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탄소년단 뮤비 데미안 해석 일곱 가지, BTS 앨범 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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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탄소년단×데미안

방탄소년단의 인기가 뜨겁디 뜨겁습니다. 이미 방송과 인터넷을 넘나들며 수많은 기록을 세우고, 수상 경력을 쌓고 있는 그들의 인기를 언급하는 게 너무도 새삼스러울 정도입니다. 빌보드와 오리콘 차트를 점령하고, 미국을 비롯한 97개국 아이튠즈 앨범 차트의 1위를 석권하고, 전 세계 소셜 플랫폼의 화제도를 상징하는 빌보드 '소셜 50' 차트의 정상을 차지하는 등…. 갓 스물이 넘은 그들은 이미 세계를 무대로 활동하고 있군요.

본래 방탄소년단의 노래들을 꽤 좋아하긴 했지만, 이런 글을 쓰기까지는 올해 가을 발매된 ‘WINGS’ 앨범과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의 관계가 화제가 된 덕택입니다. 이 앨범은 티저 형식의 쇼트 필름부터 뮤직비디오와 곡의 구성에 이르기까지 전체 콘셉트를 고전문학인 <데미안>에서 빌려 왔습니다. 아이들 그룹의 앨범이 고전문학의 오브제와 모티브에서 영감을 빌려 왔다는 자체가 (고전에 대한 가벼운 접근이라거나 상품화라거나 하는 비판이 있을 순 있겠지만) 꽤나 멋진 일이 아닐까 싶었습니다.

(그렇지만 퍽 '무거운' 책을 내는 출판사의 직원으로서 개인적인 의견을 말하건대, 도대체 책에 대한 '가벼운' 또는 '진지한' 접근이란 기준은 무엇인가요? 그 기준은 누가 정하나요? 다 얼척없는 이야기라고 봅니다.)
 


‘WINGS’ 앨범의 쇼트 필름 캡처 화면


 

“새는 알을 깨고 나오려 힘겹게 싸운다. 알은 세계이다. 태어나려고 하는 자는 세계를 깨뜨려야 한다. 새는 신에게로 날아간다. 그 신의 이름은 아브락사스다.”
- <데미안>(김인순 역/ 열린책들) 중
#그들의 곡 안에 묻어 있는 고전문학의 향취

특히 방탄소년단의 음악 작업을 이끌고 있는 멤버 랩몬스터는 “저도 어렸을 때 고전문학으로 읽었을 때는 ‘어떻게 읽었지’ 생각이 들었는데 자라서 다시 읽으니까 다른 기분이 들더라”면서 “많은 팬분들이 이 기회로 <데미안>을 많이 읽으시고 ‘고전문학을 읽게 하는 아이돌’이라는 말씀을 해주셔서 좋다”는 인터뷰를 하기도 했죠. 더불어 책에 대한 '가벼운 상품화' 정도로 치부하기엔 이들의 과거 작업들의 일관된 메시지와 스토리 라인이 진정성 있게 우리를 사로잡습니다. 각 멤버들의 출중한 작사 작곡 실력도 두드러지고요.

그래서 이번 글에선 2013년 6월 데뷔한 이래 그들의 곡들을 고전문학의 프리즘으로 들여다 보는 기획을 마련해 보았습니다. 총 2회에 걸쳐 진행될 이번 글의 제목은 ‘고전문학으로 방탄소년단을 '읽는' 일곱 가지 방법’입니다. 1)반항과 2)성장, 3)파괴/영감과 4)자의식, 5)성(性), 그리고 6)노력과 7)꿈까지 총 일곱 키워드를 통해 방탄소년단의 노래들과 고전문학 작품들을 이어 보려고 합니다.

결국은 방탄소년단의 멋진 곡들에도 오랜 고전문학의 향취가 묻어 있을 수밖에 없다는 것, 저 오래 전 위대한 문학 속의 문제적 주인공들이 있어야 할 곳은 책 ‘속’이 아니라 지금 10대와 20대들의 ‘곁’이어야 한다는 것- 저희들 모두 그런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 책은 음악에 비하여 다소 지루하거나 어렵게 느껴지는 게 사실이지만, 이번에 밥 딜런의 노벨문학상 수상에서도 알 수 있듯, 문학과 음악은 언제나 깊고 그윽하게 연결되어 있습니다. 방탄소년단의 멤버들이 중세에 태어났다면 그들은 시를 짓고 노랠 부르며 뭇 귀부인들의 마음을 훔치는 음유시인이 되었을 게 분명합니다.

