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수성 예민한 야망의 사진가들에게 드리는 감성사진 촬영팁 5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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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은 뜬금없는 사진 팁 하나를 적어보려 합니다. 조금은 그 정의가 애매한 '감성사진 잘 찍는 법'에 대한 이야기인데요. 모두들 '감성사진'에 대해 들어봤지만 사실 감성사진만큼 그 장르의 정의가 불분명한 분야도 없습니다. 과연 어떤 사진이 감성사진인 걸까요?

 

먼저 네이버 국어사전에서 '감성'이란 단어의 정의를 살펴보지요. '감성'은 명사로서 "1.자극이나 자극의 변화를 느끼는 성질"이라고 가장 먼저 나와있구요. "2.<식물>경성(傾性)(식물에 자극을 주었을 때 자극의 방향과는 상관없이 일부 기관이 일정한 방향으로 운동을 일으키는 성질)"을 뜻한다고도 나와 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3.<철학> 이성(理性)에 대응되는 개념으로, 외계의 대상을 오관(五官)으로 감각하고 지각하여 표상을 형성하는 인간의 인식 능력"이라는 아주 '아스트랄'한 정의도 있네요.

 

 
사진의 8할은 빛입니다. 그래서 빛의 종류와 방향에 대해 이해하는 것은 무척 중요한데요. 빛을 이성과 감성의 영역으로 구분해본다면 사물이 객관적으로 그대로 표현되는 이성적인 빛은 순광, 사물이 본디 모습과 달리 표현되는 감성적인 빛은 역광일 것입니다. 그러니까 감성사진을 찍을 수 있는 빛은 해를 맞딱드리고 찍는 역광 쪽이라는 이야기지요. 역광은 이성적인 계산법을 가진 카메라가 참 계산하기 힘든 빛이고, 또 초점도 '버벅'대는 빛입니다. 이런 상황에서는 사진을 찍는 사람이 주관적으로 노출과 측광을 계산하고 초점도 잘 잡아야 할 텐데요. 카메라가 이성적으로 지시하는 노출값보다는 자기 주관대로 노출값을 +,-로 조절하면 좋습니다. 때로는 극단적인 과다노출이나 노출부족으로 사진을 찍어야 더 감성적인 사진이 된다는 이야기지요.

역광은 또 표현에 있어 크게 두가지로 나눌 수 있습니다. 피사체가 새까맣게 나오는 실루엣 역광. 그리고 소위 '뽀샤시 역광'으로 불리는 할레이션인데요. 둘 다 해를 맞닥뜨리고 찍어야 하고, 맑은 날 해가 뜬 직후나 해 지기 직전에 찍으면 좋다는 것은 똑같지만 카메라 설정에서는 큰 차이가 있습니다. 실루엣으로 표현을 하고 싶다면 조리개는 조일수록(F8~11 정도), 그리고 노출은 카메라가 지시하는 것보다 조금 어둡게(-1~-2스톱 정도) 찍는 게 좋습니다. 반대로 빛번짐이 생기는 할레이션으로 표현하고 싶다면 조리개는 열수록(최대개방조리개값), 노출은 카메라라 지시하는 것보다 더 밝게(+1~+2스톱 정도) 찍는 게 좋습니다. 그리고 할레이션은 태양을 직접적으로 프레임 속에 넣기보다 화면 속에 배제하고 빛번짐만 넣도록 합니다. 이 중 아무래도 감성사진에 가까운 쪽은 '뽀샤시 역광' 쪽입니다.

빛 뿐만 아니라 심도(얼마나 초점이 고루 맞았는가에 대한 정도)도 이성과 감성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조리개를 조여서 찍거나 먼 풍경을 넓은 화각으로 촬영할 때의 심도는 무척 깊지요. 초점이 고루 다 맞아서 우리가 실제로 보는 것과 똑같은 사진이 나올 때입니다. 이런 경우는 정확히 이성적인 촬영이라 볼 수 있겠지요. 그러나 배경이 날아가거나 특정 부분만 초점이 맞는 아웃포커스는 우리가 객관적으로 보는 현상과 전혀 다른 사진이 찍히는 감성적인 촬영이라 볼 수 있습니다. 아무래도 사람들은 이렇게 아웃포커스된 사진을 보고 더 아련하고 애잔하고 울컥하는 경향이 있는데요.^^;; 갖고 있는 카메라나 렌즈의 조리개값을 최대한 개방하고 특정지점에 초점을 맞춰 배경을 많이 날리는 게 또 '뻔한' 감성사진의 촬영법이기도 합니다.

 

화이트밸런스 또한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화이트밸런스를 AWB(오토)로 설정하면 대개는 우리가 눈으로 보는 색감으로 촬영이 됩니다. 이성적이고 객관적인 사진이 나온다는 이야기지요. 그러나 감정에 따라 하늘이 노랗게 보일 수도 있고, 하얗게 보일 수도 있습니다. 똑같은 하늘이지만 누군가에게는 감성에 따라 전혀 다르게 하늘색이나 빛이 다르게 보일 수 있다는 거지요. 화이트밸런스는 그래서 의도적으로 조절하면 그런 감성적인 사진 촬영에 도움이 됩니다. 통상 우리가 보는 것보다 보다 더 따뜻하고 온후하고 부드러운 색감이 촬영되길 원한다면 화이트밸런스를 '흐림(구름 아이콘, 6,000K)'이나 '그늘(집 아이콘, 7,000K)로 바꿔 찍어보세요. 차갑게 느껴지던 색감이 보다 따뜻하고 노랗게 느껴지는 사진이 촬영될 거랍니다. 반대로 형광등이나 백열등 모드로 바꾸면 푸르딩딩하고 차가운 느낌으로 찍히는데 실내나 밤 풍경을 찍을 때 쓰면 간혹 또 효과가 좋답니다.

