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홉 (약19금) 주드 감성 날라리 윤기 x 알바생 호석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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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홉(슈가x제이홉) 빙의글 (19금인듯아닌듯)
 
 
주드 감성 슈홉이 보고싶어
석이는 학자금대출 받아서 지방에서 상경해서 대학다니는 학생이구,
민이는 펜트하우스에 사는 개부자 날라리, 지 잘난맛에 사는 병구(?)였으면.... 그러다가 헛짓거리하고 다니다, 석이 만나 갱생하는 뻔~한 얘기. 필체은 뭘로 쓰지... 시부랄 모르겠다.
 

 
" 호섟아, 너 알바 안 할래? "
" 엥? 알바여? "
" 이제 방학이니까 알바 하나 해야지. "
 
학식을 고개 박고 퍼먹고 있는 석이에게 평소 친하게 지내며 도움 많이 받는 복학생형이 말을 걸어왔어. 그런데 이상하게 비밀이야기 하듯 속닥속닥 말했지

 

" 하는 일에 비해서는 돈 많이 받는 알바야. 너라면 할 수 있을 것 같아서. "

 

돈...?! 돈을 많이 준다. 에서 부터 이미 귀가 펄렁이다 못해 날아갈 지경이야. 대학생활이라는게 학비에 자취하는 월세에, 생활비에, 학원이라도 하나 다니려 하면 긴축에 또 긴축에 또 긴축 재정을 했어야 했지.

 

" 근데 무슨 알반데요? "

" 어.. 집...사 같은거라고 해야하나? "

" 집사여? 요즘 세상에 그런게 있어요? "

 

복학생 형의 말을 간단하게 요약하자면 그런 것이었다. 

 

그러니까, 형의 아버지가 다니는 회사에, 오너의 아들인데, 혼자 나와 사는데 까다롭기가 너무 까다로워서, 혼자서 나와서 사는 집에 도우미 아주머니를 쓰는데 이주도 못 버티고 두 손 두 발 들고 나온 다는 것.

 

월, 수, 금 그 아파트에 가서 대충 쓰레기 버리고, 간단하게 청소만 해주면 된다는거였어. 그런 별거 아닌 일을 왜 배테랑 도우미 아주머니들은 못 버티고 나온거였을까?

 

" 으흠.. 좀 문란해서...? "

" 네?! "

" 여튼... 사실 너한텐 좋은 기회일거야. "

" 그냥 좀 추잡스러운거 보더라도 못 본 척 해. 그렇게 여름동안만 일 하면 학기 내내 월세 걱정은 전혀 없을 걸... "

 

뭐가 문란하고, 추잡스럽다는건지 잘 모르겠지만 일주일에 세 번 정해진 오전 시간에 들어가서 두 시간만 청소하고 나오면 전에 하던 카페 알바의 봉급의 다섯배를 준다니 (그것도 주급) 도저히 석의 입장에서는 안 할 이유가 전혀 없었지.

 

" 할래요! 와 선배 진짜 고마워요. "

 

선배님 짱짱^^ 까지 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그 선배새끼 멱살을 비틀어야했다.

 

서울의 용산구 한남동에는 대대로 부자인 고고한 사람들이 많이 사는 동네였는데, 주소을 받아 든 석이는 지하철에서 내려서 한 참을 핸드폰 지도를 보며 걸어갔어. 곧 이어 철문 앞에 닿았는데 보통 아파트와는 다른 느낌이 물씬 풍겼지.

 

앞에는 보통 보던 경비원 아저씨가 아니라, 수트 차림의 경호원 같은 사람들 무리가 있었고, 석이가 이러저러한 이유로 찾아왔다니까, 뭔 테블렛 피씨로 뭘 보더니 정호섟씨? 하더니 대뜸 신분증이랑 휴대폰을 맡기고 가라는거야. 

 

쓰벌 드럽게 까다롭네...

 

뭐 방법이 있나... 넵넵;;; 하고 신분증이랑 핸드폰을 맡기고 적혀진 층수로 올라갔어.

 

드라마에서 본 부잣집이 이런건가 싶더라고. 올라가는 현관부터 쫘악 대리석이 깔려있고 엘리베이터 부터 작은 장식까지 금빛이 번쩍번쩍했어. 신발장이 제 방 보다 크더라고.

 

" 실례합니당.. "

 

혼자 읊조리고 가방을 벗고 안으로 들어간 석이는 뿌연 연기가 먼저 얼굴에 닿았어. 이게 뭐지? 싶었는데 담배연기였어. 안에 사람이 있었나봐. 베란다 앞에 어떤 남자가 담배를 피며 신문을 보고 있었어. 조심히 들어오는 석이와 남자는 눈이 마주쳤어. 석이가 놀래서 허리를 꾸벅 숙였을때 보고 말았지. 남자에게 오럴을 해주고 있는 어떤 여자의 뒷모습이.

