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열리는 <서울국제도서전>은 한국출판시장의 흐름을 읽을 수 있는 행사인 동시에 책과 관련된 여러 문화들을 경험할 수 있는 곳이다. 지난 6월 15일부터 19일까지 열렸던 <제22회 서울국제도서전 2016>은 ‘책으로 소통하며 미래를 디자인하다’라는 주제로 국내외 도서뿐 아니라 그와 연관된 다양한 행사들이 진행되었다. 특히 올해는 디자이너의 흥미를 끄는 특별 전시들이 눈에 띄었다.
에디터 | 허영은
자료제공 | 서울국제도서전 2016 사무국
뻔한 이야기이지만 책은 우리에게 교양과 지식을 제공하는 고마운 존재다. 이는 디자이너에게도 마찬가지. 그러나 디자이너는 단순한 독자로 끝나지 않고 기획자나 작가처럼 책을 만드는 사람이기도 하다.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는 표지 디자인과 책에 집중하고 편하게 읽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편집 디자인 모두 디자이너 노력의 산물이다. 한 마디로 기획자와 작가가 책의 내용을 만든다면, 디자이너는 사람들이 책을 읽고 싶도록 만든다. 이번 서울국제도서전에는 이렇게 책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디자인에 초점을 맞춘 특별 행사들이 열렸다. 그중에서 디자이너에게 영감을 줬던 행사들을 되돌아본다.
<아름다운 책, 7개의 책상>에서는 7명의 디자이너와 전문가들이 직접 선정한 책을 볼 수 있었다.
아름다운 책, 7개의 책상
책은 디자이너가 사랑하는 오브제 중 하나다. 처음에는 프로젝트와 그를 위한 자료 수집으로 시작하였으나, 점차 그 마음이 커져 결국 아름다운 책이면 읽지 못해도 구매하는 무조건적인 애정으로 변한다. 이런 디자이너의 마음을 담은 전시인 <아름다운 책, 7개의 책상>은 신신 스튜디오, 심우진, 이정호, 김형진, 전가경 등 7명의 디자이너와 전문가들이 사랑하는 책을 보여주는 자리였다. 책들이 진열된 각 디자이너의 책상은 왠지 몰래 그 디자이너의 책상을 훔쳐보는 듯한 느낌을 주었고, 동시에 전시된 책을 통해 디자이너의 취향이 예상된다는 점도 재미있었다. 남들과 다른 감각으로 큐레이팅된 책을 볼 수 있었던 이 전시는 디자인이 독특하고 아름다운 책을 접할 수 있는, 일반 관람객에게도 흔치 않은 기회였다.
구텐베르크 박물관이 소장한 유물 중 가치와 의미가 높은 필사본과 고판본들을 전시하는 <구텐베르크 박물관전> (사진제공: 서울국제도서전 사무국)
구텐베르크 박물관전
디자이너라면 누구나 타이포그래피 시간에 배운 구텐베르크 인쇄술에 대한 이야기를 기억할 것이다. <구텐베르크 박물관전>은 그때 책에서 봤던 오래된 고서들과 인쇄물들을 직접 눈으로 볼 수 있는 전시였다. 구텐베르크 박물관에 소장된 유물 중 가치와 의미가 높은 총 73여 점의 필사본과 고판본은 인쇄술의 발달이 책의 유통과 디자인에 어떠한 영향을 끼쳤는지를 알려주었다. 또한 책 속의 글씨들로 15~16세기 서체의 특징을 엿볼 수 있어 타이포그래피 또는 캘리그래피 디자이너에게 유용한 전시였다.
<1446년 한글, 문화를 꽃피우다>에는 새롭게 디자인된 한글 서체들이 전시되었다. (사진제공: 서울국제도서전 사무국)
훈민정음 반포 570주년 특별전: 1446년 한글, 문화를 꽃피우다
한국에서 활동하는 디자이너에게 한글은 절대 빼놓을 수 없는 필수 디자인 요소다. 훈민정음 반포 57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열린 <1446년 한글, 문화를 꽃피우다>전에는 한글을 이용한 다양한 디자인 상품들과 20명의 서체 디자이너가 디자인한 한글 서체들이 전시되었다. 특히 눈길을 끌었던 것은 윤동주의 시를 서체로 표현한 작품들이었다. 시인 윤동주만의 문체와 시의 분위기가 고스란히 느껴지는 서체들은 한글 디자인의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다시 한번 상기시켜 주었다.
올해 책 예술관은 ‘책과 디자인’이라는 주제로 여러 아티스트들의 부스를 마련했었다. (출처: 서울국제도서전 2016 홈페이지)
책 예술관
‘책과 디자인’이라는 주제에 맞게 올해 책 예술관에는 디자인과 연관된 부스들이 마련되었다. 특히 책 예술관 내 ‘아트북마켓’은 각 분야의 열정 넘치는 예술가들이 책과 관련된 작품을 선보이는 자리로 북 디자이너, 일러스트레이터, 만화가, 독립출판사 등 자신의 길을 열심히 가고 있는 아티스트들과 직접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그들의 작품도 바로 구매할 수 있는 기회의 장소였다.
기발한 아이디어와 작가의 개성이 느껴지는 그림책을 볼 수 있는 <주제가 있는 100가지 그림책 이야기> 전시장
주제가 있는 100가지 그림책 이야기
그림으로 이야기를 전달한다는 점에서 디자이너와 일러스트레이터는 서로 밀접한 관계에 있다. 보통 두 직업은 분리되지만, 때때로 겹쳐질 때도 있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그림책은 디자이너에게 참고 자료이면서 동시에 작업 결과물이기도 하다. 책 예술관 초입에 위치한 <주제가 있는 100가지 그림책 이야기>에서 만난 세계 여러 나라의 그림책들은 각자만의 독특한 그림체로 디자이너에게 새로운 영감을 제공했다. 유행을 따르지 않고 작가의 개성이 드러나는 일러스트들은 클라이언트의 요구까지 고려해야 하는 디자이너에게 자신만의 그림을 그릴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주는 자극제가 되었다.
이탈리아관에서는 독특하고 실험적인 디자인의 이탈리아 원서들을 볼 수 있었다.
스포트라이트 컨트리
올해 ‘스포트라이트 컨트리’로 선정된 이탈리아의 책들은 그 나라만의 특징이 느껴지는 디자인으로 사람들의 발길을 잡았다. 주로 유행을 따르는 한국의 표지 디자인과 달리 책의 내용과 분위기에 따라 여러 가지 시도를 하는 이탈리아의 책 표지들은 자국만의 독특한 감성으로 디자인 강국이 된 이탈리아만의 스타일을 엿보기에 충분했다. 복잡한 일러스트와 화려한 색상이 적용된 디자인뿐 아니라 아코디언 구조나 카드 구조 등 실험적인 구조의 책들은 다양한 실험이 가능한 이탈리아 디자인의 도전정신을 보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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