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독 지수로 분석한 2020 독서 트렌드 리뷰

반응형
728x170

[2020년 독자들이 선택한 책이야기]
완독 지수로 분석한 2020 독서 트렌드

 

 

전솜이(밀리의 서재 PR매니저)

 

2021. 2.

 

 

 

 

늘 그렇듯 이번 연말연시에도 한 해를 돌아보고, 새해의 변화할 모습을 가늠해보는 수많은 트렌드 분석이 쏟아졌다. 특히 2020년은 코로나19로 인해 모두가 많은 변화를 경험한 해였던 만큼,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준비하기 위한 트렌드 분석에 그 어느 때보다 많은 관심이 집중되었다. 밀리의 서재 역시 독서 플랫폼으로서 엄청난 변화를 겪어야 했던 2020년의 독서 생활을 깊이 있게 이해하고 싶었다. 단순히 사람들이 한 해 가장 많이 읽은 책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을 넘어, 실제로 사람들이 어떤 책을, 얼마나, 어떻게 읽었는지 분석할 수 있다면 기존에는 없던 새로운 인사이트를 끌어낼 수 있을 것이라 기대했다. 사람들이 실제로 책을 어떻게 읽었는지 궁금했고, 이 궁금증을 해결할 수 있다면 더 많은 사람이 독서와 친해질 수 있는 실마리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란 생각도 있었다. 바로 이 지점에서 완독 지수를 통해 한 해의 독서 트렌드를 정리한 <밀리 독서 리포트 2020>이 출발했다.

 

 

 

밀리 독서 리포트

 

일반적으로 책에 대해 이해하기 위해 출판계에서 가장 많이 언급하는 것은 판매량이다. ‘베스트셀러’가 대표적이다. 이번 달, 이번 분기, 올해에 가장 많이 팔린 책은 무엇이었는지를 살펴보며 판매량 뒤에 숨어 있는 새로운 생활상, 최근 관심사나 화두를 추정해보는 것이다. 그렇지만 이는 말 그대로 ‘판매’에 대한 해석일 뿐, 실제 ‘독서’에 대한 데이터와는 거리가 있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밀리의 서재가 ‘완독 지수’로 독서 생활을 분석하는 데 나선 이유도 여기에 있다.

 

‘완독 지수’는 밀리의 서재 회원들의 실제 독서 통계에 기반한 빅데이터를 바탕으로 밀리의 서재가 자체 개발한 지표이며, 말 그대로 어떤 책을 얼마나 완독했는지 파악할 수 있는 데이터이다. 완독 지수는 책을 끝까지 읽을 확률을 나타내는 ‘완독할 확률’과 완독하는 데 걸릴 시간을 추정한 ‘완독 예상 시간’으로 나뉜다.

 

밀리의 서재는 이 두 가지 데이터를 매트릭스로 표현해서, 읽고자 하는 책이 나에게 주어진 시간 안에 읽을 만한 책인지 시각적으로 빠르게 파악할 수 있도록 했다. 완독 매트릭스는 ▲밀리 픽(밀리 회원들이 검증한 후회 없는 책/분야 평균 대비 완독할 확률↑, 완독 예상 시간↑) ▲홀릭(부담 없이 술술 읽다 보면 빠져드는 책/분야 평균 대비 완독할 확률↑, 완독 예상 시간↓) ▲마니아(마니아들이 푹 빠진, 읽을수록 보람 있는 책/분야 평균 대비 완독할 확률↓, 완독 예상 시간↑) ▲히든(밀리 회원들의 발견을 기다리고 있는 책/분야 평균 대비 완독할 확률↓, 완독 예상 시간↓) 등 네 개의 영역으로 나누어져 있다. 밀리의 서재에서 서비스하는 모든 콘텐츠에는 이 매트릭스가 함께 제공된다.

 

 

 

밀리의 서재는 서비스하는 모든 도서에 대해 완독 지수와 매트릭스를 제공한다

 

 

 

“사는 책과 끝까지 읽는 책은 다를 수 있다”
완독 지수가 발견한 구매와 구독 경험의 차이

 

밀리의 서재가 가장 먼저 주목한 것은 서점가 베스트셀러다. 많은 사람이 구매한 책인 만큼, 어떻게 읽히는지 궁금했기 때문이다. 밀리의 서재가 서비스하고 있는 도서 중 서점가 상반기 베스트셀러에 오른 도서를 추린 뒤, 이 책들의 완독 지수를 살펴본 결과 상당히 흥미로운 결과를 확인할 수 있었다. 서점가 베스트셀러의 상당수가 평균치보다 낮은 완독할 확률을 보이는 동시에, 완독 예상 시간은 평균보다 길게 나타났기 때문이다. 판매량과 완독할 확률이 비례하지 않다는 이 분석 결과를 어떻게 이해할 수 있을까?

