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복, 현재 젊은층 사이에서 가장 빠르고 화려한 패션으로 피어나는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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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0~20대 사이에서 가장 유행했던 아이템을 꼽으라면 단연 '한복'을 얘기할 수 있다. 젊은층들에게 한복은 더 이상 '명절 옷', '고루한 옷'이 아닌 하나의 패션 아이템이나 자기 표현의 수단으로 당당히 자리 잡았다. 2014년 말부터 시작된 한복의 유행은 전통 한복을 입고 고궁 나들이를 가는 것에서 시작해 서서히 일상 속 생활한복으로 옮겨가고 있다.

 

 
 

한복입고 유럽간다
패셔니스타도 반할 만한 생활한복, 캐주얼 한복의 인기가 심상치 않다. 패션 트렌드에 발 빠른 인스타그램에선 한복을 입은 사진이 일상복을 뜻하는 '#OOTD(Outfit Of The Day)' '#데일리한복' 등의 해시태그가 달려 끊임없이 올라온다. ▶기사 더보기

한복을 입고 세계를 누빈 한복여행가 권미루 씨. 권미루 씨를 시작으로 한복을 입고 여가와 여행을 즐기는 것이 새로운 문화가 되었다. /권미루 씨 블로그

생활한복으로 검색되는 게시물만 7만여 건. (2016년 11월 기준) 전주 한옥마을부터 유럽·남미 등 해외여행지, 홍대 카페까지 서슴지 않고 생활한복을 입고 누빈 '인증샷'을 올린다. 10대 20대들이 주로 찾는 콘텐츠 앱 '피키 캐스트'에서는 한복을 입고 세계 여행을 떠나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2014년 부터 꾸준히 인기를 얻고 있다.


한복입고 회사간다
생활한복을 입고 직장을 출근하거나 여가를 즐기는 이도 늘어나고 있다. 20대 직장인 유 모씨는 얼마 전부터 생활한복을 입고 출근을 하고 있다. 기성복처럼 디자인된 원피스형 생활한복을 접한 뒤로 한복의 매력에 푹 빠져들었다. 주변 동료들도 처음에는 신기한 눈으로 바라봤지만 이제는 본인도 한번 입어볼까 고민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국사 선생님, 어르신들이 입는 옷이라는 이미지가 강했던 개량한복이 2016년 10~20대를 중심으로 일상 속으로 들어오는 움직임이 보인다.

 

 

 

한복 시장 성장세
2014년부터 시작된 한복 열풍은 자연스레 생활한복, 캐주얼 한복, 패션한복의 인기로 이어졌다. 인터넷에서는 생활한복과 캐주얼 한복을 파는 쇼핑몰이 증가했고, 한복을 변주해 만든 일상복으로 유명한 '차이킴'은 두타 면세점과 신세계 백화점 강남점에 입점했다. 한복을 파는 업체가 면세점에 입점한 경우는 이번이 처음이다. 그동안 고전을 면치 못했던 기존 개량한복 업체들도 다시 활기를 띠기 시작했다. 21년간 생활한복을 만들어온 돌실나이는 3년 전 젊은이를 타깃으로 삼은 생활한복 브랜드를 새로 출범시켰다. 3년 만에 매출이 2.5배 늘었고 올해는 작년 대비 3배 성장을 예상하고 있다. 

개량한복을 팔던 업체들의 고객층도 어려졌다. 예전에는 시큰둥하게 지나가던 어린 학생들이 혹시 자기네들이 입을 만한 한복은 없는지 물어보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얼마 전 생활한복 전문 브랜드 리슬은 강남에 팝업 스토어와 한복 토크쇼를 열어 10대와 20대들에게 뜨거운 호응을 얻었다. 

 

#특별하다 #한복스타그램
생활한복이 서서히 인기를 끌기 시작한 것은 '인스타그램' SNS 열풍과 특별하게 보이고 싶은 젊은 층의 욕구가 동시에 작용했기 때문이다. 이미지를 중심으로 소통하는 SNS '인스타그램'은 사진과 이미지를 통해 자신의 취향을 드러내는 것이 주요 소통 수단이다. 

