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거 너무 웃기고 귀여움ㅋㅋㅋㅋㅋㅋ 내가 아침 회의시간에 쓰려고 하는 슈홉 역아고물••• 섟이 야근하고 편의점에 맥주 하나 사러 가는데, 누군가가 불러 돌아보니 세상 불량아가 말하길 ㅡ아저씨, 담배 하나만 사올래? ㅡ져,,,져요? ㅡ어 너요. 여기 또 누가 있어. ㅡㅎㄷㄷㄷ•••
ㅡ아,,, 하고 넥타이 끝을 잡고 꾸물꾸물 거리면서 주변에 누가 없나 온갖 눈치를 보고 있으려니, 가까이 다가오더니 천원짜리 한 장을 쥐어준다. ㅡ아저씨 가서 말보로레드 하나랑요. 막대사탕 하나랑요~ 아저씨 드실 우유도 한 병 사시고...
오백원 남겨오세요. 딴 짓 하다 걸리면 뒈지고요.
아 씨팔 ㅠㅠ 오늘의 운세에 주변에 어린놈을 조심하시오. 라고 적혀져 있어서 오늘 신입사원 새끼가 업체에 메일 잘못 보냈어. 그것 때문에 사수인 섟이가 부장한테 시말서 직전까지 개털리듯 혼났는데. 조심하라는 어린놈이 저 놈이어꾸나 ㅠㅠㅠㅠ
명백한 삥이었다. 그런데 애 새끼 눈빛이 서슬퍼런게, 진짜 잘못하다가는 염라대왕이랑 바로 하이파이브 할 것 같은데... 이대로 천원 들고가서 담배를 사주기가 제법 자존심이 상했어. ㅡ근,근데 청소년이 다,담배 피면 안될... ㅡ.... ㅡ걸요..
순간 손을 들었는데 섟이는 저한테 날라오는 펀치인지 알고 눈을 찔끈 감았는데, 본인 코쓱~ 을 한 번 하더라. 하얗고 큰 손에 온 갖 뾰족한 악세사리들이 주렁주렁 달려있었어. 저걸로 한 대 맞으면,,, 아휴,,, ㅡ그래서? ㅡ사다드린다구요...
그리고서는 자기도 무서워서 쓸데없는 별 말이 뒤에 이어붙었다. ㅡ저 담배 완전 잘 사요. 회사 부장님 담배도 제가 맨날 사드리는데, 왜 내가 이런 말을 하는거지.. 기다려요... 하고 세상 모든 짐을 짊어진 표정으로 편의점으로 섟이가 입장했어.
알바생이 잔뜩 부은 얼굴로 포스 옆에 서 있었어. 호섟이는 막대사탕을 하나 집어, 알바생에게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말했어. ㅡ져기여,, 말보드..? 빌보드? 뭐 레드? ㅡ말보루레드옇ㅎㅎ 헣ㅎㅎ 이 형 말 되게 이상하게 하네. 밖에 개무서운 고딩이
보자마자 어디가면 최강 동안 소리 듣는 자신에게 아저씨 아저씨 그래서 안 그래도 짜증났는데 그래도 이 알바생은 형이라고 해주네,, 감동적이야,, 크흫,,, ㅡ형이라고 불러주니까 아주 우시려고 하시네옄ㅋ 고객 만족 서비스로 민증 검사도 하까요?
알바생이 꺄루꺄루 웃으면서 담배랑 사탕을 계산하고 섟이가 뭐 마려운 강아지마냥 창밖을 보며 안절부절하니 같이 시선이 따라가. 민트색 밝은 머리가 눈에 확 들어오지. ㅡ엏ㅎㅎ 민윥기네 ㅡ...쟤 알아요? ㅡ넿ㅎ 저랑 같은 학교거든요~
ㅡ아하. ㅡ형 삥 뜯기시는구나.. 원래 민윥기 이 쪽 안 오는데,, 여튼 수고가 많으시네여. 똥 밟았다고 생각하세여 근데 쟤 어디서 사람 하나 담그고 우리 학교 전학왔다고 그랬나? ^ㅁ^ 헣 (잘못된 정보, 이사와서 전학 옴) 사람을 담궈?!!!!!
다리가 휘청거렸어. 요즘 세상이 흉흉하다지만 저런 무서운 청소년이 거리를 활보하다니ㅠㅠ (다시 한 번 말하지만 민윥기는 이사 땜에 전학 옴) 계산을 끝낸 섟이는 오들오들 떨며 밖으로 나갔고 민윥이 돌아봤어. ㅡ아저씨. ㅡ어? 어,, 여기요,,,
뭐 고백하는 소녀마냥 조심스레 민윥에게 담배와 사탕을 전하고서는 이제 미션 완수했으니 얼른 집으로 꺼지고 싶었던 섟이는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있었어. ㅡ...우유는? ㅡ응..? ㅡ아저씨 먹을 우유도 사랬잖아. ㅡ어,,, ㅡ왜 안 샀지?
아니 뭐 이런 시발롬이 다 있어. ㅡ어,, 내가 우유 알러지가 있어서요.. ㅡ아, 그래? 몰랐어. ㅡ네,, 그럼 전 20000••• ㅡ번호. ㅡ응..? ㅡ번호 달라고. ㅡ!!! 다시 한 번 눈을 깜빡이니 액정이 잔뜩 깨진 핸드폰을 들이밀고 있었어.
ㅡ버,번호는 왜~?! ㅡ어 가끔 부탁 좀 하려고. 썸원헬ㄹㄹㄹ미!!!!!!! 목구녕 까지 온 갖 욕이 가득 차 올랐지만 약자의 삶은 언제나 그렇듯 참을성이 많아야 해. 섟이는 열심히 잔머리를 굴렸어. 아, 그래 그냥 아무 번호나 찍고 가야겠다.
ㅡ다른 번호 찍을 생각 마. 맞는지 바로 확인 전화 할거니까. 응, 빈틈이 없는 확실한 고등학생이었어. 울며 겨자먹기로 번호 누르자 바로 민윥이 맞는지 전화를 걸었고 섟이가 울리는 자신의 폰을 보여주자 전화를 종료했지. ㅡ내 번호도 저장해.
일단 전화는 뭐 등록을 해서 추후에 거르는게 맞으니까 섟이가 ‘양아치’로 번호를 얼른 저장했어. ㅡ이름 ㅡ나? ㅡ어. ㅡ정호섟,, ㅡ내 이름은 민윥기 ㅡ으응,, 어찌 야근하고 집으로 가는 길에 질 나쁜 애한테 걸려 신상정보까지 털리게 되나요호ㅠ
ㅡ잘가, 아저씨 ㅡ그래요.. ㅡ너무 밤에 맥주 많이 마시지말구,, 이건 또 무슨 신개념 도랑치기 개소리지. 섟이는 눈을 꿈뻑이면서 민윥을 바라보았어. 그 뒤로 민윥과 같은 교복을 입은 무리들이 ‘ 야! 빨리와! ‘ 하고 소리치니까 대충 고개짓 하고선
그쪽으로 휘비적 걸어가더라고. 어이가 우주 끝까지 털려버린 섟은 친구들에게 전화라도 해서 방금 있었던 일에 대해서 하소연이라도 할까 싶었어. 그러다가 관뒀지,,, 고딩 담배셔틀 했다는거 말해봤자 삼십년치 놀림감이라 억울한 손을 혼자 다독였어.
뭐~ 됐어,,, 운이 안 좋았다고 생각하자. 어차피 이 쪽 편의점 길로는 다신 안 오면 그만이고, 전화도 마찬가지야. 안 받으면 그만이지 뭐,,, 이름이랑 전화번호 알았다고 지가 뭐 우리집을 찾아오겠어? 회사를 찾아오겠어? ㅎㅎㅎㅎㅎ 으하핫,,,
집 근처 바로 앞 편의점이라 아쉽기는 했지만 저 민트머리 양아치 담배셔틀을 다시 할 바에 천리 먼 길에 있는 다른 곳을 이용하자,,, 옅은 한숨으로 애둘러 앞서는 걱정을 막기로 했어. 그리고서 두 발 뻗고 자기에는 사실 너무 이르긴 했지.
진짜 미친놈이구나 확신했던 것은 바로 그 다음날 부터 애써 잊으려 했던 얼굴과 이름이 바로 떠올리게 하는 연락들 때문이었어. ‘ 양아치 ‘ 에게서 오는 카톡과 전화가 어제 일은 바로 잊을 만한 헤프닝이 아니라는거였지. [양아치 - 프사 이쁘다.]
이....뻐?! 그 어느때 보다 깊은 모욕감을 느끼며 섟이는 폰을 던져버리고 싶은 욕구에 휩싸였지. 그때부터 카톡 차단하고 오분에 한 번씩 울리는 전화도 다 무시했어. 한 번 의도치 않게 엮인 걸로 진심 충분해!! 더 이상의 셔틀은 안될 일이야.
거진 하루종일 폰을 멀찍이 던져놓고 일을 하고 퇴근 길에는 잘 쓰지도 않는 마스크를 한 장 쓰고서는 퇴근 길 버스에 올랐어. 편의점 아닌 다른 길로 돌아갈거지만 재수없어서 마주치면 오또켕... 이 아저씨는 생각보다 치밀하단다. 비러머글 애새끼야.
하지만,,, 내리자마자 길거리에서 느껴지는 냉랭한 기운이 매우 싸늘했거든... 모지?! 아주 겨울이 바짝 다가왔구만~ 하고 어깨를 한 번 으쓱 하고 있는데 멀리서 우다다다다ㅏ다다ㅏㅏㅏ!!! 하는 굉음이 들려왔어. 뭐지? 하고 뒤를 돌아봤거든..
마치 저런 풍경으로 오토바이를 탄 교복 무리들이 달려오고 있었어. 패싸움이라도 일어난건가? 하고 얼덜떨하게 보고 있으려니까... ㅡ야!!! 이름은 정호섟이고!!!! 나이는 이십대 후바아안!!! 직장인!!! 얼굴 존나 이쁘게 생겼다고 윥기가 그랬다!!
이 사거리 사방에 섟이 눈에 불량스럽기 그지없는 고등학생 무리들이 널려있었어. 그 민트머리 양아치가 나를 찾으려고, 지 똘마니들을 풀었어?! 진짜 미친놈 아니야??? 호섟은 마스크를 더 추켜올리며 얼굴을 땅에 푸욱 박고서 빠른 걸음으로 걸었어.
ㅡ야!! 오늘 그 정호섟이라는 놈 못 찾으면 윥기가 목 다 따버린다고 하니까 꼭 찾아라!!! 허걱;;; 아니 님 도대체 왜 이러세요 ㅠㅠ! 담배 셔틀은 굳이 저 아니어도 할 사람 충분히 널렸으니 아무나 구하시면 되잖아요.... 라고 생각하고 있을때
아파트로 들어가는 길목 입구에서 어제 그 환영이
그대로 섟이를 덮쳐왔어. 그래 저 민트색의 밝은 탈색머리에 상처하나 없이 깨끗한 얼굴. 그리고 어제와는 다르게 악세사리 하나 없는 깨끗한 손을 들어보이는 민윥기가 섟이와 시선이 마주쳤어.
ㅡ안녕? 아저씨. ㅡ.... ㅡ연락은 왜 씹어? ㅡ사람 차,,착각 하셨어요. 저 어제 그 사람 아닌데... ㅡ어제 그 사람이 아니야? ㅡ넹.. ㅡ그럼 처음 뵙겠습니다아... ㅡ... ㅡ실례지만 연락은 왜 씹으세요.
민윥이 섟이와 마주보자, 그 오토바이 무리들이 갑자기 그 주위를 둥글게 둥글게 모여들기 시작했어. 이제 이대로 끌려가서 새우잡이 배에 올라타거나 아니면 이 모든 고딩들 담배랑 빵 셔틀을 해야하나,,, 아니면 월급을 모두 이들에게 차압 당한다거나,,,
따흐흑,, 그것도 그거지만 동네사람들 창피해서 살 수가 있나아아!!! 열심히 공부해서 취업 겨우 했고, 구박과 멸시를 이기고 승진 해 대리 달고 겨우겨우 월급 좀 올랐어. 이제 살만하구만 ㅠㅠ 어찌해서!! 신께서 나를 외면 하신단 말입니끄아아아.
ㅡ마스크 벗어요. 처음 보는 사인데, 얼굴 그렇게 가리고 있으면 예의가 아니잖아요? ㅡ.... 차마 떨어지지 않는 손으로 마스크를 내리고 민윥을 바라보자, 묘하게 번지는 웃음을 억지로 잡아끌었어. 하지만 반대에게는 아주 ㅈ같은 상황이야.
저 양아치가 나를 비웃고 있어... 라고 생각한 섟은 좀 더 가까이 민윥에게 다가갔다. (자신의 비굴한 말을 최대한 주변 고딩들에게 들키지 않기 위함) ㅡ저기... 담배 심부름 할테니까아.. ㅡ... ㅡ주변 애들 좀 보내면 안될까....요오.
민윥이 알겠다고 고개를 한 번 끄덕이고 주변 놈들에게 손짓 한 번 하니 홍해가 갈라지듯 오토바이 무리가 반으로 나눠지는 기적을 행하사, 빡빡하게 들어섰던 공간이 바로 휑하니 나타났다. 저 새끼들, 부모님 말도 이렇게 잘 듣냐!!!
