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의 검, 아름다운 우리말 명대사 모음 (김혜란, 12권 완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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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의 검(12권완작), 김혜린


불의 검 애장판 1~6 완결세트
국내도서
저자 : 김혜린
출판 : 대원씨아이(만화/잡지) 2005.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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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의 검은 내 인생만화 중에 하나인데, 일본식 만화와는 다른 우리말 대사들이 큰 비중의 매력요소로 국문학을 전공한 김혜린 작가님의 솜씨가 빛을 발한다. 그림 뿐만 아니라 인물들의 생각이나 대사들, 나레이션이 하나같이 옛 우리말, 입말을 너무 아름답고 예쁘고 사용하고 있고, 어떻게 번역하기 어려운 우리만의 정서를 잘 녹여내고 있다. 처음부터 끝까지 예쁜 말만 추려서 정리하고 싶은데, 일단 예전에 정리해 둔 자료만 참고해서 대강 모아봄. 시같은 서정성, 장난아닌 비장미 뿜뿜.



가시버시

아라

소서노

아사

가라한

산마로

천궁

마리한

바리

곰바우

날쌘마로

미루

단목다루


-


당신이 괴로울 때, 내가 도움되고 싶었건만

부끄러운 환술의 소매자락 거둘 수밖에 없었지요

그 아리따운 그림자는 누구였나요

(소서노)


-


당신은 가라한이지요

약속해 주세요

당신은 아니오셔도

하마 봄은 오시겠지요

(아라)


-


전사에게 예약된 무간지옥을 위해

도살자에게 심장이란 괴롭기만 해

(가라한)


-


아무르의 무녀야

혼자 정결한 척 눈을 깔고 있지 마라

너절한 세상 속에선 결단코 내가 유리하다

세상 사내놈들 따위-

사술을 써서라도 내 발밑에 굴복시키겠다

(카라)


-


손에 묻는 피가 늘어날 때마다 자문하게 된다

나는 정말 다시 노래를 할 수 있을까

사치한 질문이다 자신조차도 불쏘시개로

내던질 이 여자의 집념 앞에,

한갖 내 노래 한 줄이 무어랴

타락하지 않은 전사여-

다만 바람결에 들어다오

그대 사랑, 사람 사랑, 하늘 사랑 더하여

이리 미쳐있는 넋들도 있다네

(바리)


-


하늘이시여

저를 흔들림없는 굳건한 나무로 세우시든지

아니면 차라리 들꽃으로 눕히소서

그를 못보아도 괴롭고 그를 보아도 괴롭습니다

(소서노)


-


무심한 놈- 친구여 어째서 너희들은

옛 그대로일 수 있는 지 모르겠구나

나 혼자만이 돌아오지 못할

곳으로 가버린 이 느낌이라니

(마리한)


-


난 내가 더운 피가 도는 사내임을 잊어 버리고 싶다

난 단숨에 자라야 했다

비웃음이나 멸시보다 더 무서웠던 그 기대

난 이를 악물고 내 피가 거짓이 아님을 증명해야 했다

쓰려오는 등짝을 구부려 밤새 소리 죽여 울다가

해가 뜨면 더욱 태연한 얼굴로 난 또 뛰고 굴렀다

울음을 멈추니까 웃음도 멈추었다

(가라한)


-


무릇 인간의 목숨을 담보로 하는

이 전쟁이란 괴물-

백전노장조차 피가 마르는데

너는 그 꽃다운 젊음 뼛속까지 마르겠지

그래, 이제 어떻게든 끝장을 내자꾸나

적이 아니었더라면, 한 잔 술을 내밀어

주고픈 젊은 용사야 

(우르판)


-


이 이상 그녀를 비참하게 만들 순 없어

순진해 빠진 한 남자가 

냉엄한 얼굴을 하고 말없이 걸어간다

착해 빠진 한 여자가

터진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말없이 울고 있다

(바리)


-


왕은 누구에게도 진심으로 반해선 안된다

그러므로- 너희 둘은 여전히 나의 괴로움

또한 더할 수 없는 나의 자랑이다

(마리한)


-


천궁 우리는 때로 남자도, 여자도

심지어는 인간도 아니어야 합니다

내 소중한 벗님 외롭고 귀하신 우리 맹주여

그런 눈을 마오, 당신을 비난하지 않습니다

그리할 자격도 없습니다 내가 어찌 모를까요

미리내보다도 아득한 그 쓰라림을 

허나, 아닙니다, 아닙니다

(소서노)


-


검이여 너는 어찌해 날 보고 울었느냐

눈물조차 없이 우는 여인아 너는 대체 누구냐

난 너를 모르는데 모두가 너와 나는 무연하다 하는데

오직 내 가슴만이 아니라 한다

(가라한)


-


어리석고도 슬픈 그러나 아름다운 사랑 노래 

세상은 무정하고 고운 님은 하늘만큼 아득히 있어

그리하여 내 사랑은 그늘에서 잠들고

그네들 사랑은 또 다시 슬퍼지더라도

(바리)


-


나는 더는 잃을 것이 없다고 생각했었다

살해된 유년, 빼앗긴 나의 초원-

더 잃을 것이 없으니 지킬 것도 없었다

피에 젖은 원한과 되찾아야 할 것들뿐

그런데도 다시금 지키고 싶은 것이 생기다니

지난 어느 날엔가

우리네가 지키지 못한 여인 하나

찟긴 노랑 저고리 여인 하나가

긴긴 날 내 속을 찢어 놓는다

(가라한)


