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TS 진총 석진 은행원 썰 & 방탄소년단 전체 움짤 모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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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TS 짐국 지민 X 정국 묵뚝뚝하고 낯가리는 사체과 남신 썰
우와 지인짜 잘생겼다. 귀에 딱지 앉도록 들은 얘기지만 여전히 적응 안 되는 그놈의 잘생겼단 말,, 난 귀엽구 예쁜뎅.. 속으로만 웅얼대면서 열심히 빨개진 귀 감추고 걸음 재촉하는 국이,, 개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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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홉 지민 x 제이홉 요원물 신입 박지민x파트장 정호석 - 첫 만남, 그리고 세번째 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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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정 웹진 기고 지민 X 정국 미묘한 동화 - 나는 요즘 펑펑 내리는 눈을 보면 그런 생각을 해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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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랩진] 그래서 결혼식 날짜가 언제라고? 본보 브이라이브 vliveCulture/MusicNowhere Cafe2020-08-13 19:48 선택 안됨 #민윤기 #셀카반반 /아미 실검 축하해주는 #민윤기 / #앙팡맨 #전정국 #팬싸인회 / #김남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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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홉(슈가x제이홉) 빙의글 (19금인듯아닌듯) 주드 감성 슈홉이 보고싶어 석이는 학자금대출 받아서 지방에서 상경해서 대학다니는 학생이구, 민이는 펜트하우스에 사는 개부자 날라리, 지 잘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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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섟이 미술관 도슨트로 일하는데, 어느 날 예기치 못한 브아피 방문으로 당장 내일 아침까지 자료 준비할게 있어서 갑작스레 야근을 하고, 뻐근한 목 주무르며 홀로 나오는 중간에 완전 무장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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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홉 19금 타래 애들은 가라 애들은 가 txt
슈홉 단편 3개 모음 - 새드/기억상실, 너만 아는 세월이 너무 슬프잖아 - 슈가 X 제이홉Culture/Music 슈홉 시대물 사극 미래에서 기다릴게 - 슈가 X 제이홉 #sope #jhope #suga 슈홉 시대물 사극 미래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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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홉 시대
I'M EASY
김태형X김석진
뷔진
BGM “전기뱀장어 - 미로”
BGM “치즈 ㅡ 거짓말처럼”
야자감독을 마치고 집에 가면 보통 아홉시에서 아홉시 반 정도가 된다. 이때쯤이면 분식집도 문을 닫아서 선택권 없이 편의점으로 향해야했다. 맥주 몇 캔과 먹을 것들을 의욕 없이 고르고 나와 빌라 앞을 지나가는데 묘한 이질감이 들었다. 커다란 외제차들이 빌라 입구를 막고 있었다. 옆으로 지나가야만 했다. 203호 문을 열고 돌아가서 욕실에서 빠르게 샤워를 하고 나와 수건으로 머리를 털어낸다.
밥은 뒷전이고 맥주부터 삼켰다. 쿵, 윗층에서 소리가 난다. 잠시 천장으로 들렸던 눈을 내리깔았다. 참견하지 말자. 그 애의 집이 부자라는 것도 우연히 알았고, 그 애의 방이 우연히 내 방 위라는 것도 알았지만 참견할 필요가 없다. 손이 차갑게 식었는데 맥주캔을 놓을 생각을 못했다. 딱 한번만 소리가 더 나면 당장 올라갈 마음이라 애를 쓰며 참고 있었다. 벽 하나를 사이에 두고 밤이 지나간다. 아무 소리도 없이.
아침 출근길에 그 차들은 쫙 빠지고는 없었다. 석진은 흘긋 위를 쳐다보았다가 출근을 서둘렀다. 2교시 4반 수업에 들어갔을 때 저도 모르게 태형을 찾고 있었다. 그 애는 얌전히 자리에 앉아 교과서를 펴놓고 있다. 생채기도 없고 단정하기만 한 모습이었다. 아, 다행이다. 긴장이 놓이자 마음이 조금 머쓱해졌다. 누군한테 마음 써본 게 너무 오랜만이라서. 석진은 수업을 하는 내내 태형을 살폈지만, 그 애는 고개를 잘 들지 않는다. 매일 별가루처럼 시선이 쏟아졌던 것과는 좀 다르게.
“여기선 싫어요.”