그럼, 시작하겠습니다.



1. 반 항

방탄소년단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가장 기본적인 코드는 ‘반항’입니다. 애초에 이들의 그룹명부터가 직접적인 반항과 저항을 상징합니다. ‘방탄’은 총알을 막아낸다는 뜻으로, 편견과 억압을 받고 있는 이 땅의 10대와 20대들을 위해 노래한다는 게 멤버들이 내세우는 모토이니까요. 자신들의 정당한 음악적 가치를 지켜낸다는 것도 물론입니다.

2013년 그들의 시작을 알렸던 데뷔 싱글 ‘2 COOL 4 SCKOOL’ 때부터 방탄소년단은 반항의 가치를 강렬하게 노래했습니다. 그들은 다소 복고적인 갱스터풍의 첫 데뷔곡 ‘No More Dream’에서 획일화 된 성공 법칙을 강요하는 기성 세대에 반항합니다. 그들은 ‘어른’들의 훈계와 가르침을 ‘위선’과 ‘거짓말’이라고 단언하며, 그들에게 휘둘리고 있는 나약한 청소년들을 향해 “더 이상 꾸물거리지 말라”고 일침을 놓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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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요된 꿈은 아냐, 9회말 구원투수
시간 낭비인 야자에 돌직구를 날려
지옥 같은 사회에 반항해, 꿈을 특별 사면
자신에게 물어봐 네 꿈의 profile
억압만 받던 인생 네 삶의 주어가 되어 봐
- 방탄소년단 ‘No More Dream’ 중
기성세대와 체제에 대하여 반항의 목소리를 높이지만, 그런 시스템과 문화에 괴롭힘을 당하는 10대들을 향해 “맞서 싸워야 한다”고 마치 꾸짖듯 노래하는 것이 방탄소년단의 특징입니다. 마치 20여 년 전 신드롬을 불러 일으켰던 서태지와 아이들의 ‘교실 이데아’와 유사하게 말이죠. 자신들의 동년배, 또는 동생들에게 ‘너희 지금처럼 안주해선 안 된다’고 노래합니다. 그들의 첫 앨범 ‘O!RUL8,2?’의 타이틀곡 ‘N.O’도 그렇고, 첫 정규 앨범 ‘DARK&WILD’의 ‘핸드폰 좀 꺼줄래’와 올해 낸 2집 앨범 ‘WINGS’의 ‘Am I Wrong’도 같은 맥락입니다.

미니앨범 ‘Skool Luv Affair’의 ‘등골브레이커’에선 부모의 등골을 휘게 만들면서 수십 수백 만 원 짜리 패딩을 입는 청소년들을 시쳇말로 '속 시원하게 깝니다'. 그런데 그들은 속 빈 강정뿐인 말들을 반복하며 남의 인생에 참견하려는 소위 '어른'들을 동시에 '깝니다'. 말 그대로 네 편 내 편이 없는 전면적인 반항입니다.


수십짜리 신발에 또 수백짜리 패딩
수십짜리 시계에 또 으스대지 괜히
교육은 산으로 가고 학생도 산으로 가
21세기 계급은 반으로 딱 나눠져
있는 자와 없는 자
신은 자와 없는 자
입은 자와 벗는 자
또 기를 써서 얻는 자
- 방탄소년단 ‘등골브레이커’ 중
그리고 이렇듯 거꾸로 매달리고, 지지부진하고, 구역질나는 세계 속에서 벌이는 '전면적인 반항'은 방탄소년단의 발명은 아닙니다. 가장 유명한 고전문학의 예로는 알베르 카뮈의 <이방인>을 들 수 있겠습니다. 단지 해변가의 '태양빛이 너무 강렬하다'는 이유로 어느 아랍인을 총으로 쏴 죽인 주인공 뫼르소는 세계문학사에서 가장 충격적인 주인공 중 한 사람입니다. 그의 반항에는 동지도 없었고, 이념도 없었으며, 핑곗거리도 없었습니다. 그는 그저 살인을 저지를 뿐입니다. 무심하게.