하루에도 수만장 씩 쏟아지는 인스타그램 속 한복 사진들. 일상 속에서 한복을 입고 생활한 사진들이 주를 이룬다.

하루에도 수천만장의 사진이 쏟아지는 이 공간에서 10대와 20대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은 '한복'. 아름다우면서 특별하게 보일 수 있고, 의미도 덧붙일 수 있는 활동으로 '한복을 입고' 무언가를 하는 것이 주목받았다. '한복'을 입고 나들이와 여행을 떠나는 사진들이 타인과 다르게 자신을 표현하고 싶어하는 젊은 층의 마음을 흔들었다.

#경성 #미디어

근대 신여성들의 패션 필수품들. 위부터 반시계 방향으로 양산, 긴 저고리, 어깨허리 통치마, 손목시계.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 제공

최근 한국영화에서는 일제시대 경성을 배경으로 하는 작품들이 연이어 등장했다. 여주인공이 전통의 생활상과 서양 문물이 충돌하던 때의 복식을 스크린 속에서 재현해내면서 개화기 당시 한복의 복식도 함께 이목을 끌었다. 영화 '해어화'에서 배우 한효주와 천우희가 입은 잔꽃무늬의 저고리와 발목 선 위로 올라온 치마는 당시 시대 분위기를 고증하면서도 영화의 화사한 분위기와 어울렸다 

영화 '도리화가'에서 구한말 명창을 연기한 수지가 한 매체와 함께 한복 화보를 선보이면서 한복과 어울리는 메이크업과 스타일링이 동시에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두 작품은 흥행에서는 저조한 성적을 보였지만 작품 속 여주인공들의 차림은 꾸준히 언급될 정도로 한복에 대한 관심을 높였다. 

미술계에서는 김현정과 신선미와 같은 신예 동양화 작가들이 한복과 현대적 감성을 접목한 작품들을 발표해 젊은층들에게 반향을 일으켰다.

(왼쪽부터) 영화 해어화의 한장면, 퍼스트룩이 선보인 수지의 한복 화보, 작가 김현정의 내숭 시리즈

퓨전사극, 일제 배경의 시대극 등 매체를 통해 한복을 접한 10~20대들이 이를 지금의 자신들만의 감성으로 재해석하기 시작하면서 한복 특유의 아름다움을 알아보는 사람들도 늘어났다. 더 특별해보이고 싶고, 이를 자신있게 드러내고 싶어하는 이들은 주저없이 바로 한복을 찾고 입기 시작했다.

#간편하다
하지만 아무리 아름다운 한복이더라도 일상과 여행을 즐기기엔 무리가 있다. 생활한복은 한복의 디자인을 현대식으로 간편하게 탈바꿈시키면서 더 인기를 끌었다. 동정과 대님은 똑딱이 버튼으로 대체했고, 치마 길이는 무릎 정도로 짧아졌다. 한복의 풍성함을 살리기 보다는 현재 원피스와 스커트의 핏을 차용하면서 활동을 쉽게 한 것이다.

견과 무명으로 주로 만들었던 전통한복과 달리 면과 데님 등의 소재를 사용하여 쉽게 빨아입을 수 있게 만들었다. 2015년 1월 한복을 입고 삼성전자에 다녀 화제가 됐던 하나래 씨 역시 초반에 한복집에서 전통 한복을 사 입었지만 얼룩이 쉽게 지고 잘 안지워지는 견을 주로 사용하는 기존 한복에 불편함을 느껴 지금은 면이나 데님을 활용해 자신만의 한복을 제작한다고 말했다.

 

지금의 생활한복은 과거의 전통 한복, 그리고 90년대 유행했었던 개량 한복과는 전혀 다르다. '전통', '정체성' 등에 무게를 두었던 그동안의 한복과 달리 지금의 생활한복을 꿰는 키워드는 '패션'이다. 예쁘지 않으면 입을 일이 없고, 특별해보이지 않으면 굳이 관심갖지 않는 것이 요즘 세태이다.