“그게, 6반에서 오늘 진로상담한다고 예약을 다 잡아놔서.”
그러지 말고 태형아. 어제 선생님이 어머니한테 전화했다가 그대로 끊겼거든, 어머님이 혹시 많이 화가 나셨니? 4반 담임은 태형에게 끈질긴 구석이 있다. 어쩌다가 전화를 하게 된 건지는 모르겠지만 그런 연유로 동네와 어울리지 않는 세단들이 빌라 앞을 가득 채우고 있었음이 설명이 되었다. 김태형이 입을 다물고 있는데 담임은 끝도 없이 파고들려고 했다. 듣는 귀가 신경쓰이는 쟤 마음도 모르고.
“어? 태형아.”
귀가 없는 척 하던 석진은 결국 자리에서 일어난다. 갑자기 일어난 석진 때문에 간이 작은 4반 담임은 파드득거리며 놀란다. 그 애의 형형한 눈이 여기 와닿는 게 느껴졌다. 나서지 않고 입 다물고 있는 게 원리원칙인 석진이 드문 결정을 한다.
“상담실은 아니고 특별활동실이 아마 비어있을 거에요.”
“예?”
“6교시부터 제가 쓴다고 했었거든요.”
어머, 고마워요. 석진쌤. 4반 담임은 마치 친자식이라도 되듯이 태형의 팔을 붙잡아 일으킨다. 태형은 아무 말도 없이 교무실 밖으로 빠져나갔다. 자리에 털썩 앉은 석진은 옅게 한숨을 내쉰다. 단정한 책꽂이에 그 애가 준 분홍색의 책이 꽂혀있다. 죽고싶지만 떡볶이는 먹고싶어. 그 앞장에 그려놓은 그림은 그 때 손바닥에 그려줬던 그림과 똑같았다. 물어보고 싶은데, 뭘 바라보고 있는 등인지. 토닥이고 싶게 외로운 그림이라고 생각했다.
어둡고 심심하면 폰이라도 쳐다보면 되는데 태형은 굳은 의지로 폰 한번 켜지 않고 203호 앞에 쭈그려 앉아있었다. 최대한 불쌍하게 보여야 선생님이 날 데리고 들어가줄테니까. 야자 끝나는 시간에 맞춰서 올라오는 소리가 들렸다. 좀 변태 같지만, 발소리만 들어도 그게 쌤인 거 알고 있었다. 선생님은 멈칫 한 번 없이 들어와 도어락 버튼을 누른다. 태형은 신경도 쓰지 않고. 눈 앞에서 현관문이 닫혀서 조금 당황했다. 문 너머에서 잠시 인기척이 들린다. 문이 다시 열렸다. 손에 들려있던 검은색 봉투가 사라졌다.
“들어와.”
“넹.”
또 문이 닫히면 다시는 안 열어줄 것 같아서 조금 서둘러 들어갔다. 선생님은 냉장고에 곧장 넣어두었던 맥주캔을 꺼낸다. 오늘은 캔이 좀 크다. 마음이 허한 날인가. 용건을 말하지 않는데 궁금해하지도 않는 것 같아서 태형은 내심 섭섭하다. 오늘 내가 상담실로 끌려가는 거 쌤도 봤으면서. 궁금할 거면서.
“배고파요.”
“…….”
“쌤은요?”
“뭐 시켜줄까.”
“치킨 어때요.”
석진은 큰 고민 없이 일어나 서랍 하나를 뒤져서 주문책자를 태형에게 건넨다. 먹고 싶은 거 시켜놔. 나는 좀 씻고 나올게. 넹. 태형은 단정하고 발랄하게 대답했지만 머릿속이 뒤집어졌다. 열 아홉 짝사랑러를 집에 데려다 놓고 씻는다고 하다니. 너무 하시네. 그런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저기 벽 너머에서 방음이 하나도 되지 않는 물소리가 들린다. 양념간장 세트를 시켜놓고 어색하니까 티비도 좀 틀어놓고 얌전히 기다리는데 문자가 우수수 쏟아진다.
