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모메 식당을 본 사람치고 헬싱키 검색 안하는 사람 없을 것 같다.
오기가미 나오코(荻上直子) 감독의 영화 '안경'이 일본에서 개봉했을 당시에 마침 일본에 있었습니다. 기숙사에 함께 살던 언니들과 영화관에 가서 보고, 굉장한 충격을 받았던 기억이 납니다.
'영화가 뭔가 밍숭맹숭해."
이후 감독의 이전 작품들 카모메식당, 요시노이발관을 보고 이러한 풍의 영화를 자주 찾아보게 되었는데요. 하지만 그 때 처음 느꼈던 영화에 대한 감흥과 지금 보이는 의미는 사뭇 다릅니다. 나이가 들 수록, 여러 차례 다시 볼수록 또 다른 모습이 보이는 것 같습니다.
카모메 식당
감독
오기가미 나오코
출연
고바야시 사토미, 카타기리 하이리
개봉
2006 일본
영화 '카모메 식당'은 헬싱키에서 작은 식당을 운영하는 사치에(고바야시 사토미 分)와 그곳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게 된 미도리(가타기리 하이리 分), 마사코(모타이 마사토 分) 세 명의 여인이 주인공입니다. 식당의 주메뉴는 일본의 '소울푸드'라 여기는 '오니기리'. 식당으로 모여든 사람들의 사연이 밝혀지며 이야기가 잔잔히 전개됩니다.
▲ 영화를 보면 꼭 오니기리가 먹고 싶어 집니다.
오기가미 나오코 감독이 '카모메식당' 영화를 만들기 전에 작가 무레 요코에게 동일한 스토리의 소설을 의뢰하였다고 하는데요. 소설과 영화를 비교해서 읽어 보면 전반적인 스토리, 분위기는 비슷하지만, 소설을 통해서는 주인공 3인의 과거를 조금 더 자세히 알 수 있습니다.
카모메 식당
작가
무레 요코
출판
푸른숲
발매
2011.03.03
특히 영화를 보며 왜 갈매기 식당이지..? 의문이 들었는데, 소설에는 주인공 사치에가 항구시장 주변을 떠도는 갈매기(일본어로 카모메)를 보고 식당이름을 지은 것으로 되어 있습니다.
항구 시장에는 색색의 채소와 과일이 진열되어 있었다. 관광객도 많았다.
… 사치에는 푸훗 하고 웃고, 남쪽에 있는 실내 시장으로 발길을 돌렸다.
- p.37 ‘카모메식당’ (무레 요코 作 | 푸른숲)
항구시장과 실내시장
항구시장에서는 채소나 과일들이 맛있어 보였고, 신선한 생선은 (사치에도 발길을 돌려 찾아간) 실내 시장 올드 마켓 홀(Wanha Kauppahalli)에서 구경할 수 있습니다. 특히 올드 마켓 안에 수프 레스토랑이 있었는데, 맛이 굉장히 좋았습니다.
에스플라나디 거리와 아카데미아 서점
사치에가 영화 속에서 '카차만의 노래'를 흥얼거리며 걷는 에스플라나디 거리. 헬싱키의 메인 스트리트입니다. 핀란드를 대표하는 브랜드 상점들이 늘어서 있고, 중간에 네모난 공원도 하나 있어서 여독을 풀기에 좋았습니다.
사치에는 일부밖에 생각 나지 않는 카차만의 노래 가사를 카페 알토에 앉아 있던 미도리를 만나 완성시킵니다. 카페 알토는 핀란드 출신의 대표건축가 알토가 디자인 한 곳으로 아카데미아 서점 안에 있는데요. 깔끔한 디자인이 인상 깊었습니다.
▲ 어린이책장 옆에서 쭈그리고 앉아 책을 보았던 시간이 그립습니다. 커다란 창문으로 따스한 햇살이 들어오고 있었습니다.
트램과 사우나
헬싱키에서 사온 그림책 'Hooray for Helsnki!'에 헬싱키 트램의 디자인 역사가 그려져 있었는데요. 전기로 운행하기 시작한 것은 1920년대부터, 현재와 비슷한 디자인을 갖추게 된 것은 1950년대부터인 듯 합니다. 현재는 2000년대에 새롭게 디자인 된, (노란색이 빠진) 트램과 옛 트램을 둘 다 시내에서 만나 볼 수 있었어요. 영화에서는 미도리가 트램을 타고 돌아다니는 장면을 볼 수 있습니다.
(이미지출처: naver 영화)
영화에서 사우나를 하는 장면이 직접적으로 나오진 않지만, 사우나가 스토리에서 나름의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저는 전통 핀란드식 사우나를 체험할 기회는 없었지만, (전통식은 호숫가에서 사우나를 하며, 호수로 뛰어 든다죠?) 호텔 사우나도 뜨겁게 달구어진 돌에 물을 뿌려가며 하는 방식이었기 때문에 흥미로웠습니다.
지도를 보면서 우스펜스키 사원, 심플하고 아름다운 헬싱키대성당을 돌고 나니, 미도리는 엄숙한 기분이 들었다.
- p.79 ‘카모메식당’ (무레 요코 作 | 푸른숲)
미도리가 구경한 헬싱키대성당과 우스펜스키사원
저도 대성당을 보고, 우스펜스키사원으로 걸어갔는데요. 두 건축물이 전혀 다른 분위기였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초록빛 언덕 위에 있어 보다 조용하고 한적한 분위기였던 우스펜스키 사원이 카모메식당 소설, 영화 속에 그려진 헬싱키의 분위기와 더 닮은 것 같습니다.
카페 우르슬라와 카모메식당
영화에서 또 하나 인상 깊었던 장면. 주인공들이 모두 선글라스를 쓰고 카페에 나란히 앉아 광합성을 하는 신이 있습니다. 이 장면이 촬영된 카페 우르슬라에서 화이트와인 한잔과 새우 오픈샌드위치로 여행의 마지막 밤을 마무리 하였습니다.
그리고 호텔로 돌아가는 길에 현재는 원래 이름인 '수오미(Suomi)'로 운영되고 있는 카모메식당의 외관만이라도 구경하러 걸어가 보았습니다. 영화촬영지라는 거창한 타이틀이 어울리지 않는 동네의 작은 식당처럼 소박한 곳이었습니다.
▲ 카모메식당으로 걸어가는 길 풍경이 재미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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