그렇게 단둘이 있게되니 부글부글 끓어올랐던 마음이 오히려 안정됨을 느꼈어. 이기지 못할 개싸움 해봤자,, ㅡ그으래요.. 말보드..? 그거 사오면 될까요? ㅡ말보루,, 그리고 말 편하게 해. 이제 자주 볼거고 나 보다 나이 많잖아.
아이고! 말 놓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요오~ 정말 어이가 아리마셍,, ㅡ그리고 오늘은 담배 말고 다른거. ㅡ뭐,,뭘 시키려고. ㅡ아저씨 나 저녁 사주면 안돼? ㅡ.... 이제 드디어 본색이 나오는군. 섟은 예감했어.
이제 시시때때로 연락와서 아저씨 당구장 값 좀 내줘, 아저씨 피씨방 값 좀 내줘, 아저씨 오토바이 기름 값 좀 내줘, 내줘 내줘 지갑아 탈탈 털어버리기 전에 돈 내놔 호구야. 역시 이거로군. ㅡ저녁? 미안 아저씨는 꼭 집에서 밥 먹어야해. ㅡ왜?
ㅡ엄마가 밥 해놓고 기다리시거든. 섟이가 말갛게 대답하자 민윥이 또 웃음기 있는 얼굴로 바라봤어. 섟이는 저 새끼가 또 나를 비웃는구나 생각했지. ㅡ아저씨 통금도 있는거 아냐? ㅡ어 맞아. 야근하는거 아니면 11시엔 들어가야 해.
민윥은 뭔가 생각에 빠진 얼굴로 고민하는 얼굴이더니, 할 말이 가득 담긴 입술이 좀 처럼 제 말을 찾지 못하고 있었어. 뭐 어쩌란거냐? 빤히 보던 섟이를 한 번 훑는 시선이 이거 미자스럽지가 않아,,, ㅡ그럼 없겠다. ㅡ뭐가?
ㅡ뭐 남자구실 할 시간도 없는데... 애인 있을까 좀 걱정했어. ㅡ어... 야!! 아니거든?! 민윥이 손에 쥐고있던 걸 허공으로 던졌어. 섟이가 반사적으로 받아드니, 3단 우산이야. 계속해서 참 영문을 알 수 없는 애라고 생각이 들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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ㅡ아저씨 내일 아침에 비 온대. ㅡ어..? ㅡ출근 잘 해 그리고 연락 씹지마. 또 씹으면 오토바이 끌고 회사 찾아갈거야. 비 맞지 말고.. 라고 덧붙이고는 섟이의 어깨를 두어번 두들이고 뒤도 안 돌아보고 흩어진 무리들 쪽으로 민윥은 걸었어.
뭐야 지가 단짠단짠이야? 담배 셔틀 시키고, 또 애들 풀어서 무섭게 사람 잡으러 올때는 언제고 출근 잘 하라며 우산을 쥐어주고 가? 거리로 모습이 사라지고 안 보일때 까지 섟이는 움직이지 못하고 있었어. 그제야 옮기는 걸음에 하늘위로 고개를 드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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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흐릿한 비구름들이 서로 자석이라도 붙인 듯 바짝 경계없이 모여들기 시작하는 것을 바라보았지. 일단 받은거니까,, 우산을 옆구리에 끼고 섟이는 얼른 집으로 향했어. 적어도 열살 이상은 차이가 날 이런 일 아니면 말도 섞을 일 없었을 민윥의 얼굴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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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목소리 같은 것들이 기억되기 시작했어. 들어가자마자, 다시 쏟아지는 문자에 섟이는 인상을 있는대로 구겼어. [양아치 - 왜 카톡 답이없어? 차단풀어] 버르장머리 없는 놈ㅡㅡ 우리 친척형 경찰 공무원인데 진짜 확 신고해버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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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그러다가 자신에게 돌진하는 오토바이를 탄 민윥을 상상하며 그건 그냥 접어두기로 했어. 걘 더한 짓도 할 것 같아... 카톡 차단을 풀고, 자꾸 이상한 말만 남기는 민윥의 메시지를 그대로 씹어주고 섟이는 저녁을 먹고 바로 잠이 들었어. 삶이 피곤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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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아침이 되었고, 태어난 죗값을 치루기 위해서 섟이는 출근 준비를 했어. 대충 과일로 아침을 떼우고, 백팩을 두르는데, 신발장 위에 놓아 둔 우산이 보였어. 혹시 하는 마음에 집어들고서 1층으로 내려오니 아니나 다를까, 비가 부슬부슬 내렸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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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그 고딩이 신기가 있나봐... (아니다. 일기예보를 봤을 뿐) 섟이는 우산을 펼쳐들었어. 덕분에 비를 맞지 않고 회사까지 잘 도착했어. 보기 싫은 얼굴들이 득실한 곳이지만 또 하루의 절반 이상을 이곳에서 버텨야 하기에 억지로 웃어보이며 사무실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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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들어서자, 누군가가 뒤에서 ‘정대리!’ 하고 부른다. ㅡ좋은아침! ㅡ네 과장님도요~ ㅡ끅끜ㅋㅋㅋㅋㅋㅋ 동생이 형을 너무 광적으로 좋아하면 뭔 줄 알아? ㅡ..... ㅡ형광펜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침부터 퇴사하고 싶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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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섟이의 바로 윗기수이자, 같은 업무의 실무자인 서쮜는 사람도 좋고, 잘생기고, 일도 잘하는 사람이었지만 시도때도 없이 해대는 농담 때문에 죽을 맛이었어. 하루 이틀이야 재밌지 벌써 육개월 째란 말이야. ㅡ끅끜ㅋㅋㅋㅋ 형광펜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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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이것도 태어난 죗값이란 말인가,,, ㅡ하하하하 재.밌.다. ㅡㅋㅋㅋㅋ 아 참, 오늘 같이 퇴근하자. ㅡ엥? 왜요? ㅡ집 XX동이지? 나 오늘 저녁 모임이 그 쪽에 있어서,, 차 갖고 왔거든. 태워줄게. ㅡ뭐, 저야 좋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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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
7일
그렇게 회사에 있으면 꽂히는 메일에, 울리는 전화에, 부르는 상사에 (라임 오지구요) 하루가 어떻게 가는지 모르겠어. 정신없이 시간이 흘러 퇴근시간이 되었고 정리하자는 팀장의 말에 서쮜와 섟이가 같이 주차장으로 내려왔어. ㅡ올 과장님 차 뽑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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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ㅡ에잉? 이거 우리 형 차야. 난 아직 외제차 뽑으려면 삼일 굶기를 삼년 같이 해야한단다~ 쨌던 서쮜의 차를 탄 순간부터 아재개그 오조오억개가 시작되었어. 섟이는 그냥 낑겨죽어도 버스 탈 걸 그랬나.. 후회했지만 이미 늦었어...
1개 7개47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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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
7일
ㅡ내가 태어난 섬이 뭔 줄 알아?ㅋㅋㅋㅋ ㅡ답이 핸섬이면 차에서 뛰어내릴래요. ㅡ.... ㅡ답이 뭐죠? 그렇게 스몰토크 파티를 하면서 섟이의 동네까지 온 서쮜가 물었어. ㅡ정댈, 주차하기 애매한데, 너네 아파트에 좀 해도 되냐? ㅡ그러세요. ㅡ땡큐
1개 7개58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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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
7일
서쮜가 섟이네 아파트 입구 쪽으로 들어가려고 하는 찰라에 갑자기 서쮜가 급브레이크를 밟았어. 끼이이이익, 하는 듣기 싫은 마찰소리와 타는 타이어 냄새가 풍겼고 앞으로 몸이 쏠렸다가 반동으로 다시 몸이 뒤로 재껴지는 순간에 눈에 들어오는 민트대가리,,,
1개 1개38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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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ㅡ뭐야? 정댈 괜찮아? 서쮜가 물었고, 본네트 앞에 뽀짝 붙은 민윥이 당장이라도 다시 오토바이 무리를 불러 작살을 낼 것 같은 얼굴로 서 있었어. 민윥은 노트하듯 앞 유리창을 주먹으로 치면서 ㅡ나와. 하는거야. 얼이 빠진 섟과 영문을 모를 서쮜
1개 5개41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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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는 차 밖으로 나왔고, 민윥은 무언가 경계하는 동물 마냥 날이 선 얼굴로 운전석에서 내리는 서쮜를 바라보았어. ㅡ이 친구,, 너! 차가 오는데 갑자기 튀어나오면 어째? 다치려고 그래? ㅡ안 다쳤잖아요. 삐쭉 노려보며 대답하는게 심사가 뒤틀려 있어.
1개 3개45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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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ㅡ아하핳ㅎㅎ!! 윥긔야~! 섟이가 민윥을 감싸 안았어. ㅡ아휴~ 요 놈! 과장님 미안해요. 우리 이모 아들인데~ 요즘 질풍노도의 시기라서요.. 이 맘 땐 다 그렇잖아요오~? 오늘 저녁 먹으러 우리 집 온다고 했었는데 그치? 하하하! ㅡ.....
1개 3개44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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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인사 해 인사! 섟이의 손을 뿌리치더니, 여전히 고까운 표정을 짓고 있는 민윥을 서쮜가 푸스스 웃으며 쳐다보았어. ㅡ아 정댈 사촌동생? 고 놈 부모님 걱정 좀 시키게 생겼네~ 뭐 그래도 잘생겼다 야! 나만큼은 아니지만. ㅡ.....
1개 5개42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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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ㅡ과장님도 참~ 얼른 마저 주차하고 가세요! 저는 동생이랑 가볼게요~ 오늘 데려다 주셔서 감사해요! ㅡ어어, 정댈 낼 보자! 꼬마도 잘가고! 하며 서쮜가 다시 차에 올랐고, 미끄러지듯 그곳을 벗어나 주차장 안으로 들어섰어. 섟은 그 모습에 한숨을 또
1개 3개42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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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푸욱 내쉬었어. ㅡ아이고 내 신세야.. ㅡ누구야? ㅡ우리 팀 선배. ㅡ.... 어른이잖아. 마지막에 꼬마라고 부르면서 정장 차림으로 외제차에 오르던 온 몸에 여유가 넘치는 남자의 모습에 민윥은 목까지 까끌해지는 불쾌한 감정을 숨길 수 없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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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ㅡ그리고 위험하니까 다시는 그렇게 막 튀어나오지 마. ㅡ... ㅡ정말 다치면 어쩔 뻔 했어? 겁이 없어~ 겁이~ ㅡ담배 사 와. ㅡ야!! ㅡ뭐 ㅡ...아이씨 알았어! 섟이가 신경질적으로 먼저 앞서서 걸으니 민윥이 느릿하게 따라걸었어. 힐끔 뒤돌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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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따라오는 민윥을 확인하며 말을 이었어. ㅡ내가 하기 싫어서 그,그런게 아니라 다 너 생각해서 하는 말인데, 꼰대가 하는 말 같겠지만,,, 하지 말라는 건 다 이유가 있어요~ 몸에 안 좋으니까.. 굳이 그런 걸 왜 한참 예쁘고 어린나이에 미리해서
1개 3개41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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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굳이 수명 단축할 필요있어? 힘들어도 눈 딱 감고 끊어 봐... ㅡ뭐야? 앗뿔싸.. 저 놈 눈에는 그저 나이 많은 담배 셔틀 일 뿐인데, 이딴 말 했다고 아저씨가 뭔데에~? 하고 또 눈을 부릅뜨는거 아닌가 싶었어. ㅡ나 걱정해주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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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ㅡ뭐 그렇다고 치자. ㅡ.... ㅡ걱정 해, 걱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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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누군가는 감정의 확신을 느끼고, 누군가는 뽄새없는 하얀 얼굴이 친숙해 지려는 순간이었어. 민윥이 갑자기 가던 걸음을 멈췄어. 따라오는 인기척이 느껴지질 않아 섟이 전봇대 마냥 바닥 위에 박혀있는 민윥에게 말했어. ㅡ왜 그러고 있어?
1개 2개44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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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ㅡ아저씨. ㅡ왜? ㅡ아까 그 어깨 넓은 새끼랑 사귀어? 어제 먹은 점심이 역류 하는 기분이었어. 뭘 보고 저렇게 생각하는지 이제는 대꾸할 힘도 없었거든. ㅡ뭐...? ㅡ만나냐고. ㅡ아니 무,,무슨,,, 잠깐만...!!!
1개 3개46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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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오호라, 요것봐라? 섟이는 묘수가 생각났어. 사실 뭔 수랄 것도 없었지만서도. 섟이가 느끼기엔 자신과 다르게 체격도 있고, 또 외제차도 있고 갖춰져 보이는 어른인 서쮜를 보고 민윥이 겁을 먹은게 분명하다고 생각했어. 셔틀을 벗어날 좋은 기회였지.
1개 3개46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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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
7일
ㅡ맞아. ㅡ뭐? ㅡ내 남자친구야.. 아니면 집 까지 왜 데려다 줬겠냐? 사내커플이야,, 회사에서 눈 맞았거든. 내 남자친구가 보시다싶이, 몸이 좋아서 싸움도 잘 하고! 집도 잘 살고,, 내가 고등학생 딱갈이나 하고 있는거 알면~ 옴총 화낼텐데~ 휴~
1개 4개42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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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
7일
ㅡ...그래..? ㅡ그래! 넌 진짜 내가 착한 걸 다행으로 여겨! 그리고~ 흠, 아저씨가 가끔 만나서 응? 용돈도 주고 할테니까 이제 이런 심부름 좀 그... ㅡ.... ㅡ야.. ㅡ.... ㅡ...야?! ㅡ.... ㅡ너 왜 울어..? ㅡ쪽팔려.
