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TS 인터뷰 모음집 - 멤버별 일화, 해외 인터뷰, 앨범 소개 제복소년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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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모는 방탄소년단의 트위터 계정이 한국 최초로 1천만 팔로워를 달성, '천만 대군'으로 가늠할 뿐 정확한 수치는 집계하기 어렵다. 그러나 아미의 폭발적인 응집력과 성실한 '덕질'(심취한 분야에 열성적으로 몰두하는 일)은 해외 미디어에서도 혀를 내두를 정도다.
팬들은 '내 가수'의 콘텐츠를 소비하며 응원하는 데 그치지 않고, 방탄소년단의 음악에 녹여진 가치관을 해석하고 좋은 구절을 좌우명으로 삼는 등 새로운 팬 문화를 형성했다. 멤버들이 가사의 영감을 얻은 문학 작품을 찾아 읽고, RM처럼 영어 실력 향상에 의욕을 보이고, 해외 팬들은 한글을 배워나갔다. '부모님들이 좋아하는 아이돌'이란 말이 나온 이유다.

 

최근 서울 강남구 논현동에서 만난 방탄소년단은 "우리도 가수와 농구선수, 게임 등에 빠져 '덕질'을 해본 경험이 있어 팬들의 마음에 공감한다"며 "우리가 한 작은 행동이 팬들에게 힘이 돼 줄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하다"고 말했다.

팬들에게 끼친 영향 중 가장 뿌듯했던 일은.
▲ 해외에 나가 팬을 만나면 '오빠들 만나면 언젠가 꼭 말하려고 한글을 배웠다'고 하는 분들이 많다. 한글을 공부하고 한국 문화를 배우려는 팬들을 보면 '한국을 알렸구나' 싶어 뿌듯하다.(진)
▲ 좋은 일이 많았지만 힘든 부분도 있어 최근 SNS에 나와 팬들을 위한 곡으로 이하이의 '한숨'을 커버해 올렸다.('한숨'은 고(故) 종현이 작사·작곡한 노래다) 나에게 하는 노래이자 팬들에게 전하는 노래였는데 댓글에서 '오늘 다 끝내려고 했는데 다시 시작해보겠다'는 팬이 있었다. SNS가 활성화돼서 고마웠고 한편으로는 우리가 작은 것으로도 힘이 돼 줄 수 있다는 것에 감사했다.(정국)
▲ 사촌 동생이 내 팬이라고 한다. 그래서 어머니가 공부를 잘하게 되면 CD를 주고 전화 통화를 시켜주겠다고 했는데 그 뒤로 계속 전교 1등을 했다.(웃음)(지민)
▲ 이럴 때 보면 저도 방탄소년단 팬이고 싶다. 하하.(정국)
-- 인터넷 블로그에 팬들이 쓴 '팬픽'(좋아하는 스타를 주인공으로 한 소설)과 '빙의글'(팬픽의 일종), 트위터에 '방탄소년단 문학봇'이 많더라. 팬들이 무척 열성적이던데, 멤버들도 무엇인가에 빠져 '덕질'을 해본 경험이 있나. 그럼 팬들의 마음도 좀 이해될 것 같은데.
▲ 굉장한 에픽하이와 에미넘의 팬이었다. 지금은 타블로 형과 친한데 CD를 사고 공연도 가고 형들이 한 액세서리도 구입하고 지금처럼 SNS가 활성화돼 있지 않았지만 사소한 기사와 영상도 찾아봤다. 그래서 팬들의 마음에 공감한다. 또 농구를 좋아해서 NBA 스타인 앨런 아이버슨의 광팬이었다.(슈가)
▲ 나도 에미넘과 에픽하이의 팬이었다. 2012년 에미넘이 내한했을 때 멤버 셋이서 공연장에 갔다. 에픽하이가 '플라이'(Fly)로 활동할 때 타블로 형의 재킷이 어디 건지 찾아보고. 전 한우물을 파는 성격이어서 한 브랜드를 좋아하면 종류별로 다 모으고, 피규어도 하나 있으면 다 사야 한다. 피규어 디자이너 인터뷰도 찾아보며 왜 이런 걸 만들었는지 알아야 속이 풀린다. 당연히 팬들의 마음을 잘 이해한다.(RM)
▲ 전 게임에 빠졌다. 옛날에 메이플스토리를 했는데 그때 굉장히 인기가 많았다. 새로운 아이템 등의 정보를 외워가면서 타 경쟁사 게임을 하는 친구와 말다툼을 할 정도였다. 게임을 하다가 자고 캐릭터 인형도 사고 사진도 붙여놓고 열심이었는데 대학 준비를 하면서 접었다.(진)