이 과정에서 우리가 몰랐던 전통 한복의 요소가 새로운 아이템으로 만들어지고, 현대의 소재와 맞물려 전혀 다른 분위기를 자아내기도 한다.

1 차이킴의 턱시도저고리와 검은색 사폭바지 / 2 리슬의 데일리 두루마기 코트 / 리슬의 무궁 저고리와 살랑 원피스 / 4 자주의 새로운 패션 한복 '자아 원피스 / 김종연 영상미디어 기자, 리슬 ·자주 제공

어떻게 바뀌었나

소재
많은 한복 디자이너들은 한복을 만들 때 꼭 전통적인 소재를 쓰지 않아도 된다고 말한다. 현재 쓰이는 모든 직물과 천들이 한복의 소재로 쓰일 수 있다는 것이다.

리버티 천 : 생활한복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천은 영국의 리버티 원단이다. 영국의 유명 패브릭 회사 리버티에서 제작되는 면직물로 주로 꽃, 과일, 페이즐리 무늬를 특징으로 하며 무늬와 바탕의 비율이 7:3 정도이다. 파스텔톤의 잔꽃무늬는 부드러우면서 화사함을 연출할 수 있다. 또한 쉽게 세탁할 수 있는 면직물이라는 점도 장점이다. 주로 저고리와 치마 둘 중의 하나를 리버티 천으로 만들어 포인트를 준다.

아기 엄마들과 한복을 입는 젊은이들 사이에서는 이런 잔꽃무늬 한복이 일명 '리버티 한복'이라 불린다. 2년 전부터 이 리버티 풍의 천을 활용해 한복을 짓는 일이 점점 늘어가고 있다.

 

데님 : '청', '데님' 역시 생활한복에서 자주 쓰이는 소재 중의 하나다. 내구성이 좋고 때가 잘 타지 않아 막 입을 수 있는 원단인 데님은 전통 한복에 주로 쓰이던 견의 단점을 완벽하게 보완하고 있다. 또한 '청춘의 상징'으로 불릴 만큼 젊은 이미지도 가지고 있어 한복이 가지고 있는 고루한 이미지를 상쇄시킨다. 저고리나 치마로 만들기도 하지만 철릭 원피스나 코트처럼 만든 두루마기에 주로 쓰인다.

린넨 : 아마사로 짠 직물. 흔히 모시, 삼베와 혼동하는 이들이 많은데 삼베는 대마로 만들어져 거칠고 뻣뻣한 성질이 강하며, 모시는 저마로 만들어져 삼베보다 좀 더 부드럽다. 우리 전통 여름철 한복은 대부분 모시로 만들어졌으며 삼베는 주로 수의로 쓰였다. 이보다 부드러운 마 소재가 린넨이다. 모시보다 옷감이 훨씬 부드럽고 가공하기 쉬워 기성복에서 많이 쓰인다. 올 여름에는 주로 여름철 양장에 쓰이던 린넨 소재로 만든 생활한복들이 눈에 띄었다.

레이스 : 천 위에 무늬를 만들어내는 것이 아닌 비침 무늬를 짜놓은 것을 말한다. 서양 복식에서 자주 보이는 레이스는 르네상스 이후 더 섬세하고 화려한 무늬로 발달하면서 이 시기를 상징하는 장식처럼 여겨졌다. 지금은 여성복의 전용으로 인식되지만 당시엔 남녀를 불문하고 레이스가 달린 옷을 착용했다. 생활한복은 서양식 드레스에서나 쓰이던 레이스를 한복에 접목시켜 더 우아하고 여성스런 분위기를 내는데 활용하고 있다. 특히 복고풍의 웨딩 사진을 원하는 신부들에게 안성맞춤이다.