1개 10개91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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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
7일
빌어먹을 쪽팔려서 뒈지겠다 시발. 민윥은 섟이의 어깨를 그대로 밀치고 전력질주 했어. 목적지가 어딘지는 잘 몰라 그냥 빨리 이곳을 벗어나서 섟이가 생각나지 않을 곳으로 멀리멀리 벗어나고 싶었어. 누군가에는 없을 이야기지만 자신은 알고 있었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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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왜 나만 기억하고 있을까? 저 사람은 그 없는 이야기 동안에 나를 그냥 동네 양아치 쯤으로 알고 있는데 말이야. 울혈이 속에서 얼굴 위로 번졌어. 내달리는 길 끝에는 벼랑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 그렇게 달리다가 죽었으면 좋겠다고 민윥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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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상할대로 상한 속이 도저히 나아지질 않고 있었어. 그렇게 홀로 남겨진 섟이는 쾌재를 부르고 있었지. 아 쟤가 다 큰 척 하지만 애는 애로구만~ 그렇다고 내가 그렇게 겁을 줬나? 별 말 안 했구만 그렇게 울기까지 하다니. 개운해진 속으로 다시 집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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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가벼웁게 귀가하고 있었지. 이제는 동네 쪽팔리게 민트대가리 셔틀 짓 안 해도 되겠군. 음하하핫,,, 며칠 본지는 안됐지만 뭐 그래도 나름 무섭긴해도 아예 못된 애 같지는 않았는데 말이야. 문득 우산이 생각났어. 서쮜 선배 차에 두고 내렸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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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왜 울었지..? 무슨 차에 대한 트라우마가 있나.. 이거 복수심으로 다시 또 오토바이 부대 이끌고 찾아오는건 아니겠지? 메시지도 뺀질나게 일분에 하나씩 보내더니. 섟이는 울리지 않는 제 폰을 가만 들여다 보다가 액정을 키고 서쮜에게 연락을 했어.
[ 과장님 죄송해요! 차에 우산 두고 내렸어요ㅠㅠ 내일 좀 가져다주세요 ] 보내기 버튼을 누르고서 갑자기 드는 미안한 감은 다 그 우는 얼굴 때문이야. 잘못은 지가 해놓고 왜 나한테 죄책감 들게 하는거야. 섟이는 생각을 떨쳐내려 애썼어.
시간은 아주 착실해. 제 할 일을 열심히 하거든 그냥 앞으로만 가는거 말이야. 이렇게 찜찜한 채로 일주일이 지났을 무렵이야,,, 섟이도 더 이상 보이지 않는 민윥을 억지로 찾지 않으려 했어. 찾을 이유도 없었지만 말이야. 늘 비슷한 일상은 그렇게
제 자리를 쉽게 찾았고, 집과 회사를 오가면서 민윥과 있었던 며칠 사이의 일을 마치 무용담 마냥 잊혀가고 있을 무렵에 섟이가 자주 들리던 편의점 근처에서 누군가를 만나지 직전까지 말이야. 야근을 끝내는 날에는 버릇마냥 위로랍시고 맥주를 항상 샀거든.
편의점에서 나와서 집으로 가려고 하는데 훤칠한 그림자 하나가 섟이를 막아섰어. 바라보니 익숙한 교복이야. 민윥이 입던 것과 같아. 하지만 새겨져 있는 이름표는 다른이의 이름이지. [김람준] ㅡ어, 저기 안녕하세요. ㅡ오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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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ㅡ정호섟 형 맞죠..? ㅡ누,,누구? ㅡ아 저는 윥긔 친구 김람준이라고 합니다. 뭐지..?! 이제는 친구를 시켜서 대신 셔틀 시키는거야 뭐야?! ㅡ아 놀라지마세요. 섟이의 일그러지는 표정에 그가 손사레를 쳤어.
ㅡ저기, 다름이 아니라,,, ㅡ네에..? ㅡ윥긔가 많이 아파서요. ㅡ왜요..? ㅡ오토바이 타다가 사고가 나서,, 병원에 입원했는데, 괜찮으시면.. 아니 안 괜찮으셔도 병문안 한 번만 가주시면 안될까해서... ㅡ아이구 두야..! 오토바이 사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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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섟이는 그 상처로 뒤덮인 하얀 얼굴이 생각나서 가슴이 답답해졌어. 도대체 주변에는 말리는 사람 하나 없나? 약간 화가 날 지경이야. 사실 울던 얼굴이 다시금 오버랩 되기도 했고. 그치만,, ㅡ근데 뭔 좋은사이라고 내가 병문안을... 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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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ㅡ그래도 친한친구가 있어서 다행이네요... 잘 좀 보살펴줘요. ㅡ...윥긔가... ㅡ.... ㅡ어느 날은 얼이 빠져서 등교를 했었는데, 그런 얼굴 처음봤어요. 안 그래도 맹숭하게 생겼는데 그 날은 더 했어요. 그래서 야! 무슨 일이야? 캐물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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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별 거 아니라고 고개만 젓더니 왠종일 그러고 있었어요. 일주일 뒤에 저를 부르더니 세상 심각하게 말하더라고요. 나 누군가한테 첫 눈에 반했어.. 라고. 형 여름에 일 끝내시고 그 편의점 파라솔 아래에서 술 드신 적 있으시죠? 비 오는 날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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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윥긔가 아마 우산 없이 그곳을 지나가고 있었나봐요. 그러다가 잠깐 비를 피하려고 형이 앉아 계시던 파라솔 아래로 들어갔었대요. 옆을 보니 예쁘장하게 생긴 사람이 못하는 술을 마시면서 못하는 욕을 꿍시렁 거리고 있었다고 하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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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회사 욕이었다고 했어요. 그러다가 앞에 교복을 입고 있는 윥긔를 보면서 형이 갑자기 열심히 공부해! 아니면 커서 아저씨처럼 된다! 막 그러시면서 뭐라뭐라 잔소리 하시길래 처음엔 취해서 그러나,, 거북했는데, 가방에서 우산을 꺼내더니 자기한테 주더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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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이거 하나 뿐이 없는데 너 줄게. 너 쓰고 가. 앞으로 비 맞을 일이 얼마나 많은데. 오늘이라도 맞지말고 조심히 가.. 대신 내가 오늘 우리 회사 욕한건 비밀로 해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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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으흠,,, 그러니까 형. 사람이 사람을 좋아하게 될 땐 엄청난 이유가 아닐 수도 있다는 걸 알았어요. 윥긔는 열아홉 처음으로 누군가가 마음 속으로 걸어들어오는 걸 느꼈댔어요. 그게 그 찐득한 비오는 여름 날, 편의점 앞에서 취한 남자일 줄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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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자기 인생의 첫 사랑이 그렇게 시작 될 줄은 몰랐다고 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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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정말로 생각해보지 않은 일이라, 무서웠다고 했어요. 뭐,, 보시다싶이 공부를 열심히 하는 놈은 아니었지만 며칠 상태가 더 심하긴 했어요. 계속해서 창가를 바라보고, 친구놈들 불러도 대답이 없어서 여러번 이름을 외쳐야했어요. 어느 날 비가왔고 저한테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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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말하길, 그 아저씨 나한테 우산 줘서 오늘 비 맞는거 아니야? 그래서 저는 뻘소리 하지 말라고 핀잔 줬었어요. 예,, 맞아요. 저도 잘 몰랐거든요. 그렇게 윥긔는 안되겠던지 그 여름이 끝날무렵 부터 형을 만나기 직전까지 그 편의점 앞에서 살다싶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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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했어요. 그리고 드디어 일 끝나고 편의점으로 오는 형을 다시 본 거고, 그래서 학교가 끝나면 항상 건너편에다가 오토바이를 세워두고 형이 오늘은 오시나 안 오시나 지키고 있는게 하루 일상이었어요. 말이라도 한 번 걸어봐,, 라고 제가 말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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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싫다고 했어요. 일년만 더. 그래도 성인이라도 되야지 뭐라도 구실이 있지 않겠냐? 했어요. 그러다가 갑자기 녀석이 그냥 인사치레도 아니도 그렇게 짖궃은 장난처럼 형 한테 담배 심부름은 왜 시켰는지는 저도 잘 모르겠어요. 그런데 이해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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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아마 다 본인 맘 같진 않았을거에요. 참아지지 않는 것들이 윥긔에게 존재했을거라 생각해요.... 제가 이런 말 해서 기분 언짢으실 수 있으시겠지만.. 그래서 저도 이렇게 오지랖 부리지 않으려 했는데,, 녀석이 많이 아파요. 잠깐 코마상태에 빠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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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다시 깨어났을 때도 형 부터 찾았으니까요. 지금 녀석이 의지 할 곳도 없고 찾을 곳도 없고. 꼭 외줄타기 하는 것 처럼 위태로워 보여서... 아주 짧게 얼굴이라도 윥긔한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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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ㅡ저기... ㅡ.... 청산유수처럼 말을 쏟아내던 람준은 더 이상 말이 없었어. 섟이는 그렇게 불쑥 자신에게 말을 걸어 온 윥긔의 얼굴을 다시 떠올리려 노력했어. 그러니까 여름밤 처음 만났다고 하던 이 곳에서의 지금보다 조금 더 어린 모습을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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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ㅡ병원이 어디죠..? ㅡ아, xx대학병원이요. ㅡ윥긔 부모님은요..? ㅡ사정상 잘 못 오세요,, 간병인은 있어요. ㅡ내일 퇴근하면서 꼭 가볼게요. 람준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어. 감사하다며 허리숙여 몇 번을 인사을 하고서는 그곳을 떠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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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다음 날 회사로 출근한 섟이는 고민스러운 얼굴로 모니터 위를 일 없이 바라만 보고있었어. 바로 옆 자리에 앉은 서쮜가 평소와는 다른 섟이의 텐션에 의아하게 물었어. ㅡ정댈, 무슨 일 있어? 종일 왜 그래? ㅡ아뇨,,, 그냥,,, ㅡ괜찮아 말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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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힘든 일 있어도 내색 한 번 없던 후임이 별안간 안색이 어두워지니 서쮜는 여간 신경 쓰이는게 아니었어. 일부러 옆에 뽀짝 붙어서는 왜 그래? 아까 고부장이 업무연락회신건으로 지랄해서 그래? 정댈이 참아, 걔 원래 정신연령이 평균 이하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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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ㅡ과장님은,,, ㅡ응? ㅡ첫 사랑이 언제였어요? ㅡ...나? ㅡ네.. 저는 잘 기억이 안 나요. 중학교때 짝꿍이었던 것 같기도 하고, 고등학생때 교생쌤이었던 것 같기도 하고. 서쮜가 아하~ 싶은 얼굴로 섟이를 바라봤어. 연애문제였구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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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민트머리 사촌동생이랑 놀더니, 우리 후임도 뒤늦게 사춘기라도 찾아 온 모양이군. 서쮜도 첫사랑이라고 하니 너무 옛날 이야기 같아서 본인의 기억도 촤르르 펼쳐진 지도마냥 천천히 훑어보고 있었거든. 서쮜 본인은 고등학생때 학원에서 만났던 친구를 떠올렸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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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ㅡ맞아, 남자의 첫사랑은 뭐 어쩌고 저쩌고 하는데 사실 현생에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는데, 뭔 얼굴이라도 제대로 기억하면 다행이지. ㅡ다들 그렇죠? ㅡ보통은 윥기에게도 그렇겠지. ㅡ하지만 그때는 그 순간 마다의 우주가 아니겠어? 때 마다 생각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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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섟이는 그 날 일을 어찌했는지 잘 기억이 나질 않아. 혼이 수 많은 생각들과 함께 범람하여 그릇 밖으로 넘쳐나는 기분이었거든. 서쮜는 그런 그를 이해했어. 할 일들이 발 아래 흥건했지만 일단 다 무시하기로 했어. 섟이는 써쥐에게 먼저 들어가보겠다고 인사하고서는 다급하게 회사 밖을 나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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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섟이가 택시를 잡아 타는 일은 연례행사 같은 일이었는데 바로 오늘이었지. 택시를 잡아타고 병원으로 나르는 동안, 자신은 기억하지 못하고 있었을 여름동안의 민윥의 시간에 대해서 생각했어. 술 먹은 어떤 남자가 우산 한 번 챙겨줬다고 해서 그걸로 그렇게 감정 앓이를 했단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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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기세좋게 병원에 빠르게 도착했지만 막상 마주하니 들어가기가 쉽지 않고 막막했어. 마치 안 좋은 성적표를 들고 진로 상담을 하러 들어가는 학생 마냥 섟이는 어깨 끝이 늘어져, 가방을 꼭 쥐고 안으로 들어섰어. 묘한 소독약 냄새의 특유의 병원의 냄새는 참 적응이 잘 되질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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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 병실 문을 하나씩 훑으며 가니, ‘민윥긔’ 라고 적혀져 있는 작은 문패를 발견했지. 문고리를 잡고서는 열까 말까, 문 앞에서 수십번을 고민했어.. 얼굴은 봐서 뭘 하지? 괜히 희망고문 하는 걸 수도 있고,,, 게다가 일단,, 난 아픈사람의 얼굴은 잘 못 보는데,, 게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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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게다가,,, ㅡ뭐해? ㅡ어,,, 그냥,,, 들어가기 겁나서. ㅡ왜? 담배 사오라고 시킬까봐. ㅡ아니이... 야!!!!!!! 섟이는 가진 적도 없는 애가 떨어진다는 심정을 느끼면서 깜짝 놀라 까무러치며 벽 쪽으로 호다닥 붙었어. 얼굴에 상처는 좀 있지만은 사지 멀쩡해 보이는 민윥이 멀뚱히 서 있었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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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
8일
ㅡ이게 어른을 자꾸 놀려어?! ㅡ여긴 어떻게 알고왔어? ㅡ...너 오토바이 사고 나서 크게 다친거 아니야? ㅡ아닌데? 자전거 타다가 자빠졌어. 가오 죽이게 애들 다 보는 앞에서.. ㅡ니 친구! 그 키 크고 입술 뚜꺼운 애가!! 와 이것들이 쌍으로 어른을 등쳐먹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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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ㅡ등쳐 먹은 적 없어 언제 나한테 먹히기라도 했어? 비켜, 들어가게.. ㅡ이게 말하는 버릇 좀 보세요! ㅡ.... ㅡ어디까지가 뻥이야? 오토바이 사고도 뻥! 코마상태도 뻥!! 나 좋아해서 편의점 앞에 여름 내내 죽치고 있었다는 것도 뻐엉~?! 어쩐지 마치 염불 외는 것 마냥 줄줄줄 외울때 의심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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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했었어야 했는데, 유유상종이라고 옛 어르신들 말씀이 어디 틀린 곳이 있으랴,,, 섟이는 멍한 얼굴로 물음표를 달고 있는 민윥을 그냥 한대 쥐어 박을까 하다가, 되려 맞을 것 같아서 일단 물리적인 힘의 행사는 참기로 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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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ㅡ오토바이 사고는 뻥이고. ㅡ얼씨구 ㅡ코마상태? 그게 뭔데. ㅡ참나,, 야 됐다! 비켜라. 택시비 아깝네 진짜. 민윥은 람준이 왜 그 얘길 섟이에게 했는지 이해 할 수 없었어. 비밀이라고 그렇게 신신당부 했단 말이지. ㅡ좋아해서 여름 내내 죽치고 있던 건 사실이고.... ㅡ그으래! ㅡ... ㅡ...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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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ㅡ그러게 아저씨,, 거둘 거 아니면 길가에 돌아다니는 개한테라도 함부로 온정 나누고 그러지마. 맞물리는 시선이 드디어 돌아가기 시작했어. 섟이는 입 안이 빠짝 타는 걸 느꼈어. ㅡ아저씨에게는 별 거 아닌 호의와 친절이, 누군가에게는 다 처음이라서,, 두고두고 되풀이 한단 말이야..