 

▲ 제가 그 경쟁사 게임인 서든 어택 '덕후'(한 분야에 깊이 빠진 사람)였다. 너무 좋아해서 랭킹 1위 용병에도 들어갔다. 한번은 용병으로 들어가려면 닉네임을 변경해야 해서 1만원을 모아야 했는데 중학생 때 용돈이 하루 1천원이었다. 가진 돈 3천원에 1주일 게임을 안 하고 1만원을 모을 정도로 엄청 좋아했다.(뷔)
SNS와 유튜브에 '방탄밤', '달려라 방탄' 등 일상의 모습을 보여주는 영상이나 사진을 올리며 팬들과 친근하게 소통한다. 소속사도 여러 언어로 국내외 팬 설문을 하며 여느 기획사와 차별화된 행보를 보여주던데, 팬과의 소통에서 기본 원칙이 있나.
▲ 멤버 전원이 공식 SNS를 통해 소통하는데 '최대한 솔직하게, 진심을 담아서'다.(RM, 슈가)
▲ 자유롭게 하고 있지만 중요하게 약속한 건 '욕하지 않기'다. 그리고 '개인 계정 안 만들기', '노출된 사진 올리지 않기', '심각한 엽사(엽기적인 사진)는 상대방 동의 없이 올리지 않기', '음주 트윗 하지 않기' 등 우리만의 룰이 있다. 하하.(멤버들)
▲ SNS가 양날의 검이란 걸 안다. 이를 통해 굉장히 좋은 시너지를 얻었지만 잘못하면 리스크를 안을 수도 있다. 지금은 자유롭게 진심을 담아서, 너무나도 당연하게 숨 쉬듯이 하고 있지만 많은 생각을 한다. SNS는 사적인 공간이 아니라는 걸 알기에 우리도 잘 운영하고 있는 것이다.(슈가)
-- '꿈을 계속 좇아가는 어른으로 있었으면 좋겠어', '필 때는 장미꽃처럼, 흩날릴 때는 벚꽃처럼, 질 때는 나팔꽃처럼' 등 인터넷에 방탄소년단 어록도 돌더라.
▲ 팬들이 '너의 수고는 너만 알면 돼'란 멘트에 위안을 얻었다고 했다. 열심히 노력했는데 결과가 안 좋을 수도 있지 않나. 하지만 결과가 좋아야 사람들은 알아주니 각자 자신을 위로하기 위해 이런 힐링은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했다.(진)
-- 지난해 올해 목표를 '빌보드 200' 1위와 스타디움 투어로 제시했다. 팀 목표 말고 개인적으로 이루고 싶은 것은.
▲ 전 욕심이 많아서 아무거나 다 하고 싶었는데 많다 보니 제대로 하지 못했다. 원래 끈기가 좀 없다. 그래도 올해는 가수란 직업에 도움이 되는 일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요즘 게임도 안 한다. 피아노로 클래식을 연주하고 싶고, 외국어와 노래를 잘하고 싶다. 딱 3개만 열심히 하려고 한다.(정국)
▲ 작년에 정국이가 드럼을 시작했다. 그때 난 기타를 시작했는데, 정국이가 드럼을 놓아서 저도 기타를 놨다. 정국이가 피아노를 시작했으니 저도 기타를 다시 창고에서 꺼내 정국이가 어느 정도 성취했는지 보며 발맞춰 가겠다. 언젠가 방탄 밴드를 해보고 싶다.(진)
▲ 영어와 일본어를 잘하고 싶다.(슈가)
▲ 가수로서 완벽한 사람이 되고 싶다는 건 변함이 없지만 정말 제가 하고 싶은 게 뭔지 생각해보려 한다.(지민)
▲ 노래를 많이 잘하고 싶다. 이것 하나만 달려보려고 한다.(뷔)
▲ 올해도 많은 계획이 잡혀있으니 그런 것을 하려면 건강이 우선이다. 몸 관리를 잘하고 싶다. 올해 작년부터 준비한 믹스테이프가 곧 공개되는데 좋은 음악을 들려주려고 몰두하고 있다. 사람들이 많이 들어주시고 좋아해 주면 좋겠다.(제이홉)