 
알베르 카뮈


나는 내 삶과 이제 곧 닥칠 죽음에 대해 확신해.
그래, 나한텐 그것밖에 없군.
하지만 적어도 나는 그 진실을 꽉 움켜쥐고 있어.
그 진실이 나를 꽉 쥐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말이지.
나는 이전에도 옳았고 여전히 옳고, 언제나 옳아.
난 이런 식으로 살았어. 아마 다른 식으로 살 수도 있었을 테지.
나는 이런 걸 했고, 저런 걸 하지 않았어.
이런 일을 하지 않는 대신 다른 일을 했지.
그래서 어떻게 됐느냐고? 바로 이렇게.
- <이방인>(김예령 역/ 열린책들) 중
수백 만이 서로를 무참하게 살육하던 20세기 초. 프랑스인 뫼르소는 살인이라는 극단적인 방식을 통해서 자신의 인간성을 입증해야 했습니다. 그는 자신의 죄를 정직하게 직시하고 감내함으로써, 그 어떤 종교와 철학과 시스템에도 의존하지 않고 철저하게 고독한 죽음을 택함으로써 인간의 실존과 존엄함을 증언했습니다. 이 소설은 당대를 휩쓸었던 실존주의 철학의 문학적 집대성이었고, 카뮈는 이 작품으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하기도 했습니다.
 


2. 성장

방탄소년단의 많은 팬들께서 멤버들 한 사람 한 사람에 주목하고 팬덤을 이루는 건 놀라울 정도입니다. 진, 슈가, 제이홉, 랩몬스터, 지민, 뷔, 그리고 정국까지 일곱 명의 남성 멤버들은 각자의 개성과 멋을 뽐내면서 듬뿍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그들은 방탄소년단이라는 하나의 이름으로 뭉쳤지만, 결국 각자의 아이덴티티와 재능을 통하여 팬들과 호흡하고 있습니다. 뛰어난 개개인이 없는 뛰어난 그룹은 있을 수 없습니다. 두 번째 키워드 '성장'을 말하기에 앞서 '개인'을 말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철학자 프리드리히 빌헬름 니체는 “집단을 이루며 떼지어 몰려다니는 사람들은 본질적으로 천박하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이 말은 지나치게 인간에 대하여 냉소적이고, 니체는 (그의 위대한 철학적 유산에도 불구하고) 결국 정신병에 걸려 쓸쓸하게 죽고 말죠. 그러나 다른 사람들에게 휩쓸리지 않고 산다는 것-강인하고 꿋꿋한 개인성의 발견은 곧 자신의 주위를 둘러싼 체제와 문화에 대한 반항으로 연결됩니다. 남과 조금만 다르면 온갖 편견과 고정관념으로 사람들의 취향을 평준화 시켜 버리는 이 한국 사회에서는 더더욱 그 반항이 절실해질 수밖에 없죠.


방탄소년단 '피 땀 눈물' 뮤직비디오 화면 캡처

여기서 반항의 키워드는 성장의 가치와 연결됩니다. 성장하는 일은 어쩌면 그 모든 ‘외부의 힘’으로부터 자유롭게 홀로 꿋꿋이 설 수 있는 ‘자기 자신’을 발견하는 일일 것이기 때문입니다. 요컨대, 성장하는 일은 나를 발견하는 일입니다. 성장하는 일은 외로움을 견디는 일이고, 그 모든 악다구니들과 허섭 쓰레기들이 다 쓸려 지나간 뒤 내게 남아있을 ‘나만의 것’을 찾아나서는 일입니다.


나를 부드럽게 죽여줘
너의 손길로 눈 감겨줘
어차피 거부할 수조차 없어
더는 도망갈 수조차 없어
니가 너무 달콤해 너무 달콤해
너무 달콤해서
- 방탄소년단 ‘피 땀 눈물’ 중

글쓴이 : 열린책들 박성열 에디터 
열린책들 디지털콘텐츠팀 팀장. 기자와 서점 MD를 거쳐 파주출판도시에 몸 담고 있다. 출판업의 격변과 불황, 그리고 가능성을 팀원들과 함께 몸소 겪어내는 중이다. 도스또예프스끼를 가장 좋아한다. bookpark@openbooks.co.kr


그러나 ‘홀로’ 두 발로 대지를 딛고 서서 성장하는 일은 쉽지 않습니다. 위에서 얘기했듯 방탄소년단 ‘WINGS’의 컨셉은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에서 따 왔는데요. 헤세는 니체의 큰 영향을 받고 카뮈와 동시대를 살았던 독일의 문호이고, <데미안>은 인류 고금의 성장소설 중 가장 아름다운 백미입니다. 이 앨범의 컨셉과 뮤직비디오의 영상이 <데미안>의 내용을 형상화 하고 있는 지점은 이미 많은 분들께서 세세하게 분석을 해 주셨습니다.
 