[본가로 오랬지]
[김태형 너 말 진짜 안들을래]
[엄마 생각도 좀 해]
디링디링. 태형은 문자에 박힌 글자들을 모양을 보듯이 본다. 털 끝의 다정도 묻어나지 않는다. 욕실문이 열린다. 석진은 잔뜩 수수해진 채로 나온다. 집이 크지 않아서 욕실에서 나온 훈훈한 증기가 태형에게까지 와서 닿는다. 몸이 움츠러 들었다. 석진은 젖은 목덜미에 수건을 두르고는 반 쯤 남은 것 같은 맥주캔을 집어든다. 샤워가 길지 않았는데도 맥주캔에는 물방울이 송글하게 맺혀있었다. 나도 먹고싶다.
“아마 치킨 오면 먹기 바쁠거니까요.”
“…….”
“그 사이에 저의 TMI를 뿌릴까해요.”
말투는 영락없는 열 아홉인 척 하지만 뱉어낼 이야기들은 한 개도 안 가벼웠다. 말하는 건 쉬웠지만 겪는 나는 사실 조금 어렵다. 그래서, 그런 자리에서 담임 옆에 있는 김석진에게 말하고 싶지는 않았다.
“저 요새 깨지고 다녔잖아요.”
담임이 걱정이 됐는지 엄마한테 얘기를 했어요. 어제 찾아와서 집으로 들어오라고 한 두 어 시간 괴롭히다가 갔거든요. 본가로 들어가면 저는 인제 아마 죽은 사람이 될 거에요. 엄마 재혼한다고 했거든요. 국회의원이랑. 집에 들어오라고 하는 이유도 하나일 거에요. 결혼한다는 사람이나 아빠한테 털 끝 만큼 책 잡히기 싫어서. 엄마는 그런 거 못견디거든요.
“있잖아요, 저 일 년 사이에 20센치 컸는데.”
“…….”
“저 보자마자 하는 소리가 본가로 들어오라는 말이었어요.”
보통 엄마들은 안 그러지 않아요? 너무 구시대적 발상인가, 내가.
태형은 중얼거리다가 석진을 빤히 본다. 길지 않은 얘기 사이에 석진의 캔이 다 비어버렸다는 것도 알고있다. 선생님의 속을 허하게 만든 건 나일까. 전에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었는데 왠지 마음이 좀 싸하게 아프다. 가만히 티비를 보는 선생님이, 김석진이. 나에게 조금 어려워진다. 타이밍도 좋게 벨이 울렸다. 선생님은 카드를 내밀고 멀끔하게 포장된 치킨을 태형 앞에 내려 놓는다. 배가 고프지 않은데, 먹지 않으면 집에 가야하니까 대충 펼치는 걸 도왔다. 선생님은 일어나서 맥주를 들고 돌아온다. 두 캔이었다. 석진은 까서 하나를 내밀어 앞에 놔주었다.
“저 이거 먹어요?”
“응.”
“왜요. 저 술 마시면 안되는데.”
“주사있니?”
“모르는데요, 안 마셔봐서.”
“그럼 마셔봐.”
주정 있는지 봐줄게. 알다가도 모르겠어서 태형은 그냥 그 말을 듣기로 했다. 거짓말이 아니고 맥주는 생전 처음이었다. 일년 전엔 160도 되지 않아서 그저 조용히 학교를 다녔고 지금 친구인 애들도 술을 먹고 다니는 부류는 아니었다. 피씨방이나 가고 코노나 가서 놀지. 태형은 미간을 조금 찌푸리고는 크으, 하고 티비에서의 모습을 흉내내본다. 석진은 그걸 보고 웃는 척을 했다. 선생님이 아까부터 말을 하지 않는다는 걸 알고 있었다. 선생님은 어른처럼 맥주를 마신다. 어떻게 크으, 도 안하고 그걸 삼킬 수 있는 걸까.
“태형아.”
“……예?”
“나는 거짓말을 잘 못해.”
석진은 캔을 내려놓고 손 끝으로 잘 생긴 눈썹과 이마 사이를 매만진다. 선생님의 말이 겹겹이 쌓여있어서 태형은 잘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오늘 유독 참 어려워서 좀 밉다.
“어른이 되니까 작은 거짓말도 들킬 것 같아서 못해.”
술에 취한 것 같지는 않은데.
“나한테 너무 솔직해지지 말아.”
왜요?
“나는 거짓말을 못하니까.”
거짓말이 아닌 마음은 뭔데요.
“네가 조금 신경쓰여, 내가.”
