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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혼자 여행하는 이유
0. 왜 혼자 여행을 떠나는가
홀로 떠나기로 결심할 때의 심리 상태는 대체로 비슷하다. 고장 난 수도꼭지 마냥 기분이 자주 오락가락하는 사람. 당장 먹고 사는 것에는 문제가 없지만 언제나 마음이 허기진 사람. 꼬여 버린 일들을 풀 기운도, 용기도 없고 그것을 책임지는 것이 무서운 사람. 그런 사람들이 혼자 여행을 떠난다. 다녀오면 금방 껐다 켠 컴퓨터처럼 말끔히 정리될 거라는 기대를 하며.
1. 솔직히 어색하고 낯설다. 처음에는
“나는 혼자 여행하는 게 편해!”라고 기세 좋게 말하고 다니지만, 사실 아직도 여행이 시작될 때는 어색하고 낯설다.
지난 설 연휴에 제주도에 갔었는데, 비행기를 기다리는 사람 중 가족 단위 여행객이 반, 그 나머지가 연인들이었다. 괜히 주눅이 들어 읽히지도 않는 책을 뒤적거렸다. 강릉에 처음 혼자 갔을 때는, 경포 해변에 앉아 있는데 20대 초반으로 보이는 청년 무리가 나타나 “왜 겨울 바다를 혼자 오냐”며 구시렁거렸다.
재밌는 건 이렇게 긴장된 상태로 반나절만 지나면 어느새 여행에 집중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어폰을 빼고 파도 소리에 귀를 기울이다 보면, 바다 위로 하염없이 쏟아지는 겨울 햇살을 쬐다 보면. 어느새 난 혼잣말을 하고 있다. “진짜 좋다.”
2. 좋은 점: 내가 뭘 했을 때 행복한지 알게 된다
사람들은 의외로 자기가 뭘 좋아하는지 잘 모른다. 무서운 것은 내가 뭘 할 때 가장 즐거워하는지, 작정하고 찾지 않으면 그걸 영영 모르는 채로 살게 된다는 것이다.
여행도 마찬가지. 나의 경우 그 동안 여행이 별로라고 생각했는데, 그도 그럴 것이 내가 어떤 방식의 여행을 좋아하는지 전혀 몰랐다. 그냥 누가 같이 가자고 하면 마지 못해 따라 나섰을 뿐. 목적지에 도착해서 시간과 돈이 아깝다고 생각한 적도 많았다.
혼자 여행의 좋은 점은 24시간을 온전히 내가 하고 싶은 것들로만 채울 수 있다는 것이다. 학교에 갈 필요도, 과제를 할 필요도 진상 손님을 상대할 필요도 없다.
대낮부터 맥주를 마셔도, 휴대폰을 꺼버려도, 카페에서 하염없이 바다만 보고 있어도 괜찮다. 동행이 없으니 눈치 따윈 보지 않아도 된다. 그저 순간 순간 내가 끌리는 것만 하면 될 뿐. 순간에 끌려서 했는데, 막상 해보니 별로인 것들이 있을 수도 있다. 그 또한 괜찮다. 다음부터는 그 선택지를 고르지 않으면 된다.
나는 혼자 여행을 하면서 그렇게 하나씩 하나씩 내가 뭘 했을 때 즐거운지를 찾았고, 이제는 스스로 꽤 만족스러운 여행을 꾸릴 수 있게 됐다.
3. 또 좋은 점: 착한 사람이 된다
우습게 들릴 수도 있지만, 여행을 가면 사람이 착해진다. 정확히 말하면 내가 좋은 사람이 된 것만 같은 착각이 든다. 마음에 여유가 있으니 만원 버스를 타도 신경이 곤두서지 않는다. 시내버스를 타도 바다에 갈 수 있다는 사실이 마냥 신날 뿐. 코 앞에서 차를 놓쳐도 웃음이 난다. 배차 간격이 2시간이나 되는데도 말이다.
사람을 만나도 내가 보여 주고 싶은 모습만 꺼내면 된다. 원래 있던 곳에서의 누추한 생활과 그에 관련된 자질구레한 문제들. 굳이 말하지 않으면 아무도 모른다. “너 원래 낯 가리잖아”, “너는 너무 부정적이야.” 같이, 잘 알지도 못하면서 날 규정하는 시선도 없다. 마치 원래 다정한 사람인 양 자주 웃고 평소엔 하지도 않던 선행을 베풀면, 그냥 그런 사람이 된다. 사람들은 그 순간 내가 한 행동을 있는 그대로 봐 준다.
여행하면서 친구를 많이 사귀었다. 좋은 사람은 좋은 사람을 부른다고, 내가 좋은 사람이 되니 선물 같은 인연들이 기적처럼 나타났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넌 참 긍정적이어서 좋다”는 칭찬을 들었다. 사람들과 함께 바다를 보면서 “행복하다”는 말을 자주 뱉었다.
사실 스무 살 이후로는 친구를 사귄 일이 거의 없다. 새롭게 만난 사람들은 팀원이 되고, 동료가 되었을 뿐 친구가 되지는 않았다. 아마 이들도 서울에서 만났더라면 스쳐 지나갔을 사람들이다. 각자의 일상으로 돌아가면 다시 만나기조차 힘들 것이다. 그래도 단 며칠이라도 좋은 사람들과 친구가 됐던 경험은 소중하고 즐거운 것임이 틀림없다.
4. 여행이 끝나고 난 뒤
혼자 여행을 하면서 많은 것을 배웠고 내 삶은 크게 달라졌다…뭐 이런 교훈적인 메시지로 이 기사를 마무리하면 참 좋았겠지만, 사실 변한 것은 거의 없다. 순해졌던 표정은 여행지에서 사 온 간식처럼 며칠 만에 없어졌다. 이유 없이 기분이 흐려지는 습관도 여전하다.
다만 견디고 견디다 이제 더는 못 참겠다고 생각될 때, 어디로 가야 할지. 이제는 안다. 그 사실이 무겁게 가라앉은 일상에 조그마한 위안이 되어 줄 것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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