 

그제서야 자신한테 일을 소개해준 복학생 선배의 말이 뒷통수를 강하게 쳐오더라고. 문란하고, 추잡스러운.

왜 핸드폰과 신분증도 앞 서서 맡기게 했고, 여기 일 하러 온 도우미 아주머니들이 그렇게 빨리 두 손 두 발 들고 나갔는지. 

 

토 할 것 같아서 석이도 당장에 그냥 나가버리고 싶었는데, 그깟 돈이라는 건. 돈이라는 놈은 참. 무거운 추 마냥 무서운 거더라. 허리를 숙여 나체의 여자의 모습에 바로 시선을 거뒀어. 

 

" 안녕하세요. 오늘부터 여기 청소하러 온 정호섟이거든요~ "

" ..... "

" 제가 알아서 청소할테니, 하시던거 마저 집중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           

 

여름만 참으면 등록금 이상의 돈을 준다잖아.

 

호섟은 다시 허리를 펴고, 뒤를 돌아서 일단 화장실을 찾았어. 어떤 소리도 듣고싶지 않아서 가방안에서 도서관에서 사용하는 귀마개를 꺼내서 귀에 콩 하고 박았지. 

 

내 할 일 하면 그 뿐이야.

 

화장실을 찾는게 일단 어려웠어. 문 여니까 침실이고 문 여니까 서재고, 문 여니까 드레스룸이고…

 

족이 100평은 넘는 방, 다섯번째로 문을 여니까 드디어 빙고였어. 아래 다이에 청소 용품이 새 것 처럼 가지런히 놓여있어서 고무장갑 끼고 세재를 꺼내들고, 치울 것도 없이 반질반질한 곳을 한번 치우고 쓰레기들을 한데 모으기 시작했어.

 

주방으로 가서 위에 올려진 아주 소량의 음식물 쓰레기도 넣고, 접시 몇개만 올려진 씽크대도 빡빡빡 문질러 닦고 설거지도 끝내서 올렸지. 

 

정해진 시간 두 시간 오전 열시부터 열두시까지. 이제 삼십분이 지나고 있었어. 일부러 거실쪽은 아예 쳐다도 안 보고 귀마개를 꼭 낀 채로 호다닥 호다닥 뛰어다니며 할 수 있는 청소를 다년간의 식당 카페 알바 경험을 살려 싹쓸이 하고 있었어. 빨리 여기서 나가고싶다.

 

빨리 나가고싶...

 

" 내 말 안 들려?! "

 

하고 누군가가 손을 잡아채어왔어.

아까 거실에서 담배 피면서 오럴 받던 남자다.

 

" 에...? "

" 내가 몇 번을 불렀는지 알아? 귀먹었어? "

" ...먹진 않았구요. 막긴했어요. "

 

석이는 고무장갑을 빼더니, 귀마개를 귀에서 빼서 그에게 잠깐 보여주고는 얼른 주머니에 넣었지. 얼굴이 창백하게 질려보이는 남자는 어딘가 불안정해보였어.

 

" 누가 너한테 일을 준거야? "

 

어따대고 반말이래.

 

" 그건.. 일을 준 그 쪽이 알아야 하는거 아니예요? "

" 뭐? "

" 혹시.. 아까 하시던 일은 다 끝나셨나요? "

" ...뭐? "

" 거실 청소가 사실 가장 손이 많이 가서요. 시작하려고요. "

 

방언 터지듯 말이 막 나왔어.

 

나이가 비슷해 보이는데, 누구는 부모 잘 만나서 이런 팬트하우스에 저렇게 망나니 처럼 살고 나는 이렇게 학자금 대출이다, 학점관리다, 알바다, 취업준비다. 정신없어 죽겠는데, 짜증나는 새끼야 진짜.

 

묘한 질투와 시기감에 한 마디도 지고싶지 않았어. 얼빠진 표정으로 자기를 어이없이 보는 남자의 어깨를 밀치듯 밀어내고, 거실로 나와서는 또 정해진 일인 것 처럼 청소를 하기 시작했어.

 

그 베란다 앞에는 콘돔 껍질이랑 잔해들이 얼룩덜룩 했지만, 아랫입술 꽈아악 깨물고, 밀대를 들어올렸지.

 

그렇게 신경질적으로 걸레질을 하고 있는데 할 일도 없는지 또 쪼르르 석이의 등 뒤로 바짝 붙어와 어깨 넘어로 힐끗거리던 남자가 물어왔어.

