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가을이 깊어갈수록 더 아름다운 도시 #시애틀 #랜드마크 모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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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만추'의 촬영지로 유명한 가을을 닮은 도시 시애틀. 회색빛 하늘 아래 낙엽이 흩날리고, 쌉싸름한 커피 향이 바람을 타고 도시를 감쌉니다. 이 분위기에 취해 발길 닫는 대로 걷다 보면 시애틀이 뿜어내는 가을의 정취에 점점 빠져들게 됩니다. 가을이 깊어갈수록 더 아름다운 도시, 시애틀로 지금 떠나볼까요?


| 시애틀의 가을이 시작되는 곳, 파이어니어 스퀘어
시애틀의 가을이 가장 먼저 찾아오는 곳은 파이어니어 스퀘어입니다. 19세기에 지어진 고풍스러운 벽돌 건물과 유서 깊은 상점들이 오랜 시간의 흐름을 느끼게 해주는 이곳은 시애틀이 처음 개척된 곳입니다. 이 오래된 거리에는 그 만큼이나 오래된 나무들이 우뚝 솟아 있습니다. 커다란 고목들은 계절에 따라 녹음을 뿜어내기도 하고, 색색의 잎으로 거리를 수놓기도 합니다. 시애틀에 가을이 찾아오자 올해도 기다렸다는 듯 중후한 붉은색 벽돌 건물 사이로 낙엽이 춤추듯 흩날리며 거리에 가을이 깊어감을 알려줍니다.



삼각형 모양의 작은 광장 파이어니어 플레이스에서는 사람들이 저마다의 방법으로 가을을 즐기고 있습니다. 벤치에 앉아 책을 읽고, 혼자만의 생각에 몰두하고, 사랑하는 연인과 간식을 나누며 행복을 만끽하기도 합니다. 그 평온한 분위기를 떠나기가 아쉬워 그들 사이에 자리를 잡고 앉아봅니다.



광장에 작은 조각상이 있어 자세히 보니 뭔가 사연이 있는 듯한 인디언 흉상입니다. 그러고 보니 이 광장에는 멀리서도 눈에 뛰는 18미터 높이의 나무로 만든 토템상도 있습니다. 시애틀이 처음 개척된 이 의미 있는 곳에 왜 인디언의 흉상이 있는 걸까요? 미국의 14대 대통령 프랭클린 피어스는 유럽에서 미국으로 건너오는 이민자가 늘어나자 인디언들의 땅이었던 시애틀을 미국에 팔 것을 요구했습니다.
미국의 요구에 시애틀은 "어떻게 하늘과 대지의 따스함을 사고 판단 말인가? 당신들은 알아야 한다. 땅이 우리에게 속한 것이 아니라, 우리가 땅에 속한 존재라는 것을"이라는 내용의 편지를 보냈다고 합니다. 결국 시애틀은 미국의 영토가 되었지만, 시애틀의 편지에 감동한 피어스 대통령은 그의 이름으로 도시 이름을 지었다고 합니다. 사연을 알고 나자 왜 흉상의 표정이 그토록 결연한지, 입술을 굳게 다물고 있는지 알 것 같았습니다.

 


시애틀은 이 땅이 어떤 땅인지를, 그리고 이 땅에 속한 모든 것을 어떻게 보전해야 하는지를 일깨워 주려는 것은 아닐까요?
그가 바라보는 광장 의자에 앉아 그의 얼굴을 바라보니 왠지 쓸쓸함이 묻어납니다.



아쉬운 마음을 뒤로하고 파이크 플레이스로 향하는 퍼스트 애비뉴(1st AVE)를 걷습니다. 오래된 간판, 쇼윈도에 비춰진 빈티지 소품과 의상들이 이 거리에 켜켜이 쌓인 세월을 가늠케 해줍니다. 호기심에 들어간 빈티지 샵에서 색색의 구두와 소품을 구경하다 보니, 고전 영화에 나오는 여주인공처럼 우아하게 꾸미고 거리를 걸어보고 싶다는 생각도 듭니다.



