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디톨로지, 김정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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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전부터 너무너무너무 읽고 싶었는데

맨날맨날 대출중이라고 해서 이제서야 ㅠㅠ예약순서를 기다려 읽게 되었다!

지난 번, <노는 만큼 성공한다>에서 저자가 독일 유학시절 데이터베이스 관리하는 부분에 꽂혀가지고, 

이번 <에디톨로지>에서 자세히 설명해 줄 줄 알았는데, ㅋㅋㅋㅋㅋ그건 아니었음.

내용은 내 예상이 완전 빗나갔지만, 그래도 얻을 것은 다 얻었다.


노하우 정도? 그리고 내 데이터베이스 관리체계는 내가 직접 겪으면서 계속 보완하고 수정해야 할 것 같다.

처음 한 1/5정도에서 살짝 언급하더니,

결국 절대 안 알려줄 것 같이 다른 에디톨로지에 대한 얘기만 엄청 하다가

막판에 ㅋㅋㅋㅋㅋ막판에 팁처럼 살짝? 알려준다. 그것만해도 정말 감지덕지하다!

이 분. 머리가 여간 좋은게 아닌 거 같다.




에디톨로지

저자
김정운 지음
출판사
21세기북스 | 2014-10-24 출간
카테고리
인문
책소개
유쾌한 인문학으로 돌아온 김정운의 신작!에디톨로지Editolog...
가격비교 글쓴이 평점  


아무튼 독일 참 매력적이고, 

김정운 교수님도 매력있으시다. 김어준 총수와 살짝 비슷한 느낌?

풍채도 살짝 비슷하고 ㅋㅋㅋㅋㅋ 둘 다 뇌섹남의 매력이 있다. 암튼 약간 그 과인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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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학생들은 노트를, 독일 학생들은 카드를 쓴다.

도서관에서 독일 학생들이 공부하는 모습을 지켜보니 아주 특이한 현상이 눈에 들어왔다. 대부분 작은 카드에 무엇인가를 정리하고 있었다. 학교 앞, 노점상들도 다양한 크기의 카드를 팔고 있었다. 뿐만 아니었다. 카드를 정리하는, 알파벳이 순서대로 적힌 다양한 모양의 상자도 팔고 있었다. 


카드는 자기 필요에 따라 다양한 편집이 가능한 반면, 노트는 편집이 불가능하다. (카드는 '편집 가능성'을 무한히 넓혀준다. 이렇게 편집 가능한 형태로 축적된 자료를 '데이터베이스'라고 부른다는 것을 나중에 알았다.) 예를 들면 프로이트의 책을 읽으며, 자신이 중요하게 여기는 내용을 카드에 정리한다. 카드 맨 위에는 키워드를 적고, 그 밑에는 그것과 연관된 개념을 적고, 출처와 날짜 등을 차례로 적는다. 그리고 카드의 앞, 뒷장에 그 내용을 빼곡히 요약한다. 이렇게 모인 카드는 주로 알파벳순으로 정리한다. 내가 쓰려는 논문의 순서에 따라 정리하기도 한다. 


독일 학생들은 모은 카드를 자신의 생각에 따라 다시 편집한다. 자신이 설정한 '내적 일관성'을 가지고 카드를 편집하는 것이다. 이렇게 편집된 카드가 바로 자신의 이론이 된다. 카드 편집을 통해 새로운 이론 구성이 가능하려면 편집할 수 있는 카드가 아주 많아야 한다는 것이다. 현집의 재료가 많아야 한다는 것이다. 남의 이론을 많이, 그리고 열심히 공부해야 하는 이유는 편집할 수 있는 카드를 많이 만들기 위해서다 '실력이 있다'는 것은 편집할 수 있는 자료가 많다는 뜻이다. 이렇게 카드로 축적된, 편집 가능한 자료를 '데이터베이스'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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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카우보이' 서재원은 신기할 정도의 검색 능력을 지녔다. 서재원이 찾아내는 자료는 내가 찾아내는 것과 차원이 다르다. 그는 자신의 검색 방법을 '서핑'이라 부르면 불쾌해한다. '딥 다이브'라는 거다. 단순한 검색이나 서핑과 구별되는 발견 과정을 '데이터마이닝'이라고 부른다. 요즘 요란한 '빅데이터'에 관한 논의는 바로 이 데이터마이닝에 관한 것이다. 사방에 상상도 못할 정도로 축적된 디지털 데이터들은 어덯게든 연결시켜 의미 있는 해석방법을 찾아내려는 시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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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타주 기법의 핵심은 A장면과 B장면의 합은 'A,B'가 아니라 'C'가 된다는 데 있다. 이는 '부분의 합은 전체가 아니다!'라는 게슈탈트 심리학의 명제와 동일하다. 각각의 부분이 합쳐지면 부분의 특징은 사라지고, 전체로서의 전혀 다른 형태가 만들어진다는 뜻이다. 이 같은 몽타주 기법이 작동할 수 있는 이유는 '완결성의 법칙'이라는 게슈탈트 심리학적 원리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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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을 바꾸면 생각이 바뀐다. 미국의 애플이나 구글이 사무 공간을 놀이터처럼 바꾸겠다는 것도 마찬가지 발상이다. 가장 창조적인 행위는 놀이다. 놀이터처럼 사무 공간도 즐거워야 창조적 사고가 가능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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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자면, 사회적 경력, 학력을 제외하고 자신을 설명할 수 있는 사람은 참 행복한 사람이다. 학력, 경력 없이도 자신의 정체를 확인할 수 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상당히 깊은 자기성찰이 있어야 가능한 이야기다. 명함을 내보이지 않고 자신을 얼마나 자세하게, 그리고 흥미롭게 서술할 수 있는가가 진정한 성공의 기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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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 게이츠 연설 결론)