1개 7개64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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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본인이 제대로 듣고있는게 맞을까? 상황은 소강상태를 맞이 한 걸까, 아니면 더 큰 소나기가 세차게 내리는 걸까. ㅡ게다가 아저씨는 이쁘잖아. ㅡ... ㅡ어깨 넓은 그 따른 아저씨는 땡 잡았네... ㅡ... ㅡ이제 진짜 비켜,, 나 들어갈래.
1개 6개57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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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
8일
메두사라도 본 것 마냥 돌처럼 굳어서 그 자리에 박혀있는 섟이를 보면서 민윥은 한숨을 한 번 쉬고 옆으로 비켜 그 사이 틈으로 문을 열려고 했어. ㅡ나도 거짓말 했어 ㅡ...뭘? ㅡ그 어깨 넓은 아저씨 내 애인 아니야. 그냥 회사 선임이야,, 니가 겁 먹은 것 같길래, 그냥,, 거짓말 한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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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진짜 한 마디로 자살말렸어. 섟은 스스로에게 되물었지. 호섟아, 왜 그딴 말을 쟤 한테 씨부리는거야? 그냥 빨리 니 갈 길 가면 그만인 것을,, 왜 주워 담지도 못할 말을 웨 토하고 있어!!!! 웨!!!!!!!! ㅡ...정말? ㅡ어? 어,, 그럴걸?;;; ㅡ진짜..?
1개 8개52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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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ㅡ그럼, 나도 이제 몇 달 지나면 성인인데, 나한테도 기회가 있어? ㅡ뭐,,뭔 기회? ㅡ뭐긴 뭐야,, 아저씨 짝으로 말이야. ㅡ너 내가 몇살인 줄은 알아? ㅡ중요해? ㅡ넌 네가 몇 살인 줄 알고? ㅡ나한테는 안 중요해.
1개 6개69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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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ㅡ중요해, ㅡ맞아 나는 지금 눈 앞에 있는 아저씨가 중요해. 다른 걸 왜 신경 써야해? ㅡ아~ 몰라! 너 나 본지 얼마나 됐다구 아는 체는... ㅡ반년 봤는데..? 그건 너만 그런거고 너만...!!! 섟은 달아오르는 얼굴을 애써 감추며 그제야 자리를 비켜섰어. 길고 하얀 복도를 뛰듯 걸었지.
1개 4개48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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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민윥이 쩌렁쩌렁하게 등 뒤에 대고 소리쳤어. ㅡ아저씨 나 빨리 나을게!!! ㅡ... ㅡ그리고 만나러 갈게!! 알았지? 카톡할게!!! ㅡ하지마ㅏㅏ!!!! ㅡ할래!!! 코가 잘못 꿰었다는 건 이럴 때 쓰는 말이었어. 바늘이 잘못 된 곳으로 껴들어가는 걸 속수무책으로 바라만보고 있는 심정도 우습긴 했어.
1개 35개168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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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도대체 나는 여기서 저 놈이랑 뭔 짓껄이를 하고 있나, 요즘 말로다가 현타 같은게 물밀듯 덮쳐왔었지. 여전히 뒤에서 아저씨 아저씨!!! 하면서 머리 위로 하트를 날리는 민윥이 비춰지는 창문을 혐오스럽게 바라보다 올 때는 그렇게 꾸물렁 거리며 올라왔던 길을 엄청난 빠른 속도로 다시 내려갔어.
1개 4개42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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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
9일
그리고 거짓말 처럼 뚝 끊겨 있었던 카톡이 다시 수 없이 날아들었어. 아저씨 모해 -ㅅ-,, 나 링겔 맞았어! 내일 퇴원해,, 아저씨능~ 회사 어디다녀? 좋아하는 계절이 모얌,, 음식은 모 좋아해? 나 다시 염색하까? 혹시 나 말고 또 연락오는 사람 이써~? 이쑤면 꼭 알려죠,,, 죽여버리게,,,
1개 13개68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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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8
9일
단답으로라도 대답을 해주다가 이제는 그냥 포기했어. 처음에는 답장 안 하면 엄청 찡찡 거려서, 야 아저씨 바빠!!! 카톡 계속 울려서 부장님한테 혼났잖어~ 일 안 한다구! 라는 뻥을 쳤더니 진짜로 믿는건지, 일러 준 업무시간에는 쓸데없는 이모티콘 한 줄도 오지 않았지,,
1개 3개43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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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기세 좋게 쳐들어 올 것 같더니, 카톡을 수 없이 하는 거 말고는 딱히 민윥을 만나거나, 동네 근처에서라도 마주치지는 않았어. ㅡ헣ㅎㅎㅎ 오셨어용~ ㅡ넹~ 이거까지 계산해주세요. ㅡ요즘은 맥주 안 사시네여? 이 편의점 알바생은 귀엽고 잘생겼는데, 항상 쓸데없는 관심이 많아보였어,,,,
1개 8개58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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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
9일
ㅡ넹넹,, ㅡ아 참 ~?! 형! 이제 민윥기가 안 괴롭히죠?! 말은 안 하셨어도 고딩한테 삥이나 뜯기구~ 얼마나 개쪽이에여~ㅠㅠ ㅡ..... ㅡ^ㅁ^ 칠천오배건이용~ 계산할게여! ㅡ근데, 어떻게 알아요? 이제 안 괴롭히는거요? ㅡ걔 개과천선 했꺼든요~ ㅡ???
1개 2개43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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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ㅡ한 동안 병원에 입원해서 학교 안 나오더니~ 굴쎄!!! 십칠대 일로 싸우다가 뼈가 뿌러졌대욤!! (*잘못된 정보 / 자전거 타다 자빠짐) ㅡ엥? ㅡ여튼,, 뭐 그런가보다 했는데, 저는 민윥기가 책가방 들고 등교하는 건 처음 봤잖아요~ 그리구, 수업 시간에 공부하겠다고 필기하는 것도 첨 봐써용,,,
1개 5개42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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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ㅡ설마....! ㅡ...맞아요... ㅡ.... ㅡ같은 반이거든요 ^ㅁ^V 의미를 알 수 없는 브이 표시를 섟의 얼굴 가까이에 가져가댔어. ㅡ여튼 민윥기가 필기 하는 걸 보고 그 날 담임쌤이 감격에 겨워서 눈물까지 흘리셨어여,, ㅡ...하하하 ㅡ싸움 하다가 머리를 심하게 다쳤나봐요~
1개 6개45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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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ㅡ뭐,,, 갑자기 맘 잡고 공부하면 좋은거 아닌가~?! 가, 같은 반이라니 많이 도와줘. ㅡ수능 일주일도 안 남았는데 갑자기 맘 잡아 봤자져 ^ㅁ^ 팩폭 오지는 알바생이었어. 섟이는 밀당하는 것 마냥 오가는 대화를 그만 멈추고 계산을 끝낸 후 집으로 걸어갔어. 머리가 어질하다.
1개 7개50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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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다음 날 또 졸린 눈을 부비며, 회사로 출근 한 섟이는 매일 더 차가움이 더해지는 공기 속으로 걸어가면서 이제 진짜 겨울이구나 싶어,,, 그러고보니 온 갖 뉴스나 신문에서 곧 대입수능에 대해서 떠들어댔어. 공부는 안 해보지만, 그래도 수능인데 찹쌀떡이라도 사줘야 하나,,, 고민도 하기도 했어.
1개 5개56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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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열 아홉,, 갑자기 민윥의 나이를 읊다가, 열살차이네,, 본인은 수능은 어찌 치뤘는지 또 그 십대의 끝자락을 무엇을 하며 보냈는지 잘 기억이 나질 않았어. 어른이란 이렇게 발 뒷 편에 빗자루를 끌고 걷는거야. 흔적은 남기면서도, 또 추억은 지우면서 살아가지.
1개 10개81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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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뭐가 되었든 맘을 달리 먹었다는 민윥이 멀리서나마 다행으로 생각되어졌어. 섟은 또 출근하며 복작거리며 사람들과 부딪혀가며 일 하고 시간이 되자 서쮜와 다음주 업무에 대해서 이야기하며 자리를 정리하기 시작했어. ㅡ먼저 가볼게요. 과장님! ㅡ엉엉 난 메일 하나만 더 쓰고 갈게! 주말 잘 보내.