거리를 걷다 보면 높이가 14미터에 달하는 ‘헤머링 맨’이 지키고 있는 시애틀 미술관이 나옵니다. 쉼 없이 움직이며 망치질을 하는 이 부지런한 헤머링 맨은 미국 보스턴 출신의 세계적인 조각가 조나단 보로프스키의 작품입니다. 금속으로 만든 헤머링 맨은 모터를 이용해 1분에 4번 망치질을 한다고 하는데요, 25,000여 점의 작품이 전시되어 있는 시애틀 미술관은 아시아, 아프리카, 미국 원주민, 현대 예술 작품 컬렉션으로 유명합니다.



이 거리와 너무 잘 어울리는 앙증맞은 클래식 자동차가 눈에 뜁니다. 떨어진 나뭇잎과 같은 노란색의 자동차 색이 거리를 더 아름답게 만들어줍니다. 지루할 틈 없이 구경하며 걷다 보니 점점 올드타운의 중후함을 벗고 거리는 도시의 활기로 가득 차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사람들이 북적이는 곳을 따라가니 저 높이 그 유명한 빨간 이니셜의 간판이 눈에 띕니다. 퍼블릭 마켓(PUBLIC MARKET) 시애틀에 왔다면 꼭 가봐야 하는 곳, 바로 파이크 플레이스 마켓입니다.

 


| 미국에서 가장 오래된 시장 파이크 플레이스 마켓



파이크 플레이스 마켓은 미국에서 가장 오래된 시장입니다. 대형마트가 즐비한 미국에서 시장을 찾기란 의외로 어렵습니다. 그런데 미국에서 가장 오래된 시장이라니! 그래서일까요? 1907년에 문을 연 파이크 플레이스 마켓은 한 해 천만 명 이상의 방문객들로 언제나 활기가 넘치고 북적입니다. 영화 '시애틀의 잠 못 이루는 밤'과 '만추'의 주인공들도 파이크 플레이스 마켓을 걷고, 이곳에 있는 식당에서 식사를 하는데요, 시애틀이 배경인 영화에는 꼭 등장할 정도로 시애틀의 상징과도 같은 곳입니다. 수많은 사람들로 붐비는 시장 입구에는 밴드의 연주가 한창입니다. 오래된 시장과 재즈의 느낌이 물씬 느껴지는 밴드의 음악이라니, 뭔가 언밸런스할 것 같지만 의외의 조합에 이 분위기를 즐기게 됩니다.



시장 입구에는 유명한 청동 돼지상이 있습니다. 돼지의 이름은 레이첼. 레이첼은 줄을 서서 순서를 기다려야 할 만큼 기념 사진의 주인공으로 유명합니다. 기념 사진을 찍으면 푸드 뱅크, 시니어 센터 등을 돕는 파이크 플레이스 마켓 재단을 위한 기부에 참여할 수 있습니다. 사진 한 장과 함께 작은 성의를 남겨보는 것도 좋겠지요? 시장에 들어서면 시장의 명물 '파이크 플레이스 피시 마켓'이 있습니다. 직원들이 사람 팔뚝보다 큰 생선을 던져서 옮기는 재미난 광경을 보기 위한 사람들로 둘러싸여 있어 한눈에 찾기 쉽습니다. 사람들은 누군가 생선을 주문해 그 재미난 광경을 볼 수 있길 바라며 기다리고 있는데요, 시장에는 장을 보러 온 사람들이 많아서 다행히 기다림은 그리 길지 않답니다.



시장 안은 양옆으로 식재료뿐만 아니라 기념품, 그림, 수공예 제품 등 다양한 상품을 판매해 구경하는 재미가 있어서 북적북적한 사람들 사이에 밀려다니면서도 눈을 뗄 수가 없습니다.
그중에서도 시장 곳곳을 예쁜 색으로 가득 채운 꽃집들 덕분에 이곳의 색채는 더 다채롭고 생기가 넘칩니다. 10불 정도면 한가득 꽃을 살 수 있는데요, 한국보다 훨씬 저렴한 가격이라서 선물할 이만 있다면 잔뜩 골라보고 싶은 마음입니다.



