없다. 글을 통해 나를 멋지게 치장하고 포장하거나 가면을 쓰는 것은 오래 못 가고 어느덧 스스로도 괴리를 느껴 글쓰는 행위 자체가 고통이 된다.

| 임경선 (작가)

출처_imagetoday

 

한 때 에세이와 소설의 우열관계에 대해 생각해본 적이 있다. 에세이와 소설을 몇 개씩 써본 경험으로 느끼기엔 현재로썬 이 정도 결론에 와있다.

 

1. 에세이와 소설 중에는 소설이 일반적으로 더 쓰기 어렵다.

2. 소설이 에세이보다 쓰기 어렵다고 해서 소설을 잘 쓰는 사람이 에세이를 반드시 잘 쓰는 것은 아니다.

3. 잘 쓴 에세이와 보통인 소설을 비교하면 잘 쓴 에세이가 훨씬 더 가치 있다.

4. 에세이 잘 쓰는 일도 꽤나 어려운 일이다.

5.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선 님은 소설보다 에세이가 훨씬 재밌어요.’라는 말을 들으면 조금 마음이 복잡해진다.

 

이것을 조금 더 단순하게 도식화해서 정리하자면,

 

잘 쓴 소설 > 잘 쓴 에세이

별로인 소설 < 잘 쓴 에세이

별로인 소설 = 별로인 에세이

 

라고 할 수 있겠다.

 

내 감각으로는 소설은 ‘머리’로 쓰는 것 같고 에세이는 ‘마음’으로 쓰는 것 같다. 그래서 에세이를 쓸 때는 기본적으로 마음이 유연하고 말랑말랑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다. 일부러 소재를 찾으려고 노력하거나 엉덩이 힘으로 버티기보다, 에세이는 쓰고 싶은 주제가 자연 발생적으로 떠올랐을 때 바로 써야지 가장 글에 생기가 돌고 재미있어진다. 종이 노트에 생각나는 대로 메모하면서 글을 풀어내고, 손글씨로 써놓은 내용을 컴퓨터로 옮겨서 타이핑할 때쯤이면 한 번 더 생각이 차분하게 정리된다. 에세이 소재가 잘 떠오르지 않는다면 좋아하는 작가들의 에세이를 읽어가면서 어떤 생각의 자극을 받거나 자유연상을 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자고 일어났을 때 침대에 누워 멍하니 있을 때도 뇌가 밤새 쉬어서 그런지 이런저런 쓸 거리가 저절로 생각나기도 한다. 그래서 머리맡에는 늘 애용하는 몰스킨 노트북을 두고 자게 된다.

 

에세이에서 내가 중요하게 고려하는 점은 두 가지다. 첫째는 솔직함, 둘째는 문체다. 에세이는 애초에 저자의 속살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자비 없는 글 장르이다. 솔직함을 가장한 자기 포장인지, 담백하게 있는 그대로의 생각을 자유롭게 표현했는지는 글의 행간에서 모두 전달된다. 에세이는 아름답게 포장하거나 장식하기보다 솔직한 것이 훨씬 더 매력적이다. 에세이를 쓸 때는 내 안에 있는 것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는 것을 두려워 말아야 한다. 간절히 쓰고 싶은 이야기가 있으면 자기검열이나 자의식을 떨쳐내고 오로지 있는 그대로를 표현하고 싶은 욕구만으로 써내려간다. ‘나답게’ 라는 것은 역설적으로 나를 의식하지 않고 쓰는 것이다. 

그러려면 글을 쓸 때 내가 혹시 어떤 내용을 얼버무리고 있는지, 혹시 어떤 내용을 일부러 모호하게 흐리고 있는지, 혹시 어떤 내용을 말하기 두려워하는 게 있는지 스스로 정직해야 한다. 솔직한 글이 지루하기란 거의 불가능하고 솔직하지 못한 글에 감정 이입할 독자들은 별로 없다. 글을 통해 나를 멋지게 치장하고 포장하거나 가면을 쓰는 것은 오래 못 가고 어느덧 스스로도 괴리를 느껴 글 쓰는 행위 자체가 고통이 된다. 솔직함은 글쓰기를 장기적으로 오래 견딜 수 있게 해주는 유일한 방법이기도 하다.

 

그런 면에서 얼마전에 읽은 이석원의 이야기 산문집 『언제 들어도 좋은 말』은 다시 한 번 이석원 작가의 ‘솔직함’이 가진 힘을 새삼 느끼게 해주었다. 그는 『언제 들어도 좋은 말』 안에서 자신을 이야기 속 주인공으로 내세우며, 첫 소설 『실내인간』을 사년에 걸쳐 쓰면서 겪었던 내밀한 고통을 담담하게 말한다. 실은 자신이 소설 쓰는 일을 전혀 즐기지 않았다는 깨달음, 그래서 글쓰기가 어쩌면 자신이 좋아하는 일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좌절감을 가감없이 토로해서 읽는 내 마음에 울림을 주었다. 그런 이야기들은 저자가 독자들 앞에서 쉽게 할 수 없는 말일텐데도 그는 허세나 연민없이 그저 담백하고 솔직한 표현으로 감동을 주었다. 폼나지 않더라도 자유로운 것이 최고다.

 

두 번째로 내가 에세이에서 중시하는 것은 작가 고유의 문체다. 문체는 그 작가의 개성이자 매력의 상징이라고 생각한다. 글만 읽고서도 ‘아, 이 작가의 글이구나’하고 알 수 있을 정도가 되어야 한다. 그 문체가 기왕이면 남들과는 다르면서도 읽기엔 쉽다면 금상첨화일 것 같다. 물론 가독성이 좋은 에세이가 무조건 좋다고만은 할 수 없지만 입에 자꾸 돌이 걸리는 느낌을 받으면서까지 에세이를 힘들게 읽고 싶은 마음은 없을 것 같다. 에세이는 본질적으로 독자를 즐겁게 해주어야 한다고 믿고 있다.

 

아무튼 나는 지금 그런 마음가짐과 지향점을 가지고 에세이를 작업 중에 있다. 말은 참 쉽게 하지만, 에세이를 ‘잘’ 쓰는 일은 서두에 썼듯이 보기보다 꽤 어려운 일인 것이다.

 

 

 

 

언제 들어도 좋은 말

이석원 저 | 그책

어느정도 동의하는 바입니다....... 근디 어쩔수없이 에세이를 더 잘쓰는 작가가 있는데, 그 작가의 소설을 읽으면 아쉬운 면이 많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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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uiu22

2016.08.17 13:54

에세이란 쉬운 듯 어려운 글인 것 같아요. 허들이 낮은 듯 하면서 인위적인 포장이 아닌 자신만의 색을 가지는 건 생각보다 어려우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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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재씨

2016.08.15 16:14

진정한 솔직한 글이 무엇인지 더 생각하게 되는 글이네요 정말 유익한 글이에요 '솔직함을 가장한 자기 포장인지' 되돌아보며 글을 쓰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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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portant

2016.08.11 22:25

선생님 칼럼을 애독하는 독자입니다. 몇주전부터 인터넷에 글을 올리고 있는데 생각보다 쉽지 않더라고요. 어제 선생님의 이 글 '에세이 쓰는 법'을 보고, 용기내서 글 한편 쓸 수 있었습니다.

감사드립니다.^^ https://brunch.co.kr/@kundera/35 혹시 시간되시면 읽어주시면 영광일 것 같습니다!. 앞으로도 좋은 글 부탁드립니다. 많이 배우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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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amja206

2016.08.08 0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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