"여기 하버드 지식의 리더이신 학장님과 교수님께 요청합니다. 여러분이 새로운 교수를 영입하거나, 종신 교수권을 받거나, 교과과정을 검토하거나, 학 학위에서 요구하는 사항들을 결정할 때, 스스로에게 물어보십시오. 우리가 가진 최고의 두뇌가 인류의 가장 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쓰이고 있는가를. 하버드 교수들이 세계 최악의 불평등을 직시하고 고민하도록 가르치고 있는가를. 하버드 학생들은 전 지구적 빈곤이나 기아, 수질 오염, 배울 권리를 갖지 못한 여학생들, 그리고 치료 가능한 질병으로 죽어가는 아이들에 관해 배우고 있는가를. 지구상에서 가장 큰 특권을 가진 사람들이 가장 가난한 이들의 삶에 대해 배우고 있는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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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는 '데이터베이스' 관리다

나는 독일에서 심리학의 구체적인 내용을 공부하지 않았다. '공부하는 방법'을 익혔다. 독일 베를린의 숱한 도서관, 박물관, 아키브라 불리는 각종 자료실을 찾아다니며 발로 배웠다. 독일에서 철학을 비롯한 인문과학이 발달한 것은 바로 이 자료 축적의 문화 때문이다. 


책을 읽을 때는 반드시 옆에 노트북을 두었다. 새로운 내용이 나올 때마다 데이터베이스에 개념별로 정리해 넣었다. 자료가 쌓일수록 검색한 결과는 아주 풍요로워졌다. 연구소 자료와 내 박사 학위 논문 자료를 정리하며 내 데이터베이스 정리 방법은 갈수록 세련되어졌다. 생각이 떠오를 때마다 검색하면 관련 데이터들이 마구 올라왔다. 그 데이터를 정리하다 보면 또 다른 생각이 떠오르곤 했다. '네트워크적 지식'의 생성이다. 간단한 리포트는 새롭게 분류된 데이터를 정리하기만 하면 됐다. 데이터의 '메타언어'를 사용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달리 표현하면, '정보와 정보의 관계로서의 지식'을 마음대로 분리, 합체, 변신할 수 있게 됐다는 거다. 드디어 내 이야기를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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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처음부터 끝까지 참고 읽는 것이 아니다!

인류가 파피루스 두루마리에서 코덱스(책의 형태)를 사용한 이유는 원하는 내용을 빨리 찾기 위해서다. 페이지를 후딱 넘겨, 자신이 원하는 부분을 찾아내, 골라 읽기 위해서다. 바꿔 말하면 책은 그 본질이 데이터베이스란 이야기다. 책을 끝까지 읽는 것은 정말 바보 같은 짓이다. 내 질문이 없고 내 생각이 없으니, 모든 책을 처음부터 끝까지 다 읽고 있는 것이다. 억지로 책을 다 읽다 보면 내 생각은 중간에 다 날아가 버린다. 읽어야 할 자료도 산처럼 쌓여 있다. 어찌 모든 책을 처음부터 끝까지 다 읽을 수 있겠는가.