 

▲ 우선은 다음 음반이다.(RM)
유니세프 한국위원회와 함께 진행한 '러브 마이셀프'(LOVE MYSELF) 캠페인을 통해 6억여 원이 모금됐다. 나눔에 대한 가치관은.
▲ 그 캠페인은 한가진 확실했다. 동정이나 누굴 도와주려 하기 보다 좋은 에너지를 발산하고 싶고 그 에너지를 한 곳에 뭉치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시작했다. 나눔이란 표현이 어떻게 보면 동등한 위치의 단어는 아닌 것 같다. 어쨌든 이런 결과들이 나오고 있고 도움을 받는 사람이 있겠지만 실천하는 사람도 변화와 가치관이 바뀐다. 시너지가 있는 좋은 현상인 것 같다.(슈가)

 

▲ 제 인생 목표는 행복인데 전 지금 많은 분에게 사랑받아서 충분히 행복하다고 생각한다. 저도 이만큼 사랑받아 행복하니 제 행복을 다른 사람들과 공유하고 싶다.(진)
지난 5년간 사운드클라우드에 다량의 비정규 음원을 공개했는데, '꾸준함'이란 점에서 여느 아이돌과 차별화된다.
▲ 꾸준함이 신기하다. 특별한 계기가 아니라 음악을 좋아하고 발표하는 게 재미있어서였다. 그래야 비정규 음원을 이해할 수 있다. 제작자가 상업적으로 접근하면 정말 말이 안 되는 것이다. '이걸 왜 내는 거야?'라는 말을 정말 많이 들었는데 이유는 단 한 가지, 너무 재미있어서다. 만들고 발표해서 피드백을 얻고, 텍스트로 전하기 어려운 말이나 진심을 음악으로 표현할 수 있다. 우리를 표현을 많이 하고 SNS(사회관계망서비스)를 잘 활용한 팀이라고 하는데 비정규 음원 발표가 그중 하나의 방식이다. 10곡씩 오리지널 트랙으로 내는 게 쉽지 않은 결정이니 그냥 하고 싶어서 하는 것이라고밖에 표현할 수가 없다. 이런 과정이 우리 앨범에 도움이 많이 됐다. 예전에 낸 비정규 음원은 생각이 많고 모나있던 시절에 만든 것이어서 개인적인 아쉬움이 있지만, 그 덕에 날카로웠던 모서리가 깎인 느낌이다. 제 인생의 터닝포인트 중 하나였고, 음악적으로 더 발전한 것 같다.(슈가)
-- 청춘 연작인 '화양연화' 시리즈 앨범이 나오기 전까지 음악 방향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한 것으로 안다. 시행착오가 있었는지, 어떤 과정을 통해 방향성을 잡아갔는지.
▲ 빌보드에 진입하고 멜론 차트 몇 위 하는 것을 떠나 음악적인 시행착오는 항상 있다. 과거의 시행착오가 '대중과 팬에게 어필하며 우리 아이덴티티를 지키는 방법이 뭐냐'에 대한 것이었다면, 지금은 들어줄 사람이 많아졌으니 'DNA'를 이을 다음 타이틀을 갖고 씨름하고 있다. 가시적인 성과가 크고 작은 시행착오를 통해 나왔듯이, 다음 타이틀도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칠 것이다. 4년 전 곡인 '데인저'(Danger)가 멜론 54위로 진입해서 하루 안에 '차트 아웃'돼 집을 나가 안 돌아왔는데, 그 시절을 기억하기 때문에 지금 감개무량하고 앞으로도 시행착오는 계속해야 한다.(RM)

 