 

" 야, 너 뭐야 진짜. "

" 아휴.. 청소 하러 왔다니까요. "

" 몇 살이야 너? 어이없네. "

 

청소하는데, 뭐 나이 데드라인도 있어야 하나? 꿍시렁 거리는 모든 여러가지 잡다한 것들이 머리속을 쾅쾅 대며 울리고 있었어.

 

" 이런 걸 보고도 여기서 계속 일 하려고? 비위도 좋네. "

" 네.. 돈에 제가 환장해서요. "

 

뭐 석이도 이기려고 하는 대화는 아니었지만 처음보는 사람이랑 이렇게 핑퐁 하듯이, 말꼬리 잡으며 이야기 할 생각은 전혀 없었어.

 

오히려 호기심이 생긴 건 반대로 이 집 주인, 민뉸기였어. 이 집 일 봐준 사람이 대부분 그렇듯 언제나 도망갔었는데, 돈 때문에라고 처음부터 대못을 박아놓으며, 또 경멸하는 듯한 말투도 예의가 없는게 재밌던거야. 그리고 청소 같은 일을 하러 온 것 치고는 참 예쁜 얼굴에, 가느다랗고 낭창한 팔 다리랑 손.

 

" 돈에 환장해? "

" ..... "

" 그럼 내가 돈 더 주면, 다른 것도 해줘? "

" 뭐요? "

" 아까 들어올때 봤잖아. "

" .... "

" 얼마받는다고 했어? 거기에 열배줄게. 한 번 해봐. "

 

이거 질이 아주 안 좋구만. 

석이는 손이 부들부들 떨렸어. 그리고 생각했지.

 

예전에 엄마가 그랬었어. 

인생은 선빵이라고.

 

석이는 바닥을 밀고있던 밀대를 들어서, 제 앞에 팔짱 끼고서는 재미있는 장난감 보듯 저를 보고 있는 남자의 얼굴을 밀어버렸어.

 

음, 벅벅 닦아버렸다는 표현이 더 맞겠다.

 

" 아주 개지랄을 하네 "

" 야!!! "

" 해줘? 뭘 해줘? 시발? 거기 한 번 잘라달라고? 아주 질 나쁜 새끼네 이거. 돈 있으면 다야? 돈 있으면 그렇게 사람 무시하고 다니라고 네 부모가 그렇게 배웠냐? 시부럴... 이게 나 보다 쪼금한게! "

 

" 너 미쳤어? "

" 미쳤다!!! 야 지갑 갖고와. 안 가져와?! "

 

석이가 밀대를 무기 삼아 민의 턱 아래까지 들이밀면서 갑자기 지갑 가져오라고 소리를 빽 질렀어. 뭔 속셈인가 싶어서 민이 주머니 속에 있던 지갑을 꺼내자, 밀대를 팍 옆으로, 버리더니, 순식간에 지갑을 뺏어들었어. 지갑을 열자, 뭐 오만원 짜리 현금이 가득했는데.

 

하루치 일당과 퇴직금 그리고 성희롱에 대한 값을 계산해서 오만원 짜리 두 장을 꺼내들고 지갑을 냅따 다시 민의 얼굴쪽으로 던져버렸어.

 

" 퉤퉤퉤! " 까지 마무리하고 석이는 가방을 들고서 그 집을 미련도 없이 나와버렸어.

 

하루치 일당 십만원에, 저 개새끼랑 다시는 엮이고 싶지 않았고, 말은 그렇게 하지만 그렁그렁 고인 눈물을 들키고 싶지 않았거든. 자존감이 무너졌어. 그렇게 엉엉 울면서 밖으로 나왔고, 나오는 길에 맡겨 놓은, 핸드폰이랑 신분증을 찾아들고서는 왔던 길을 전력질주 하며 내달렸어. 

 

눈물이 계속 흘렀지.

두 손에 꽉 쥔 오만원 두 장이 자존심 값이라 생각하니 더 분하고 억울했어.

 

일단 나에게 이 일을 소개해준 복학생 선배를 만나러 죽여버려야 했고, 그 기업 오너의 아들인지 뭔지 나 혼자 1인 시위를 해서라도, 불매운동이라도 꼭 벌이자 생각했으니까. 

 

술이라도 한 두어병 마신듯 어지러운 상태로 다음 날 학교로 향했어.

 

석이는 자전거로 학교를 왔다 갔다 했는데, 그 날도 자전거를 타고 퉁퉁 부은 눈으로 자전거 도로를 달렸지. 사실 그게 실수였어. 맨 정신이 아닌 상태로 자전거를 타고 가다가, 꺾어져 들어오는 갓길에 주차된 차를 긁어버렸어.

 

헉....!!!!!