1개 2개37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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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총총총,, 내려와서 아침 만큼은 아니지만 목 사이로 스미는 찬바람에 옷깃을 여미는데 어디서 크게 자신을 부르는 소리가 들려서 정신이 번쩍 들었어. ㅡ정호섟!!!!! 회사에서 직급없이 자신의 이름을 부를리가 없는데, 누구지? 하고 돌아보니, 민윥이야,, 탈색한 염색머리가 까맣게 물들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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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ㅡ아저씨! ㅡ에에에엑?!! ㅡ잘 있었어? 나 이제 다 나았어. ㅡ...너 여기 어떻게 알고왔어?! ㅡ저번에 카톡으로 어느 회사 다니는지 알려줬었잖아. ㅡ내가?! ㅡ응 ㅡ내가,, 왜 그랬을까,,,? ㅡ뭐야,, 싱거워,, ㅡ너 머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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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본인도 아직은 자신의 까만머리가 어색한지 뒷머리를 긁적이면서 슬쩍 딴 곳을 바라보면서 조금 민망한지 바로 닿는 섟이의 시선을 피했어. ㅡ왜 갑자기,,, ㅡ이상해? 별로야? ㅡ아니,, ㅡ... ㅡ잘 어울린다. 어른스러워보여. ㅡ어른스러워 보이는게 아니라 이제 곧 어른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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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ㅡ공부는,, 잘 되가? ㅡ어! 엄청,, ㅡ응? ㅡ모든게 새로워. 정말 그래보이는 얼굴이야. ㅡ그래? ㅡ어차피 난 대학 안 갈거야. ㅡ그래. 밥은 먹었어? 온 김에 밥이라도,, ㅡ왜 안 놀라? 보통은 대학 안 가면 뭐 할 거냐고 묻기라도 하는데. ㅡ네 맘이지 뭐. ㅡ나 공부 못 한다고 무시하는거 아니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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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ㅡ내가 지금 누굴 무시하냐? 근데 대학도 안 갈거면서 뭐 하러 머리는 또 물들이고 공부를 하고 있어? 민윥이 부끄러운지 고개를 푹 숙이고 입고 있던 교복 자켓에다가 두 손을 푹 찔러넣고서는 몸을 베베꼰다. ㅡ근냐앙,, 이제 아저씨가 볼 때 창피한 사람 안되려구우... 말이 계속 늘어져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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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처음에는 인상 더러워 보이고 세상에 불만많은 불량아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는데, 점점 행동이 귀여워 보이는 것은 마냥 이 아이가 자신보다 어리기 때문일까? 잠시 생각했지. 둘은 같이 걸었어,, 주위를 둘러보던 민윥은 아차 싶은 맘으로 섟을 바라봤어. ㅡ에이씨. ㅡ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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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ㅡ나만,, 교복이잖아,,, 하얀 얼굴에 입술이 댓빨 튀어나온 민윥이 일 없이 툴툴 거렸어. 아무래도 직장인들이 많은 곳이다 보니, 다 퇴근시간에 어디론가 향하는 정장에 코트 차림의 사람들이 구둣소리 깔딱이며 뿔뿔이 흩어지고 있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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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ㅡ교복 안 같아~ 머리를 염색해서 그런가, 교복이 막 정장 같아 보이는데? ㅡ... 좋아하는 상대의 말은 참 신기해. 기분을 지하까지도 밀어넣었다가 아주 간단히 하늘위로 끌어올려. ㅡ진짜? ㅡ진짜지. ㅡ...나 원래 사복도 되게 어른스레 잘 입고 그래,, 몇 번 못 봤지? ㅡ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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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ㅡ왜 안 물어봐? 대학 안 가고 뭐 할거냐고? 안 궁금해? 별 관심 안 들어..? ㅡ그게 아니고, 아직 밥도 안 먹었고 괜히 물었다가 너가 꼰대니 뭐니 욕 할까봐 그러지. ㅡ안 그래. 어서 물어봐줘 ㅈ ㅔ발,, 하는 민윥의 눈빛에 사실 크게 궁금하지 않았지만 섟이가 그 눈길을 이길 수가 없었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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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못 이기는 척 물었어. ㅡ이제 계획이 어떻게 되는데? ㅡ일단 성인이 되면,, ㅡ응 ㅡ제일 먼저 아저씨한테 정식으로 프로포즈 할거고,, ㅡ.... 중말~ 괜히 물었어. 하지만 너무 진중한 얼굴로, 이상한 말을 뱉으니 그것도 진심이라는게 묻어나서 이야기를 중간에서 끊을 순 없더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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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ㅡ그리고 이짜나아~ ㅡ이,일단 윥긔야~ 밥 부터 먹자. 뭐 먹을래? 맛있는거 사줄게. ㅡ근데 아저씨 저녁은 집에서 엄마랑 꼭 먹어야 된다고 하지 않았어? ㅡ야근 한다고 뻥치면 돼. 추위 때문인가,, 하얀 얼굴에 홍조를 가득 띄운 민윥이 섟이의 얼굴을 살피며 말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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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아저씨가 잘하지도 못해 보이는 거짓말 까지 하면서 본인에게 저녁 사준다니까 마냥 좋았어. 이제 드러나는 감정을 숨길 필요도 없다고 생각했어. ㅡ너무,, 귀여워,, ㅡ뭐가? 고기 먹을래? ㅡ어어, 좋아. ㅡ가자. 회식으로 자주 가던데 있어. 앞서 걷는 섟이의 뒷모습을 보니 사실 열등감이 들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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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했어. 일을 하는 어른에게는 그때 봤던 어깨 넓은 아저씨 같은 사람이 어울릴 텐데,, 그간 벌어진 사회적 격차도 그랬고, 지금도 사실 그렇겠지만 어린애 취급을 받는 건 민윥의 입장에서는 매우 자존심이 상하는 일이었어. 근데 어쩔 수 없는 일이라 티도 낼 수 없고 말이야. ㅡ앉자. ㅡ담에는 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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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아무래도 입고 온 교복이 너무 신경 쓰여서 죽을 것 같았어. 학교 끝나고 바로 달려오느라, 옷 갈아 입을 생각을 왜 미처 못했을까... ㅡ꼭, 내가 맛있는거 사줄게... ㅡ그래, 기대할게. 오만가지가 거슬리고 지금의 뭣도 없는 자신이 싫지만 민윥에게 이 저녁은 꿈만 같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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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섟이는 알까? 매일매일 쳇바퀴 같아서 늘 숨구멍을 찾던 그 열아홉의 여름의 끝에서 찾아와 준 사람을 매일 그리고, 이야기하고, 혹은 마주앉는 일을 상상하며 혼자 얼굴 붉혔던 것을. ㅡ아냐아냐!!! 싫어! 내가 구울래. 괜찮다고 하는데도, 재빨리 섟의 손에서 집게와 가위를 채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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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ㅡ아는 형이 작곡을 하는데 그 스튜디오에서 졸업하면 일 하기로 했어,,, 아저씨를 만나면서 내가 좋아하는 것에 대해서 매일 생각했어. 애정을 갖고 하고싶은 일 말이야.. 그래서... ㅡ오,, 멋있네. ㅡ정말? 자꾸 확인이 필요해. 어느 누구도 아닌 앞에 앉은 그 사람의 대답이 절실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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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ㅡ진짜야. 난 열아홉살 때 뭐 하고 살았는지 잘 기억도 안 나는데. 열심히 해.. 나중에 노래도 만들게 되면 꼭 나,, ㅡ들려줄게. ㅡ그래. ㅡ그냥 어쩌다 태어난거 대충 살다가 그냥 죽으려 그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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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섟이가 동그랗게 뜬 눈을 민윥에게서 쉽사리 거두지 못하고 있었어. ㅡ그래서 그냥 아무렇게 굴러다니다,, 대충 살다가 죽으려고 했었는데,, 아저씨한테 창피한 사람 안 될게,, 오래오래 살거야. 그러니까 몇 달 뒤에 내가 프로포즈 하면 받아줘야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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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섟이는 시공간이 오그라드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어. 저토록 진지해 보이는데, 나는 왜 이토록 접혀진 손발을 쉽사리 펼 수가 없는 것인가,,, 이미 벌어진 간극을 좁히는 건 사실 섟이 입장에서도 쉬운 일은 아니었어. ㅡ밥이나 먹어! 그리고 지금이야 그렇지, 나중에 네 또래들 만나고 하면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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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ㅡ하면? ㅡ또 아닌 일이 되어버릴걸. ㅡ.... ㅡ그러니까, 너무 그렇게 지금의 감정에 집중 할 필요없어.. 너는 아직 너무 어리고, 또 앞으로 할 일도 많고... ㅡ차라리 그때처럼 애인 있다고 그냥 거짓말 같은 걸 해,, 그 쪽이 좀 더 나아보여. 갑자기 서리가 앉은 민윥의 낯빛이 어두워졌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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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ㅡ아니 나는... ㅡ지금의 내가 지금의 내 감정에 집중하지 않으면 도대체 누구의 맘을 들여다 보란 말이야? 내가 미성년자라, 아저씨보다 어리니까, 다 진심이 아닌 철부지 놀음으로 밖에 안 보이는거야? 테이블 위로 올려진 민윥이 주먹을 꽉 움켜쥐었어. 이건 비겁하다고 생각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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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ㅡ어쩔 수 없이 거절한다고 해도, 그냥 말해줘... 어려서 그렇다. 시간이 지나면 아무렇지 않게 될 것이다. 그런 말들은 정말... 꽉 쥐어 쥔 주먹이 다시 힘 없이 스르르 풀렸어. 민윥은 그가 나는 너를 좋아하지 않는다. 라고 말해주는 것이 차라리 지금 그 말 보다는 자신에게 덜 해로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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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섟은 아차 싶었어. ㅡ아니, 정대리 아니야~? 그때 누군가가 불러 소리가 난 쪽을 바라보니 섟이네 부서 부장님이 본인 지인들과 이곳으로 들어오다가 입구 쪽에 앉은 섟을 보고 먼저 다가와서 아는 체를 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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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섟은 또또또 아차 싶었어. 회사 근처 식당으로 오는게 아니었어. 회사와 아주 멀리멀리 떨어진 곳으로 자리를 옮겼어야 했는데.. 섟은 그래도 애써 반가운 얼굴을 하며 자리에서 반쯤 일어나 부장님~ 식사러 오셔써요~^^ 하면서 안사를 했지. 부장이 그래그래, 하다가 섟의 앞에 앉은 교복을 입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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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민윥에게 시선이 머물렀어. ‘부장은 오 이 어린 친구는 누구야?’ 하고 물었지. 민윥은 이제 이 상황 모든 게 다 싫어져서 고개를 푹 숙였지.. 뭐 보나마나 저번에 어깨 넓은 아저씨에게 그러했듯 사촌동생이나 뻔한 말들로 둘러대겠지.. 그 부분에 대해서 본인이 이다지도 화가 날 필요도 없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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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역지사지로 섟의 입장에서 생각해 본다면 당연한 거였어. 자신이 아직 들어가보지 못한 사회생활이라는 큰 조각들을 그렇게 애써 이해하기로 했지. 저 부장.. 카톡도 많이 울린다구 아저씨를 혼냈다고 했었잖아.. 그래서 그런가, 되게 못생겼네.. 하고 민윥은 혼자 삐죽거리고 있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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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섟이는 부장과 민윥을 난감한 얼굴로 번갈아 보다가, 말이 툭 튀어나왔어. ㅡ어, 같은 동네 아는 동생이에요. ㅡ아 그래? ㅡ예.. 그리고. 섟이가 웃으며 덧붙였다. ㅡ그리고 얘가 저를 하도 좋아해서 자꾸 쫓아다녀요. 오늘도 기다리도 있길래 저녁이라도 먹이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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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부장은 뭔 재밌는 농담이라도 들은 듯 껄껄 웃다가 다시 그래, 정대리 인기가 많아서 사내에도 노리는 사람이 많으니 힘내라고 민윥에게 말한 뒤에 다음주에 보자고. 하며 본인 일행들 자리로 돌아갔어. 섟이는 그제야 엉거주춤 하게 일어섰던 몸을 다시 의자 위로 털썩 주저 앉았어. ㅡ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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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섟이 민윥에게 물었어. ㅡ왜 웃어? ㅡ안니이이... ㅡ.... ㅡ그냥... 그렇게 정체되어 있던 손으로 다시 야무지게 젓가락을 집어 올리던 민윥이 말했어. ㅡ그리고 나는 아저씨를 좋아하는게 아니라, 사랑하는거야. 말은 바로 하자. ㅡ으으... 그만 못 하냐? ㅡ응 그만 못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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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저 십대답지 않는 느끼한 멘트에다가 고기까지 먹고 있지, 섟이는 속이 부대끼는 걸 느끼고 있었어. ㅡ야, 교복 자켓 좀 벗어봐 ㅡ응? 민윥은 일단 시키는대로 자켓을 벗어 옆으로 쓰윽 밀쳐두니, 섟이 주문벨을 눌러 소주 한 병과 맥주 한 병을 주문했어. ㅡ당연히 나만 마실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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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주문한 술이 나오니, 민윥은 어쩌겠어~ 하는 표정으로 능숙하게 소주병을 흔들어서 까고, 맥주병도 따재겨, 소맥을 제법 휘황찬란하게 만드는 섟의 손을 바라만 보고 있었어. ㅡ술 잘 마셔? ㅡ마시는건 좋아해. ㅡ? 그런 사람들 있잖아. 술자리와 사람들을 무척 좋아하지만 주량은 좆빱인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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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대표자가 바로 섟이였어. 원래는 술을 한 잔도 못 하다가 회사에 들어와서 온 갖 다양한 회식 문화에 적응하며 술에 눈을 떴지만 주량은 완전 애기 수준이야. 야근하고 집으로 오면서 사는 맥주도 한 캔 겨우 비우고 취할 때가 많았어. ㅡ취하지 마 나 아저씨 집에 못 데려다 줘. ㅡ웃기시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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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안 그래도 일주일 동안 업무 때문에 스트레스가 쌓이기도 했었고, 마땅히 내숭 부릴 상대가 아니라는 생각에 섟이는 자신이 말아놓은 소맥을 꿀떡꿀떡 마시기 시작했어. 은근슬쩍 기분 좋게 취기가 오르자, 민윥이 묻지도 않은 말에 먼저 대답하며 헤실거리는게 좀 상태가 안 좋아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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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ㅡ으헣헣ㅎㅎㅎ ㅠㅠ 민윥은 입안이 써지는 걸 느끼고 있었어. 소맥을 한 두 잔 정도 마시더니 별안간 눈물을 뚝뚝 흘리며 김저으으으은 나뿐 새끼이이 미사일 쏘지마아아아ㅏㅏ ㅠㅠ 하며 훌쩍 거리는 섟이를 보니 이거 어쩌지 싶어. ㅡ윥긔야, 전쟁 나믄 어뚜케? ㅡ.... ㅡ어떠카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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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하더니 쿵!!!!! 하고는 고기집 테이블 위로 머리를 박더니 사망하셨어. 민윥은 당황해서 벌떡 일어나 섟이 옆으로 가서 어깨을 흔들어서 깨웠어 ㅡ아저씨? ㅡ.... ㅡ야, 정호섟 ㅡ.... ㅡ...호섟아, 장난치지마. 나 너 집에 못 데려다준다고 했잖아. 테이블로 박힌 고개가 아주 뿌리를 박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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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민윥이 고개를 숙여 볼이 테이블에 눌려 찌부가 된 섟이의 옆 얼굴을 가만히 바라보았어. 어디가서 절대 술 마시게 하면 안되겠다.. 아까 그 찐빵 같던 부장이 말하기를 회사에서 인기도 많다고 했었는데... 민윥이 손을 들어서 섟이의 뒷통수를 어루만졌어. ㅡ아저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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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여전히 섟이는 대답이 없지. ㅡ내가 그렇게 바른 청소년이 아니라는 건 잘 알잖아. 그런데 내 앞에서 이러고 있으면 어째... 이런 상황이 오면 집에 절대 곱게 보내 줄 생각이 먼지만큼도 없는데... 왜 그러게 내 말을 다 허투루 들어. 바보네, 바보. 민윥은 옷을 챙기고 섟이가 자신의 몸에,
1개 4개41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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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기대게 하고, 축 처진 섟이의 몸을 단단하게 잡아쥐았어. 핸드폰으로 근처 제일 가까운 모텔을 검색하면서 일단 뒷일은 신경쓰지 않기로 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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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섟이는 자신의 얼굴에 직접적으로 닿는 햇빛이 따가워서 슬그머니 눈을 떴어. 손등으로 부어있는 눈두덩이를 억지로 비벼 깨웠지. 눈에 들어오는 천장의 벽지무늬가 선명했어. 뭐지, 저건 뭘까... 내 천장 무늬랑은 많이 다른데, 어... 방 안의 향기도 익숙하지 않아. 그렇게 어색한 것이 하나, 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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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느껴졌고 모든 것이 생경한 감각들이 발 끝 부터 머리까지 느껴졌고 소름이 오소소소소, 끼치기 시작했어. 멍한 시선으로 벌떡 일어나니까 몸에서 떨어지는 이불아래로 팬티 한 장 입지 않고 발가벗은 제 맨몸이 드러났어. 그리고 이름이 생각났어. 민윥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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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옆을 바라보니 뒤로 돌아 누워서 아직 잠들어 있는 하얀 얼굴이 햇빛을 받아 더 하얗게 빛나고 있었어. 섟이의 기척을 느낀 민윥이 슬그머니 눈을 떴어. ㅡ...잘 잤어 아저씨? 나른하게 늘어진 목소리에 놀란 섟이가 냅따 그 뽀뚱한 얼굴에 싸다구를 바로 날린 건 절대 고의는 아니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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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ㅡ왜 때려!!!! 누워있는 채로 무방비하게 뺨따구를 맞은 민윥은 벌떡 일어나 제 몸을 이불로 가리면서 한껏 입꼬리가 내려가 원망의 눈길로 자신을 보는 섟이를 마주했어. ㅡ너!! 나한테 무슨 짓 했어?! ㅡ...보면 몰라? ㅡ너어....!!!!! 이 새끼가! 하며 이제는 주먹을 날리려 하는 섟이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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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팔목을 가볍게 잡아 쥔 민윥이 섟이를 아주 골릴려고 장적 한 듯 힘을 주어서 다시 그를 침대 위로 다시 넘어트렸지. 어지간히 자존심이 상할때로 상한 그가 너 이거 안 놓냐? 시방 디진다!!! 하고 소리를 버럭버럭 질러댔지만 민윥에게 소용이 없었어. 쪼고만게 악력이 정말 쎄다,, 쎄,,
1개 2개44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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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ㅡ성인 둘이 모텔 방에서 하룻밤을 보냈는데 도대체 뭘 했겠어? ㅡ너 성인 아니자느아아ㅏㅏ!!! ㅡ뭐 반올림해서 성인이라고 하지 뭐. 아니면 뭐 어때? 사실 그게 문제긴 하지.. 아저씨 미성년자랑 모텔에서 이런 짓 한거 들키면 사회에서 매장 당하겠다. 그치? ㅡ야아ㅏ아아아아아아ㅏ앜!!!!!!
