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노마드 후기 앱개발 디자이너 - 치앙마이에서 한 달 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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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으면서 굉장히 언프로페셔널하다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삭제된 글




난 중학생 때 제법 공부를 잘했다. 선생님 말씀도 잘 듣고 부모님 말씀도 잘 듣는 모범생이었다. 아버지께서는 내가 공부를 잘해 좋은 대학에 가길 바라셨고 나도 그래야겠다 생각했다.


고등학생 때 공부를 안 했다. 하던 데로만 하면 평균은 나올 줄 알았는데 비슷한 아이들이 모여있어서 거의 꼴찌를 하고 그대로 노력은 안 하고 3년 내내 원 없이 펑펑 놀아 꼴찌만 했다. 몇 번 낮은 등수를 받고 시험기간마다 양심의 가책을 느끼며 책을 한 번도 들여다보지 않았다.


한 번은 세계사 시험을 찍었는데 한 줄로 찍으면 선생님께 죄송해 랜덤으로 찍었더니 다 피해가 빵점을 맞았다. 유독 고지식하시고 모범생을 좋아하시는 선생님은 나를 교무실로 불러 한심하다는 듯 혼내시며 교직생활 15년 만에 빵점은 처음 본다 하셨다. 나도 신기했다.
성적표를 보여드리면 집에서 혼날까 봐 피시방에서 워드로 위조 작업 후 출력해 완성한 그럴듯한 성적표로 부모님께 거짓말했다.(이미 이 시절부터 디자이너가 되려 했는지 한 픽셀에도 매우 민감했나 보다. 제법 정교했다. 어설프면 들키고 들키면 혼이 나니까.)


결국 고3 종합 성적표 때 모든 것이 들통나고 부모님은 매우 절망하셨다. 그때 모습을 생각하면 아직도 죄송하다. 아버지께선 서울에 있는 대학교중 너를 받아줄 곳이 있을 거라고 하셨지만 그러지 못해 결국 나를 받아줄 수 있는 학교에 진학했다. 심지어 학과는 아버지가 원하셨던 세무회계학과.

대학 내내 세무회계가 이렇게 나와 안 맞는다는 걸 실감하고 졸업 후에도 여전히 생각은 변하지 않았다. 그 시절 난 리니지와 스페셜포스에 젖어 살았다. 미래에 대한 걱정도 없이. 그때부터 이미 일주일 동안 잠을 자는 둥 마는 둥 하며 게임을 하느라 밤샘 체력에 대한 부분이 검증되었다.

2005년 어느 날 절친과 무턱대고 쇼핑몰을 시작하여 슬슬 대박이 나는 듯하였으나 계획 없는 단순 호기심으로 헤어지고 친구와 사이도 안 좋아졌다. 그 과정에 내가 만든 웹사이트가 가지고 싶어 무작정 직업전문학교를 찾아가 수강신청을 했다.

6개월간 포토샵, 일러스트, 플래시, 드림위버 등 다양한 툴을 배우는데 살면서 무언가가 이렇게 재미있어 밤새며 '생산적인 일'을 하기는 처음이었고 학원에 다니며 쌤들께 칭찬을 받으며 졸업하였다.

단순히 쇼핑몰을 만들고 싶다는 욕심에서 나아가 디자인을 업으로 삼고 싶어 져 포트폴리오를 준비하기 시작했다. 이과정에 RPG 게임을 하며 쌓아 올린 체력과 집중력 집요함을 발산하여 그 어느 때보다 푹 빠져 컴퓨터 앞에 시간을 보냈고 결국 포트폴리오의 완성과 함께 손목터널 증후군을 앓았다. (며칠 후 나아짐)

