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영업자 이야기 너무 와닿았음
우리에겐 '로빈슨 크루소'로 알려진 영국 작가 대니얼 디포 의 소설 원제목은 이렇게 길었다. 그의 이야기는 근대 경제 학에서 자주 인용된다. 무인도에 표류한 크루소는 혼자서 원 시인처럼 생활하는데도 하루 몇 시간을 일하고, 얼마만큼을 먹고, 몇 시간을 잘 것인가 하는 '경제적 의사결정을 해야 한다. 경제학은 사고의 실험을 통해 크루소를 기업가, 노동 자, 소비자로 각각 나눠 의사결정을 하는 것이 효율적이라고 역설한다. 먼저 크루소는 기업가가 된다.
기업가 크루소는 임금을 줄이고 고용한 근로자의 노동을 짜 내 이윤을 최대한 올릴 수 있는 방안을 만든다. 다음엔 노동 자로 빙의한다. 이땐 당연히 일은 덜하고 임금을 많이 받을 수 있는 방안을 내놓는다. 서로 다른 입장에서 내놓은 답이 한 번에 일치할 리가 없다. 기업가 크루소 입장을 너무 앞세 우면 근로자 크루소가 피해를 보고, 근로자 크루소 입장을 너무 강조하면 기업가 크루소가 피해를 본다. 그렇다고 내면 에서 두 입장이 서로 싸우면서 아무것도 안 하면 크루소는 무인도에서 굶어 죽는다. 크루소는 결국 기업가와 근로자 입 장에서 각각 조금씩 양보하는 법을 찾는다. 이렇게 찾아낸 답에 맞춰 크루소는 하루에 일할 시간과 이에 따른 생산량을 계산하면서 무인도 생활을 이어나간다.
자본주의 경제는 수많은 크루소의 집합체다. 그중 크루소의 사례를 현실적으로 잘 보여주는 게 한국의 자영업자들이다. 재벌로 대표되는 소수 기업들은 자본가로서의 모습이 강하 고, 노총으로 대표되는 세력은 노동자로서의 모습이 강하다. 그들은 나름대로 세력을 형성하고 언제나 선명한 목소리를 낸다. 그 목소리가 관철되도록 각종 노력도 아끼지 않는다.
반면 자영업자들은 크루소처럼 다면성을 띄고 있다. 그들은 기업주이면서 노동자, 생산자이면서 소비자인 야누스적 성 격이 강하다. 스펙트럼도 무척 다양하다. 단돈 500만원으로 장사를 시작한 사람이 있는가 하면 수십억 원을 들고 창업한 사람도 있다. 스토리도 제각각이다. 잘 다니던 회사에서 갑 자기 잘려서 자영업을 시작한 사람, 나름대로 포부를 갖고 창업 전선에 뛰어든 젊은이들, 갑작스러운 사고로 생계 현장 에 내몰린 사람도 있다. 가게가 인생의 전부인 사람이 있는 가 하면, 심심풀이 부업 정도로 업체를 차린 사람도 있다. 무 지개 같은 자영업자의 삶을 어느 한 잣대로 재단하기엔 각각 의 삶이 너무 다채롭고 여러 가지 인생이 얽히고설켜 있다. 그러다 보니 기업이나 노동자처럼 통일된 목소리를 내고 이 를 관철시키는 데 서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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