디자인
한복과 캐주얼을 합친 일명 '한주얼'. 생활한복은 한복의 화려함과 무거운 느낌보다 재기 발랄한 색감과 젊은 여성들 체형에 잘 맞는 깔끔한 핏으로 일상에서 많이 입는 면 소재를 주로 사용해 평상복과 매치했을 때의 괴리감을 없앴다. 기본 생활한복은 물론이고 일상복에 걸치기 좋은 두루마기 스타일의 네이비색 재킷 등 옷 스타일이 다채롭다.

철릭 원피스 : 전통한복을 이용한 생활한복의 디자인 중 가장 처음 주목을 받았던 것이 철릭 원피스이다. 생활한복 브랜드 '차이킴'에서 처음 선보인 이 철릭 원피스는 이제 생활한복의 대명사가 됐다. 이 원피스는 본래 고려 때부터 입기 시작해 조선시대에 보편적으로 입었던 '철릭'에서 아이디어를 가져왔다. 철릭은 상의와 하의를 따로 마름하여 허리에 연결시킨 포()를 얘기한다. 왕이 능행을 할 때 착용했으며 조선 중기 이후에는 주로 무관들이 입었던 옷이다. 시대에 따라서 상의와 하의의 비율, 주름의 넓이와 정도가 차이가 있으나 따로 재단한 상·하의를 연결시켜 하나로 만들고 치마의 주름이 많이 가 있는 것이 특징이다. 한자어로 '千翼'이라고 쓰이는 것만 보아도 이 옷의 특징이 주름임을 알 수 있다.

철릭 원피스는 원피스로 입을 수도 있지만 옷고름을 풀어 코트나 재킷으로도 입을 수 있다. 또한 원피스 위에 허리치마를 덧 입어 다른 느낌으로 코디할 수 있다. 

▲사진 : 패션한복 브랜드 '차이킴'에서 선보인 철릭원피스, (원 안) 우리 전통의 철릭 / 차이킴, 한국학중앙연구원

허리치마 : 전통 한복 치마의 느낌은 살리면서 착용 선을 허리로 내린 치마이다. 전통 한복에서 치마는 보통 겨드랑이까지 올려서 치마끈을 올려 묶어 입는다. 치마가 상체에서부터 퍼지기 때문에 부피감이 커지고 활동성이 좋지 못하다는 단점이 있었다. 이를 보완하면서 지금의 감각에 맞게 슬림한 핏으로 만들어진 것이 허리치마다.

허리를 강조해 날씬하게 입을 수 있고, 여러 아이템과도 잘 어울린다. 저고리와 함께 입어도 예쁘지만, 철릭 원피스 위에 덧입어도 된다. 치마를 먼저 입고 상의 저고리를 입었던 전통 방식과 반대되는 이 방법은 막상 입으면 한국적인 분위기가 물씬 난다. 또한 치마의 형태가 주름 치마나 플레어 스커트와도 유사해 기본 티셔츠와 함께 입어도 전혀 이질감이 없다. 

▲사진 : 패션한복 브랜드 '차이킴'에서 선보인 허리치마

당의 저고리 :  생활한복 브랜드 '천의무봉'에서 '당의'에서 영감을 얻은 '해밀핏 당의 저고리'도 카피 제품이 여럿 나올 정도로 베스트셀러다. 1660년부터 1710년까지 살았던 해평 윤씨 부인의 묘에서 출토된 '당의'에서 옷의 기본형태를 가져왔다. 전통한복에서 당의는 본래 반가의 여성이 궁중을 출입할 때 저고리 위에 입는 예복이다. 

소매 밑이 트여있으면서 신체의 선을 모두 가리는 것이 당의의 큰 특징이다. 하지만 이 옷은 당의의 기본 형태를 가져오되 트임을 막아 저고리 형태로 만들었다. 또한 당의의 선을 따라 신체의 실루엣이 드러나도록 했다. 허리치마와 연출해도 되고 청바지, 원피스 등에 재킷이나 카디건처럼 걸쳐도 아무도 한복인지 몰라봐 남녀에게 두루 인기다.