꼭, 좋아한다는 말처럼 들렸다.
“좋아해요.”
참지 않고 말한다. 선생님은 흔들리지 않는다.
음. 혹은 흔들리지 않는 척.
“그럴 수 있어.”
“뭐가요.”
“아직 어려서 그래. 대학 간다고 했지. 거기 가면 예쁘고 잘 생긴 애들 차고 넘쳐.”
“저 좀 봐봐요.”
저한테는 선생님이 제일 예쁜데요.
태형은 그렇게 말을 한다. 석진은 캔맥주를 들이킨다. 매번 쉽게 나오던 이 애의 말에 쉬운 척이 느껴진다. 마음이 약해지는 속도에 속도가 더해진다. 석진은 마지막 모금을 들이키고 맥주캔을 꽉 쥔다. 손 안에서 맥주캔이 구겨진다. 예민하고 날이 선 열 아홉의 눈길이 거기에 갔다가 다시 얼굴로 돌아온다. 나는 다 큰 어른인 주제에 이 애한테 약해진 마음을 들켰다.
“좋아해요.”
또, 맥락없고.
“안되겠죠?”
이젠 쉬운 척도 안했다. 나는 가르치는 게 직업인 사람인데, 이 애한테 쉽게 날 잊는 방법을 가르쳐줄 수가 없다.
“포기 안하게 해주세요.”
“태형아.”
“그렇게 부르지 말고요.”
대충 달래려고 하지 말구요. 태형의 눈은 새카맣게 빛이 난다. 석진은 대충 쥐고 있던 맥주캔을 들여다보다가 조금 대놓고 그 애를 본다. 흔들려서는 안된다는 거 빤히 알면서 이 애가 쉽게 꺼내는 말들에 속수무책이다.
석진의 입술 새로 작게 새어나오는 한숨과 적막을 이길 수 없었던 태형은 허리를 조금 숙여서 가까이 얼굴을 가져다 대본다. 태형은 굳어있는 석진의 볼 언저리에 작게 입을 맞춰본다.
뭔 짓을 한 거야. 석진이 생각을 하고 있을 때 그 애가 따끈하고 커다란 손으로 볼 언저리를 잡아 쥐는 게 느껴졌다. 입술에 입술이 와서 닿는다. 혀도 섞이지 않는 짧은 키스였다. 잠시 감겼던 눈은 석진이 먼저 떴다.
그 애는 한참을 눈을 감고 영원히 기억이라도 하려는 듯이 필사적으로 감고 있던 눈을 뜬다. 적막. 태형이는 아랫속눈썹이 참 길다. 장난기라곤 하나도 없는 눈이 엄청나게 치열했다. 혼내야하는데 그럴 의지가 생기지 않는다. 그런 생각마저 빤히 다 읽는 눈. 내가 아무래도.
“…저, 가야겠죠.”
“그러는 게 좋겠다.”
“안녕히 주무세요.”
“…….”
“쌤, 아무래도 저는 잘 못 잘 것 같아요.”
“빨랑 가.”
“네.”
그 애는 흥분과 민망함, 좋고 신남이 뒤섞여 우당탕탕 운동화를 꺾어 신는다. 태형이 현관문을 여는 소리가 급박하게, 윗층으로 올라가는 소리가 이어서 들린다. 석진은 소파에 가만히 앉아서 커다란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린다. 열 아홉에게 완벽하게 말려버린 순간을 되짚어봤자 소용이 없다. 급하게 빈 속에 들이킨 맥주 때문에 얼굴이 뜨끈하다. 손은 차갑고 볼은 화끈거렸다. 석진은 뒤로 몸을 기댄다. 소파에 건조하게 널려서 한숨 비슷한 걸 내쉬었다.
다치고 싶지 않은 마음, 깊이 알아보고 싶은 마음. 겨우 열 아홉인 애가 나를 온전히 이해해줄 것 같은 마음. 겨우 열 아홉인 애한테 해부되고 싶지 않은 마음. 온갖 마음이 뒤섞여 무거운 숨으로 쏟아진다.
태형아. 아무래도 내가 널 조금 좋아하는 것 같지?
