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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홉 단편 3개 모음 - 새드/기억상실, 너만 아는 세월이 너무 슬프잖아 - 슈가 X 제이홉Culture/Music

 

슈홉 시대물 사극 미래에서 기다릴게 - 슈가 X 제이홉 #sope #jhope #sug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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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홉 단편 3개 모음 - 새드/기억상실, 너만 아는 세월이 너무 슬프잖아 - 슈가 X 제이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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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캡을 푹 눌러 쓴 아래로 보이는 피부가 창백했다. 빛을 마지막으로 봤던 게 언제였더라. 날을 헤아릴 수도 없었다. 늘 홀로인 작고 메마른 공간에서, 어둠과 고독을 벗 삼아. 마른기침을 소음 삼아 하루를 견디는 윤기였으니까. 







윤기를 마주보지 않고 벽에 함께 기대 선 몸이 저보다 한 뼘이나 작은 윤기를 쉽게 가렸다. 아무도 그를 볼 수 없도록.







윤기는 말없이 곁에 선 남자에게서 꼼꼼히 싸인 종이 뭉치를 건네받았다. 부스럭 거리는 소리가 손 안에서 답지 않게 경쾌했다.   











“언제까지 할 거야?”











종이 뭉치를 펼치는 작은 소음 아래로 더 낮은 윤기의 목소리가 무거운 침묵, 그 가장 낮은 곳으로 깔렸다. 그 목소리는 감정 모를 윤기의 표정만큼이나 높낮이가 없었다. 그늘진 온도를 닮은 목소리였다.









“형이야 말로 언제까지 할 거예요?”

“...”

“기어이 다 죽어야 끝나나?”

“...”

“형 혼자 시체 수습할 때까지?”











곁에 선 남자의 목소리를 들으며 죄 펼쳐낸 그 안에는 반쯤 구겨진 담배가 뭉치로 들어있었다. 윤기는 한 개비를 들어 입술에 걸었다. 바싹 말라 갈라진 입술로, 주머니에서 꺼낸 성냥으로 불꽃을 일으켜 가져다 대었다. 담배는 쉽게 몸을 태웠다. 몸을 숨긴 윤기에게서 제 존재를 알리듯 부연 연기가 타올랐다. 희미하고 나약하지만, 끝없이 피어오르는 숨결이었다.







윤기는 날이 선 남자의 목소리에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익숙한 듯, 그 흔한 웃음 하나 없었다. 











“담배 물자 떨어지면 그만하지 뭐.”

“...”

“담배까지 못 피우면, 그 땐 조금 살기 힘들지.”











하늘 보는 것도 오랜만이네. 벽에 기대어 중얼거리는 목소리가 작았다. 살기 힘들다는 농담이 이렇게까지 진심으로 들릴 수 있을까. 그런 세상이었다. 담배 한 개비를 피우는 것보다도 쉽게 사람이 죽어나가는 곳이었으니까. 윤기도, 남자도 그렇게 사람을 죽였다. 죽어 나가는 사람들보다도 자신의 목숨은 더 하찮았다. 언제 죽어도 이상할 것 없지. 그들은 매일같이 자신들의 목이 매달리는 꿈을 꿨다.  











“나도 못 멈춰요.”

“...”

“형 되찾을 때까지 못 멈춘다고.”

“내가 뭐 납치라도 당했냐.”











그제야 모자로 그린 그늘 아래에서 입꼬리가 작게 올랐다. 입에 문 담배가 고개를 끄덕이며 재를 토해냈다. 후두둑 쏟아져 내리는











“아닌 건 아니잖아요.”

“...”

“거기 어떻게 들어갔는지 기억도 못 하면서.”











윤기와 남자의 감춰두었던 과거 같았다.







남자가 윤기를 만나지 못했던 세월이 어언 3년이었다. 그 때가 아마 막 반란군이 형체를 드러내던 때였다. 며칠을 잠들었던 눈을 감았다 뜨니 낯선 곳이었고, 그 곳은 반란군의 영역인 B-39 구역이었다. 정부도, 군대도 아무도 윤기를 건드릴 수 없었다. 그 당시 윤기는 남자와, 그러니까 남준과 함께 군사학을 공부하고 있었다. 형, 군대에 가면 먹고 자는 건 걱정 없을 거예요. 굶지 않고 살 수 있어요. 라는 말에 손을 잡고 이끌려.







출신도, 명예도 없는 제 몸뚱이 하나 뿐인, 화학 물질 반응에 재능을 보이던 윤기의 정보를 반란군 쪽에서도 모를 리 없었다. 공부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던 다 무너진 골목길 한 가운데의 윤기는 반란군에게 아주 좋은 먹잇감이었다.







그렇게 3년이었다. 남준이 윤기의 생사조차 알 수 없었던 세월도, 다시 마주한 윤기가 반란군의 새로운 수장으로 수배전단에 모습을 드러낸 것도.  











“지금은 내 의지야.”

“...”

“나 없으면 안 돼.”

“그래도 상관없어요.”

“...”

“난 지금 형 때문에 여기 남아 있는 거니까.”











부서지는 담뱃재가 부질없다. 그보다 연약한 목소리들도. 언제 어떻게 사라져도 이상할 것 없는, 희생에 목 매달린 영혼들. 그제야 고개를 돌린 윤기가 마주한 눈은, 언제인지도 모르게 부쩍 어른이 되어 있었다.











“내 동료들 다 죽어도.”

“...”

“내가 죽어도.”

“남준아.”

“형 데리고 올 거야.”











신념도, 삶도, 하다못해 제 목숨도 그 무엇 하나 중요하지 않게 되어버린 막다른 길에 다다른 어른으로. 모든 것을 내몰린 끝자락에서 민윤기 하나만을 붙들고 숨 쉬는, 그것을 위해 수많은 충성을 연기 해 내고 있는 어른으로.







아무도 그 사실을 몰라야 했다. 그래야 민윤기를 살릴 수 있을 테니까.











“그 때까지 죽지 마요.”

“...”

“담배는 언제든지 구해다 줄 테니까.”











허덕이는 웃음이 썼다. 숨을 갈구하는 생명이 가빠서.  

눈앞에 있어도 잡을 수 없는 당신이 절망적이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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