 

촤악ㅡ, 하고 긁히는 소리와 함께 자전거는 밖으로 내동댕이 쳐지고 석이도 바닥으로 굴렀지.

 

문제는 차가 꽤 비싼 외제차였고, 놀란 눈을 들어서 고개를 들어올리니, 차주가 내리더니 다짜고짜 멱살을 잡는거였어. 대사는 늘 듣던거랑 비슷해. 이게 얼마짜린 줄 아냐, 어떻게 보상해 줄거냐, 그러길래 버스나 타고 다니지, 뭐야 이 고물은!! 하고 옆에 버려지듯 누워있는 자전거를 발로 뻥뻥 차는거야. 정말로 앞이 흐려졌어.

 

잘못의 경중을 따지기도 전에, 석이가 먼저 남자의 손에 증발해버릴 것 같았지. 게다가 학교 근처였기 때문에 오고 가는 사람도 많이서 웅성웅성 이 쪽을 향해서 구경이라도 난 듯 구경하는 사람이 몰리기 까지 시작했고,

 

왠일인지 사람들의 시선이 꽂히자 남자는 더 발악했어.

아니 이 새끼가, 입 없어? 미안하다고 말이라도 해야할 거 아니야?!

 

그때였을까. 

어디서 들어본적 있던 목소리가 들려왔거든.

 

" 벤츠 C클래스에 흠집 좀 난 거 가지고.. 참 누구 말대로 개지랄을 떠네, 아저씨? "

 

 

 

석의 시선이 돌아가자, 거기에는 어제 본 그 재수없는 그 새끼가 있었어.

 

" 하긴 뭐 이 차가 소중하긴 하겠다. 온 갖 대출 끌어모아서 여자나 한 번 꼬실까 하고 산거 아냐? "

" 뭐야 이 새끼는. "

 

여유있는 얼굴이었어.

 

" 그리고, 아저씨, 그 멱살 잡고 있는 손 좀 놔줄래? 내가 얘 만나려고 아침 댓바람 부터 여기서 장장 세시간을 기다리고 있었거든요? "

" 아니, 쌍으로 아주....!! "

 

뉸기는 안 주머니에서 수표 한 장을 꺼내더니, 석의 멱살을 잡고있는 놈의 가슴팍에 꼽아줬지.

 

" 돈이면 다 해결 될 일을.. 괜히 헛짓거리 부리지 말고 꺼져. 지금 아저씨 때문에 내 시간이 허비되잖아. 이 벤츠에 네 대가리 갈아버리기 전에. "

 

낮게 으르렁 대는 목소리에는 농담조 같은건 없었어. 수표를 꺼내어 본 남자는 놀란 표정을 짓더니 그제야 멱살을 놓고 큼큼 ㅡ, 헛기침을 하더니 얼른 기스가 난 제 벤츠C클라스를 타고 사라졌어. 

 

주저앉아 쿨럭쿨럭 기침을 하고 있는 석의 위로 선 남자는 손을 내밀었지만 석이는 붙잡지 않았어. 노려봤지.

 

" 야, 뭐냐? "

" 뭐예요? "

" 어제 나 처럼 얼굴에다가 걸레질을 하던가, 아님 자전거를 던져버리던가. "

" .... "

" 나 너 도와준건데? "

" .... "

" 궁금한게 많은 얼굴이네. "

 

민이는 무릎을 꿇어 주저앉아 있는 석이의 눈 높이를 맞췄어. 

 

" 맡겨놓고 갔잖아? 신분증이랑 핸드폰. 그것만 있으면 네가 어디살고, 어느 학교에 다니고.. 오분도 안 걸려서 알아. 너 만나러 왔어. "

" ....나를 왜요. 어제 복수하려고요? "

" 아니 그럴리가. 정 반대야. "

" ...... "

" 어제는 미안해. 내가 좀 꼬였어. "

" 가..갑자기 무슨.. "

" 그러니까 다시 해 줘 일. 우리 집에 와서 청소해줘. 어제처럼 모욕하는 일 다신 없어. "

" ..... "

" 내 소개가 좀 늦었지? 나는 민뉸기고. 어제 처럼 월 수 금, 오전 열시부터 열두시까지만 집 청소 간단하게 해주면 돼. 어차피 내가 집에서 별로 하는 것도 먹는 것도 없어서, 치울 것도 없을거야. "

" ...가...갑자기 왜.. "

왜냐면, 반했으니까ㅡ, 

정말로 그 밀대가 내 얼굴이 아니라 심장에 꽂힌 기분이었지.

 

그런데 그렇게 말했다간 다시 일 하러 오긴 커녕 경찰에 신고를 하고도 남을 애 같아서 민은 그냥 웃어보였어.