이성적인 사진이라면 현상과 사물이 갖고 있는 본래의 색깔과 명암을 갖고 있어야 합니다. 그러나 의도적으로 색상을 왜곡시키고, 채도를 낮추고 또 주변부가 어두워지는 비네팅 효과를 주면 아무래도 감성에 가까운 사진이 됩니다. 많은 사람들이 보편적으로 선호하는 표현인데요. 일명 '빈티지 사진'이라고 하지요. 이런 빈티지 효과는 요즘 나오는 미러리스 카메라나 하이엔드 카메라에 내장되어 있는 촬영모드를 선택해서 찍어도 되고, 후보정을 할 수 있다면 포토샵에서 간단히 줄 수가 있습니다. 통상 이런 느낌의 빈티지 사진을 '감성사진'이라고 아예 정의를 하는 경우가 많은데 꼭 그런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그런 느낌을 주고 싶다면 '감성 한 스푼을 넣는다'는 의도로 최종 후보정 작업에서 저채도와 비네팅 효과를 넣는 것도 감성 효과를 증대시키는 방법일 것입니다.

자, 이렇게 대략 5가지 방법을 들면서 감성사진 찍는 팁을 이야기해보았는데요. 결국 이성적 사진에 반대되는 사진을 여러가지 왜곡적인 기법을 통해 찍는 게 팁이라면 팁일 것입니다. 하지만 이 다섯가지 팁은 단순히 기법일뿐 정말 좋은 감성사진을 찍고 싶다면 더 중요하게 생각해야 할 게 있습니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서 '감성'의 사전적 정의 중 1번. "자극이나 자극의 변화를 느끼는 성질"에 대해서 생각해 봅시다.
누군가 내 사진을 보고 자극을 받거나 자극의 변화를 느끼게 하려면 기본적으로 감성사진이 갖춰야 할 것은 '공감(共感)'일 것입니다. 이성적이지 않고 객관적이지는 않지만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주관. 이런 게 무엇인지 생각해봅시다. 인생사 희로애락 속에 많은 이들이 보편적으로 공감하고 있는 감정들이 있을 거예요. 기쁨, 환희, 슬픔, 애잔함, 그리움, 쓸쓸함 등등... 좋은 감성사진을 찍기 위해서는 이런 감정에 대해 정확히 알고 있어야 하고 또 많이 경험해 봐야 합니다.

앞에서 이야기한 다섯가지 팁은 정확하게 우리 눈과 조금 달리 보이게 찍는 방법일 것이에요. 나쁘게 이야기하면 '꼼수'라고 할까요?^^;; 이성적이고 객관적이지 않게 찍으려면 당연히 시도해야 할 방법들일 것입니다. 하지만 바로 앞에 언급한 '공감'에 대해 생각해봅시다. 결국 이런 왜곡적인 기법을 써서 공감을 얻으려면 모든 사람들이 "그렇다"라고 생각하는 한가지 보편성이 감성사진에 꼭 들어가 있어야 합니다. 바로 우리가 평소에 사물과 현상을 보는 '시각'인데요. 우리들은 통상 카메라의 렌즈를 기준으로 한다면 50mm 정도의 초점거리로 사물을 인지하고 살아갑니다.

우리 눈은 참 신기한 렌즈라서 평소에는 그 정도 시야 범위로 일상을 살다가도 탁 트인 그랜드캐년 같은 곳에 가면 또 훨씬 넓은 시각을 갖기도 하고, 또 마치 마크로 렌즈나 망원렌즈처럼 특정 부분을 클로즈업해서 보기도 합니다. 그러나 대부분은 50mm 렌즈와 가장 유사한 시야각으로 살아가는데요. 그래서 50mm란 초점거리가 카메라 렌즈를 만들 때 표준렌즈의 기준이 된답니다. 감성사진은 앞서 언급한 그런 왜곡적인 기법을 시도하되 사진을 담은 가장 중요한 렌즈는 우리 인간들이 보편적으로 바라보고 있는 시야에 맞게 찍었을 때 가장 큰 공감과 효과를 발휘합니다.
정말 감성사진을 잘 찍고 싶다면 위의 다섯가지 기법에 앞서 꼭 50mm 초점거리로 사진 찍기. 기억합시다.(컴팩트 카메라를 쓰는 분이라면 줌 중간대 정도, DSLR 사용자를 기준으로는 1:1 바디를 쓴다면 50mm 단렌즈, 크롭바디를 쓰는 분이라면 30mm 혹은 35mm 단렌즈, 그리고 포서드 바디를 쓰는 분이라면 25mm 단렌즈를 사용하는 게 가장 좋습니다:)

1:1바디 기준에서 50mm 단렌즈로 촬영한 사진들

 

ㅊㅊ: 우쓰라 지루박멸연구센터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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