▲ 방탄소년단으로 활동하면서 우리도 공부를 한다. 하나의 주제가 잡혔을 때 어떻게 내 이야기를 전달하면 좋을지 많이 고민한다.(제이홉)
지금껏 발표한 앨범을 보면 테마는 달랐지만 또래가 공감할 메시지를 전한 일관성이 있다. 일곱 멤버의 각기 다른 생각을 모으는 방식은.
▲ 작업 방식은 한 주제와 한 비트 안에 모두가 참여하는 것이다. 그 상황에서 기준점이 있어야 하니까 프로듀서들이 가장 좋은 것들을 '픽' 해나가며 정리한 끝에 완성된다. 우린 항상 기준이 명확한 것들을 해왔다. 옳고 그름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했으니까. '누가 봐도 이건 맞아, 누가 봐도 이건 아닌데' 같은 어느 누구든 생각할 수 있는 것에서 시작했기 때문에 공감을 얻을 수 있었던 것 아닐까.(슈가)
-- 가사를 살펴보면 누군가는 해야 하지만, 하지 않았던 이야기를 한다는 점에서 1990년대 서태지와아이들의 향수도 느껴진다.
▲ 그 얘기를 서태지 형님이 하셨다. 우리에게 공연 제의도 해주시고.(슈가, RM) (이들은 지난해 서태지의 데뷔 25주년 기념 리메이크 음원 프로젝트에 참여했으며 서울 잠실 올림픽주경기장에서 열린 서태지의 기념 공연도 함께 꾸몄다.)
-- 부를 때마다 흡족하다고 여겨지는 가사가 있나.
▲ 전 '투마로우'(Tomorrow)의 '해가 뜨기 전 새벽이 가장 어두우니까'란 구절을 가장 좋아한다. 쓸 때도 막힘없이 썼고.(슈가)
▲ '바다'의 가사인 '희망이 있는 곳엔 반드시 절망이 있네'로, 뭔가 알 수 없지만 마음에 와 닿았다.(정국) ('바다'는 RM이 1Q84의 '희망이 있는 곳에 시련이 있다'는 문장에 감명받아 만든 노래다.)
▲ 저는 최근에 쓴 가사 중 '베스트 오브 미'(Best Of Me)가 마음에 든다. 팬 아미에게 전하는 말인데 '다정한 파도이고 싶었지만 니가 바다인 건 왜 몰랐을까'란 구절이다. 제 나름대로 팬들에게 다정한 파도처럼 큰 도움이 되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팬들이 저보다 훨씬 크고 저를 만든 존재라는 걸 깨달았다는 의미여서 좋다.(RM)
▲ 저는 딱 두 가사가 있다. 하나는 '둘! 셋!'이란 곡의 '화양연화의 그 꽃이 돼줘서'란 가사로 팬들에게 하는 말인데 예쁘다. 그 의미 그대로 항상 노래를 부를 때마다 감정이 실린다. 우리에게 '화양연화'는 의미가 큰 앨범으로 팬들이 아름다운 꽃이 돼줬다. 또 '에필로그:영 포에버'(EPILOGUE:Young Forever)의 '영원히 소년이고 싶어 나'란 부분인데 제가 시간이 지날수록 더 생각나는 파트일 것 같다.(제이홉)
▲ '에필로그:영 포에버' 가사 전체다. 우리가 공연하고 지내오면서 한 생각들이 잘 녹여져 있어서 보면서 많이 울었던 곡이다.(지민)
▲ RM 형 가사를 모두 좋아한다. '에필로그:영 포에버'는 가사 전체가 좋은데 한 구절을 꼽으라면 '누군가를 소리지르게 만들 수 있어서', '영원히 소년이고 싶어 나'란 부분이다.(뷔)

 

▲ '둘! 셋!'의 '괜찮아 하나둘셋 하면 다 잊어'다. 전 회피형 인간이라 나쁜 기억은 다 잊는다. 전 항상 지금 행복하려고 하니 저한테는 그 가사가 굉장히 와 닿는다. 지금 행복하려면 나쁜 기억은 잊어야 한다고 생각하면서 살아왔다.(진)
다음 앨범을 준비 중인데, 어떤 메시지로 진화할 생각인가.
▲ 아직은 큰 그림만 있어서 말씀드릴 수 있는 단계가 아니다. 우리끼리 작년 투어 한창 할 때부터 이야기했던 건 행복이었다. 행복이란 과연 무엇이며 행복하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하는지. 저는 행복하려고 하면 행복해질 수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이지만 어떡하든 행복하려고 노력은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공부하고 연구도 해봐야 하고. 어릴 때부터 행복이 무엇인가, 행복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란 생각을 많이 했다. 누구도 가르쳐준 적은 없는 것 같다. 저희가 화두를 던지면 많은 사람이 얘기를 나눌 것 같다.(슈가)