 

밀리의 서재는 이러한 특징이 도서 구매와 플랫폼 서비스 구독 경험의 차이에서 비롯되었다고 판단했다. 실제로 이미 영화나 드라마, 음악 등의 분야에서 소유나 스트리밍과 같이 콘텐츠를 소비하는 방식에 따라 그 소비 양상이나 패턴 또한 다르게 나타난다는 점은 모두 알고 있는 사실이다. 이러한 현상이 도서 소비에서도 나타나는 것으로 볼 수 있는 것이다.

 

서점에서는 지식과 교양을 쌓는 인문서를 구매하고, 밀리에서는 본인이 좋아하는 소설에 빠지는 현상도 이러한 맥락의 연장선으로 이해할 수 있다. 서점가 베스트셀러를 분야별로 살펴보면 소설은 18% 정도를 차지하고 있지만, ‘밀리의 서재 베스트 도서’에서 소설은 무려 28%를 차지하고 있었다. 서점가는 밀리의 서재에 비해 인문·철학, 자기계발, 경제경영서의 비중이 큰 편이기도 했다. 이는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자신이 좋아하는 책의 분야를 ‘소설’로 꼽는 것과는 다소 상충하는 면이 있다. 2019 국민독서실태조사에 따르면 성인들이 가장 선호하는 분야가 ‘문학’이었기 때문이다. 서점에선 지적인 면을 가득 채워줄 인문서를 구매해 내 방 서재를 장식하고, 밀리의 서재라는 디지털 공간에서 제공하는 ‘내 서재’에는 진짜 좋아하는 분야인 소설책을 꽂는 셈이다. 이는 밀리의 서재에는 이제 막 독서 습관을 만들어보려는 사람들이 많고, 이러한 ‘독서 초심자’가 흥미로운 이야기인 소설에 가장 먼저 관심을 보이는 경향이 있는 것과도 연결 지어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

 

 

 

서점가 베스트셀러와 밀리 베스트 도서 분야별 비교

 

 

 

주식·홈쿡 도서에 빠져들고, 영화관 가는 대신 책 정주행하고…
코로나가 가져온 새로운 독서 풍경

 

2020년을 분석할 때 코로나19를 빼놓고 이야기할 수는 없을 것이다. 밀리의 서재 회원들의 독서 패턴 역시 그 영향을 고스란히 받았다. 특히 경제경영 이슈에 대한 민감도가 상당했다. 밀리의 서재에서 가장 많이 본 책 상위 다섯 권 중, 완독할 확률이 가장 높은 책이 『돈의 속성』이라는 점에서도 이러한 특징이 잘 나타난다. 이 책의 완독할 확률은 무려 63%로, 밀리의 서재 전체 도서의 평균 완독할 확률 53%보다 10%나 높은 수준이다. 다 읽는 데 걸리는 시간도 평균 4시간 47분이나 걸리는 책인데 이렇게나 완독할 확률이 높다는 것에서 그야말로 한 해의 관심사를 상징적으로 드러내는 책이라 할 만하다.

 

『돈의 속성』뿐만 아니라 경제경영 도서는 전반적으로 이용률 자체가 상당한 데다가, 완독 예상 시간도 길게 나타나 그야말로 ‘많은 사람이 집중해서 읽은 책’이라는 점이 드러났다. 특히 코로나19가 본격적으로 확산한 3월부터 경제경영 분야 도서 이용률이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매달 전년 동월 대비 두 배에서 크게는 네 배 가까이 늘기도 했다.

 

 

 

경제경영 분야 독서량 추이

 

가장 뜨거운 관심을 받은 주제는 역시 ‘주식’이다. 밀리의 서재 검색어 추이를 살펴본 결과 ‘주식’은 2019년 2월 검색어 2위에 등장하기 시작하더니, 3월부터 연말까지 한 번도 빼놓지 않고 매달 검색어 1위에 붙박이처럼 자리 잡았다. ‘주식’ 다음으로 매력 있는 키워드가 있다면 바로 ‘부자’였다. 제목에 ‘부자’가 들어간 경제경영 분야의 책들을 분석해보니 완독 예상 시간이 밀리의 서재 전체 도서의 평균치에 비해 월등히 높은 수준인 2시간 30분이 나왔기 때문이다.

 

경제경영 도서에서만 흥미로운 점이 발견된 것은 아니다. 라이프스타일 분야에도 코로나19로 인해 달라진 생활상이 고스란히 반영됐다. 많은 사람이 ‘홈쿡’과 관련한 도서와 ‘다이어트’ 관련 도서에 대한 관심을 동시에 보였다. 원하는 부분만 발췌해서 보는 실용서의 특성상 요리법을 담은 도서의 완독 예상 시간은 적었지만 완독할 확률은 대체로 50% 이상을 보였는데, 대부분의 도서 제목에 ‘혼밥’ 또는 ‘집밥’ 관련 키워드가 포함되어 있었다. 동시에 다이어트나 건강한 식단과 관련된 도서도 많은 관심을 받았다. 이러한 도서는 완독할 확률과 완독 예상 시간이 모두 평균치보다 높은 수준이었으며, 상당수가 밀리 완독 매트릭스의 ‘밀리 픽’ 영역에 속하기도 했다.