문을 열고 그대로 침대에 엎어져서 발을 굴렀다. 선생님은 무표정해서는, 단 하나도 받아주지 않았지만. 혼나거나 뺨 맞지 않은게 어디인가. 태어나서 한 미친 짓 중 단연 일등이었다. 좋아해서 어쩔 줄 모르고 마음이 파도를 친다. 태형은 베개에 얼굴을 묻고 그 안에서 헤엄치고 있다.
나는 선생님보다 덜 살았고 덜 알고 덜 자라서 그저 열심히 사랑을 하는 수 밖에 없다. 정확하고 끝없는 사랑을 하다보면 언젠간 나도 조금 더 살고 조금 더 알게 되고 더 자라서 맞닿을 수 있겠지. 벌떡 일어나서 스탠드를 켜고 문제집을 뒤진다. 김석진이 그 나긋한 목소리로 읽어주던 시들을 꺼내보았다. 그 문장에 기대어 선생님을 떠올렸다.
올 수도 있고 안 올 수도 있는 미래를 생각했다. 선생님의 이름을 혀로 굴려보는 미래말야.
여전히, 예뻐요.
사랑합니다.
그런 가장 솔직하고 베일 없는 말을 어떠한 은유도, 숨겨진 목적 없이 전하는 날을.
인생은 미래의 어딘가에서 나를 기다릴 안온한 품을 향해 무릎이 깨져도 달려가는 거랬다.
또는 나를 향해 달려오고 있을 누군가를 기다리는 일이라고 했다.
누가 그랬냐면 문학을 가르치던 선생이 말했다. 푸르던 연한 눈빛으로. 작품 뒤에 교묘하게 숨어서, 아닌 척 자기 얘기를 하던 사람. 내 등 앞에서 내 입맞춤을 받아낼 사람.
나는 무릎이 깨져도 달릴 사람이고, 그는 안온한 품을 가진 사람이다.
석진은 인기척에 뒤를 돌았다. 태형이 부루퉁한 표정으로 서있었다. 손 끝에 포스트잇 두 어장을 들고. 등에서 떼낸 모양이었다. 뭐야? 하고 물으려는데 그 애가 부욱 포스트잇을 찢어버린다. 이런 거 반 애들이 붙이게 놔두지 마세요. 그 말에 연약한 가시가 돋아있었다. 뭔데, 하고 가져가려는데 포스트잇은 태형의 손에서 꾸깃 구겨졌다.
“선생님이 지들꺼래요.”
“아.”
“아닌데.”
“...”
“내껀데.”
“얼씨구?”
그게 뭐에요. 아저씨 같은 추임새. 태형은 뭐라하면서도 입꼬리를 감춰 누르지 못한다. 옆구리에 끼워놨던 문제집을 들고는 저 이거 알려주세여, 하고는 물어왔다. 좋아하는 걸 교묘히 숨기고 선생님이라는 석진의 지위를 아주 잘 이용해먹고 있었다. 석진은 배움에 뜻이 있는 학생을 밀어낼 구실이 없어 태형을 데리고 순순히 교실로 갔다. 보충까지 끝나고 텅 비어버린 교실에 둘만 남아서 도란도란 말이 이어진다. 태형은 문제집이 아니라 석진의 얼굴을 본다. 석진은 자꾸만 문제집을 톡톡 두드려서 주의를 환기시켜야 했다.
“내가 지금 뭐 설명했어.”
“…….”
“나 간다.”
“사..씨남정기가.. 복선화음.. 어쩌구.”
어쩌구?
태형은 히, 하고는 웃는다. 석진은 미련없이 일어나 깔끔히 자리를 정리한다. 태형이 팔목을 탁 붙잡았다. 석진은 채인 몸을 가만히 두다가 슬쩍 팔목을 빼낸다. 태형의 눈은 맹목적이고 사랑이 가득하다. 이 애가 이상한 소문을 낼 가능성은 제로에 수렴한다고 볼 수 있었지만, 그래도 할 말은 해야했다.
“태형아.”
“잘못했어요.”
“……?”
“선생님 몸에 손 안댈게여.”
“…….”
“좋아하지 말라고 하지 마세요.”
그건 저도 어쩔 수가 없는 거니까.
“저 못받아주는 거 알아요.”
“…….”
“난 선생이고 넌 학생이야. 이거 저도 안다구요.”
그 고전명작을 알아? 석진은 혼자 분한채로 쭝얼거리는 태형을 빤히 본다. 말을 할 수록 게이지가 차오르듯 그 애의 귀가 빨갛게 변한다.
