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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에 걸린 사원증이 어색했다. 아니, 정확히는 불편했다가 맞는 표현이지. 겨우 손바닥만한 플라스틱 판에 사진 한 장 인쇄 해 두고 이름 석 자 박은 것 뿐인데 이것이 내 목숨의 무게라 생각하니 참으로 허무하기 짝이 없던 것이다.
주의사항을 듣고 각자 배정 받은 선임에게 인사를 하러 가는 길이 꼭 지옥길 같았다. 인사를 한 선임의 옆자리가 앞으로 제 일터라는 것을 떠올리니 더더욱 길이 멀었다.
앞으로 같이 밥 먹고, 손 잡고 화장실 함께 가고, 나란히 퇴근해야 할 거다. 그냥 대가리만 두 개 나뉘어 있다고 생각하면 돼. 둘이 손 붙잡고 지랄을 떠시든, 만리장성을 쌓으시든 그건 우리가 관여할 바 아니고 무조건 붙어 있을 것. 그래야 너도, 파트너도 살아.
이거.
그냥 협박이잖아.
심리적 문제가 아니라 진심으로 제 선임에게 가는 거리가 제법 멀었다. 뻣뻣하게 굳어 함께 걷던 동기들은 이미 중간중간 경로를 이탈 해 제 선임을 찾아가고 있었고, 결국 마지막까지 남은 지민의 발길이 멈춘 것은 복도 끄트머리에 자리한
1팀 파트장 정 호 석
...지옥길이 아니고 진짜 지옥이었네.
날이 설 정도로 반듯하게 차려 입은 수트 매무새를 정리하고, 바짝 얼어버린 얼굴 근육도 풀어보고 흠흠 헛기침을 하며 목소리까지 풀어 봐도 듀얼 모니터에 시선이 꽂힌 제 선임은 도통 인기척에 반응하지 않았다.
ㅡ저, 파트장님...
ㅡ응, 알아요. 자기소개 하면 돼.
고개 한 번 돌리지 않은 채 대꾸하는 건조한 목소리. 그의 목소리보다, 입에 물린 막대사탕이 까득거리며 입 안에서 구르는 소리가 더 컸다. 안 그래서 담이라도 걸릴 듯 쭈뼛거리던 어깨가 긴장으로 오한까지 드는 기분이었다.
베일 것 같은 날카로운 옆모습.
그것보다도 무심한 표정.
아무래도, 진짜 좆된 것 같지 나.
ㅡ이번에 정호석 선배님 파트너로 배정 받은 신입 박지민이라고 합니다.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선배님.
어느 누가 봐도 흥미 없이, 지극히 건성으로 목소리를 듣던 호석이 지민의 소개가 끝나자마자 팔을 뻗어 서류철을 하나 집어 들었다. 팔랑이며 넘어간 종이에는 지민의 사원증에 걸린 것과 똑같은 사진이 붙어 있는 이력서가 눈에 들어 온다.
이름 박지민, 나이 스물 여섯.. 학력.. 가족관계.. 음, 이렇게 이력이 근본 없는데 수석이 아니란 말이야? 성의 없이 종이를 넘기며 의미 모를 말을 중얼거리던 호석이 아득ㅡ 하고 사탕을 깨물며 서류철을 책상 위로 던졌다. 저에게는 아무런 위협 한 번 가하지 않았는데도 지민은 호석의 행동 하나 하나에 날이 선다. 미간이 좁혀지면 따라 좁혀지고, 눈썹이 꿈틀거리면 따라서 꿈틀거리고. 뭐, 그 정도로.
깨지는 듯한 요란을 떨며 사탕이 부서진다. 그제야 처음으로 지민을 향해 돌아오는 몸에 지민이 조금 더 각을 잡은 자세를 취한다. 마주한 그 얼굴은 옆 모습과는 다르게 조금 더 유려하고 부드럽다. 표정도 무심하기 보다는 조금 더 뭐랄까, 무감하다고 해야 하나.
마음이 없어 보이진 않고 그저 감각에 무뎌진 것 같은 그런 표정 있잖아. 마치 풍화되어 깎여진 것처럼. 그저 이 비바람에 초월해진 것처럼.
ㅡ질문 하나만. 배터리를 붙여 주는 이유가 뭔지 알아요?
혼잣말을 할 적 보다 높아진 톤의 목소리가 또렷했다. 저를 바라보는 눈빛을 피하지 않은 채 지민은 기민하게 호석의 의중을 훑었다. 여유로운 척 했지만, 말아 쥔 주먹의 아래가 미끌거린다. 이게 뭐라고 이렇게 떨려.
ㅡ서로에게 자극이 되고, 의지가 되라는 의미 아닙니까?
지극히 fm스러운 대답에 목석 같던 호석의 입꼬리가 들렸다. 이 대답을 원한 게 아닌가 보네. 지민의 미간이 좁아졌고. 조금 절망스럽기는 했지만, 이미 시선은 완전히 호석의 입가에 붙들려 정신을 차리지 못 하고 있었다. 예쁘다, 저 호선. 의중을 훑기 위해 마주하던 눈은 언제부터인지도 모르게 목적을 잃어가고 있었다.
ㅡ이제부터 서로가, 파트너의 상주라는 뜻이야.
ㅡ
ㅡ장례 치뤄줘야 할 사람은 있어야 하니까.
단정한 입꼬리가, 반듯한 목소리가, 흐트러짐 없는 시선이 나즈막하게 나와 당신의 죽음에 대해 이야기 한다. 이것이 우리의 시작이자 끝, 아주 당연한 인사라는 듯이.
호석의 곳곳에 붙들려버린 지민의 앞에 가늘고 곧은 손이 내밀어진다. 완벽하게 엉키고 얽히기 위한 마지막 인사. 흥분과 긴장을 겨우 숨죽인 호흡 아래로 다시 한 번 짓눌러 숨긴다. 그렇지 않으면 떨리는 마음을 이내 들켜버릴 것 같거든. 맞잡은 손끝이 미세하게 떨렸다. 필요 이상으로 마디마디에 힘이 들어간다.
아, 나 정말 왜 이러냐.
ㅡ박지민씨가 내 세번째 상주가 됐네.
고작 이 사람이 나의 상주가 된다는 말 한마디가
ㅡ잘 부탁해.
뭐가 그렇게 짜릿하고 가슴 설레서.
/
요원물 신입 박지민x파트장 정호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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