 

" 너만큼 일 맘에 들게 하는 애가 없어서. "

" .... "

 

갑자기 태세전환이 너무 빠른 민을 보면서 석이는 어리둥절했어. 무슨 다른 꿍꿍이가 있는건 아닐까 싶었지만, 사과하는 말투에 꼬인 느낌은 찾을 수가 없었어. 계속 돈 생각이 났어. 저 남잔 아까 그 사람한테 얼마짜리 수표를 준걸까.

 

" ...좋아요. 어..어차피 이제 오늘 마지막 시험이구 또 종강이고... 내일은 수요일이니까... "

" 와, 진짜? 좋다. "

 

뭐가 좋다는 걸까. 다시 자기 집 청소 할 사람 구해서? 다 어리둥절하고, 번잡스러운거 투성이었어.

 

진득하게 나뭇잎에 잘게 부숴진 태양빛이 두 사람 머리 위로 반짝이고 있었고, 먼저 일어선 민이 큰 손을 다시 한 번 내밀자, 석이가 주춤 거리다 그것을 잡고 일어났어. 내일 보자. 라고 남자는 인사했고, 등을 돌려, 반듯하게 난 도로를 걸었어.

 

종강 뒷풀이 까지 완료한 석이는, 제법 가벼운 마음으로 한남동으로 향했어. 한 번 갔던 곳이지만 익숙하게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휴대폰과 신분증을 맡기고, 그 안으로 들어와서 민의 집으로 향했어.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 아직은 외워지지 않은 비밀번호를 다시 찾아보며, 누르고 집 안으로 들어갔지. 처음과 다르게, 이번에는 집 안이 정말 비어있었어. 아무도 없었지. 

 

원래 이 시간대는 비어있는 집이라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에 오히려 편한마음으로 할 일을 할 수 있을 것 같아 다행이었어. 이번에는 한 번에 욕실을 찾아, 청소 도구를 든 석이는 사실 별로 더럽지도 않고, 널려놓는 쓰레기도 없는 집인데 혼자서 아주 분주하게 움직였어. 과한 돈을 받는 만큼, 뭐라도, 작은 것이라도 할 수 있는 일을 하는게 마음이 편했거든. 

 

약속한 시간 정오. 12시

 

약 15분 정도를 남겨뒀을때, 이제 슬슬 정리를 해야겠다 싶어, 손에 든 청소도구를 정리하고, 쇼파 아래에 둔 가방을 짊어지고, 이렇게 시간이 널널한데 알바라도 하나 더 구해볼까... 할때, 아주 요란스럽게 문이 열렸어. 

 

민뉸기었어.

 

뛰어왔는지 숨을 헐떡 거리면서, 가방을 들고 나서려는 모습의 석이를 빤히 바라보고 있었어.

 

" 아... 오셨어요? "

" .... "

" 청소는 다 끝냈구요~ "

" .... "

" 그럼, 안녕히 계세요. "

 

하고 꾸벅 고갤 숙였지. 

민을 스쳐지나가려는 찰라에, 말을 뱉었어.

 

" 아직 .. 5분 남았어. "

" 네? "

" 아... 시발.. "

 

갑작스런 욕에 놀랐지만, 자조적인 혼잣말 같은 욕이라 석이 멀뚱멀뚱히 바라봤지.

 

어떻게든 열두시 안에 집에 온다고, 차를 최고 속도로 몰고 온거라, 보나마나 딱지는 뻔 하다. 싶었지. 

 

" .. 이제 3분 남았는데, 신발장 정리라도 할까요? "

 

석이의 눈에 아무런 감정도 느낄 수가 없었어. 와, 정말 알바가 사장한테 하는 말 처럼 무감각하네. 차라리 그때 사과하지 말걸. 그랬으면 화라도 서리처럼 차갑게 끼어, 나를 보는 눈이 반짝였을텐데.

 

민은 제 손목에 IWC를 한 번 바라보며, 초침이 지나가는 소리가 제 심장소리처럼 크게 들렸어. 이제 곧 일분 정도의 시간이 정확히 지나면, 스타트를 뛰려는 육상선수처럼, 바로 나가버릴텐데. 관심 없는 마음을 억지로 묶어두는 걸 해본 적이 없는 터라 머리가 핑핑 돌 지경이었어.

 

" ...가볼게요.. "

" 알바 하나 더 안 할래? "

" 네? "

" 어차피 방학이고, 지금 해가 중천인데, 끝나고 뭐하려고? "

 

이 남자 관심법이라도 쓰나...?

그제서야 제 앞에서 시선이 불안정하게 흔들리는 석이를 보니, 민은 번지수를 잘 찾은 느낌이었지.

 

" 무, 무슨 알바요..? "

" ..... 어... 그게... "

" 네. "

 

허울은 금방 만들어지는건 아니었어.

