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는 위대합니다. 83회 아카데미는 5억 친구를 등에 업은 <소셜 네트워크> 를 뒤로하고 위대한 두 친구를 선택 했습니다. 아카데미 위너 <킹스 스피치>가 바로 그 주인공입니다. 영화 킹스 스피치는 조지 6세의 실화를 바탕으로 제작되었으며 왕으로서 치명적인 컴플렉스인 '말더듬이'인 그가 언어치료사 리오넬 로그를 만나 그것을 극복해 나가는 과정을 담았습니다.
그는 항상 사람과 대중들 앞에 나서길 두려워합니다.
우리는 각자 한가지씩은 '컴플렉스'를 안고 살아갑니다. 선천적이든 후천적이든 내가 가지고 있는 컴플렉스는 자신을 위축 시키고 그 존재 자체만으로도 고민거리 입니다. "나는 왜 완벽하지 않을까?" 자신에게 묻곤 하지만 돌아오는 답변은 없습니다. 그것도 그럴 것이 사실 '완벽한 사람'은 없습니다. 누구에게나 한가지씩 컴플렉스가 있을것이고 '완벽한 사람'이 아닌 '완벽해 보이는 사람'들만이 있을 뿐 입니다. 무결점에 완벽해 보이는 이들에게도 숨기고 싶은 컴플렉스가 있기 마련이고 이 영화의 주인공 알버트 왕자[조지 6세]가 바로 그런 사람입니다.
자신의 형 다음으로 왕위계승권 2위 왕자이며 사랑하는 아내와 아이들이 있는 가정이있고 타고난 능력과 기질까지 갖춘 '완벽해 보이는 사람'인 알버트는 행복하지 않습니다. 그 이유는 자신의 오랜 컴플렉스인 '말더듬이' 때문입니다. 국가의 리더로써 대중에게 어필해야하는 왕이 연설을 못하고 말을 더듬는 다는것은 최악의 컴플렉스이기에 그는 자신의 컴플렉스를 고치기위해 노력합니다. 하지만 고된 치료법들도 그를 바꾸지 못했고 계속되는 실패에 그는 지처있습니다.
컴플렉스를 가지고 그것을 극복하려는 사람들에게 두가지 유형이 존재합니다. 하나는 자기 자신이 극복의지를 가지고 컴플렉스를 극복해 나가는 능동적인 사람들, 또 하나는 주위에 기대와 질책등에 떠밀려 컴플렉스 개선을 '강요'받아 움직이는 수동적인 자세를 가진 사람들입니다. 주인공 알버트 왕자는 후자이며 어릴적부터 '왕자'로서 완벽함을 강요받으며 살아왔습니다. 알버트 왕자의 아버지 조지5세는 어린 알버트의 안장다리를 고치기 위해 매번 고통스런 밤을 보내게 하였고 그가 말을 더듬지 않게하려고 '버-버-버-버티'라는 비아냥을 듣고 자라게 하였습니다. 심지어 조지 5세는 영화 첫 성탄절 연설씬에서 볼 수 있듯이 여전히 알버트에게 호통치며 꾸짖습니다. 시간이 흘러 한 가정의 가장이 된 알버트 왕자지만 아버지의 질책은 현재진행형입니다.
주로 이렇게 강요와 질책에 의해 자란 케이스는 결과가 좋지 못하며 알버트 왕자 또한 그렇습니다. 왕자로서의 중요한 능력부재와 계속 되는 컴플렉스 개선의 실패, 왕실구성원임에 받는 기대와 강요...이 모든것은 알버트 왕자가 뛰어난 능력을 가지고도 남들 앞에 나서지 못하는 주변인으로 만들었으며 왕으로서 무책임한 형의 문제를 알고도 형과 왕족의 그늘 아래 묻혀 조용히 살고 싶게끔 합니다. 역사책에 의하면 조지6세는 손에 꼽히는 훌륭한 국왕이라고 하는데 영화 초반부 알버트 왕자의 모습에선 그러한 리더의 모습을 찾아볼 수 없지요.
그에게 필요한건 유능한 DR.가 아닌 친구가 아닐까?
그런 그에게도 특별한 일이 생깁니다. 바로 자신의 마음을 터놓을 '친구'가 생긴겁니다. 아내 엘리자베스가 소개한 언어 치료사인 '리오넬 로그'는 그의 생애의 첫번째 친구이자 치료사입니다. 대뜸 왕자인 자신에게 '버티'라는 애칭을 부르고 동등한 위치에서 마주하겠다며 터무니없는 방식으로 접근하는 로그를 거부했던 알버트지만 점차 그에게 신뢰를 보이며 마음을 엽니다. 이전 치료사들과는 달리 로그는 요법에 의한 치료보다 알버트의 마음속 깊은 트라우마와 컴플렉스에 원인 대해 듣길 원했으며 사생활에 엄격하고 자존심이 강했던 '왕자'알버트도 자신이 자발적으로 대화를 나누기위해 로그를 찾아가게 됩니다.'의사와 환자''왕족과 평민'사이를 허문 진실된 우정을 나누며 그와 동시에 누군가의 강요가 아닌 자신이 선택한 방법으로 컴플렉스 개선에 적극적으로 치료에 임하는 알버트. 로그와 함께한 시간이 길어질수록 그는 변하고 있으며 컴플렉스와의 싸움은 그에게 있어 더이상 혼자만의 싸움이 아닙니다.