▲사진 : 생활한복 브랜드 '천의무봉'에서 만든 '당의 저고리', (원 안) 해평 윤씨 부인 묘에서 나온 당의 /천의무봉, 조선DB

 

사폭 슬랙스 : 한복의 사폭 바지를 현재 슬랙스에 접목시킨 제품이다. 한복의 사폭바지에는 총 열쪽의 직선으로 재단된 천이 사용되는데 사폭은 마루폭 안쪽, 즉 가랑이 쪽에 대어지는 네쪽의 헝겊이다. 오늘날 사폭 바지는 가장 대표적인 한복 바지로 인식되지만 이 바지를 입기 시작한 것은 임진왜란 전후이다.

사폭 바지는 큰 사폭과 작은 사폭으로 이뤄져 있어 펼쳐놓거나 입었을 때 바지 모양이 비대칭이며, 절개선이 사선으로 되어 있다. 또한 입었을 때 허리에 맞게 한쪽을 접어 끈으로 묶어 입는다. 이러한 특징이 하체를 크게 움직일 때 여분의 공간을 만들어내며 한복 특유의 여유와 멋을 보여준다. 사폭 슬랙스도 이런 사선 절개와 허리끈 포인트를 현대식으로 선보였다. 이 슬랙스의 밑단은 대님 대신 단추를 달았고 주머니를 만들어 간편함을 더했다.

▲사진 : 생활한복 브랜드 '리슬'에서 나온 '사폭 슬랙스', (원 안) 우리 전통의 사폭바지 /리슬, 조선DB

슬랙스 : '느슨하다'는 뜻의 형용사인 슬랙(slack)에서 따온 명칭으로 느슨하면서 여유있는 바지를 얘기한다. 본래 작업용, 군대용 바지를 슬랙스라 불렸으나, 최근엔 느슨한 형태로 나온 정장바지를 가리키기도 한다.

두루마기 코트 : 겨울이 오면서 코트 장만을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한복이지만 코트처럼 입을 수 있는 두루마기 코트도 있다. 우리가 현재 알고 있는 두루마기는 직령포라고 불리는 형태이다. 직령포에서 '직령'은 깃의 모양을 곧다는 뜻으로 곧은깃을 가진 포라는 뜻이다. 전통 한복에서 겉옷에서 해당하는 옷으로 뚫린 데 없이 두루 막혔다는 뜻에서도 알 수 있듯이 방한을 대비한 외출복으로 입었다.

두루마기는 그 자체로 당장 겉옷으로 입어도 손색이 없을만큼 현재의 코트와 형태가 유사하다. 대부분 디자이너들은 두루마기의 특징인 직령깃(곧은 깃)과 옷 고름 모양을 살리면서 현대식 소재와 슬림한 핏으로 만든 두루마기 코트를 선보이고 있다.

▲사진 : 생활한복 브랜드 '리슬'에서 나온 '두루마기 코트', (원 안) 우리 전통의 두루마기 /리슬, 한국학중앙연구원

당코깃 정장 : 한복 스타일의 남성 정장을 만드는 '기로에'는 세련된 '댄디남'을 떠올리게 하는 남성 한복 패션으로 유명하다. 특히 깃 부분만 한복스럽고 나머지는 고급 정장 느낌이 물씬나는 '당코깃정장'이 베스트셀러. 파티나 중요한 프레젠테이션에 입고 나가도 손색없다. 몇 달 전 K팝 콘서트에서 사회를 맡은 ‘슈퍼주니어’ 이특이 입고 나와 문의가 빗발쳤다.

▲사진 : '기로에'에서 만든 당코깃 정장의 깃 부분 /기로에

한복의 깃 : 생활한복이 전통 한복에서 가장 많이 가져오는 요소는 동정을 다는 '깃' 부분이다. 대부분 생활한복 상의는 이 부분을 전통 한복과 똑같이 만들어 한복 특유의 아름다움을 살린다. 한복의 깃은 그 모양에 따라 종류가 여러가지이다. 크게 깃은 형태에 따라 직령(直領)·단령(團領)·반령(盤領)·방령(方領) 등으로 나뉜다. 여기서 령(領)은 목덜미, 옷깃을 의미하며 옷을 세는 단위로 이 글자를 쓰기도 했다. 직령은 곧은 옷깃을, 단령은 둥근 옷깃을, 반령은 목이 적게 파기고 오른쪽으로 여미는 깃을 가리킨다. 보기 힘든 방령은 네모난 옷깃이다.