 

" 운전 할 줄 알아? "

" 운전이요? "

" 내 운전기사가 급하게... 그만뒀거든. 내가 저녁 스케줄이 많아서 운전 할 사람이 오늘부터 당장 필요해서. "

" 할 줄은 알지만... "

" 수행기사 같은 건 아니고, 그냥 운전만. "

" 으흠... "

" 뭐, 저기, 돈은 내가 알아서 잘... "

" 좋아요. "

" 어? "

" 사실 일주일에 청소 세 번하고 받는 돈 치곤 너무 큰 돈 같긴했어요. 그냥 연장선이라 생각할게요. "

" .... "

" 몇 시 까지 다시 올까요? "

 

믿는 구석도 없는 애가 잔뜩 열받아서 눈가에 눈물을 매달고 밀대를 자신의 얼굴에 들이밀었을때도, 지금 처럼 그냥 더 보기 위해서 일을 하나 시키고 더 주겠다는 돈도, 마다하고 괜찮다고 아무렇지 않게 말하는 단조로운 어투가. 한 일자로 꾸욱 다문 입술 끝에 피어오르듯 번져있는 작은 보조개에 입을 맞추고 싶다는 어이없는 생각이 번질때 쯤에, 

 

" 네? "

" 아... 저녁 일곱시까지 다시 와. "

" 네. 이따 뵐게요. "

" 어... "

 

그러더니 미련없이 문을 열고 나서는 석이의 뒷모습을 보며, 짧게 손을 흔들던 민은, 그제야 제 손을 보고 깜짝 놀라 내리면서, 땀으로 축축해진 이마를 닦아내리면서 집 안으로 들어왔어.

 

기사같은건 없었어. 누가 자신의 공간을 공유하는 걸, 별로 안 좋아했거든. 핑계거리가 없어도 왜 그런 말이 튀어나왔나 싶었지만, 나쁘진 않다고 생각했지. 그 날 저녁에는 유학갔다가 돌아오는 친구의 작은 파티가 있었던 날이었어.

 

저녁 6시 50분 쯤이 되자, 석이가 다시 집으로 찾아왔어. 그때는 비밀번호를 누르고 들어오는 대신 벨을 눌렀지. 민이 준비를 끝내고 문을 여니, 여전히 맨둥한 얼굴의 석이가 자신을 보며 꾸벅 인사했어.

 

차 키를 던져주면서 같이 엘리베이터를 타고 지하 주차장으로 내려갔어.

 

" 뭐 했어? "

" 네? "

" 오후 동안 뭘 했냐구. "

" ...공부했어요. "

" 공부? 무슨 공부? "

" .... 재경관리사요. "

 

무슨 질문이 이렇게 디테일하게 꽂힐까, 석은 생각했고, 곧 주차장으로 내려가니, 마치 외제차 전시장 같은 곳이었어. 석이 한테 차키를 던지듯 주며, 민은 손가락으로 차를 한 대 가리켰어. 버건디 색의 벤틀리 컨티넬탈 앞에 선 민을 바라보는 석은 그제야 긴장이 들었어. 자신이 자전거로 긁은 그 차가 생각나면서, 잘못 운전했다가 흠집이라도 나면 어째나…

 

오히려 빚을 지는거 아니야? 꿀떡 마른 침이 삼켜졌어. 

 

" 걱정마. 흠집 날 일 없어. "

 

진짜 관심법을 쓰는게 분명했다.

 

" 도로로 나가면 알겠지만, 보통 다 내 차를 피해서 다니더라고. "

" 아.... "

" 가자. 늦겠다. "

 

안 해본 알바가 없어서, 운전도 많이 해봤는데, 이런 비싼 차는 처음이라 떨리기도 했지만, 뭐 어쩔수있나 싶었어. 여튼간에 차는 출발했고, 의아한 시선의 석이가 힐끗 제 옆 자리에 앉는 민을 바라보며 먼저 말을 던졌지.

 

" 저기... "

" 왜. "

" 보통 고용주들은... 뒷좌석에 앉지 않나요? "

" ... "

" 왜 조수석에...? "

 

이 아이와 대화를 하려면 자꾸 무언갈 꾸며대고, 둘러대야만 했어. 

 

" ....멀미가, 심해서... "

" ...아. "

 

해가 점점 제 빛을 흐리며, 무엇이 부끄러운지 산 너머로 제 모습을 감추고 있었지. 노을을 바라보며, 민은 가느다란 손으로 핸들을 꽉 쥐고, 시선을 흐트리지 않고, 운전에 집중하는 옆모습을 감상하듯 바라봤어. 

 

" 저녁 먹었어? "

" 아뇨. "

 

그 뒤로 민은 말이 없었어. 