Vinyl이라는 당시 정말 알아주던 멋진 에이전시에 취업해 혼도 나고 일 년 내내 거의 밤새다시피 작업하며 몸무게는 사상 최고를 경험하고 내공도 쌓아갔다. 이 년 즈음 지났을까. 회사를 관두고 프리랜서를 선언했다. 지금 생각해도 2년 차에 조금 무모한 결정인 듯하였으나 당시 실장님이 면담시 나를 너무 화나게 해서 그만두었다 ㅋㅋ (두고 보자라는 마음이었지)

이후 7년간 쉬지 않고 다양한 프로젝트로 경험을 제법 쌓았고 4년 전이었나. 모바일 디자인을 시작하며 새로운 기회를 접한다. #dribbble 사이트를 보고 나도 꼭 드리블러가 되고 싶어 며칠을 초대장을 얻기 위해 여기저기 컨택을 하였으나 한국 사람은 찾아보기 힘들 정도였고 외국인은 거참 답을 해주지 않으니 아쉬움에 포기를 하려던 찰나 한국 디자이너인 선주님께서 포트폴리오 검토를 하시고 감사하게도 초대장을 주셔 드리블러로 활동하게 되었다.

이후 다양한 해외 클라이언트들과 더 폭넓은 모바일 작업을 하며 포트폴리오와 한국에서의 작업보다 훨씬 높은 페이를 받고 행복한 6개월을 지내다 무작정 해외로 가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호주는 조건 없이 갈 수 있으므로 호주에서 나를 원하는 회사를 몇 군데 컨택하고 신체검사와 출국 날짜를 잡아두고 있었다. 그때 한 스타트업 대표님으로부터 스타트업에 디자이너가 필요하니 Co-founder로 함께하고 싶다는 제안을 받고 심히 고민을 무려 3달이나 했다.

그렇게 나의 첫 스타트업에 합류하여 장장 2년을 함께했고, 2년간 스타트업의 생태계와 열정만 가지고 꾸었던 허황된 꿈과 현실에 대해 많이 깨닫게 되었다. 그간 프리랜서 잡을 멈추고 내가 가지고 있던 모든 예산을 생활비로 지출했다.(하지만 정신을 못 차렸는지 아껴 쓰는 생활을 실천하지는 못하여 모아둔 예산이 빨리 소진됨 ㅋㅋ)

그 스타트업을 나오기 전 나는 지금껏 가장 큰 걸 깨달았다. 난 돈이 좋고 부자가 되고 싶었다. 돈만 많이 벌면 행복할 줄로만 알았던 내가 목표의식을 잃고 무엇을 해야 할지 내가 그래서 하고 싶었던 것이 무엇인지 열정마저 잃자, 당장 수억 만금이 생긴다고 상상하더라도 하나도 기쁘지 않았다. 당장 내가 그리 가고 싶어 하는 몰디브에서 휴가를 보낸다고 상상하더라도 기쁘지 않았다.

그리고 난 그곳을 떠났고 지금 함께 하는 개발자 분과 만나 작업을 하고 있다.지금은 다시 열정도 넘치고 큰 목표도 있다. 내가 디자인한 제품이 완벽하지는 않아도 세상에 나와 누군가에겐 삶의 변화를 주고, 사용자들이 기뻐하는 것이 마냥 신기하고 즐겁다.

지금 나는 Nomad이다.내가 추위를 떠나고 싶다면 더운 나라에서 작업을 하고, 오늘은 바다가 보고 싶다면 바닷가 카페로 달려가서 작업을 한다. 환경이 좋은 곳에서 능률이 배가된다.2016년 1월 App Store 메인에 Featured 된 Baby Story 앱은 잠도 자지 않고 2주일 만에 완성하였다. 지금 생각해도 그때의 집중력은 대단했다.


이후 Photo 카테고리에 배너가 걸렸다.




올해도 빼곡한 스케줄로 나의 목표를 하나씩 채워나갈 것이다.2016년도의 목표를 달성하면 바로 몰디브로 떠날 것이다. 나에게 주는 보상으로.