1개 10개81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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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역시, 한 순간 저 새끼가 나름 귀엽다고 생각한 과거의 나를 존나 때리자,, 아니 타임머신을 만들어서 돌아가 과거의 나를 죽이자 죽여 ㅠㅠㅠ ㅡ하나만 묻자. ㅡ뭘? ㅡ....누가... ㄴㅎ었어.. ㅡ뭐라는거야. ㅡ..... 다시 한 번 소리를 빽 질렀어. ㅡ아 누가 넣었냐고 새끼야!!!!!!!!
1개 3개43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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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그 말을 들은 민윥은 강하게 잡았던 섟이의 손목을 풀어주고 모텔방 떠나가라 웃었어. 섟이는 열받고 자존심 상하고 미쳐버리겠는데 저 놈이 이제 쳐웃기까지 하니까 베개를 집어들어서 등짝을 후드리찹찹 때리기 시작했어. ㅡ왜 웃어?! 왜?! ㅡ아 그럼 안 웃겨? ㅡ오냐! 오늘 너 죽고 나 죽자아앜!!
1개 3개55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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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ㅡ당연한거 아니야? ㅡ..... ㅡ내가 어디서 남한테 뒤나 대줄 것 같이 보여? 꿈이 굉장히 야무지다. 그 꿈은 미안하지만 버려, 안 이뤄져. ㅡ아이고.. 아이고오오 ㅠㅠㅠ 정호섟이 부모님께 전상서을 올리옵니다. 못난 자식 이제 한강물에 투신하여 이 세상과 하직하오니... 다음생에는.. 따흐흑..
1개 1개45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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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섟이는 다시 털썩 침대에 주저앉아서 가느다란 눈가 끝에 눈물 몇 방울을 호도독 떨어트렸지. 고등학생한테 술에 취해서, 이런 수모를 겪다니이이이... 여즉 웃음을 멈추지 못한 민윥이 다시 침대에 길게 누워서 여유롭게 섟이 쪽으로 시선을 돌렸어. ㅡ왜 울어? ㅡ.... ㅡ울고싶은건 나란 말이야.
1개 1개46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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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저건 또 무슨 망발인가 싶어서 삐죽 노려보니, 민윥이 바닥에 널려있는 섟이의 옷 가지를 집어줬어. ㅡ아무짓도 못했어. ㅡ....? ㅡ하고싶었는데, 술 먹고 함냐함냐~ 하는 얼굴이 너무 예뻐서 그럴 수가 없었어... 옷은 아저씨가 자다가 더웠는지 스스로 벗은거구.
1개 4개46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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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ㅡ진짜? ㅡ진짜지. ㅡ.... ㅡ그러니까 술 먹고 아무데서나 정신 줄 놓치지 말고. 걱정되서 어디 내보내겠어? ㅡ.... ㅡ내가 돈 빨리 많이 벌어야겠다. 우리 아저씨 어디 회사 그만두고, 집에만 얌전히 있게 하려면. 점점 밝아오는 방안에 민윥이 감정이 가득 담긴 눈길로 섟이에게 웃어보였어.
1개 2개69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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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순간 못 미더웠던 그의 말들과 감정들이 다 진심으로 다가왔어. 섟이는 지금 이게 뭔가 싶어, 해변의 파도마냥 발을 적시고 있는 것들의 깊이를 아직은 잘 헤아리지 못했어. 순간 이해하지 못했어. 왜 지금 이렇게 심장이 두근거리는지.저렇게 웃고있는 얼굴이 갑자기 다정해보이는지를...
1개 1개46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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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미쳤다보다. 미친게 분명하지... 어쩌자고.. 섟이는 일부로 몸을 돌리며, 너 쳐다보지마! 하고 으름장을 놓았고, 민윥은 이미 다 봤고! 어차피 나중에 또 보게 될텐데 뭘! 해버린다. 돌아서 흰 와이셔츠의 단추를 잠구면서, 마음의 포문을 다시 한 번 닫으려 노력했어. 마음이 둥실둥실 떠올랐거든.
1개 1개41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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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
12일
섟이가 옷을 다 입고 일어서자, 민윥이 쪼르르 따라 붙으면서 둘이 방을 나왔어. 섟이는 누가 볼새라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복도를 빠르게 걸어서 엘리베이터 버튼을 신경질 적으로 눌렀어. ㅡ왜 그래? ㅡ근데 도대체 여긴 어떻게 들어온거야? 신분증 검사 안 하나?! ㅡ내가 좀 성숙해 뵈잖아.
1개 1개31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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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ㅡ그래, 잘났다. 섟이가 엘리베이터에 타서도 뾰루퉁 하게 대답하며 옆 쪽만 보고 있으려니까, 민윥이 어깨를 툭툭치며 섟이의 기분을 살폈어. ㅡ내가 장난쳐서 화났어? ㅡ...그래. ㅡ미안... 근데 아저씨도 내 뺨 때렸잖아! 아직도 아프단 말이야. ㅡ... ㅡ쌤쌤이지? 응?
1개 1개34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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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여전히 몸을 돌려 자신을 보지 않는 섟이의 뒷통수를 바라보던 민윥이 억지로 몸을 비좁은 틈으로 옮겨서 얼굴을 마주보려 노력했어. 이리저리 피하던 얼굴을 결국엔 민윥이 잡아쥐더니 시선을 가까이했지. ㅡ호섟아, 화 풀어.. 응? ㅡ.... ㅡ나한테서 등 좀 돌리지 말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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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진짜 어떡하면 좋아. 쿵쿵 울리는 심장소리가 얼굴을 잡아 쥔 민윥의 손까지 전달 될 것 같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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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ㅡ나 대학은 안 가지만 학생으로써의 본분은 다 하기로 했어. 그래서 수능 끝날때 까지 아저씨 찾아오지도 않을거고, 연락하지도 않을거야. ㅡ퍽이나. ㅡ못 믿네? 나 보고싶다고 울지말고. 민윥이 기분좋게 웃어보였어. 일부러 시선을 돌린 섟이는 제 귓가에 방망이질 하는 심장소리 뿐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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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도저히 어찌 반응해야할지 몰라 자꾸 치대는 민윥의 어깨를 뿌리치는 것 뿐이었어. 굳이 바래다 주겠다는 것을 달래고 달래 먼저 보내고, 택시를 잡아타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창가에 비춰진 제 얼굴이 우습게만 보였어. 열아홉살... 눈이 맑간. 어쩌자고 방금 심장이 그렇게 두근거린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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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창가에 머리를 일 없이 쿵쿵 박으니, 택시 기사가 묘한 시선으로 바라보았어. 그제야 눈길을 느낀 석이는 옅은 숨을 내쉬면서 다시 앉아있는 모양새를 바르게 했지. 일단 모르겠다.. 그냥 일시적으로 그랬겠지. 사람의 감정이 항상 한결같을 순 없잖아. 분명히, 분명히, 그런걸꺼야. 일시적인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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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수능이 끝날때까지 연락하지 않겠다는 말이 거짓말이 아니었나봐 심심할때 마다 울려오던 핸드폰이 조용하니까 말이야... 무음으로 바꿔놓았던 핸드폰을 진동으로, 또 벨소리로 바꿔놓고 일 하는 도중에서도 손에 쥐고 있으려니, 서쮜가 애인이라도 생겼어? 핸드폰만 그렇게 쥐고 있어..? 하고 물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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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거래처 연락 기다리는거라고 도리질을 치고 난 뒤에는 달력만 바라보았어. 수능까지 얼마 안 남았는데, 왜 이렇게 시간이 안 가지,, 끝나면 바로 연락 줄 건가? 아니 대학도 안 간다는 새끼가 수능은 도대체 봐서 뭐할건데. 아니면, 아니면 내가 싫어졌나. 일시적인 것이라고 믿었던 모든 것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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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아니면 어쩌지.. 섟이는 문득 겁이 나기 시작했어. 아니라고 생각했던 자신의 감정들이 초조하게 움직이면서 진짜면, 진짜라면 이제 어쩌지. 내가 그 아이를 좋아하게 된거라면 어쩌지. 좋아하면 안될 이유라도 있을까? 하면서 자신이 세워두었던 현실적인 이유들을 하나 둘 씩 엑스표를 쳐 나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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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일들이 매일 머릿속으로 반복 되었으니까. [ 어 호셕아~ 올만이다. 뭐 하냐? ] ㅡ어, 오랜만이다. [ 연말인데 함 얼굴 봐야지. ] ㅡ좋지. [ 야 근데 너 애인 생겼냐? ] ㅡ아니. [ 소개팅 안 할래? 괜찮은 후배가 있는데 너랑 잘 맞을 것 같아서. ] ㅡ..... [ 함 만나보기라도 해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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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ㅡ그래, 좋아. [ 아 진짜지? 번호 넘긴다. 얼굴도 예쁘고, 성격도 좋아,, 시큰둥하지 말고 함 잘 해봐! 내가 볼 땐 둘이 잘 어울려~! ] ㅡ어, 신경 써 줘서 고맙다. [ 잘 되면 한턱 쏘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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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옆에서 통화소리를 들은 서쮜가 섟이의 어깨를 툭 치면서 오올~ 하고 반응해줬어. ㅡ이번 크리스마스에는 정대리 혼자가 아닌가요오오오~?! ㅡ모르죠. 뭐. ㅡ잘해봐~ 이야! 좋은친구네! 연말에 소개팅도 시켜주고. 야야 빨리 연락해봐.. 이런거 후다닥 해야된다?! ㅡ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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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내키지 않는 손놀림으로 번호를 저장하고 먼저 메시지를 날린 섟의 옆에 뽀짝붙어서 내용을 관음하던 서쮜는 히힣ㅎㅎ 웃으면서 좋을때네 좋을때야~ 하고 훈수두는 아저씨 마냥 이야기했어. ㅡ언제 만나기로 했어? ㅡ어쩌다보니, ㅡ응 ㅡ수능날요. ㅡ야 그럼 식당 빨리 예약해! ㅡ아이고 알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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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안 봐도 그 날엔 가족 단위로 저녁 식사가 많을 것 같기에 상대방에게 취향을 묻고 레스토랑을 예약하고 그 날 뵙겠다고 짧막하게 덧붙이고는 더 이상의 연락을 하지 않았어. 그때까지는 별 다른 약속도, 일도없이 회사와 집만 왔다갔다 하며 단조로운 일상을 보내고 있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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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뉴스에서는 이제 내일이 대학수학능력시험이다. 날씨가 어쩌고 출제 경향이 저쩌고 떠들어대고 있었고, 마냥 남일 같았던 수능이 또 남일이 아니게 되어버린게 우습기도 했어. 다음 날 섟이는 입지 않던 조금 불편한 핏이 붙는 정장에 카멜색 코트를 꺼내 입었어. 오늘은 수능이 아니고 소개팅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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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일을 하고, 점심 쯤에 상대방에게 다시 한 번 저녁에 만날 시간이랑 장소를 확인했지. 시간은 아주 빠르게 지나갔어. 곧 업무 마무리였고 섟이의 소개팅을 알고 있던 서쮜가 정대리 얼른 나가봐. 차 막혀서 늦을라~! 먼저 가서 기다리는 센스! 세엔스~~!!! 하며 섟이의 등을 떠밀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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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서쮜 덕분에 보통 끝나는 시간보다 일찍 나온 섟이는 지하철을 타고서 약속 장소로 향하는데 오랜만에 소개팅이라 그런가 마음 한 구석에 무언가가 콱 걸린 듯한 불안감이 설렘인지 아니면 이름 모를 다른 감정인지 알 수가 없었어. 한편, 회사에서 일을 정리하고 정시에 퇴근 하던 서쮜는 어디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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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낯익은 인영 하나가 자신 앞에 우뚝 서 있었어. ㅡ...옴마야?! ㅡ안녕하세요. ㅡ정대리 사촌동생....? ㅡ그렇다고 쳐요. ㅡ무슨 일이야? 정대리 아까 퇴근했는데? ㅡ정말요? ㅡ응응 오늘 소개팅 하는 날이라! 