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명: 광고 언어의 힘
일시: 2016년 7월 28일-11월 27일
장소: 국립한글박물관 3층 기획전시실, HANGEUL.GO.KR
우리는 모두 광고로 가득한 세상에 살고 있다. TV, 라디오, 인터넷, 메신저, SNS, 버스 정류장 등 손길, 발길이 닿는 족족 마주할 수 있을 만큼 곳곳에 광고가 넘쳐난다. 광고란 긴 서사를 지닌 매체가 아니라는 점에서, 또 이미지적인 면이 강하다는 점에서 전시하기 좋은 형태를 띠고 있다. 그래서일까, 그간 광고를 다루어온 전시는 왕왕 있었다. 예술적 표현이라든지 시대를 대표하는 이미지로서의 광고 전시는 사회의 일면을 한눈에 파악하기 무척 용이하여 전시 소재로 주목받지 못할 이유가 없었다.
<광고 언어의 힘>은 국립한글박물관 3층의 널찍한 공간을 속속들이 활용하여 광고 언어를 전시하고 있다. 시대별 광고를 만나볼 수 있을 거란 기대로 찾은 전시장은 기대와 어긋나지 않는 모양새로, 개화기부터 1945년 주요 광고를 통해 광고의 발달 과정을 가장 먼저 내보인다. 입장하자마자 살펴볼 수 있는 ‘광고를 읽는 새로운 시각, 광고 언어’ 부문에서다. 차근차근 과거의 것들을 살펴보며 최초의 광고나 광고 대신 ‘고백’이란 단어를 사용했다는 흥미로운 사실들을 살펴보다가 문득 깨달았다. 이 전시는 이미지로의 광고가 아닌, 정말 ‘광고 언어’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본 전시는 총 4개의 부문으로 구성되어 광고, 그중에서도 광고 언어의 주요 특징인 말과 글을 다룬다는 점이 특징이다. 광고가 내세우는 이미지나 하나의 장면을 전시하는 것이 아닌, 그에 사용된 음악이나 광고 문구를 집중적으로 탐구하며 나름의 분석을 통해 규칙적인 분류를 꾀하고 있는 것이다.
‘광고 언어의 말맛’ 부문에서는 광고 글쓰기에 관한 요소들을 낱낱이 살펴볼 수 있다. 익숙한 광고, 낯선 광고, 재미있는 광고, 황당한 광고 등 광고의 면면을 고루 만나보며 추억에 잠기거나 익숙한 문구에서 새삼 새로운 점을 발견하며 재미를 느낄 수 있다. 무엇보다 단순히 흥미로만 귀결되는 것이 아닌, 일상생활의 글쓰기에도 광고 언어의 특징을 십분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은 <광고 언어의 힘>을 한층 생산적인 전시로 만드는 요소가 된다.
‘광고 언어의 말맛’을 지나 ‘광고 언어의 글멋’에 다다르면 음성으로 마주했던 광고 언어의 모습을 하나의 형태로 바라볼 수 있게 된다. 타이포그래피와 레터링을 다루며 글자 디자인을 전시하는 이 구간에서는 1950년대부터 현재까지의 제품 광고 언어의 글자 표현이 어떻게 변화했는지를 구체적으로 살펴볼 수 있다. 이 부문에서는 다양한 제품의 글자 디자인을 전시하면서, 주요한 글자 디자인을 중앙에 따로 배치하여 시대별로 그 변화과정을 알 수 있게 한다. 또한, 글자 디자인의 과정을 슬라이드쇼로 재생함으로써 광고 언어가 이미지로 만들어지는 과정을 가까이서 관찰할 수 있는 전에 없던 기회를 제공한다.
<광고 언어의 힘>은 전시의 내용과 더불어 전시 구성이 명료하다는 점이 무척 인상 깊다. 군더더기 없는 구성으로 넓은 전시장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도록 한 전시 디자인은 광고 언어의 매력과 함께 어떤 미학을 제시하고 있는 듯하다.
고 김진평이 작업한 1970-80년대의 한글 디자인
<황성신문> 1899년 11월 14일자에 실린 최초의 전면 광고인 영국산 소다 광고
1930년대의 유한양행이 게재한 네오톤 토닉 의약품 광고
꾸준함의미덕
잡지 표지가 살아 움직인다. 증강현실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한 올해 5월 <뉴요커>의 한 표지 이야기이다. 자유로운 선 드로잉을 만나 가위는 앉아있는 사람의 다리로, 바나나는 말의 엉덩이로 변신한다. 곧 출간될 책 의 몇몇 장면이다. 언뜻 서로 다른 성격의 작업으로 보이는 이 결과물은 모두 크리스토프 니먼의 것이다. 일러스트레이터이자 그래픽 디자이너인 그는 <뉴요커>뿐만 아니라 <뉴욕 타임스>, <와이어드> 등 주로 잡지 일러스트로 경력을 쌓아왔다. 몇 권의 책을 출간한 저자인 동시에 애플리케이션도 만든 바 있는 명실공히 전천후 창작자로, 다양한 매체와 방식으로 매번 참신한 작업을 선보인다. 오는 9월 말 국제그래픽연맹(이하 AGI) 서울 총회로 한국을 찾을 예정인 그를 미리 만나보았다.