다시 돌아보면 초반부 알버트 왕자에게있어 '필요한 것' 이란 무엇이었을까요 ? 이 영화를 보다보면 그에게 필요했던 것은 '스피치'나 '자신감 , 용기' 따위가 아니라 '마음을 터놓을 친구'가 아닐까요? 자신의 어릴적 트라우마와 치명적 컴플렉스는 노력한다고 잊을수 있는것도, 수많은 요법으로 치료한다고 개선되는것도 아니었습니다. 고독하고 지처있던 그에게 필요 했던건 자신의 마음을 털어놓고 자신의 단점을 보완해 줄 친구였고 치료내내 이 둘은 '의사와 환자'가 아닌 그저 여느 친구사이와 다를바 없습니다. 아버지, 가족, 취미, 슬픈기억, 사소한 이야기 들을 나누며 때론 서로에게 언성을 높여 싸우기도 하지만 곧 서로를 이해하고 화해합니다. 그리고 이러한 둘 사이 우정이라는 이름의 진실된 치료만이 알버트를 치유할 수 있었습니다.
알버트는 중요한 연설을 앞두고 리허설 연습을 가지려 하는중 대주교의 뒷조사에 의해 로그가 인정받은 전문가가 아님을 알게되지만 지금 그는 로그가 자격증이나 학위를 가진 유능한 의사나 'DR.로그선생'이 아니어도 괜찮습니다. 지금 자신에게 필요한건 수많은 의사와 유능한 선생 나부랭이가 아닌 나를 변화시킨 단 하나의 친구입니다.
영화 중간중간 연설장면마다 항상 관객들을 조마조마하게 만든 그의 말더듬기가 영화가 끝나고 난 뒤에는 더이상 걱정되지 않는것은 리오넬이라면 믿고 맡길 수 있기 때문이라는 생각도 해봅니다
영화는 막바지로 접어들고 알버트가 '조지6세' 새로운 영국의 왕이 되었지만 아직도 그의 말 더듬기는 도저히 개선될 기미가 보여지지 않습니다. 그리고 첫 연설장면 때까지도 그는 말을 더듬습니다. 하지만 그의 친구와 함께한 첫 연설은 성공적이었고 이 감동적인 연설을 들은 전시상황속 국민들은 국왕 조지6세의 연설에 힘을 얻고 궁앞으로 나와 새로운 국왕의 가족을 환영합니다. 이 모든것은 그의 친구 리오넬 로그가 늘 그의 옆에 있었기에 가능했습니다. 연설을 끝마치고 박수를 받으며 나오는 그에게서 더이상 불행한 말더듬이의 모습을 찾아볼 수 없었고 앞으로 수없이 많을 연설에 두려워하며 고민하지도 않습니다. 그는 왕이 되었습니다.
자칫 지루할 수 있는 둘만의 소소한 이야기 . 하지만 제프리 러쉬가 한번씩 터뜨려주는 위트있는 대사가 관객들을 달래줍니다.
이 영화 <킹스 스피치>는 항상 마음속 깊은 상처와 외적인 컴플렉스로 고독해했던 알버트 왕자가 후에 위대한 국왕 조지6세가 될 수 있게한 리오넬 로그와의 진실된 우정을 비추어 서로의 소중한 우정이 이러한 위대한 결과를 낳을 수 있음을 보여주었고, 동시에 내가 가진 주변에 작지만 소중한 인연을 다시금 돌아보는 계기가 되게 할 좋은 영화가 아닌가 합니다.
하지만, 한가지 이 영화의 단점을 꼽으라면 각자 개인차가 있겠지만 '지루함'이 아닌가 싶습니다. 이 리뷰를 작성하는 필자는 개인적으로 영화 중간중간 보여지는 '위트'와 영화 자체에 드라마가 인상적이었는지 관람도중 '지루하다?'라는 느낌은 들지 않았습니다......만, 둘만의 공간에서 시종일관 조용히 진행되는 이야기는 개봉 직후 현지 평가에서 좋은 영화임에는 틀림이 없지만 두시간에 달하는 이 작은 드라마는 마치 '기여코 끝을 본 지루한 축구경기와 같다' 라는 말이 기억에 남습니다. 그런면에선 호불호가 확실히 갈릴 영화라고 생각됩니다.
영화는 조지6세와 리오넬 로그를 비추며 관객들에게 우정에 대한 메세지를 줍니다. 필자는 이를 '위대한 우정'이라 하였지만 꼭 거창한 이들만의 이야기는 아닙니다. 가까운 나의 소중한 인연들을 다시금 돌아봅시다.
영화 작품 자체도 좋았지만 배우들의 연기도 영화에 힘을 더합니다.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차지한 콜린 퍼스의 연기는 압권이고 캐리비안의 해적에서 이미 익숙한 배우인 제프리 러쉬도 정말 좋았습니다.
영화는 세계대전 전후 영국을 무대로 하지만 스케일을 키운것이 아닌, 둘 사이에 소소한 우정 드라마를 보여줍니다. 부담없이 가족이나 친구 , 연인 그 어느 누구와 보아도 괜찮을 좋은 영화라고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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