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아버지의 영화
발레 자체가 아니라 발레라는 길을 걷기까지의
소년을 둘러싼 거칠고 따스한 세계에 대한 이야기.
재밌었다. 생각지도 못했던 가족애, 부성애.
극을 이끌어가는 아들-아빠의 관계가 재밌고
그 사이에 툭툭 던지는 대사들이 유쾌하고 사랑스럽다.
특히 늘 반대만 하던 아버지가 엘리의 꿈을 위해
시위를 빠져나와 열악한 일터로 돌아서는 장면이 압권이다.
시위에서 진두지휘하던 형이 아버지를 붙잡고
둘이 오열하는 장면. (진짜 맘찢 ㅠㅠ같이 엉엉 울었다)
그리고 막장같아만 보였던 남자 셋, 할머니 하나 가족이
티격태격하는게 점점 귀여워지고, 사랑스러워 보인다.
처음 왕립발레단 시험치러 갔을 때
그렇게 강한 남자같던 아버지의 쫄아있는 모습도 재밌고,
합격소식 후 빌리 짐을 서로 자기가 들고 가겠다고
투닥대는 형과 아버지의 모습도 재밌다.
그리고 가장 하이라이트는 역시 시간이 지난 후
빌리의 공연을 보러가러 가는 아버지와 형의 모습.
멍하니 티켓만 바라보다가 아들에게 끌려 기차를 내리고,
늦어서 에스컬레이터를 뛰어 올라가는 형 옆에서 멍하니 서있다가,
공연장에서 드디어 엘리가 등장할 때 눈에 눈물이 잔뜩 고여서
시뻘개진 채로 입을 헤- 벌리고 턱을 떠는 아버지의 모습.
아. 사실은 빌리 엘리어트가 아닌
아버지의 영화였는지도 모른다.
+ 아버지(재키 엘리어트) 역의 게리 루이스의 연기가 인상깊었다.
#2 대사들
가슴에 콕콕 박히던 대사들이 유독 많았다.
탄광촌 노동시위현장을 떠나 일터로
터벅터벅 돌아가는 아버지를 붙잡은 큰아들.
아버지 이게 뭐하는 짓이에요! 왜 배신때려요! 이러지 마요!
하니까 눈이 벌개진 아버지가 내뱉는 말.
“우리는 탄광에서 살며 일하는 게 전부야.
하지만 빌리는 아직 어려.
걔는 고작 6살이란 말이야 시발(damn)"
더이상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아버지를 꽉 안고 같이 오열하던 형의 모습.
엄마가 세상을 떠난 후, 하루가 멀다하고
반항하고 억압하고 싸워대던 그들의 뜨겁고 거친 포옹.
아버지도 울고 형도 울고 나도 울었다.
빌리가 시험치러 갔을 때,
"아빠, 그냥 포기할까봐요"
“죽기 싫으면 그런 소리 입에 담지도 마.”
"힘들면 집에 와도 되죠?"
“뭔 소리야, 니 방 집에서 빼버릴거야.”
이럼 ㅋㅋㅋ아버지 쿨내 진동
시험감독관들이 아버지에게 하던 말.
“이곳에 있는 학생들은 모두 가족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있습니다.
그래야 교과과정을 이수할 수 있구요,
빌리에게 가족들의 전폭적인 지지가 가능한가요?
그게 없이는 아무리 우수한 자질을
갖춘 학생들도 적응하기 어렵습니다.”
예술은 특히나, 돈 뿐만 아니라 전방위적 측면에서
가족들의 신뢰와 지지가 필요한 분야다.
일반적인 루트와 다른 세계이다보니
묵묵히 참고 기다려주고 지원해주는 발판이 필수이다.
이 영화가 뜨거운 이유는, 빌리가 발레라는 꽃을 피워내기까지
탄광촌이란 거친 현실에서 사투하는
다른 가족들의 모습이 공존하기 때문이다.
빌리는 높이 뛰어오르고 형과 아버지는
묵묵히 지하 탄광으로 내려간다.
영화 마지막 부분, 세월이 오래 지난 후
어른이 된 빌리의 공연을 보러 온
형과 아버지의 떨리는 모습이 감동을 넘어
숭고해보이기까지 하는 이유이다.
#장면들
발레 구경하다가 빌리가 부르는 소리에 뛰어가는 아버님.jpg
명대사로 자주 꼽히는, 빌리의 면접 장면.jpg
집에 통지서가 날아왔고, 긴장안한 척하는 긴장한 가족들의 모습.jpg
합격소식들고 달려간 아버지, "걔가 시발 해냈다고!"
드디어 떠나는 빌리의 짐을 서로 들겠다고 엄청 싸우는 형과 아빠.jpg
아빠가 이김.jpg
뭉클하고 유쾌한 장면들.jpg
형은 우리 늦겠다고 막 헐레벌떡가는데 아빠는 아들이 나온다는 공연 리플렛만 자꾸 들여다볼 뿐이다.jpg
날아오르는 빌리와 눈물이 그렁한 아빠의 얼굴.jpg
#코멘트
탄광의 거뭇함이 묻어있는 하얀 이야기 - NamelessSeed
춤이 시작되면 모든 것이 사라지고 몸 전체가 변하는 것 같고 몸에 불이 붙은 듯 하고
하늘을 나는 새가 되고 전기가 흘러요. 춤, 친구, 동료, 가족에 대한 감정과 마음이 참 애틋 - 미겔
1시간 51분
개봉일: 2001년 2월 (대한민국)
재개봉: 2017년 1월
감독: 스티븐 돌드리
음악: 스티븐 워벡, 웨인 헥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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