 

영화관이나 공연, 전시장을 찾기 어려웠던 한 해였기 때문일까? ‘책 정주행’을 하는 모습도 발견할 수 있었다. 특히 드라마나 영화를 원작으로 하고 있거나 이들의 원작이 된 시리즈 도서가 이러한 ‘정주행 독서’에 톡톡한 공을 세웠다. 시리즈 도서는 완독할 확률이 밀리의 서재 평균보다 높으면서도, 완독 예상 시간은 한 권당 세 시간을 훌쩍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과학 분야 도서에 대한 관심도 높았다. 과학 분야는 면역, 바이러스, 전염병, 약 등과 같이 코로나19로 인한 관심사가 책의 키워드에 그대로 반영된 분야이다. 실제로 『신종 바이러스 습격』, 『바이러스 쇼크』와 같이 제목에 코로나19와 직접적으로 연관된 키워드가 들어간 책의 완독할 확률이 상당히 높았다. 각각 완독할 확률이 61%, 60%에 달할 정도였다. 과학 분야 도서의 이용률은 코로나19가 1차, 2차로 확산할 때마다 높아지는 양상을 보이기도 했다.

 

밀리의 서재 회원들이 사랑한 소설 분야에서는 ‘살인’이라는 키워드가 완독을 좌우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살인자의 사랑법』, 『12송이 백합과 13일간의 살인』처럼 제목에 ‘살인’이 들어가는 소설들은 평균 75%의 완독할 확률을 보였는데, 이는 소설 분야의 평균보다 14%나 높은 수준이다. 밀리 회원들이 가장 많이 읽은 소설 다섯 권 중 완독할 확률이 가장 높은 책은 히가시노 게이고의 『녹나무의 파수꾼』으로, 80%의 놀라운 완독할 확률을 보였다. 2위는 ‘밀리의 서재 회원들이 직접 뽑은 2020 올해의 책’이기도 한 이미예 작가의 『달러구트 꿈 백화점』이었는데, 완독할 확률은 66%로 나타났다.

 

 

 

“데이터가 다양할수록 발견되는 책도 많아질 것”
완독 지수에 거는 밀리의 기대

 

밀리의 서재는 <밀리 독서 리포트 2020>을 통해 한 해의 독서 트렌드를 짚어보는 수준을 넘어 ‘책을 이해하는 지표가 다양해져야 독서에 대한 이해도 깊어진다’는 사실을 말하고자 했다. 판매량 중심의 기존 데이터만으로는 시장과 독자, 더 나아가 독서 환경 전체를 이해하기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새로운 지표의 가치는, 독자는 자신만의 취향을 알아갈 기회가 줄어든다는 점에서, 책을 만드는 입장에서는 가치 있는 보물 같은 책을 소개하기 어려워지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더 높다고 판단했다. 이와 같은 관점에서 밀리의 서재는 서비스 론칭 이래 처음 발간한 리포트에서 ‘완독 지수’라는 다소 생소할 수 있는 자체 개발 지표를 분석의 주요 틀로 잡았다.

 

밀리의 서재는 올해부터 차차 이러한 완독 지수 데이터를 출판계 전체와 함께 나누고 활용할 방법을 찾아보고자 한다. 완독 지수는 많은 이의 노력이 담겨 세상에 빛을 본 각각의 책이 실제로 어떻게 읽히고 있는지 그 패턴을 알 수 있는 최초의 빅데이터이다. 이런 점에서 완독 지수는 책을 만드는 사람들에게도 무척 유용한 정보가 될 수 있다. 밀리의 서재는 완독 지수가 아직 드러나지 않은 멋진 책을 독자가 발견할 수 있도록 이끌어 줄 것으로 기대한다. 이것이야말로 독서 플랫폼으로서 밀리의 서재가 할 수 있는 가장 의미 있는 일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밀리의 서재가 완독 지수를 통해 새로운 ‘책 고르는 기준’이 만들어지기를 기대하는 이유이다.

 

 

 

 

 

전솜이(밀리의 서재 PR매니저)

밀리의 서재에서 PR을 담당하고 있다. 2020년 12월 15일 발간된 <밀리 독서 리포트 2020> 프로젝트를 총괄했다.

반응형

Nowhere Cafe

삶을 풍요롭게하는 덕질을 추구합니다

    이미지 맵

    Library/Book 다른 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