프로필 사진: 게네 글로퍼(GENE GLOVER)
개인작업 여행 스케치 시리즈: 케이프타운
<뉴요커> 웹페이지에 게재한 GIF 작업
대학에서 그래픽 디자인을 전공했고 펜타그램 뉴욕에서 인턴 경험도 있으시죠. 일러스트레이터 활동을 시작하게 된 계기나 이유가 궁금합니다.
저는 처음부터 일러스트레이터가 되려고 마음먹고 있었습니다. 디자인, 타이포그래피, 사진, 애니메이션에 관해 교육받은 건 결국 제게 좋은 바탕이 되었고 이 모든 부문은 오늘날 제 일에 여전히 중요합니다. 그리고 펜타그램에서 폴라 셰어와 함께 일할 수 있었던 건 엄청난 행운이자 지속해서 영감받는 일이었고요. 슈투트가르트에서 온 20대 초반의 한 학생이 어느 날 갑자기 마이클 비에루트나 우디 퍼틀 같은 우상 옆에서 점심 먹고 있는 자기 자신을 발견하는 건 잊지 못할 경험이죠.
<뉴요커> 표지처럼 잡지 일러스트 작업은 보통 일정이 빡빡한 편이기에 항상 긴장될 것 같은데요. 이러한 불안감은 어떻게 해소하시나요?
처음 2-3년은 정말 끔찍했어요. 특히 <뉴욕 타임스>와 일할 때는, 연락받고 최종 작업을 넘기기까지 걸리는 시간이 하루면 수월한 편, 4-5시간이면 보통, 그리고 제 최단기록이 45분이었거든요. 하지만 좀 지나니 어느 정도 적응되더군요. 이건 스포츠와 매우 흡사한데요. 충분히 연습하면 명령으로도 꽤 좋은 무언가를 만들어낼 정도로 천천히 발전합니다. 그리고 정말 좋은 작업에는 운도 필요해요. 몇 시간 안에 하든 한 달 동안 작업하든 그 시간에 관계없이요.
<뉴요커> 표지 작업
어떤 일러스트레이터는 인쇄 매체만 고수하기도 하는데요. 당신은 디지털 매체를 적극적으로 사용하며 반응형 작업을 선보이기도 했습니다.
저는 컴퓨터와 프로그래밍이 항상 궁금했습니다. 그런데 현재는 주로 아날로그 문제를 해결하는 도구로서 컴퓨터에 관심을 두고 있어요. 색상을 바꾸거나 애니메이션을 더 효율적으로 만드는 등의 문제와 관련해서요. 제가 디지털 세상에 너무 많은 시간을 할애하면, 애초에 컴퓨터를 사용하지 않을 때는 존재조차 하지 않았던 문제들을 푸는 데에 지나치게 집착하기 시작한다는 걸 깨달았거든요. 제가 페팅 주(Petting Zoo)와 찹(CHOMP), 애플리케이션 두 개를 만들기는 했지만 이도 단순한 선 드로잉이 살아 움직인다는 아이디어를 갖고 논 것뿐이에요. 터치스크린의 존재를 알기도 전부터 제가 갖고 있던 생각이었거든요. 애플리케이션은 천재 개발자 존 황(Jon Huang)과 협업하여 만들었는데, 간단한 프로토타입을 만들고자 처음에 최소한의 코딩을 독학하기는 했습니다.
그렇다면 당신의 작업을 적용할 때 인쇄와 디지털 매체의 차이 및 각각의 강점은 무엇인가요?
사실 제가 하는 대다수 작업에는 별 차이가 없는 것 같은데요. 보통 제 작업은 양쪽 모두에서 그 역할을 하니까요. 하지만 독특한 장점은 분명 있죠. 실재하는 종이 위 실제 잉크의 섹시함은 최상의 스캔으로도 전달하기 어려워요. 그리고 디지털 작업의 유연성과 속도를 보자면, 제가 1990년대 도구에 국한되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에 매우 기뻐하게 되죠.
3D 일러스트나 가상현실 같은 기술도 등장했는데요. ‘새로운’ 무언가로 작업해보고 싶은 바가 있나요?