저자의 이야기를 처음부터 끝까지 따라가며 읽기 바쁜 사람에겐 목차든, 찾아보기든 아무 필요 없다. 그런 식의 독서법이라면 매번 저자의 이론을 따라가는 데 급급한 수준을 죽을 때까지 뛰어넘지 못한다. 창조적인 '내 생각'이 절대 나오지 않는 것은 물론이다. 


'주체적 책 읽기'란 왜 이 책을 읽어야 하는가에 대한 목적이 분명함을 뜻한다. 주체적 책읽기는 책을 선택하는 과정에서부터 시작된다. 책을 들춰 목차를 볼 때, 내 눈길을 끄는 개념들이 있다면 그 책을 선택하게 된다. 저자 이력이나 찾아보기, 참고 문헌 목록을 보며 책의 구입 여부를 결정한다. 


내게 흥미로운 내용은 내게 이미 익숙한 개념과 책에 나타난 개념의 교차 비교 과정에서 확인된다. 독서는 내가 가진 개념과 저자의 개념이 편집되는 에디톨로지 과정이다. 그래야만 저자의 생각이 내 생각의 일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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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 관리)

데이터 관리를 할 때 난 일단 자료를 계층적으로 분류해 저장한다. 에버노트의 각 '노트북'이 대분류로 나뉘어 있고, 각 노트북 안에 또 다른 하위 노트북들이 들어 있다. 그 계층 구조가 3, 4단계까지 올라가는 복잡한 것도 있고, 한 단계에서 끝나는 간단한 것도 있다. 


책, 잡지, 신문 등을 읽을 때 중요한 내용은 스마트 폰으로 사진을 찍거나, 갤럭시 노트의 '스크랩'기능으로 잘라내 저장한다. 키워드나 연관된 개념들을 생각나는 대로 적어 넣는다. 시간이 지날수록 계층적 분류가 세밀해진다. 검색으로 각 데이터들을 불러내 새로운 분류를 만든다. 네트워크적 지식의 생성이다. 내 에버노트에는 현재 수천 개의 노트가 저장되어 있다. 이어령 선생가 대화하다보니, 선생의 에버노트에는 1만 4,000개의 노트가 저장되어 있단다.

(와 처음부분 나랑 비슷해서 오 흥분하다가 만사천개에서 ㅋㅋㅋㅋ와.....)


갤럭시 노트의 펜을 빼들면 '에어커맨드' 기능이 바로 뜬다. 나는 주로 스크랩 기능을 사용한다. 인터넷 검색을 하다가 필요한 부분만 긁어 저장한다. 새로운 아이디어를 자극한 그 부분을 잘라내 저장하는 것이다. 물론 키워드도 반드시 적어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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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

아주 조심스러운 조언으로 책을 끝내려 한다. 정말 꼭 전하고 싶은 이야기다. 자신의 생각을 풍요롭게 편집하려면 무엇보다도 언어가 자유로워야 한다는 것이다. 내가 오십 넘어 새롭게 일본어를 배우는 이유이기도 하다. 고작 영어 자료 하나 소화하는 것만으로는 한참 부족하다. 그 정도는 누구나 하기 때문이다. 


내가 성격적 결함에도 불구하고 한국 사회에서 이만큼이라도 성취하며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것은, 영어와 함께 독일어를 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당연히 읽는 자료의 내용이 남들과 달랐다. 축적된 데이터가 다른 까닭에 생산되는 지식의 내용도 달랐다. 일본어 자료를 다룰 수 있게 되면서 지식 편집의 가능성은 상상할 수 없이 커졌다. 같은 개념이라도 한국어, 일본어, 독일어, 영어의 설명이 다르다. 전문 개념으로 들어가면 들어갈수록 더 그렇다. 


글로벌 시대를 살아가려면 영어 이외에 꼭 한 가지 언어를 더 배워야 한다. 두 개 이상의 외국어와 데이터베이스 관리 습관을 갖추면, 뭘 하든 그리 두려울 게 없다. 아, 물론 전적으로 내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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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살면서 한 번쯤은 아주 격하게 외로워야 한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지금 하나도 외롭지 않으면서 풍요로운 미래를 꿈꾸는 것은, 처음 만난 여자가 예쁘다고 그녀의 주스 잔에 수면제 타는 것과 마찬가지다. 몹시 나쁜 생각이라는 거다. 뭔가 새로운 것을 손에 쥐려면, 지금 쥐고 있는 것을 놓아야 하나. 지금 손에 있는 것 꽉 쥔 채 새로운 것까지 손에 쥐려니, 맘이 항상 그렇게 불안한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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