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에 킨포크를 처음 접했을 때는 사실 상류층이 친환경적으로 비춰져야 하니까 소박하게 사는 것처럼 보이게 연출한 거라고 생각했다. 킨포크에서 있어보이는 그들의 태도나 사진에서 비쳐지는 여유가 질투나고 어떻게 밥벌이를 해야 하는데 저게 병행이 가능한가, 저건 다 뻥이던가 아니면 우리한테 알려주지 않은 상속재산이 있을거라고 생각했다. 어쨌든 2015년, 서울에서, 내 몸하나 건사하느라 눈썹휘날리던 사회초년생에게 킨포크는 새로웠고 무언가 내 속의 노스텔지어를 자극했지만, 그만큼 비현실적이었고, 그래서 첫인상이 별로 좋진 않았다. 그들만의 리그에 다른 사람들처럼 박수보내기가 싫었다.
2017, 힐끗힐끗 쳐다보다가 결국 집에 가져와버린 킨포크를 다시 찬찬히 읽어보았다.
그리고 사실 이 방식의 삶이 불가능하지 않다는 것 - 비록 잡지에 비춰진 그들의 모습은 아름답게 정제된 것이라 할지라도 -이들의 소박한 여유로움, 있어보이는 자연주의, 삶과 일을 조화롭게 가꾸는 방향에 대해서 사실 사랑에 빠졌다. 특히 전반적으로 느껴지는 휘게hygge의 여운이 생각보다 진했고, 최근에 읽은 <휘게 라이프>하고도 맞물려서 내게 구체적인 지향점을 알려주었다. 킨포크, 휘게 이 두가지의 키워드는 앞으로 30대 가정을 이뤄야 하는 내 삶의 중요한 지침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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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둘 중 어느 것도 우리가 대학을 다닐 때 친한 친구들과 모여 라자냐를 만들면 재즈를 틀어놓고 보내는 조용한 저녁을 설명하는데 적합하지 않았다. 우리는 적어도 이틀에 한번은 작은 아파트에 모여 음식을 해 먹었지만 식탁보를 다리지도, 자리마다 이름을 적은 카드를 놓지도, 식사 에티켓을 따지지도 않았다. 설거지를 줄이기 위해 종종 일회용 접시를 쓰고, 메인 요리를 먹던 포크로 디저트를 먹고, 과도로 바게트에 버터를 바르곤 했다. 그럼 저녁 모임에 핵심은 요리하고 먹고 얘기하는 거였다. 그 외에는 아무 것도 필요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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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화는 자연스럽게 흐르고 함께 요리하면 보내는, 너무 애쓰지 않는 저녁시간. 그래도 끝나고 나면 뭔가 해냈다는 만족감이 드는 저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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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킨포크 테이블>에서 여러분은 직업과 취미가 다른 여러 부류의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커피전문가에서 요리 잡지 편집자, 인테리어 디자이너에서 도예가, 케이터러와 플로리스트뿐 아니라 제빵사, 음악가, 화가, 사진작가, 음식 불로거, 패션디자이너, 레스토랑 운영자, 작가, 커피로스터, 심지어 은퇴한 우리 할머니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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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님 접대는 모두에게 각기 다른 형태일 수 있다. 얼마나 잘 하는가는 중요하지 않다. 소박한 수프와 거친 빵 한 조각만으로도 잔치를 수 있다. 이 모든 것이 사실은 매우 간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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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을 나눠 먹는 것, 그리고 그 음식이 나오기까지 있었던 모든 과정-직접 기르거나 그 지역 산물을 찾거나, 땅과 그 재료의 관계를 찾아서 공부하거나, 또는 그 맛있는 재료들로 정성스럽게 준비하는 과정-은 사람들의 삶에서 매우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그 결과 그들의 삶은 한없이 풍성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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