멋쟁이 남자들의 이야기 댄디즘|쥘 바르베 도르비이 지음|고봉만 옮김|이봄|168쪽|1만3000원
댄디, 오늘을 살다|김홍기 지음|아트북스|364쪽|1만5000원
"넥타이는 너무 세워도 조여도 안 된다. 향수나 화장으로 덕지덕지 자신을 포장하지도 않는다. 지나치게 꾸미려고 애쓴 흔적을 보여주는 건 언제나 최악이다. 어떤 경우에도 흥분하지 않는다. 세상사에서 한발 물러나, 이를 물끄러미 관조하고 또 감정한다."
댄디(Dandy)는 19세기 영국에서 처음 그 싹을 틔웠다. 넥타이와 장갑, 반듯한 바지에 집착하는 젊은 청년들. 이들은 유행을 경멸했다. 금장 단추와 리본을 배척하고, 순백의 셔츠만 골라 입으며 늘 단정하고 말끔한 모습을 고수했다. 일부에선 이들을 한심하고 우스꽝스럽다고 생각했지만, 프랑스 작가 쥘 바르베 도르비이(D'Aurevilly·1808~1889)는 반대였다. 그는 영국의 전설적인 한량이자 멋쟁이였던 조지 브러멜(Brummell)의 삶을 좇으며, 우매한 군중과 함부로 섞이지 않고 평생을 우아하게 살다 간 남자의 모습을 '댄디즘(dandyism)'이라는 이름으로 정리한다.
흔히들 '댄디'를 경박한 겉치레와 허세의 대명사로 생각했지만, 도르비이는 거꾸로 이 속에서 몰개성과 속물근성 속에서 싸우는 인간을 읽었다. 물론 그건 도르비이 역시 댄디족(族)이었기에 가능한 일이기도 했다. 패션 큐레이터 김홍기 역시 마찬가지다. 그는, 새로 펴낸 책 '댄디, 오늘을 살다'에서 현대의 '피로 사회' 속에서 버티려면 댄디즘으로 무장하는 수밖에 없다고 역설한다.
◇무심한 듯 시크하게, '댄디'로 살라
'멋쟁이 남자들의 이야기―댄디즘'. 1845년 쥘 바르베 도르비이가 쓴 에세이 '댄디즘과 조지 브러멜'에 불문학자 고봉만과 미술사학자 이주은이 해설을 덧붙여 펴냈다. 조지 브러멜(1778~1840)은 영국의 평민 집안 출신으로, 훗날 조지 4세가 된 영국 왕세자 휘하의 경기병 연대 기수로 들어가 왕세자의 총애를 받게 된다. 남다른 취향, 세련된 옷차림과 매너. 그는 영국 상류사회와 사교계를 20년 동안 휘어잡았고, 세상 사람들은 그를 '멋쟁이(Beau)'이라고 불렀다.
도르비이는 이런 브러멜에게서 신화(神話)를 찾았다. 브러멜에겐 세상을 매혹시킬 능력이 있었지만, 그는 난봉꾼으로 살지 않았다. 매일 '포도주를 고를 때처럼 까다롭게 선별한 손님을 초대해' 식사를 했고, '몸단장을 하는 데 10시간씩이라도 들였지만, 일단 차려입고 나면 옷 따위는 중요하지 않다는 것처럼' 행동했다. 패션 잡지에 흔히 나오는 '무심한 듯 시크하게'라는 수식어를 브러멜은 일찌감치 실천했던 셈이다.
새하얀 셔츠를 입은 화가 폴랭 겔랑(왼쪽), 항상 백합이나 해바라기를 옷깃에 꽂았다는 소설가 오스카 와일드(가운데), 세련된 미감을 자랑했던 프랑스 시인 몽테스키우스(오른쪽). 모두‘댄디’의 표상이다. /이봄 제공
김홍기 역시 비슷한 조언을 던진다. 그는 욕망으로 얼룩진 우리 사회의 단면을 보여주는 김태연·최윤정·조미숙·김현정 같은 현대 화가의 작품을 앞에 놓고, "상품 구매를 무의식적으로 밀어붙이는 브랜드의 힘에 오늘도 '댄디'하게 맞서라"고 말한다. 그에게 있어 '댄디'는 "관습을 존중하되 그것을 가지고 놀 수 있는 섬세한 정신의 소유자"이자 "자기 나름의 방식을 소유한 위대한 아티스트"다.
◇고고하게, 고매하게
댄디가 되는 건 그러나 말처럼 쉽진 않아 보인다. 미술사학자 이주은은 '영국 왕 조지 4세는 살이 불어나자 코르셋을 착용해 허리를 조였다. 하지만 이런 부자연스러운 연출은 댄디가 추구하려 했던 우아함과는 거리가 한참 먼 것'이라고 썼다. 김홍기는 "선비 정신"이라는 말로 설명했다. "서양의 댄디는 우리의 선비 정신과 통합니다. (중략) 각진 큐브의 세계에 편입되지 못해 안달하기보다, 대나무 숲을 소유하는 댄디이고 싶습니다." 어쩌면 '우아하다'는 건'외롭다'는 말의 또 다른 표현일지도 모르겠다.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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