최근 증강현실을 이용해서 <뉴요커> 표지(NEWYORKER.COM)를 만들었고, <뉴욕 타임스>와 함께 마인크래프트 게임에 하나의 가상세계(HYPIXEL.NET)를 세우기도 했어요. <뉴요커>와의 또 다른 가상현실 작업이 곧 나올 예정입니다. 이러한 부문이 제 일에 얼마나 효과적일지는 아직 확신할 수 없지만, 여전히 궁금하기는 합니다.
애플리케이션 찹
애플리케이션 페팅 주
구글 두들
“동물은 최고의 표현 수단이다”라고 언급한 한 인터뷰를 읽었는데요. 어떤 의미였는지 부연 설명을 듣고 싶습니다.
이야기는 대부분 독자의 마음에 기대감을 형성한 다음에 그 기대에 반하는 식으로 전환하여 제 역할을 다합니다. 그것이 웃기든 슬프든 말이죠. 소설로 따지자면 100쪽을 할애해 그 기대감을 천천히 쌓아나갈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일러스트에서는 몇 초 안에 상황을 조성해줘야 해요. 만일 제가 뼈다귀를 쳐다보는 개를 그린다면 독자는 두 요소 사이의 관계를 바로 이해할 겁니다. 그 개가 어리든 늙었든 수컷이든 암컷이든 상관없죠. 개의 표정조차 필요하지 않을 수 있고요. 즉시 두 요소 사이의 긴장에 초점이 맞춰질 테니까요. 우리는 그간 인간의 특정한 감정과 특징을 동물에 부여해왔으므로 그들은 스토리텔링 하기에 매우 훌륭한 존재입니다.
오는 24-25일 서울에서 진행되는 AGI 강연회에서는 어떤 이야기를 들려주실 예정인가요?
제 연설 시간이 얼마나 될는지 우선 알아봐야 할 것 같은데요. (웃음) 주로 제 최근 작업을 공유하고 창작 과정 및 우리가 하는 일에 내재되어 있는 두려움에 관해 논하고자 합니다. 창조적 분야에서 일하는 대다수 사람이 다음의 세 가지 두려움을 종종 경험하죠. 첫째는 충분히 잘하고 있지 못하다는 두려움, 둘째로 무관한 일을 하거나 생계를 꾸릴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있고, 마지막으로 아이디어가 없을 때 가장 극심한 공포를 느낍니다. 저는 이러한 두려움을 매우 당연한 것으로 생각하면서도 이와 어떻게 씨름할 것인가 몇몇 아이디어를 생각해내려고 애써왔습니다. 이것이 제 이야기의 중심이 될 예정입니다.
곧 출간될 책 <Sunday Sketching> 관련 작업
크리스토프 니먼
CHRISTOPH NIEMA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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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레이터, 그래픽 디자이너로 어린이 도서를 포함해 여러 권의 책을 출판한 저자이기도 하다. 독일 슈투트가르트에서 그래픽 디자인을 수학한 후 뉴욕으로 옮겨와 <애틀랜틱 먼슬리>, <뉴욕 타임스>, <와이어드>, <뉴요커> 표지 작업 등 주로 잡지 일러스트로 경력을 쌓았고, <뉴욕 타임스> 블로그에 글과 그림을 연재하거나 페팅 주(Petting Zoo) 및 찹(CHOMP) 애플리케이션 제작에 참여하는 등 다방면에서 활동했다. 현재 독일로 돌아와 작업을 이어나가며 곧 새로운 책 <Sunday Sketching>과 <Words>를 출간할 예정이다.
국제그래픽연맹 2016 서울잔치
AGI SEOUL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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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시: 2016년 9월 24일-9월 29일
장소: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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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그래픽연맹(Alliance Graphique Internationale, 이하 AGI)은 1951년에 설립된 단체로 현재 30여 개국, 400여 명의 그래픽 디자이너가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매해 회원국에서 연례 총회 및 전시회, 강연회를 개최해 디자인 분야의 직업윤리를 되돌아보고 디자인 업계의 발전 방향을 모색하는데 오는 9월 한국에서는 처음으로 AGI 서울 총회를 연다. 24-25일 양일간 AGI 회원들이 자신의 작업, 철학 등을 나누는 공개 강연회 ‘AGI OPEN’과 회원끼리의 비공개 컨퍼런스 ‘AGI CONGRESS’를 중심으로 9월 24일부터 29일까지 DDP에서 진행될 예정이다. <CA>는 AGI SEOUL 2016을 고대하며 지난 6월호부터 4-5회 걸쳐 AGI OPEN에서 강연 예정인 연사들의 이야기를 미리 청해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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