“그냥, 제가 오래 좋아할래요.”
“…….”
“내비두세요.”
마음도 쓰지 마시고요. 절대 쓰지 마세요. 쓰기만 해보세여 아주.
태형은 혼자 분한 채로 문제집을 쾅쾅 챙기고는 석진을 두고는 가버렸다. 저 나이 때는 마음이 널을 뛰는 법이다. 석진은 뒤늦게 나가서 교실 문 밖으로 빼꼼히 고개를 내밀어 본다. 그 애는 걸음이 빨라서 벌써 사라졌다. 복도는 텅 비어 아무도 없다. 다시금 봐도 없다. 저무는 오후 빛이 학교를 가득 채웠다. 씩씩대며 떠났을 태형이의 뒷모습을 혼자 생각하다가 픽 웃었다. 문제집 끝으로 머리를 긁적거렸다. 혼자 웃긴, 바보 같이.
강한 파열음에 우산을 쓰고 걸어가던 어깨가 움츠러들었다. 대학가이긴 해도 술집 없이 빌라만 가득한 곳이라 소음은 줄곧 없었던 동네였다. 소리의 진원지가 몇 걸음 떨어지지 않은 해오름빌이어서 석진의 발걸음이 조금 급해진다. 비가 와서 축축해진 골목으로 집에서 나온 것 같은 가구들과 생필품들이 엉망으로 버려져 있었다. 남자들 몇 명이 계속해서 뭔가를 들고 나와 멋대로 버리고 있다.
빌라 앞에 주차된 낯선 외제차들을 보자마자 석진은 우산을 접고 서둘러 계단을 오른다. 2층을 넘어 3층으로. 303호의 문이 활짝 열려 있다. 그 사이에서 스탠드와 옷을 한웅큼 들고 나온 남자가 험악한 표정으로 석진의 정체를 물었다. 우산을 그대로 바닥에 버려두고 복도를 지나간다. 앞을 막는 남자를 쳐내고 조금, 이상하게 맹목적이었다.
열린 문 틈 안으로 엉망이 된 집 안에는 태형이 서있다. 우두커니 서있는 얼굴이 붉다. 뺨이라도 한 대 얻어맞은 건지. 머릿속에선 재생되서는 안되는 최악의 시나리오들만 스쳐지나가고 있다. 어지러운 빗소리 너머로 여자가 소리치는 게 들렸다. 다 널 위해서 그러는 거야. 현관을 등지고 있던 여자는 낯선 인기척에 뒤를 돈다.
“뭡니까?”
“…김태형.”
여자를 사이에 두고 태형이 석진을 보는 게 느껴졌다. 굳게 닫혀있던 얼굴이 순식간에 일렁거린다. 마음이 무너져 내리는 표정이다. 소리치는 여자에게 대고, 저 태형이 학교 선생님입니다. 하고 정신이 하나 없는 낯선 자기 소개가 이어진다. 한풀 누그러진 것 같은 여자의 눈빛엔 아직도 경계가 어려있다. 닮았다. 커다란 이목구비가 태형이랑 꼭 빼닮아있다. 그게 조금 아팠다.
“여기는 무슨 일로…….”
“애가 많이 놀란 것 같은데.”
“쟤가요?”
좀 전까지 바락 바락 소리지르면서 대들던 앤데요. 여자는 기가 막히다는 듯 웃는다. 됐고, 집안일이니까 신경쓰지 마세요. 여자는 긴 손톱을 신경쓰지 않고 가만히 서있는 태형의 팔목을 잡아 쥔다. 고집 좀 부리지마. 태형은 그 팔을 뿌리친다. 팔에 긴 생채기가 난다. 피가 나는 건 태형이 쪽인데 여자는 소리를 빽 지른다.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태형의 앞을 막아섰다.
“비켜요.”
목소리는 여자의 것이 아니었다. 태형이 석진에게 그렇게 말을 한다.
“집에 가요.”
“태형아.”
“그냥, 좀 가요.”
울컥이는 목소리가 뒤에서 울린다. 뒤를 돌아볼까 그 사이에 수십 번 고민하다가 안타까운 시선을 남겨두고 석진은 조용히 걸음을 옮긴다. 그래도 미련이 남아서 마지막으로 뒤를 돌아봤을 때, 여자는 둑이 터지듯이 갑자기 울기 시작했다. 태형이 깨진 유리 사이를 헤치며 걸어가 여자의 마른 등을 어루만지는 걸 보았다. 그 애도 울고 있었다.
