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친 필력으로 핫해진 페북 고려대 대나무숲 글 전문 (공대생과의 연애담)

반응형
728x170

고려대학교 대나무숲에 올라온 공대생과의 연애담이 주목받고 있다. 13일 페이스북 '고려대학교 대나무숲' 페이지에는 공대생인 연인을 향한 마음을 담은 글이 올라왔다. 글쓴이는 연인에게 "'나를 얼마나 좋아하냐'고 물었더니 '베텔게우스만큼'이라는 특이한 답변이 돌아왔다"는 내용으로 글을 시작했다.




해당 글과 함께 공대생으로 추정되는 이용자가 남긴 댓글도 눈길을 끌었다. 한 페이스북 이용자는 "베텔게우스는 이미 사라진 별일 수도 있다. 변광성이라 오리온자리에서 가장 밝은 별은 리겔이다"는 정보성 댓글을 달았다. 100명 이상에게 좋아요를 받으며 베스트 댓글로 선정됐다. 해당 글은 업로드 4시간 만에 좋아요 600명, 댓글 130여 개를 기록하며 인기를 끌고 있다. 





원문


#35411번째포효

”베텔게우스 만큼.”
나를 얼마나 좋아하는지에 대한 너의 특이한 답변이었다. 나를 얼마나 좋아하는지 말로 구구절절 설명해 달라고 부탁했는데, 돌아오는 답변은 정체 모를 별의 이름이었다. 온갖 수식어구를 붙여 감정을 전달하는 나와 달리, 너는 모든 감정을 하나의 단어로만 표현하였다. 무뚝뚝한 공대생 아니랄까, 과학이랑 담 쌓은 나는 인터넷의 힘을 빌리는 수밖에.

‘베텔게우스는 오리온 자리에서 가장 밝은 별로, 지금까지 알려진 거대한 별 중 하나이다. 이 붉은색 별을 태양의 위치에 놓으면 목성 근처까지 팽창해 있는 셈으로, 현재 엄청나게 팽창해 있다.’

나를 향한 마음이 굉장히 밝고 크다는 것으로 지레짐작 해본다.

“특이해.”
우리를 소개해 준 그 친구가 너에 대한 느낌을 물어봤을 때 한 나의 대답이다.
너는 참 특이했다. 처음 만나 맥주 한 잔 하던 그 날, 궁금하지도 않은 네 공대 동기들에 대해 상세하게 설명하지를 않나, 우리가 앉아 있던 의자가 어떤 공정 과정을 거쳐 만들어지는지 강의를 하지 않나, 나에게 운동을 가르쳐주겠다며 내 번호를 '수강생'이라고 저장해 놓지를 않나. 질문이 많은 내가 조잘대며 이것저것 물어봤더니 ‘궁금한 것이 많으신 것 같아요’라며 나를 민망하게 한 너였다.

하지만 이제는 안다. 너는 친구들을 잘 챙기고 정이 많고 그 친구들을 나에게 소개시켜주고 싶다는 것을. 수업에서 배운 이론을 일상생활 곳곳에서 찾을 정도로 너의 학문을 사랑한다는 것을. 그날의 운동 약속은 운동을 좋아하는 너와 내가 조금 더 가까워지고, 한번이라도 밥을 같이 먹기 위한 것이었음을.

그래. 나 궁금한 거 많아. 특이한 너에 대해서.
매 순간 네가 궁금하다. 너도 알까. 누군가를 만나는 길이 그렇게 밝고 가벼워질 수 있다는 것을. 설렘 때문에 마음이 투명한 비누방울처럼 커지다가 너를 본 순간 '뽁!'하고 터진다. 비누방울 막에 비치는 무지갯빛이 햇빛에 반짝이듯, 너를 보면 내 마음도 무지개 빛과 함께 흩날린다.

네 스쿠터를 처음 타고 캠퍼스를 달렸던 오늘, 저녁 공기는 차가운데 네 등은 따뜻하였다. 허리를 너무 꽉 쥐어서 숨 막힌다고 투덜거리던 너였지만, 그렇게 꽉 쥔 건 널 향한 나의 벅차 오르는 감정 때문이었는지도 모른다. 겁이 많은 나 때문에 조심스럽게 운전하느라 너는 못 봤을 어슴푸레한 밤 하늘에는, 유난히도 밝은 달과 얼굴을 간간히 비추는 몇 개의 별들이 보였다. 그 중에 네가 말하던 그 붉은 별도 있겠지.

이 벅차 오르는 감정을 하나의 형용사로 표현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다. 네가 잘 하는 것처럼 말이다. 아니, 아무리 서술해도 끝없이 헤어나오는 이 감정을 비유할 수 있는 하나의 별이라도 내가 알면 좋겠다. 그게 힘들다면, 이 감정을 하나의 삽화로 그려내어 가장 좋아하는 시집에 꽂아, 잊을 만 할 쯤에 꺼내어 떠올리고 싶다. 봄이 다가올 듯한 요즘 날씨에 가끔씩 불어오는 찬 공기가 손가락 끝을 스치며 지나갈 때 느끼는, 가슴에서 무언가 터질 것 같은 이 감정을 색연필로 그려내고 싶다. 그럼 우리가 다른 별을 보기로 약속한 여름날에, 더 이상 찬 공기가 내 손가락 끝을 스치지 않을 때, 꺼내서 느낄 수 있으니.

사랑을 주는 것에만 익숙하지, 받을 줄은 몰랐던 지난 날의 상처 안에 소심해진 나에게, 사랑 받는 것이 무엇인지 느끼게 해줘서 고마워요, 정말.

이걸 단지 새벽 감성에 젖어서 쓰는 글이라 생각하지 않았으면 한다. 감정 표현이 풍부한 내가, 너한테 느끼는 감정을 구구절절 표현할 때마다 네가 말 없이 자주 보이는 그 옅은 미소를 해석하느라 지새운 밤이니까.



반응형

Nowhere Cafe

삶을 풍요롭게하는 덕질을 추구합니다

    이미지 맵

    Library/Social 다른 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