-


한 사람을 살리기 위해 두 사람을 죽여야 하고

제 백성을 양떼 몰 듯 전장으로 몰아야 한다

하늘님 들으시오

피 한 방울에 눈물 터지는 가슴 소심타 하지 마오

한 목숨이라도 더 보우해 주고

한 울음이라도 더 만져 주오

멀고 먼 봄 가는 길에 행여 헌화가 필요하면,

당신의 딸을 가장 먼저 택하여 주오

그리고 당신의 푸른 아들은 가장 나중에

나면서 얻은 겨울 다 떨치고, 봄 아래 뛰게 하오

봄과 함께 날게 하오…

(소서노)


-


준열하고도 매정하구나 소서노여

난들 왜 모를까 내 벗이 두려운 그 만큼-

또한 힘있는 나의 날개임을

(마리한)


-


나는 님의 발목을 묶는 사슬이 아니요,

님의 기개를 가두어 두는 새장이 아니다

푸른 용의 아리따운 이름에 티를 묻히는

염치없는 창부가 아니다

나는 오랑캐 아기의 어미

봄을 기도하는 풀들 중의 하나다

내 님은 나를 잊었지만 여전히 아름다우시네

너무 곱고 아름다워

이 몸 찢긴 치마폭 뵈일까 한없이 사려 앉네

들창가 울리는 발자욱마다 남이런가 가슴 뛰면서

돌아서는 님 옷자락은 차마 잡을 수 없네

(아라)


-


네 충고가 옳았다, 미루

삭검에게 다시 보고할 땐 

아무것도 염려할 것 없다 해라

가라한 아사, 범부의 미몽에서 

깨어나 검날을 다시 세운다

(가라한)


-


제발 살아와다오 아사

아니야 돌아오지 마라 아사

내가 좋아하고 때로 미워지는 내 친구여

나를 피하는 그 하얀 손이

너는 피하지 않겠지 아하-

졸렬한 질투 천박한 애증

마음은 아직도 어려 애비될 자격은

가지지도 못했는데

이겨야 내 벗들을 내가 바로 볼 것이요

이겨야 내 애증이 비열함이 되지 않으리 

(마리한)


-


가엾구나 여자란 이름아

모진 세상 딸로 태어난 것도 서러운데,

세상 어미들이 딸을 낳고 너도 나처럼 

살겠구나며 절로 눈물이 난다던데

(비파녀)


-


멀고 먼 푸른 용의 마을 포타미르

잃어 버린 고향, 늙은 전사의 꿈은 하나

봄을 기다리는 겨울의 칼날, 용의 계곡 11월

(삭검)


-


내가 수천 리 길 달려온 것은 

오직 그대를 구하기 위해서였다는 말은

하지 못했다. 처음이란 말도 할 수 없었다

세상아 왜 하필 그런-이라 묻지 마라

그 누가 이런 마음에 이유를 달 수 있겠느냐

(가라한)


-


천궁 그러지 마라

내게 빚졌다는 마음 따위 두지 마라

너는 마리한이다

너는 위풍당당한 우리 왕이어야 한다

네가 당당해야 나도 이 질식할 듯한 

피냄새를 견뎌갈 수 있다

(가라한)


-


맹주는 들으시오! 

우리네 우르판 유르스는 더 이상 당신 치하의 삶을 거부하겠소

응당 반기를 들어 간신배들을 도륙하고 일족의 기강을 다시 잡을 것이나,

최후까지 충성을 다한 수장의 뜻을 존중-, 우리네 뿌리가 시작된

서쪽으로 초원의 혼을 찾아 떠나기로 했소이다

당신을 받들 수도, 당신을 공격할 수도 없는

우리네 피맺힌 마음을 부디 살펴주오!

우리는 용사의 정신이 어디서부터 더럽혀져 왔나 찾을 것이오.

찾으면 거기서부터 다시 시작할 것이오. 

폭군과 간신배는 미워도 모족은 소중한 것,

차후라도 왕가가 제 길을 찾아 해 밝은 쪽 모족이 영광을 되찾으면

우리는 서편 황무지를 지나다 원귀가 되어도-

(우르판 유르스)


-


하늘님

부디 이 미천한 목숨의 기도도 들어주오

소서노란 신녀님은 너무도 아름답고

수장님들 치켜든 검 끝은 너무도 눈이 부십니다

님이 어떤 마음으로 세상을 살고 있는지

그저 알 것 같아 눈물이 납니다

어진 하늘님 원망치 않으리이다

한탄도 아니하겠소

이 많은 눈물 중에 내 눈물 만을 어찌 보시겠어요

내 눈물은 아깝지 않으니

내님 피일랑은 아껴주오

사람 세상 구원을 주시려면

정말 따뜻한 봄을 내려주오

그러고도 남은 어지심 있으면

그때 내 눈물도 잠시 보아주시어요

님처럼 빙긋이 웃으며 설핏 지나치듯

보아만 주시어요

내 가슴에 불덩이 하나 있으니

꽁꽁 언 손은 혼자서도 녹일 수 있어지이다

(아라)


-


어느 어느 날엔가 도살자로서의 나는 죽어

무간지옥으로 가되 오래 전 눈물을 감춰버린

작은 아사는 죽어 죽어 꽃들판에

내 그리운 사람들과 어여쁜 내 동족들과

어깨춤이라도 출 수 있었으면 좋겠다

(가라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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