시장 안은 계절에 따라 과일과 채소의 종류가 바뀌고 꽃의 색이 달라져 계절의 변화를 알려줍니다. 우리가 가을에 고추를 말리는 것처럼 이 곳에서도 고추를 예쁘게 노끈에 매어 판매하고 있었는데요, 그 색과 빛이 꽃보다 더 아름답습니다.



시장을 한 바퀴 둘러보고 계단을 따라 한 층 내려가면 위 층과는 전혀 다른 세계가 펼쳐집니다. 플랫폼에서 기차를 타고 호그와트로 떠나는 해리포터처럼 계단을 따라 100년 전의 시애틀로 여행 온 기분입니다. 출처를 알 수 없는 골동품, 오래된 동전, 고서적, 신기한 마술 용품 등 보물 찾기를 하듯 상점을 돌다 마음에 드는 물건을 발견했을 때의 기분은 보물 찾기에서 보물을 발견한 어린아이만큼이나 신이 납니다.




시장 구경을 끝내고 건너편에 있는 스타벅스 1호점에 줄을 섭니다. 1호점이라는 명성으로 항상 긴 줄이 서 있는 이 곳은 1971년 스타벅스와 함께 만들어진 로고를 그대로 사용하고 있는데요, 1호점 로고는 오직 이곳에서만 쓸 수 있기 때문에 커피보다 기념품을 사려는 사람들로 항상 북적입니다.





기다림 끝에 커피 한 잔을 손에 들고 나와 파이크 플레이스 옆 작은 공원으로 향하니 확 트인 시애틀의 전경이 펼쳐지며 워싱턴 주 곳곳에서 불어오는 가을 바람이 가슴 속까지 불어옵니다. 그리고 이 바람을 더 가까이에서 느끼고 싶어 워터프런트로 향했습니다.


| 시애틀을 한 눈에, 워터프런트와 그레이트 휠
시애틀은 방문할 때마다 미국 타 도시와는 다른 독특한 분위기가 풍겨서 점점 그 매력에 빠져드는 도시입니다. 그것은 바로 항구 도시인 시애틀을 감싸고 있는 광활한 자연의 힘일 것입니다. 바다와 맞닿아 있는 호수, 저 멀리 보이는 올림픽 국립공원과 레이니어 산까지 시애틀은 에메랄드 시티라는 별칭처럼 어디서 바라보아도 빛나는 모습을 자랑합니다. 이런 시애틀을 제대로 감상할 수 있는 곳이 바로 워터프런트입니다. 스페이스 니들, 컬럼비아 센터, 스미스 타워 등 시애틀의 전망대는 워터프런트가 있는 엘리엇 만을 향하고 있는 반면 워터프런트는 다운타운을 향하고 있어 시애틀의 또 다른 풍광을 보기 좋습니다.



파이크 플레이스 마켓에서 워터프런트로 내려와 저 멀리 만년설에서부터 불어오는 가을 바람을 맞으며 시애틀의 다운타운을 바라보고 있으니, 꼭 내가 서 있는 이곳과 고층 건물이 가득한 저곳이 다른 세계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발길 닿는 곳마다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주는 시애틀은 계절에 따라, 날씨에 따라 언제나 새롭게 느껴집니다.
천천히 워터프런트를 산책하며 바라본 길은 다운타운과 달리 사방이 확 트여 어디로 시선을 옮기던 끝이 없이 펼쳐지고, 만년설의 산, 푸른 바다와 호수, 고층의 빌딩 숲 등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줍니다.