내가 일찍 보내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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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ㅡ하.. 소개팅이요? ㅡ응응 연락 안 하고 왔나봐? 공 쳤네!!! ㅡ어디서 하는데요. ㅡ에엥?! ㅡ저기 어깨 넓은 아저씨 빨리, 빨리요.. 집에 엄청 급한 일이 있어서 당장 형한테 말해야 되거든요. ㅡ핸드폰으로 연락을...? ㅡ아 진짜 말귀 못 알아듣네. ㅡ아,,마 가로수길 무슨 이탈리아 레스토랑이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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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ㅡ그래서 레스토랑 이름이 뭔데요. ㅡ아니 그거까지 내가 어떻게 알아?! ㅡ뭐.. 여튼 감사합니다. 민윥은 꾸벅성의 없이 인사를 하고서는 뒤를 돌아 전력질주했어. 그런 뒷모습을 보면서 서쮜는 의아한 듯 고개를 갸우뚱 거렸지. 저거 사촌동생 맞나? 눈빛이 연정에 이글거리는 남자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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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민윥은 속으로 할 수 있는 욕을 다 내뱉으며 핸드폰으로 ‘가로수길 이탈리아 식당’ ‘가로수길 소개팅’ 같은 단어들을 쳤고 레스토랑이 비슷한 것들로 수십개가 나왔지. 이를 악 물었어. 밤이 새더라도 이 가게들 다 뒤져서 꼭 잡고 말거야.. 와 그 틈 새를 못 참고 바람을 피네 이 아저씨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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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곧장 도착한 신사역에서 민윥은 일단 검색어 순위로 가장 인기 많은 곳 부터 정신없이 뛰어들어갔어. 붉은 갈색머리의 동글한 뒷통수를 이 잡 듯 뒤지면서 섟이의 뒤를 밟고 있었지. 첫번째 아니고, 두번째 퓨전 레스토랑도 아니고... 세번째도 아니고. 아 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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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이렇게 자신이 헤매도는 사이에 벌써 그 상대와 눈이라도 맞았으면 어째? 어쩌긴 뭘 어째. 그럼 다 뒤지는거지 뭐... 차가운 공기에 몸이 점점 얼어갔지만 아랑곳 하지 않고 바로 다음 가게로 뛰어들어갔어. 분위기 좋은 첼로음악이 연주되는 작은 전구들의 장식이 아름다운 곳에서 드디어 찾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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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바로 다섯번째로 뛰어들어간 그곳에는 테라스 옆 쪽에 찰랑거리는 머리결을 가진 여자 앞에 은은한 미소를 뛰우며 연신 고개를 끄덕이고 있는 섟이가 보였어. 회색 정장에 카멜색 코트가 마치 만들어 진 것 처럼 잘 어울렸거든. 발견하면 당장이라도 섟이의 손을 잡고 뛰쳐나오려고 했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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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왜 그럴 수 없는걸까. 민윥은 잠시 고민했어. 그 잠시가 마치 영원 같았어. 발 아래로 회오리가, 또는 구름이 가득했지. 나는 아저씨를 생각하면 달콤하고 행복한 것들만 떠올렸는데,, 아닌가보네. 그래도 이대로는 절대 못 가. 크게 심호흡하고 섟이의 테이블 쪽으로 다가섰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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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갑자기 테이블 위로 드러워진 그림자에 섟과 상대방이 놀라서 고개를 들어올렸고, 민윥을 발견한 섟이가 놀란 입이 다물어지지 않고 있었어. ㅡ너..?! ㅡ기다릴게.. 그 편의점 앞에서. ㅡ윥긔야.. ㅡ그러니까 적당히 하고 바로 와요. ㅡ.... ㅡ진짜 돌아버릴지도 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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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그리고서는 앞에 놓인 싱글 와인잔에 담겨진 찰랑거리는 보랏빛을 마치 물인 것 마냥 한 입에 삼켜버린 민윥은 올때와 다르게 천천히 뒤를 돌아서 이 곳을 나가바렸어. 당혹스러운 얼굴의 여자에게 대신 몇 번 사과를 하고 밥이 코로 들어가는지 입으로 들어가는지 머릿속에 엉켜버린 실타래로 난장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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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이 되어버렸어. 그렇게 식사가 끝이 났고 자리를 옮길까요? 묻는 상대에게 다시 한 번 섟이는 사과했어. 정말 죄송해요.. 저, 가봐야 할 것 같아요. 기분 나쁜 감정의 빛이 확연한 그녀를 등지고 섟은 빠르게 택시를 잡았고 정신없이 자신의 아파트 이름을 불렀지. 수능날이라 그런가 도로가 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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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막혔어. 그 차들 사이로 혼자 애간장이 다 녹는 기분이었어. 그제야 울고싶어졌거든... 아 좋아하고 있구나. 이렇게 혹시 편의점 앞에서 자신을 기다리고 있을 그 아이가 혹여 지쳐 먼저 돌아갔을까봐 이렇게나 걱정되고 다급해지는 게. 좋아하고 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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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거리의 불빛들은 내 맘과 다르게 이다지도 반짝거리고 영롱하지.. 섟이는 무릎 사이에 얼굴을 파묻고 제 맘을 진정시키려고 노력했어. 마침표를 찍어야 된다고 생각했어. 차는 느릿하지만 충실하게 움직여서 곧 섟이의 아파트 단지 쪽으로 닿았고 내리자마자 맘과 다르게 주춤거리는 걸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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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편의점 쪽을 향했지. 거기에는 큰 파라솔 아래에 삐딱한 자세로 플라스틱 의자에 앉아 멀리서 걸어오는 섟이를 못지 않게 불안과 원망의 시선으로 노려보고 있는 민윥이 앉아 있었어. 섟이가 깊게 숨을 내쉬며 그 맞은편에 앉았고, 진득하게 달라붙는 시선이 여간 떨어질줄을 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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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ㅡ아까는 인사를 제대로 못 했지? 오랜만이다. 아저씨,, 안 본 사이에 더 멋있어졌네. ㅡ.... ㅡ소개팅은 어땠어? ㅡ윥긔야. ㅡ어땠냐니까. ㅡ이제 연락하지마,, 찾아오지도 말고. 진심으로 부탁할게. ㅡ왜? ㅡ.... ㅡ내가 이러는게 싫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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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섟이 웃어보였어. 가끔은 진심을 담아서 거절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어. 이번에는 네가 그렇게 싫어하는 때 묻은 이유말고 진짜 이유를 전할 시간이라고. ㅡ반대야. 네가 이러는게 점점 좋아서. ㅡ...뭐? 뭐야,, 이해를 못하겠어. ㅡ더 좋아하면 안될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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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ㅡ왜...? 아 이해를 못하겠어..! ㅡ이해를 못하겠지. 순전히 내 기준의 이유니까, 널 만나면서 혹은 널 좋아하면서 잃게 될 내 감정들이 혹은 굳이 가지않아도 될 가시밭길이 눈앞에 선 하니까. 난 내년에 서른이고 넌 이제 스물인데, 어떤 이가 나에게 진심으로 축하한다고 말해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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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아마 아무도 없을걸? 난 그런 내 주위의 시선이 불안해, 맞아 용기가 없어. 게다가 그러다 헤어지게 되면? 남는 내가 다시 주워담아야 할 것들은? 그건 네가 상상도 할 수 없는 것들이야... 그러니까 자꾸 좋아하게 만들지마.. 애둘러 그것들을 내가 감내 할 수 있을 거라는 착각마저 들게 하지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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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섟이가 말을 끝내고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려 하니, 민윥이 급하게 따라 일어서면서 말 꼬리를 잡았어. ㅡ후회할걸 진심으로. ㅡ....안 하려고 이러는거야. ㅡ아니 너 해, 죽도록 후회해. ㅡ..... ㅡ그러다가 죽을 때가 되면 내 생각 뿐이 안 날 걸.. 진짜 평생 후회할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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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섟이의 시선이 바람 앞에 촛불마냥 불안하게 흔들리기 시작했어. 민윥이 테이블을 돌아 섟이의 바로 옆에 서서 그 가느다란 손을 잡아쥐었어. ㅡ말했잖아,, 아저씨 나는 아저씨 아니었으면 대충 살다가 죽었을거라고. ㅡ...윥긔야. ㅡ나랑 만나.. 만나... ㅡ.... ㅡ만나, 만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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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ㅡ... ㅡ만나자,,, 만나자,, 나랑 같이 있자. ㅡ윥긔야.. ㅡ아저씨가 날 건들였잖아. 달라지게 했잖아... 왜 살아본적도, 가본적도 없는 내일을 오늘에 미리 걱정해야해.. ㅡ..... 나랑 만나, 나랑 만나자. 나랑 같이 있자, 지금처럼 같이있자... 나 좀 만나, 만나줘, 만나자.. 같이있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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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한 마디 단어 뿐이 말하지 못하는 앵무새 마냥 깍지 낀 손을 더욱더 포개 잡으며 계속 말했어. 만나자, 우리 만나자... 어떻게든 아저씨 후회를 내가 줄여볼게.. 만나, 만나자,, 나 좀 만나봐... 어떻게든 내가 해볼게... 만나자, 응? 우리 만나자, 같이 있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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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ㅡ대답해요... 응? 그렇다고 해줘. ㅡ..... ㅡ응? 만나자.. 나랑 만나자. ㅡ그래 ㅡ같이있자.. ㅡ...그래. ㅡ진짜? ㅡ.....그래. ㅡ그 후회 줄여볼게.. 약속할게. ㅡ그래. ㅡ우리 만나는거야. 앞으로 계속? ㅡ어 계속.
1개 4개33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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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드디어 내내 박혀있던 고개가 들렸어. 그리고 눈이 마주쳤고, 섟이는 갑자기 부끄러운 맘에 다시 밤공기처럼 시선을 내리깔았어. ㅡ그 비오는 날, 나한테 말 걸어줘서 고마워. ㅡ그만해에.. 창피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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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그러다가 갑자기 그 편의점 앞 쪽에서 빗자루질을 하던 톄형이 박수를 짝짝 치기시작했고, 덕분에 잡고있던 손을 호다닥 놓아버렸지. ㅡ헣ㅎㅎㅎ 들을려고 한건 아니구~ 여기가 제 일터라서ㅎㅎㅎㅎ ㅡ.... ㅡ와~ 오늘부터 1일이긔~?! ㅡ..... ㅡ헣ㅎ헣ㅎㅎㅎㅎㅎㅎ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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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ㅡ근데 형, 윥긔 아직 군대도 안 갔는데 팔자도 없는 고무신 하는거예요~? 대박이당 ^ㅁ^헣ㅎㅎㅎㅎ ㅡ톄형아. ㅡ어? ㅡ오늘이 마지막 출근이 되고싶나봐? ㅡ..... ^ㅁ^;;; 민윥이 이를 아득 갈며 톄형을 바라보자 부리나케 빗자루를 쓸며 편의점 안으로 들어가서 문을 잠궈걸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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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오들오들 떨고있는 톄형을 뒤로하며 다시 손을 잡았어. ㅡ입 맞추고 싶은데 좀 참을게. ㅡ참나.. ㅡ1월 1일부터 진도 확 뺄거야. ㅡ쪼끔만한게! ㅡ애 취급이야? ㅡ너 나 보다 키 작잖아! 뭘 먹고 요로케 못 컸냐? ㅡ다른데는 커. ㅡ....알고싶지 않아..
1개 4개46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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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ㅡ내일 회사로 데리러 갈게. ㅡ왜.. ㅡ맛있는거 사준다고 했잖아. 나 오토바이 팔았거든. ㅡ잘 됐다! 그래 그것 좀 타지마.. ㅡ담배도 끊었어. ㅡ정말? ㅡ말했잖아.. 후회거리, 걱정거리 줄여준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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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눈 처럼 달큰함이 군데군데 녹아드는 밤이었어. 섟이는 따스하게 전해지는 체온이 큰 위안이고 또 설레임이었지. ㅡ이제는, 아저씨 말고 자기야라고 부를래. ㅡ으... ㅡ자기야. ㅡ.... ㅡ대답 안 하면 애기야. ㅡ부탁이야 제발 멈춰줘...