새벽녘에 층을 올라본다. 303호는 멀끔하게 비워져 있었다. 밤새 부숴졌던 유리는 흔적도 없이. 그리고 김태형이란 애는 살았던 흔적조차도 없이. 이어팟을 꽂고 학교에 간다. 교무실에 들렸다가 반에가서 조례를 하고, 3교시를 기다렸다. 4반 수업에 갔을 때 그 애의 자리가 텅 비어져 있었다. 수업을 마치고 와서도 멍한 정신이 돌아오지 않는다. 때 마침 돌아온 태형의 담임에게 말을 붙였다.
“선생님.”
“네?”
“태형이 말이에요.”
“아, 태형이요?”
오늘 새벽같이 와서, 퇴학 수속 밟았어요. 그것 때문에 오전 내내 정신이 하나두 없었네. 자리에는 정말 이것 저것 서류들이 한 가득이다. 왜요? 하고 묻는 말에 4반 담임이 웃으며 석진을 쳐다본다. 자기 반 애가 떠났는데 담임은 입꼬리를 씰룩이며 비밀을 말하고 싶어 안달난 표정이다. 석진은 채근하지 않고 가만히 보고만 있었다. 여자는 누가 들을새라 목소리를 한껏 낮춘다.
“저도 몰랐는데, 그 애요.”
“…….”
“사생아래요.”
판사라고 했던 아버지 아들이 아니라고. 그 집 막내딸 스캔들 터질까봐 그 회사에서 함구령 내리고 장난 아니라고 하더라구요. 그 애 누구 자식인지 밝혀지면 정경계가 발칵 뒤집힌다고 찌라시까지 돈대요. 이 얘기 증권회사 다니는 친구가 알려줬는데, 걔가 서태지 이지아도 다 알고 있던 애라니까요.
“재미있으세요?”
“네?”
“…….”
“아, 그건 아니고.”
그냥 얘기가 그렇다는 거죠. 태형이 같은 배경의 애가 흔치가 않으니까. 황급히 말을 마무리한 선생은 서류를 챙겨 혼잣말을 중얼거리며 사라진다. 답지 않게 날을 세웠던 석진은 가만히 앉아 다음 수업을 준비한다. 책장에 꽂힌 분홍색의 책에 시선이 가지만 신경쓰지 않기로 했다. 조금 요란한 학생이 하나 스쳐지나간 거라고, 그렇게 생각을 해야하는데. 마음은 도무지 정돈이 되지 않는다.
퇴근길, 현관 앞에 오도카니 그 애가 있다. 교복 대신 사복. 석진은 걸음을 빨리한다. 지난번엔 한번 무시했지만 이번엔 무시하지 않는다. 태형아, 하고 부르니 고개를 드는 얼굴에 어른의 고단함 같은 게 조금 묻어있었다.
“오늘은 야자감독 안하셨어요?”
“…어.”
“다행이다. 저 좀 있으면 가봐야하거든요.”
바로 비행기 태워서 보내버린다고 하더니, 진짜루요. 아니 나 여권 없었으면 어쩌려고요. 그쵸.
태형은 혼자 머쓱하게 중얼거린다. 운동화 끝은 불안하게 바닥을 톡톡 건드리고 있다. 허망하게 쏟아지는 한숨이 어색한지 입술 끝을 꼭 다물고 태형은 석진을 본다. 선생님은 연하고 푸른 눈빛으로 아무 거리낌 없이 쳐다봐줘서 또 여전히 계속 맹목적으로 내가 너무 좋은데. 좋아하는데.
“그 사람 우리 엄마에요.”
원래는 착한 사람인데.. 실수했대요. 그 실수로 태어난 게 저인데, 제가 여기 있으면 문제가 많이 있나봐요. 너무 불쌍해서 말 들어주기로 했어요. 선생님 때문에 안가려고 했는데, 그게 잘 안됐어요. 잘 안돼요.
그 애 목소리에 물기가 어린다.
“…쉽지가 않아요.”
사는 거 되게 쉬웠는데, 선생님 만난 이후론 다 쉽지가 않아요.