한복 상의로 가장 많이 알려진 저고리의 깃은 대부분 직령이다. 이 직령의 모양은 다시 목판깃, 당코깃, 칼깃, 동그레깃, 맞깃 등으로 나뉜다. 목판깃은 모양이 나무판처럼 사각형이며 직선인 깃이다. 당코깃은 깃 끝을 버선코가 올라간 것처럼 마무리했으며 칼깃은 깃 끝부분이 칼처럼 점점 좁아져 날카로워지는 깃이다. 동그레깃은 지금은 흔히 볼 수 없지만 섶과 깃이 닿는 부분의 모양이 동글게 마무리 지은 깃이다. 맞깃은 여며지지 않고 서로 맞닿는 깃을 가리킨다.

어떻게 입을까

Step1. 주름치마, 철릭 원피스 한가지 아이템만 시도해보세요.
허리치마는 셔츠나 블라우스와 입으면 플레어스커트를 입은 듯 여성미가 물씬 난다. 말 그대로 허리 부분에서 졸라매야 잘록해 보인다. 신발은 펌프스나 미디힐로 여성미를 부각시킬 것. 최근에는 H라인도 나왔다. H라인 허리치마는 가을·겨울 많이 입는 폴라티와 궁합이 좋다. 티셔츠에 청바지나 레깅스를 입고 그 위에 허리치마를 덧입으면 캐주얼해 보인다. 슬립온이나 스니커즈를 신어주면 패션이 완성된다. 맨투맨티셔츠랑 입고 싶다면 티셔츠를 밖으로 빼야 귀엽다.

Step2. 상·하의 모두 한복으로 입어보세요.
한복 입는 것에 자신감이 붙었다면 치마저고리를 풀세트로 도전해봐도 좋다. 가장 무난한 스타일은 꽃무늬 저고리에 분홍·보라·파랑 등 단색 치마를 입는 것. 이때 저고리는 가슴 밑으로 살짝 내려오는 길이여야 허리가 잘록해 보인다. 신발은 미디힐이 안성맞춤. 성숙한 여성미를 더하고 싶다면 힐을 신어도 좋다. 헤어 스타일은 긴 머리에 웨이브를 살짝 넣어 자연스럽게 연출한다. 발랄하게 보이고 싶다면 머리를 느슨하게 묶거나 땋아도 괜찮다. 붉은 립스틱으로 입술에 포인트를 줘 세련된 복고풍 멋을 살려도 예쁘다. ▶기사 더보기


개화기 이후 서울에 한복 붐이 분 적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한다. 생경하면서도 아름다운 현상은 '전통을 지키자', '우리 것은 좋은 것이다'라는 거창한 구호 아래에서 시작한 것이 아니다. 그저 '예쁘다', '입어보고 싶다'라는 단순한 호기심과 젊은 세대들의 자기 표현 욕구가 만난 덕분이다.

또한 신예 한복 디자이너들의 활약도 있었다. 신예 한복 디자이너들이 현대식 의복에 접목시킨 한복은 전통의 무게에 짓눌려 가려져 있던 아름다움을 다시 보게 만들었다. 일상복으로서, 패션으로서 한복이 나아갈 수 있는 물꼬를 터준 셈이다. 

이런 생활한복이 아직 완전히 보편적인 현상은 아니다. 하지만 차츰 이를 찾고 시도해보려는 사람들이 늘고 있고 긍정적으로 보는 시각들이 많다. 반짝 유행으로 그치지 않고 지속적으로 한복을 일상에서 즐기는 문화가 정착되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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