 

▲ 저도 작년 초까지 행복이란 키워드에 꽂혀 있었다. 그런데 얼마 전 일본에 가던 중 신문 칼럼을 읽었는데 인간은 절대 원하는 행복을 쟁취할 수 없다고 한다. 유전자에 그렇게 돼 있어서 행복을 영원히 가질 수 없다는 것이다. 인간은 욕망에 의해 산업혁명, 과학의 발전 등 목표를 달성했지만 하나를 달성하면 또 다른 데서 결핍을 느낀다는 내용이다. 저희도 1등 하면 행복할 것 같았는데 다음 목표가 또 생기고. 그 글에 수긍이 됐다. 그래서 행복보다는 지금 우리가 얘기하고 있는 '러브 유어셀프'에서 나름의 결론을 찾아보자는 것이다. '러브 유어셀프'는 나를 사랑하기 위한 과정을 찾아가는 것이다. 제 꿈은 빌보드 1등도 아니고 저를 제대로 사랑해주는 것이다. 제 추함과 초라함을 몇억 번 마주해도 닿을 수 없을 것 같아서. 지금 운 좋게 '러브 유어셀프'란 콘셉트를 만났으니 이 정서에 충실하면서 제가 저를 좀 더 사랑할 방법에 한 발짝이라도 다가가 보고 싶다. 그 주제로는 어둠, 고독 등 할 수 있는 말이 많다.(RM)
'1Q84'와 '데미안' 등 문학 서적에서 영감을 얻어 가사를 쓰고 '봄날'의 뮤직비디오에 단편집 '바람의 열두 방향'에 수록된 '오멜라스를 떠나는 사람들'을 인용하기도 했다. 요즘 읽고 있는 책은.
▲ 최근에 책을 많이 읽었다. 얼리 어답터처럼 디지털 기계를 좋아했는데 아날로그로 돌아갔다. 다시 어릴 때처럼 글을 쓰고 책을 읽기 시작했는데 정신과 의사이자 작가인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의 '인생 수업'을 얼마 전에 읽었다. 그분 책이 몇 권 있다. 지금 읽는 건 일본 작가 요시모토 바나나의 '그녀에 대하여'다.(슈가)
▲ 저도 요시모토 바나나의 '키친'이 집에 있길래 읽고 있다.(RM)
▲ 동심으로 돌아가서 옛날에 읽은 프랑스 소설가 쥘 베른의 고전 과학소설 '해저 2만리'와 '80일간의 세계일주'를 다시 읽어보려 한다. 요즘 동심이 날 릴렉스 시켜 준다.(제이홉)
▲ 최근에 읽으려고 노력한 책이 필립 체스터필드의 '아들아 시간을 낭비하기에는 인생이 너무 짧다'다.(뷔)
-- K팝의 대표 주자로서 한글 노래인데도 K팝이 사랑받는 고유 가치나 DNA는 뭐라고 생각하나.
▲ K팝은 종합 예술인 '토털 아트 패키지'다. 음악과 뮤직비디오, 멤버별 캐릭터, 유튜브와 SNS에 공개하는 콘텐츠, 패션 등 엔터테인먼트 요소가 많은 장르다. 대중에게 친절하게 다양한 즐길 거리를 준다. 팬들은 가사에 공감하면서 트위터에 올린 일상의 영상과 사진을 보며 우리의 성격을 알아가고 친밀감을 느낀다. K팝은 빠져들 블랙홀의 입구가 많다.(RM)

 