특히 자기 자신을 발견하기 위해 치열하게 노력하던 10대의 싱클레어가 '이미 완성된 세계'인 데미안에 대하여 느끼는 그 복합적인 애증의 감정을 위의 ‘피 땀 눈물’ 가사가 잘 드러내주고 있습니다.
 

나는 오직 내 마음속에서 절로
우러나오는 삶을 살려 했을 뿐이다.
그것이 왜 그리 어려웠을까?
-<데미안>(김인순 역/ 열린책들) 중
자기 자신이 되는 일. 어느 누구에게도 의존하지 않고, 자신의 생각으로, 자신의 언어로, 자신의 몸뚱이로 이 세계에 정당하게 맞서는 일은 정말이지 끔찍할 정도로 괴롭고 어렵습니다. 그건 단순히 나이가 많이 들었다고 해서 자동으로 획득되는 열매가 아닙니다. 방탄소년단의 멤버들도, 그들을 사랑하는 팬들도 자신만의 경로를 밟아 하나의 세계를 창조해 나갈 것입니다.
 



헤르만 헤세
 
그리고, 방탄소년단의 스페셜 앨범 ‘화양연화’에 수록된 섹시한 비트와 리듬의 곡 ‘이사’를 보면 그들은 어느 정도 훌쩍 어른이 되어버린 것 같군요. 그것에 ‘성장’의 이름을 붙이는 건 멤버 각자의 몫이겠지만….
 

17평 아홉 연습생 코찔찔이 시절
엊그제 같은데 그래 우리도 꽤 많이 컸어
좋은 건 언제나 다 남들의 몫이었고
불투명한 미래 걱정에 항상 목 쉬었고
연말 시상식 선배 가수들 보며 목 메였고
했던 꾸질한 기억 잊진 말고 딱 넣어두자고
우리의 냄새가 나 여기선
이 향기 잊지 말자 우리가 어디 있건
울기도 웃기도 많이 했지만 모두 꽤나 아름다웠어
- 방탄소년단 ‘이사’ 중

 
3. 파괴, 그리고 영감
 
그러나 우리가 언제나 건강하고 온건하게 성장할 수 있는 건 아닙니다. 모든 사람들이 아름다운 과정을 밟으며 성장하는 세계는 상상 속에서나 가능할 거예요. 에밀 싱클레어 또한 막스 데미안과 헤어진 후 자살 충동에 시달리며 홀로 거리를 배회하기도 했죠. 남과 다른 나 자신을 받아들이는 것, 자신이 맞닥뜨린 높은 현실의 벽을 회피하지 않고 정정당당히 맞서는 것은 두렵고 힘든 일이니까요.
 
일상이라고 다를 바 없습니다. 해야 할 수많은 일들을 미뤄두고 게으름을 피울 때, 우린 얼마나 스스로를 혐오하기 쉬운가요. 성장에 대한 욕구만큼이나 자기 혐오, 자기 파괴에 대한 욕망은 강렬합니다. 나아가 자신을 괴롭게 만드는 이 사회와 세계에 대한 파괴의 욕망에 휩싸이기도 하죠.
 

아아, 이제는 잘 안다,
사람들이 자기 자신에게 이르는 길을 가는 것보다
더 거부감을 느끼는 것은
이 세상에 결코 없다는 사실을!
- 헤르만 헤세 <데미안>(김인순 역/ 열린책들) 중
그러한 좌절감은 우리 모두의 통과 의례일 거예요. 젊은이들이 맞서야 하는 현실에 대한 절망적인 인식은 수만 년 전이나, 수백 년 전이나, 지금이나 전혀 다르지 않습니다. 방탄소년단도 그것을 잘 알고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그들은 때때로 겁을 냅니다. 자기 자신의 “버려진 미래”와 “매서운 주위의 시선들”을 의식하며 헐떡거립니다.
 

숨이 차오르고
뒤틀린 현실에 눈 감는 매일 밤
울리는 비극의 오르골
But 이 죄를 벗기엔
그걸 잊는 게 당최 포기가 안 돼
그 입술이 너무 달콤했기에
연애에 취해서 버려진 미래
깨어나고 볼 땐 이미 사방엔 지뢰
건드릴 수 없는 매서운 주위의 시선들
- 방탄소년단 ‘WINGS Intro: Boys Meets Evil’ 중
무언가 새롭게 달라진 나 자신을 위하여 애원하지만, 현실은 만만치 않기 때문이죠.
 