태형은 울음을 참으려고 기를 쓰고 있다. 쪽팔려서 그랬다. 어디서 실수로 낳아진 것도, 그래서 멀리 가야하는 것도. 어제는 정말 죽고싶었다. 선생님이 눈 앞에 있는 게 처음으로 너무 싫고 미웠어. 너무 좋아하는 사람 앞에서 좋아함을 이기지 못해 우는 건 너무 쪽팔린 일이다. 석진은 가만히 서서 그걸 다 들어주다가 손에 들고 있던 봉투를 태형의 손에 쥐어준다. 소주와 맥주가 가득이었다. 혼자 먹고 취할 정도로 많았다. 빈 손으로 석진은 그제야 태형의 얼굴을 한번 제대로 만져보았다. 맥없이 흔들리는 눈동자는 곧 곧게 고정이 된다.
“기다릴게.”
“…….”
“포기 안했으면 좋겠어.”
석진의 입술이 태형의 입술 위로 작게 겹쳐진다. 말랑이는 입술 아래로 떨리는 열 아홉의 입술을 과하지 않게 삼켜내고 위로하고 난 뒤 천천히 떨어졌다. 태형은 눈을 감고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말랑한 약속이자 선언. 그 애는 그 말을 할 때는 울지 않았다.
저를, 기다려주세요.
그 목소리가 가슴을 깊게 찔렀다.
태형은 버스카드를 하나 사서 광화문으로 가는 버스에 올라탔다. 차창 밖으로 보이는 서울풍경이 꽤나 아름답다. 가을이라는 날씨가 거기에 한 몫을 더했다. 하늘이 높아서 공간을 빌려쓰는 느낌까지 들었다. 월요일의 점심시간을 맞아 직장인들이 커피를 들고 수다를 떨며 걷고 있었다. 서울에는 거리마다 꼭 TV에 나오는 것 같은 사람들이 늘어져 있었다. 누구보다도 제일 많이 생각이 났다.
다른 모든 선생님들과 마찬가지로 석진도 학교를 로테이션을 돌았다. 흔치 않은 경우로, 2년을 다른 학교에 근무하던 석진은 다시금 돌아 태형이 다니던 학교로 돌아왔다. 스물 넷의 태형이 학교로 발을 들인다.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학교가 소란스러웠다. 체육복을 입고 정신 없이 몰려다니는 무리들을 보니 체육대회 날인 모양이었다.
지나가는 학생 하나를 붙잡고 다짜고짜 석진의 행방을 물었다. 누구요? 아, 김석진 선생님이요. 너 봤냐? 석진쌤? 수소문을 해서 다다른 곳은 양호실이다. 운동장에 전교생이 나와있는 덕분에 학교 안은 침잠한 듯이 조용하다. 똑똑 노크를 했다. 네, 하고 작게 울리는 소리에 태형은 문을 연다.
겹겹이 커튼이 치여진 베드는 모두 텅 비어있다. 제일 안 쪽, 베드에 석진이 앉아있었다. 무릎을 제대로 깠는지 붕대 너머로 피가 슬며시 올라와 있었다. 석진은 태형을 보고 베드에서 내려와 선다. 지금보니 무릎이 까져도 달려올 사람이 선생님이었다면 그를 안아줄 안온한 품은 나였을지도 몰라. 나는 그만큼 자랐을까. 언어를 가르치는 사람이 말을 잊은 것처럼 가만히 서있었다.
흑갈색의 머리, 하나도 변하지 않은 무채색의 차림. 푸르던 연한 눈빛으로. 너무 오래 기다려서 잠시도 지체할 시간 없이 태형은 팔을 벌리고 그대로 다가간다. 터질듯이 품에 그를 꼭 안았다. 내 마음은 결코 작지 않아. 그의 귀에 대고, 물렸을 만큼 많이 들었을 선생님 소리는 과감히 생략했다.
여전히 예뻐요.
사랑합니다.
낯뜨거운 고백, 부끄러움에 웃는 소리가 들렸다. 순결 아닌 순결을 지킨다고, 키스는 전혀 늘지 않았겠지만 나이가 빚어내는 분위기가 있을 거라 태형은 믿어 의심치 않는다.
길게 입을 맞추고 기다렸던 마음을 읊는다.
나의 수수함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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