▲ K팝이란 단어가 생긴 게 그리 오래되지 않아서 'K팝은 이런 것이다'라고 규정지어 말하기엔 아직 우리가 할 일이 많이 남아있다. 빌보드에 K팝 카테고리가 다시 생겼듯이 뭔가 발걸음이 또 시작된 것 같다. 뭐라 단정 짓기엔 이른 감이 있다.(슈가)
'마이크 드롭' 가사 속 스웨그(허세)는 누구나 공감됐을 법하다. 가사처럼 '트로피들로 백이 가득한' 한 해를 보냈는데.
▲ 돌아보니 저 자신이 자랑스럽다고 느껴질 정도로 많은 성과를 이룬 한해였다. 성과의 근원은 팬분들이 파이팅 있게 힘찬 응원을 해주신 덕이다.(제이홉)
▲ 시상식이든 미국 NBC 토크쇼 '엘렌 드제너러스 쇼'든 떤 기억이 없다. 팬들을 믿었기 때문이다. 그때 '가수란 직업을 택한 내 길이 옳은 선택이었다'고 느꼈다.(정국)
▲ 음, 지난해 더 잘생겨진 것 같다. 이 멘트를 몇년간 해서 팬분들이 이해하실 거다, 하하. 팬들과 소통을 굉장히 많이 한 한해였다. 콘텐츠가 다양해졌고 여러 방면에서 소통하며 팬들과 함께 (성과를) 만들어 나갔다.(진)
-- 다양한 업계에서 방탄소년단의 성공 비결과 경제적 가치를 분석했고, 정치권에서는 소통법을 배우자는 보고서까지 나왔다. 세련된 음악, 청춘과 교감하는 동시대적인 메시지, '칼 군무', 친근한 SNS(사회관계망서비스) 소통 등 여러 요소가 집약됐을 텐데, 멤버들이 생각하는 포인트는 뭔가.
▲ 이 질문을 수없이 받았고 제가 대표로 200번 넘게 답한 것 같다. 답하면서 점차 정리되는데, 이게 최신 버전이다. 방시혁 프로듀서님의 선구안에 진심으로 찬사를 보낸다. 우리가 힙합 크루로 시작했는데 방 PD님은 사회에 필요한 얘기를 하는 친구들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셨다. 우린 실제 그런 것을 구현할 수 있는 래퍼였고, 퍼포먼스 실력을 갖춘 멤버들도 있었다. 방탄소년단의 큰 키워드에서 보면 성공 비결은 '진심+실력'이라고 생각한다. 진심은 대중의 눈에 다 보인다. 하지만 사람들은 SNS로 소통을 많이 했다는 것에만 주목한다. 더 중요한 건 우린 가수이니 음악과 퍼포먼스의 퀄리티가 무조건 좋아야 한다는 점이다. 그걸 갖춘 상태에서 우리가 말하고 싶은 진심과 메시지, 우리가 꾸준히 한 소통 빈도수가 합쳐졌고, 그 모든 걸 방 PD님이 선구안을 갖고 밀어줬다. 자유를 줬고 우리도 플레이어로서 '하이 리스크'(High Risk)를 잘 짊어지면서 '하이 리턴'(High Return)을 했다. 회사와 우리의 공이 반반으로, 기획사와 아티스트가 비즈니스 파트너로 협업 관계를 맺어가는 측면에서 바람직한 모델이라고 생각한다.(RM)

 