워터프런트를 걷다 보면 아쿠아리움, 카페와 레스토랑 등이 부둣가를 따라 들어서 있는데요, 이 중에서도 워터프런트의 명물은 그레이트 휠 입니다. 원을 그리며 돌아가는 대형 관람차 그레이트 휠은 낮에 타도 좋지만 해 질 녘이 되면 낮보다 몇 배는 더 아름다운 전경을 감상할 수 있습니다. 천천히 세 바퀴를 도는 그레이트 휠을 타고 시애틀을 바라보면 유리창 사이로 평화로운 도시의 아름다움이 드리웁니다.



| 시애틀의 랜드마크 스페이스니들




시애틀의 모습을 사진으로 담을 때 절대 놓치면 안 되는 한 가지가 있습니다. 이곳이 시애틀임을 한눈에 알 수 있게 해주는 시애틀의 상징, 바로 스페이스 니들입니다. 184m의 길게 솟은 높이에 우주선을 연상시키는 독특한 모양새는 멀리에서도 스페이스 니들 임을 알아볼 수 있는데요, 이 독특한 모양은 원래 원반과 바늘을 형상화한 것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이름도 스페이스 니들인 것이지요! 스페이스 니들이 위치한 시애틀 센터는 1962년 세계 박람회가 열렸던 장소를 공원으로 조성한 곳으로 다운타운 웨스트레이크 센터와 시애틀 센터를 오가는 모노레일을 타면 가깝습니다.


울긋불긋 낙엽이 흩날리는 시애틀 센터에도 가을의 낭만이 물씬 느껴집니다.

스페이스 니들이 유명한 이유는 독특한 모양뿐 아니라 시애틀을 둘러싼 바다와 호수, 다운타운, 만년설의 레이니어 산까지 시애틀의 자연경관을360도로 돌아가며 조망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 유명세에 주말이나 연휴 기간에는 빨리 줄을 서지 않으면 시간 별로 최대 수용 인원이 제한되어 있어 몇 시간 후에나 올라갈 수 있습니다. 매표소에서 22달러에 입장권을 구입하고 전망대로 오르는 엘리베이터로 향하는 길에는 스페이스 니들이 만들어진 과정이 사진으로 상세히 설명되어 있습니다. 우주선을 받치고 있기에는 바늘 모양의 기둥이 약하진 않을까 걱정되기도 하지만 스페이스 니들은 9.5도의 강진에도 견딜 수 있도록 내진 설계가 되어있다고 합니다. 1962년에 완공된 건축물에 이런 기술을 도입했다니 그 기술력에 감탄사가 절로 나옵니다.




엘리베이터를 타면 꼭 비행기가 빠르게 상승하는 것처럼 윙 하는 소리와 함께 빠른 속도로 40여 초 만에 전망대까지 도착합니다. 이미 사람들로 북적이는 전망대의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가니 차가운 가을 바람이 강하게 불어옵니다. 시애틀에 여러 전망대가 있지만 시애틀을 감싼 광활한 자연이 만들어 낸 강렬한 바람은 오직 이곳에서만 느낄 수 있습니다.
전망대를 따라 천천히 걸으면 방향을 바꾸면 시애틀의 다채로운 모습이 360도 파노라마로 펼쳐집니다. 워싱턴 주에서 불어오는 가을 바람도 숨을 내쉴 때마다 가슴속 깊이 스며듭니다. 시애틀을 눈에 담고 바람을 가르며 걷는 그 순간 아름다움이 절정에 달한 시애틀의 가을이 느껴집니다.




영화 '시애틀의 잠 못 이루는 밤'에서 낭만이 가득했던 도시로 비쳤다면 '만추'에서는 쓸쓸한 회색빛으로 가득합니다. 시애틀은 이 두 영화에 너무나 완벽하게 잘 어울립니다. 사랑의 달콤함과 쓸쓸함, 시애틀의 가을에는 이 모든 것이 담겨있습니다.
마음속에 가을의 여운을 남기고 싶다면 시애틀로 떠나보세요. 내가 원하는 가을의 모습이 어떠하던, 시애틀은 그 모든 것을 보여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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