웃기지 어릴 땐 뭐든 가능할거라 믿었었는데
하루를 벌어 하루를 사는 게 빠듯하단 걸 느꼈을 때
내내 기분은 컨트롤 비트, 계속해서 다운되네
매일매일이 Ctrl+C, Ctrl+V 반복되네
갈 길은 먼데 왜 난 제자리니
답답해 소리쳐도 허공의 메아리
내일은 오늘보다는 뭔가 다르길
난 애원할 뿐야
- 방탄소년단 ‘Tomorrow’ 중
그렇지만 이런 좌절감과 자기 파괴에의 욕망은 때론 영감의 원천이 되기도 합니다. 파괴가 영감을 낳습니다. 새가 알을 깨뜨리듯, 기존의 것들을 깨뜨려야 새로운 것이 탄생합니다. 그것이 그들의 ‘WINGS’ 쇼트 필름들과 ‘피 땀 눈물’의 뮤직비디오가 보여 주는 스토리텔링이기도 합니다. 특히 그들의 ‘화양연화’ 앨범의 타이틀 ‘불타오르네’는 바로 이러한 파괴→창조의 과정을 극적으로 보여 주고 있습니다. “싹 다 불태워라”는 그들의 외침은 파괴를 통해서 새로운 것을 찾으려는 젊은 세대의 욕망을 함축합니다.
 
그래서 노래의 마지막에 슈가가 "용서해 줄게"라고 말하는 부분은 의미심장합니다. ‘용서’는 ‘힘’을 가진 자만이 할 수 있습니다. 방황하는 사람, 자기 연민과 자기 혐오에 시달리는 사람, 나약한 사람은 뒤따라오는 사람에게 “괜찮다, 네가 나와 같이 죄를 짓더라도 내가 널 용서해 줄게. 겁내지 마”라는 말을 할 수 없습니다. 자신을 얽매고 있던 현실의 굴레를 떨치고 난 후, 자신의 기준으로 세상에 맞설 수 있는 사람만이 “내가 널 용서해 줄게”라는 대담한 말을 할 수 있습니다.
 


스탕달
 
파괴와 영감의 관계를 드러내는 고전문학 작품은 한둘이 아닙니다. 이중에서도 스탕달의 <적과 흑>은 쥘리앵 소렐이라는 한 하층민 출신의 야심만만한 젊은이가 19세기의 억압적인 프랑스 사회 전체와 맞서는 이야기입니다. 그러나 그의 야심은 애시당초 파괴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결국 자신이 사랑했던 레날 부인을 총으로 쏘고, 그의 운명은 파국으로 치닫습니다.
 

나는 지금 이 지하 감옥에 고립되어 있지.
그렇지만 저 지상에 있을 때는 고립되어 살지 않았어.
나는 의무에 충실한 삶을 살았어.
옳건 그르건 스스로 의무를 규정해서 나 자신에게 부과했지….
- <적과 흑>(임미경 역/ 열린책들) 중
그러나 감옥에서 쥘리앵 소렐은 진정한 자신을 찾습니다. 삶의 종말을 눈앞에 앞두고서야 말이죠. 자신을 돌봐 주는 레날 부인과 함께 지내며 그는 새로운 언어와 새로운 감정, 그리고 자유를 얻습니다. 쥘리앵은 자신의 마음속을 분명히 들여다봄으로써 ‘예전 야망에 사로잡혀 있을 때는 곁에 두고도 놓친 행복’을 마침내 찾아냅니다. 옮긴이의 말대로 “사회는 그를 감옥에 가두었지만, 그 감옥에서 오히려 그는 참다운 행복을 누림으로써 사회에 복수”합니다.
 
내가 나 자신을 경멸하게 된다면 나한테 무엇이 남아 있겠습니까?



나도 예전에는 야망에 차 있었지요.
지금 그걸 자책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그때는 이 시대의 조류에 따라 행동했을 뿐이니까요.
지금 나는 주어진 그날그날을 열심히 살아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내가 뭔가 비열한 짓을 저지른다면
나는 이 지방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스스로 몹쓸 인간이 되고 마는 것입니다.
- <적과 흑>(임미경 역/ 열린책들) 중
사람은 누구나 반항하고, 성장하며, 때때로 파괴의 욕망에 휩싸이곤 합니다. 위에서 언급한 알베르 카뮈, 헤르만 헤세, 그리고 스탕달과 같은 작가들은 그런 욕망을 예술적 영감으로 고양시킬 수 있는 사람들이었습니다. 방탄소년단 또한 자신들의 욕망을 자신들이 창조하는 음악으로 승화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들의 욕망은 우리 팬들의 욕망과 다르지 않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그들에게 환호하고 있는 것일 테고요.
 
(2회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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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사진운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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