▲ 저도 궁금해서 생각을 많이 해봤다. 한가지로 표현하기는 어렵고 누군가는 해야 했던 것인데 누구도 하지 않았던 이야기, 저는 거기서 출발한 것 같다. 최근 연초이고 싱숭생숭해서 '예전에 어떻게 음악 작업했지?'라고 돌이켜보니 처음부터 방 PD님은 그랬다. 조그만 작업실에 앉아서 '너네 무슨 얘길 하고 싶니? 이 비트의 주제를 생각해봐'라고. 우린 그때 '취향을 존중해라', '왜 학교와 사회에 대해 이야기를 하는 사람이 없을까'라며 출발한 것 같다. 제일 안타까운 점이 우리를 분석할 때 SNS로만 성공했다고 하는 것이다. 얼마 전 팬미팅 사회를 본 김생민 선배님이 팟캐스트에서 우리에 대해 '잘하는데 열심이기까지 하니 이길 수가 없다'고 칭찬해줬다. 그걸 듣고는 '정말 우리가 했던 게 느껴지시는구나' 싶었다. 이 점을 알아주시기까지 5년이 걸렸다 싶어서 뭉클했다.(슈가)
지난해는 마치 '기록 제조기' 같았다. 가장 상징적인 것은 빌보드 성적과 앨범 판매량이었는데, 감동적으로 다가온 수치는.
▲ '마이크 드롭' 리믹스로 빌보드 메인 싱글차트인 '핫 100'에 28위로 처음 진입했을 때다. 어릴 때부터 봐온 '핫 100'에 우리 이름이 있는 게 충격적이었다. 보통 미국에서 '핫 100'의 톱 40을 전국적인 히트로 치는데 30위 안에 든 것 자체가 엄청났다.(RM)
▲ 전 앨범 판매량이 확 와 닿았다. 우리가 작업한 음악이 담긴 앨범이 큰 수치로 판매됐다는 점에서 감동이 있었다.(제이홉)
▲ 사실 수치나 기록에 연연하진 않는다. 작년에 참 많은 일이 있었는데 전 '아메리칸 뮤직 어워즈'(AMA) 무대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어린 시절 TV에서 시상식을 중계하지 않으니 인터넷에서 찾아보며 자랐다. 출연도 감격스러운데 공로상을 받은 다이애나 로스 바로 앞 무대에서 공연한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상황이었다.(슈가)
-- 특히 미국에서의 반응이 뜨거웠다. 현지 팬들이 라디오 스테이션에 노래를 신청하는 캠페인을 벌이며 빌보드 순위에 힘을 실어줬고, 지금도 '마이크 드롭'은 '핫 100'에 8주 연속, '러브 유어셀프 승-허' 앨범은 '빌보드 200'에 총 15주간 진입하며 인기가 식을 줄을 모른다. 현지 팬들은 어떤 부분에서 열정적인 반응을 보이던가.
▲ 저희를 사랑해주는 방식과 표현은 한국과 미국 팬들이 크게 다르지 않다. 굳이 꼽자면 그곳 팬들은 우리끼리 있는 모습을 가장 좋아했다. 뭘 하든 함께 하니 특이 케이스로 보였나 보다.(슈가)
▲ 비슷한 맥락인데, 결과적으로 팬들도 팬이기 전에 콘텐츠를 소비하는 대중이다. 그분들이 '코어 팬'이 되는 건 눈에 보이지 않는 차이를 구별해서라고 생각한다. 퍼포먼스, 비하인드 등 영상 콘텐츠에서 느껴지는 저희의 케미스트리와 진심, 음악과 퀄리티 높은 퍼포먼스가 결합하면 그것보다 강력한 무기는 없는 것 같다. 그 점이 언어장벽을 넘어 라디오에 우리 노래를 신청해주는 기폭제가 된 것 같다.(RM)
-- 미국 3대 토크쇼에 출연했는데, 비하인드 에피소드는.
▲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너희 팬들은 왜 이렇게 열정적인가', '어떻게 이런 멋진 팬들을 얻은 거야'란 질문이었다. (뭐라고 답변했는지 묻자) 영어를 잘하는 RM이 계속 답했다.(웃음)(뷔)
▲ 당초 3사 토크쇼 모두 무대만 잠깐 하기로 했는데 제작진이 현장에 온 팬들의 '떼창'과 반응을 보고 즉석에서 게임과 토크 등 MC와 함께하는 코너들을 추가했다. 엘렌과의 토크도 없었는데 엘렌이 저희 팬들을 보고서 '안 되겠다, 뭐라도 더 하자'고 해서 만들어졌다. 그게 팬들의 힘이다.(RM)
▲ 저희가 한마디씩 하려고 통역사 형님에게서 멋있는 단어와 문장을 받아 외웠는데 질문을 잘 이해하지 못해 답변을 제대로 못 했다. 뷔가 꼭 나올 확률이 높은 예상 질문을 밤새 준비했는데 못해서 귀여웠다.(진)

 

▲ (답변을 적어둔 휴대전화 메모장을 찾아보며) 무대 관련 예상 질문이어서 답을 다 외웠는데 엘렌이 질문을 안했다. 통역사 형이 분명 '이 질문을 할 가능성이 크다'고 했는데…(웃음).(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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