 

곧 예정 된 장소에 도착했고, 그 앞에 민이 먼저내리더니, 창문을 내리라는 표시를 했어, 창을 내리자, 같이 나오라는 듯 고갯짓을 했어. 어버버.. 거리며, 네? 만 반복하는 석이 짜증났는지, 민이 운전석으로 가서 문을 열고 석이를 내리게 했지. 그리고 발렛하는 기사에게 키를 건네었어. 영겹결 따라내린 석은 영문을 몰라서 설명을 기다리며, 민을 바라보자 그가 그제야 말했어.

 

" 안에 사람만 수십이야. 그리고 뷔페거든. 저녁 안 먹었다며. "

" 아... "

 

괜찮다고 한사코 거절했지만, 괜찮다고 한사코 자신을 끌고가는 그 덕분에, 같이 입장을 해버리고 말았어. 

 

볼 일 보세요... 하고, 석이는 곧 장 사람들 틈 바구니에서 하얀 접시에다가, 음식을 담으며, 얼른 먹고 바로 나가야겠다 생각했지. 그가 부자긴 부자인가봐. 기업 오너의 자제들의 행사는 이런거구나. 홈파티라니. 관현악들이 연주되고, 샹들리에의 빛이 향수처럼 은은하게 퍼지며, 다들 고급스러운 옷차림으로 안부를 주고받는 모습이 여간 별나라 세상이었지. 물과 기름처럼 이질적이기도 했어.

 

멀리서 보이는 민은 어떤 화려한 옷차림의 여자와 반갑게 인사하고 있었고, 사람이 없는 가장 구석진 자리를 찾던 석이, 걸음을 떼려던 찰라에, 하얀색 정장을 입은 한 남자가 석의 걸음을 막아섰어.

 

흠짓 놀라 뒷걸음질 친 석이 그대로 멈췄어.

 

" 처음보는 얼굴인데? 누구 지인이예요? "

" 아.... "

 

그는 뿔테 안경을 썼는데 그 안으로 반짝이는 눈동자가 호기심에 가득어려, 석이의 행색을 살피고 있었어. 마치 심문 당하는 것 같이 집요하고 어딘가 아니꼬운 눈빛이었지.

 

" 혜주 친군가? 아.. 저는 JR로펌 대표, 이희상이라고 합니다. "

" 아... 저는 여기 지인으로 온 건 아니고... "

" 그럼요? "

" 민뉸기씨... "

" 아~! 뉸기요? 뉸기 친구구나. 저도 뉸기 고등학교 동창이거든요. "

 

부자들의 특징인가 싶기도 해. 집요한 질문.

 

" 어떻게 아시는 친구예요? 뉸기랑은? "

" 친구가 아니라... "

" 네. "

" ...도와드리는.. 그러니까.. 일을 한다고 해야하나.. "

" 아 뉸기 밑에서요? "

" 네.. 뭐. "

" 무슨 일요? "

" ...운전이요. "

 

그리고 청소. 까지 덧붙여야 하지만 그건 말하지 않았어. 운전을 들은 그 남자는 자조적인 웃음을 크게 터트리더니, 이제야 행색과 이 어색한 행동이 주는 의미를 이해한 듯 석이를 위, 아래로 훑었어.

 

" 아.. 그렇구나. 어쩐지. "

 

분명한 모욕이었지만, 그때처럼 밀대를 얼굴에 민다거나 할 의지는 없었어. 화가 난다기 보다는 굳이 자신을 여기로 끌고 온 민에게로 화살이 돌아갔지. 빨리 그냥 가야겠다라는 생각이 온 신경을 점령했어. 음식이 든 접시를 그대로 놓아두고, 먼저 실례하겠습니다. 하고 남자를 스쳐지나가려고 하는데, 

 

" 뉸기가 운전 말고 다른건 안 시켜요? "

" .... "

" 제 친구가 워낙 취향이 독특한걸로 소문이 나서요. "

" 저기요. "

" 차라는게.. "

 

남자는 안경을 한 번 들어올리며 재밌다는 듯 말 했어. 

 

" 원래 좀 그런 공간이잖아요. 이해하죠? "

" .... "

" 아직 아니라면 조심해요. 뉸기 걔가.. "

 

희상이란 남자가 입은 하얀 정장위로, 보랏빛이 스몄어. 머리 위로, 얼굴 위로. 민이, 와인 한 병을 그대로 머리에 붓고 있었어. 촤르르르 소리와 함께 일직선으로 보랏빛을 내뱉는 와인 때문에 석이는 더 이상 듣기 싫은 말을 듣지 않아도 괜찮았어.