나는 '자유로움'과 '내가 즐길 수 있는 일'을 한다는 것이 가장 큰 축복인 것 같다.나이를 한두 살 더 먹어가며 주변 친구들도 점점 나에게 흥미를 가지는 부분 또한 저 두 가지이다.
학벌이 내가 행복하게 사는데 문제가 되지 않았고, 10대에 공부를 잘하지 못한 것이 내가 자유롭게 직업을 선택하는데 걸림돌이 되지 않았다.
앞으로도 하고 싶은 공부도 나이에 개의치 않고 실컷 할 것이고 여행하고 싶은 곳도 마음껏 다니며 사람들이 좋아하는 제품을 계속해서 만들 것이다.
이것이 나의 행복의 '의미'이다.

최한솔
여행하며 앱 만드는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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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읽었습니다. 저를 포함해서 비슷한 고민을 하는 여학생들이 아직도 많으네요.. 좋은 모범을 보여주셔서 감사합니다.. 세상을 조금씩 바꾸는 사람들이 멀리 있지 않네요. 용기를 얻고 가요 ㅎㅎ 언젠가 함께 일해 볼 기회가 생긴다면 좋겠습니다..




@채주 네~ 꼭 원하는 행복한 삶을 사시길 진심으로 응원합니다!! 감사합니다




몰디브 가시면 Male의 Meraki 카페에서 꼭 커피 한잔하세요. 방금 열었는데 직접 로스팅하는 젊은 주인이 정말 진국입니다. 그런데 왜 몰디브를 가시려고요?정말 별거 없어요..요즘은 게스트하우스도 있지만 일주일이면...차라리 스리링카가 낫습니다.




@새롬 장소 추천 감사합니다. 저도 커피를 좋아해서 그런지 기대가 되네요 :) 몰디브는 아무생각없이 푹 휴식하러 가려구요. 관광과 주변 방해요소가 없는 몰디브는 항상 생각해왔던 장소예요~ 장기간 묵기에는 호텔들이 너무 고가라 ㅠㅠ 목표매출을 달성하고 떠나려 합니당 :)




인스타라이크를 통해 넘어와서 포스팅들을 보다 읽게되었는데 잘읽었습니다.
입대 전 혼자 여행하면서 '나는 나중에 뭘 하고 살까?'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해오던차였는데, 소중한경험을 공유해주셔서 감사해요.




안녕하세요~^^
에어비앤비를 검색하다가 우연히 알게되었는데
저와 비슷?한 성격에 비슷한 삶을 살아오신것 같아 반갑네요. 웹에이전시에,프리랜서에 게임좀비.성적표 조작까지... 제가 쓸글인줄 ㅋㅋ ^^;;;
이렇게 만나게되어서 반갑네요.




안녕하세요!! 진짜 제가 꿈꾸는 이상향 그대로를 걷고 계신분이네요 ㅠㅠㅠ
전 비전공자로 웹디자인쪽 접어들어서 일을 하고있어요..!
아직도 한국은 비전공에 대한 시선이 안좋아서 남들보다 두배세배 더 열심히 하려고 노력하고있습니다ㅠㅠㅠㅠ 인정받고싶어서 드리블이란 사이트도 알게되고 드리블 검색하다가 들어오게 되었는데..
드리블에서 활동 하려면 초대장이 필요하더라구요... 외국분들에게 찾아찾아서 보내도 답변이 없으시고 ㅠㅠ.. 혹시 포트폴리오를 보여드린다면 초대가 가능할까요..?ㅠ_ㅠ



안녕하세요^^ 우연한 기회에 한솔님의 글을 읽으면서 가슴 한켠에 제가 꿈꿔오던 꿈을 꺼내보았어요. 역시 도전하는 사람은 아름다워요. 잘 읽고 갑니다. 한솔님의 미래를 응원할께요.



디지털 노마드의 삶에 관심이 생겨 찾아보다 들어오게 되었네요. 많은 영감을 얻고갑니다!



멋진 인생 응원합니다. 엄지척~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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