1개 4개38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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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호섟아, 왜 뭐라고 불러도 대답해줘 그래. ..... 근데 자기야, 애기야는 진짜 아닌 것 같아. 그럼 여보야? 애칭에 왜 이렇게 집착해? 좋아하니까! 사랑하니까!!! 그만하자. 간질거림이 눈처럼 쌓인다. 그 위로.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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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번외1) 윥긔가 스튜디오로 취직하면서 얻은 작은 자취방에 둘이 살다싶이 했는데 어느 날 우편함에서 무언가를 집어든 윥긔가 맹 ㅇㅇ 한 시선으로 메두사의 눈이라도 본건가 돌처럼 굳어 석이에게 바짝 쫄아서 말했어. ㅡ아저씨... 맨날 자기야, 애기야 하더니 왜 또 태세 전환이야..?
1개 1개38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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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ㅡ나 영장나왔어... ㅡ아이구야. ㅡ군대 가야대.... 맨날 온갖 똥폼을 잡으면서 열살 나이차를 이기려 하던 윥긔는 그 날만은 울먹 거림을 참지 못하고 뽀짝 아저씨의 좁은 품에 안겨서 어터쾨 어터쾨만 반복하고 있었어. ㅡ에휴,, 뭐 남들 다 가는거 뭐.. ㅡ싫어...!!!!!!!!!!!!!!
1개 3개46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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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ㅡ얌마! 어쩌겠어!! ㅡ안 가 안 가!!!! 머리 빡빡 미는 것도 싫구, 이제 우리 떨어져 지내야 하잖아... 나 그렇게 못 살아.. 그리구,, 내가 군대가 있는 동안 시발 기생오라비 같은 새끼가 너한테 꼬리치면? 너 바람나면? ㅡ소설을 쓰고 앉아있네. 석이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면서 걸레질을 하고
1개 1개37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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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있으려니 윥긔가 옷가지를 뿌리치면서 뒤에서 석이를 바짝 끌어당겨 품에 안고서는 얇은 목 아래에 얼굴을 부비작 거렸어. ㅡ왜 이렇게 담담해? 나 군대 가기만 기다렸어? ㅡ뭔 헛소리야.. ㅡ근데 어떻게 이렇게 하나도 슬퍼하거나 아쉬워하는 기색이 없냐구우... ㅡ나도 갔다왔거든?!
1개 2개31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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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ㅡ고무신 꺼꾸로 신으면 안돼 이제는 석이를 쇼파에 앉히고 그 위로 올라 탄 윥긔가 손으로 얼굴을 가득 잡고 얇은 석이의 입술에 짧게 버드키스 하면서 애 처럼 계속 물었어. ㅡ바람 필거야? ㅡ오냐! ㅡ죽을래? ㅡ너야 말로 비켜! 일어서려는 석이의 어깨를 쇼파로 더 단단하게 밀어붙이면서
1개 2개33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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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허벅지를 단단하게 조였어. 왐뫄~ 이 머시마가 뭐하자는 짓이여~?! 벌린 입술 사이를 혀로 진득하게 훑던 윥긔가 가지런한 치열 사이로 비집고 들어와서는 입 안의 점막 안을 예민하게 간지럽혀댔어. ㅡ싫어 죽겠어. ㅡ너만가냐 군대.. 호들갑은. ㅡ나, 진짜 눈물 나. ㅡ훈련소가면 대성통곡하겠어.
1개 2개24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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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ㅡ진짜 농담 하는거 아니야. 너 바람 나거나 그런 기미라도 보이면 총 들고 바로 탈영해서 다 죽일거야. ㅡ아이고~ 무서워라. 비켜이제! ㅡ섹스하자... ㅡ뭐어?! ㅡ이제 하고싶어도 못하는데!!!! 할 수 있을때 많이 해야지!!!! ㅡ이게 무슨 포인트적립하는 소리하고 있네! 비켜 임마!!!!
1개 4개38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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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석이 위에 타고 있던 윥긔가 정말로 미는 힘에 털썩 바닥에 주저 앉았고 찌뿌둥한 얼굴의 석이는 안 그런 척 했지만, 저 뽀짝거리는 연하애인이 군대에 끌려간다고 생각하니 사실 콧등이 찡해오고 있었어. 하지만 뭐 어쩌겠어.. 울고불고 해도 달라지지 않을거잖아. ㅡ맨날 나만 좋아해... ㅡ엥?!
1개 3개33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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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ㅡ맨날 나만 좋아해!!!! ㅡ아니야. ㅡ아니야? ㅡ나도 사랑해. ㅡ로보트 처럼 말하지 마.. ㅡ들켰어? ㅡ약올라 진짜. ㅡ그럼 어떻게 군대 안 갈 수 있는 방법이 있어? 없잖아 그럼 가야지.
1개 3개27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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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ㅡ.... ㅡ그렇게 시무룩한 얼굴 하지마.. 요즘엔 휴가도 많이 준다고 하더라. 우리 이년 동안 너무 붙어 있긴 했잖아. 그리고 국민의 의무라는데 어쩌겠어.. 내가 면회도 자주가고... 또.. ㅡ또.. 바람도 나고? 매를 버네 벌어, 미친놈이. 석이는 윥긔의 낯짝에다가 걸레짝을 강스파이크로 날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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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그렇게 한 번도 본 적 없었던 윥긔의 우는 얼굴을 훈련소 들어가는 입구 안에서 평생치를 다 보는 것 같았어. 하얀 얼굴 코끝이 빨개져서는 눈물을 도록도록 굴러내리는데 말만 그런게 아니라 진짜로 속상했구나 싶어서 마음이 짠하고 당연히 석이도 섭섭했지.. ㅡ바람 나면 주거 진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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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ㅡ알았다구우... ㅡ이마에 문신해!!!!! 민 윥 긔꺼!!! ㅡ미친놈아 작작해!!!! 기어코 어디서 줏었는지 매직을 꺼내서 이마에 그리려는 걸 겨우 말리고 팔목으로 합의봤어. 윥긔는 석이의 하얗고 얇은 팔목에 제 이름을 적고서야 안심했어. 복작복작 군대에서도 그렇게 울면서 난리를 죽이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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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의외로 예민하게 생겨서 적응력 왕이라 포상휴가도 젤 많이 나오고, 간부들 한테 이쁨도 받아서 전화도 많이하고 매일매일 편지 쓰고 그랬다더라. [ 자기야, 나야 윥긔••• 너무 보고시퍼,, 초코파이 머것어,, 마싯써. 하지만 자기가 젤 맛있어, 셀카 하나 봅아서 보내줘,, 아랏지.. 만니 사랑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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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 사진은 보내줄 수 있는데 너 맞춤법 왜 그래? 그래놓고 가사를 쓴다는거야? 참 쉬운 우리말 첫걸음 같이 보낸다. 나도 사랑하고 휴가 좀 작작나와 ,, 너 군대 간거 맞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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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번외2) 윥긔가 군대도 다녀오고 이제 서로의 생활에 안정기에 접어든 무렵에 아무래도 열살 어린 애인과 함께 살려니, 여간 신경쓰이는게 한두개가 아니야... 석이는 그런거에 연연하지 않을 줄 알았는데 피부도 푸석해지는 것 같고 눈가 주름도 늘어가는 것 같고, 같이 다니면 괜히 신경쓰이고...
윥긔 성격이 원래 밖으로 나돌아다는 걸 별로 안 좋아해서 그나마 구색은 맞추고 계속 홈데이트를 하곤 했었는데(뭐 사실 동거수준) 가끔 먼저 자기야, 심야영화나 볼까? 하고 물으면 평소에는 좋다고 강아지 귀 처럼 머리칼을 뽕실거리며 좋아하던 석이가 아니,, 별로,, 그냥 VOD로 나오면 보자.
자기야, 이제 크리스마스이븐데 어디 좋은데가서 밥 먹을까? 하고 윥긔가 또 물을라 치면 ㅡ어휴~ 사람들 많고 복작복작! 나가면 힘만 들어~ 그냥 집에서 밥이나 먹자. ㅡ.... 이상하다. 활동적이고 밖에서 무언가 같이 하는 걸 그리도 좋아하던 사람이 요즘엔 나가자는 말도 안 하고 내내
무언가 고민있는 얼굴로 핸드폰만 보고, 어제는 거울 앞에서 자기 얼굴만 멍 하게 보고 있었더랬다. 지금 무슨 심경의 변화라도 겪고 있는건가... 말 못할 고민이라도 생겼어? ㅡ윥긔야. ㅡ어? ㅡ우리 만난지 오년도 넘었는데. ㅡ어... ㅡ너는 내가 안 지겨워? ㅡ...... 시발 이게 무슨 의미지?!
그래... 내가 너무 나만 생각했나봐. 나야 아저씨가 운명의 데스트니고, 운명의 디엔에이지만... 세상에 그런가보ㅏ..!!!! 이게 말로만 듣던 권태기라는 건가봐... 세상에 권태기가 오년만에 오나? 우리 팔십까지 아저씨는 구십까지 꽁냥거려야 하는데 그럼 너무 이른거 아니야?!
그때 부터 맨날 스튜디오에 앉아서 [권태기를 이기는 법] [애인이 지겹나고 물어볼때] [나는 하나도 안 지겨워요.] 이런걸 검색하면서 혼돈의 카오스에 빠져가고 있었을 때였어. 그러면서 석이 눈치를 있는대로 보면서 집에도 일찍가고 안 뿌리던 향수도 뿌리고 좀 더 새로운 모습을 보이기 위해서
평소에 잘 안 입던 옷 스타일도 종류별로 사서 패션쇼 하는 것 마냥 난리를 부리고 있었어. 머리 스타일도 매일 내가 너무 수더분 하게 하고만 다녔나봐.. 좀 꾸며야지!!! 하고 매일 왁스 개빡세게 바르고 다녔다... 이러면 석이의 권태기가 좀 사라지려나? 좀 도움이 될까?
ㅡ너 요즘 왜 그래... ㅡ어?! ㅡ맨날 집이랑 스튜디오 뿐이 안 가는 애가 왤케 꾸며대? ㅡ아.... ㅡ너어.... ㅡ....어?! ㅡ너어어어... ㅡ울어?! 왜 울어 자기야?! 집에 들어온 윥긔가 또 스웨이드 자켓에 까리뽕삼하게 하고 들어오자 그걸 본 석이가 입을 다물고 있다가 결국 말을 뱉었어.
ㅡ안 그래뚜, 이제 서른 중반 넘으면서 신경 쓰여 죽겠는데...!!!! 넌 왜케 꾸미고 다녀 갑자기? 나 보고도 주의하라는거야? 나이 생각해서 열심히 꾸미고 다니라고?! ㅡ..무슨 말도 안되는 소리야... ㅡ흐하아ㅏㄹ허핳ㅎ ㅠㅠㅠㅠㅠㅠㅠㅠ
ㅡ미안해 내가 둔했어, 내가 잘못했어.. 근데 왜 그런 생각을 해... 얼마전에도 버스 정류장 앞에서 놈팽이 새끼한테 번호나 뜯긴 주제에.. 얼마나 예쁘고, 동안이고, 만났을 적 그대로야. ㅡ근데 시발 왜 쳐웃어 개새끼야!!!!!! ㅡ난... 자기가 권태기 온 줄 알았어.. 나 이제 싫어하는 줄 알고...
그렇게 흐규흐규 우는 석이 눈가에 계속 키스해주면서 달래주고, 세상에서 석이 만큼 예쁜 사람을 아마 이번 생 내내 볼 수 없을 것 같은데 혼자서 그런 생각을 하다니... 윥긔는 석이를 둥가둥가 해주면서 석이의 고민을 또 자신이 덜어줘야겠다고 생각했어. ㅡ내일은 오랜만에 밖에서 데이트하자.
그렇게 한 바탕 소란을 부리고 나서야 석이는 되려 마음이 편해지는 것 같았어. 둘 사이의 고민을 애둘러 혼자 가둬놔봤자 도움이 안된다는 걸 확실히 느꼈지. 좀 더 가벼운 마음으로 퇴근 후에 옷을 갈아입고 윥긔랑 약속한 장소에 도착해서 여유롭게 아이쇼핑을 즐길 때였어. ㅡ여이 자기야!
석이는 자신의 눈을 의심하고 말았어. 하얗게 탈색한 머리에 잠자리 안경을 쓰고 도대체 어디서 구한건지 80년대 풍 청청 코디에 저 목에 두른 뻘건색 손수건은 도대체 뭐야... 안돼, 저 요상한 것이 지금 날 향해 손을 흔들면서 걸어오고 이짜나 ....ㅠㅠㅠ!!!!!
ㅡ너 꼴이 그게 뭐니.... ㅡ어때 나이 들어 보이지? ㅡ어 정말 1993년생이 아니라 1973년생같다^^ ㅡ엣헴... ㅡ당장 아무 옷 가게나 들어가서 갈아입고 나와. ㅡ..... ㅡ뒈지기 싫으면. 웃으면서 무시무시한 말을 꺼내는 석이였어.
ㅡ왜 그래 자기야.. 이거 되게 비싸고 어렵게 구한거야. ㅡ그러니까 쉽게 구할 수 있는 옷으로 갈아입자. ㅡ설마 지금 내가 창피해?!!!! ㅡ그럼 자랑스럽겠냐?! ㅡ몰라!! 사랑하면 지금 이 모습 그대로 날 받아들여! 빨리 팔짱 껴... ㅡ미친놈이!!!! 그날도 코엑스 한 복판에서 저러고 있었더랬다.
번외도 fin 긴 타래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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