 

와인 한 병의 꽤 많은 양을 들이붓는 동안 민을 말리는 사람은 한 명도 없었어. 수백개의 눈동자가 민에게 덕지덕지 달라붙었지만, 하나도 신경 안 쓰는 듯 조금의 흔들림도 없었어.

 

" 내가 하얀색을 별로 안 좋아해서. 네 거지같은 낯빛에도 별로 안 어울리고. 옷의 색을 바꾸니까, 한결 좋네. "

 

민이 들고 있던 와인병이 텅 빈 걸 보더니, 허공으로 던져들어, 와인병의 주둥이를 빠르게 잡더니, 그걸 그대로 와인에 젖어있는 남자 쪽으로 큰 포뮬선을 그리며 던졌어. 운동신경은 있었는지 옆으로 바로, 우탕당 엎드린 남자는 간신히 제 머리로, 날아온 와인병을 피할 수 있었고, 엄청난 파열음을 내며 산산조각이 난 그 파편들이 사방으로 흩어졌지.

 

바로 테이블 아래의 의자를 집어드는 민을,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말린 것은 석이었어.

 

" 그만하세요!!! "

" 놔. "

 

무언가 훼까닥 정말로 이성을 잃은 사람의 눈동자가 무엇인지, 석은 가만히 민의 눈동자 넘어로 대충 알아봤던 것 같아. 여기서 이 사람을 말릴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고, 다들 재미있는 구경이라도 난듯 방관하고 있는 제 3의 태도들.

 

" 놓으라고. "

 

끊겨버린 이성을 이으려면 아무말이라도 해야했는데, 민의 팔을 억지로 부여잡은 석이 더듬거리며 크게 소리쳤어.

 

" 배... 배고파요!! "

" ...뭐? "

" 아까도 .. 말했잖아요. 밥 못 먹었다구요. 여기 싫어요. 불편해서... 못 먹겠어요. "

 

석의 말에, 누가 얼음이라도 외친 듯 가만히 그의 얼굴을 바라보고 있던 민이, 의자를 비어있는 쪽으로 던지더니, 바닥에서 웅크리고 있는 희상을 한 번 바라봤어. 그는 얼굴을 들고 민을 바라보지 못하고 있었어.

 

" 가자. "

" ... "

 

민의 그림자를 쫓아, 같이 밖으로 나온 석은 묘한 기시감을 느끼고 있었어. 그건 조금 거북스러운 감정이었지. 맞아, 석이는 그를 처음 만났을때 그 집 안에서의 민을 기억하고 있었어. 

 

이제 곧 가을 올 건 가봐. 공기가 차가웠어.

 

" ...오늘은 먼저 가봐도 될까요. "

" ... "

" 그냥 얼른 돌아가서 쉬는게 좋겠어요. 술 안 마셨죠? 운전 하실 수 있으시죠? "

 

민은 자신에 대한 어떤 불명예스러운 딱지가 석에게 붙어있다는 걸 그제야 알았어. 

봐, 도망가고 있잖아.

 

" ...밥 사줄테니까, 먹고 가. "

" 아니요. 괜찮아요. 집에 가서.. "

 

그때, 호석의 주머니에 있던 폰에서 벨 소리가 이것을 마침표 찍으려는 듯 요란스레 울렸어. 친구 냄준의 이름이 뜨고 있었어. 결국 전화길 들었어.

 

" 어, 냄준아. "

 

민은 주머니에 손을 껴넣은 채, 이미 삐딱선을 탄 채로 석의 통화를 듣고만 있었어. 

 

" 어, 학교 근처라고? 어.. 그럼 조금 기다려. 삼십분 안이면 갈 수 있어. 어, 도착해서 다시 전화할게.... 밥..? " 

 

석은 반사적으로 민을 바라봤어.

 

" 밥.. 아직 안 먹었어. 가면 같이 먹자. 어, 이따 보자. "

 

갖고싶은게 있으면 사실 쉬웠어. 돈은 사람 마음을 얻는데도, 별 큰 힘을 들이지 않고 얻게도 했으니까. 돈으로 이 아이의 시간은 잡아뒀는데.

 

" 가볼게요. "

 

순식간에 꼬인 실타래처럼, 여러가지 감정이 얽힌 민은 그대로 석을 지나쳤어. 바로 차를 받아, 신경질적으로 차 문을 쎄게 닫고서, 시동을 걸고서는 정해진 목적지도 없으면서, 악셀을 있는 힘껏 밟았어. 마치, 엄마랑 싸우고 자신이 화났다는 걸, 온 몸으로 표현하는 어린아이 같았지. 

 


 

(생각보다 길어져서 2편에 이어집니드아)

[트윗] 슈홉(호섟x윥긔) 주드감성 날라리공x알바생수 2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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